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키조개 발에서 분비되는 실크 섬유(족사)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즉 실크로드가 열리기 이전부터 지중해 연안에서 가공되어 "서양의 실크(Western Silk)"로 불리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누에에서 얻을 수 있는 실크보다 생산량이 극히 제한적이며, 지중해 키조개인 pinna noblis의 경우 유럽연합으로부터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누에에서 생산된 실크 단백질 비해 관련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키조개를 양식하기 때문에 손쉽게 연구가 가능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서양에서 실크로 사용했던 키조개 실크 섬유의 물성을 측정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키조개 실크 섬유가 키조개 관자부터 발까지 연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를 인간으로 비유하면 인간의 머리카락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삽입되어 있지만, 연조직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통 머리카락 같은 경조직이 근육 같은 연조직을 만날 경우, 두 물질의 기계적 특성이 달라서 두 조직의 접착계면에 기계적 충격을 크게 입혀 연조직을 망가지게 합니다. 인체의 경우 금속 같은 단단한 임플란트 소재를 삽입할 때 발생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조직과 경조직을 단단하게 잡아줄 수 있는 아주 강하며, 자가 치유능을 갖는 접착물질의 개발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러한 접착제를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키조개 실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도중, 키조개의 경조직(실크섬유)이 연조직(키조개의 모든 조갯살)을 관통하고 있는 점을 착안하여 이 접착 계면사이의 단백질을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 생체에 연조직과 의료용 임플란트(주로 티타늄 소재등 단단한 소재)간에 강한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원천 단백질 소재 Atrina Pectinata foot protein-1 (Apfp-1)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단백질은 홍합이나 코팅 단백질과 탄수화물(당)을 인지하는 렉틴의 '퓨전 단백질'로 되어 있으며 홍합의 코팅 단백질은 경조직(키조개 실크 섬유)에, 당을 인지하는 렉틴은 연조직(키조개 조갯살)에 아주 강하게 결합하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캐치업(Catch-Up; 따라잡기)보다는 퍼스트 무브(First-Move; 초기 진입)가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자연에서 원천 기술의 소재를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본 연구의 가치는 지금은 버려지고 있는 키조개의 섬유소재를 이용해서 미래의 바이오닉 산업(인체에 다양하고 유용한 의료용 물질을 삽입하여 인체의 기능을 돕는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의료용 접착 물질 제작의 힌트를 얻은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버려지고 있는 키조개의 족사를 활용하여, 기존 직물/섬유 소재로 활용하거나 의료용 봉합사로 고부가가치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해양 생명체 실험을 하다 보면 저희 실험실에는 한 번씩 특별한 행사가 열립니다. 포스텍이 위치한 경북 포항에는 경북에서 가장 큰 수산 시장인 죽도시장이 있습니다. 여기서 실험에 사용할 홍합을 10kg 주문하면 한 포대가 실험실에 배달되는데 실험에 사용할 홍합을 충분히 확보한 뒤 나머지 홍합을 실험실 건물 옥상으로 들고 갑니다. 그러면 실험실 사람들이 너나없이 삼삼오오 숟가락을 들고 옥상으로 모입니다. 땡초도 약간 썰어서 냄비에 넣으면 훌륭한 홍합탕이 완성이 됩니다. 홍합탕 한 숟갈과 웃고 떠드는 시간을 통해 서로 위로하며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저희 실험실은 다양한 해양 생명체들의 생체 소재를 발견한 후, 그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해양 생명체 유래 신소재는 끊임 없는 기계적/화학적/생물학적 충격이 존재하는 거친 바닷속 환경에서 해당 생명체 삶 전체 동안 거의 손상 없이 존재하며 활용됩니다. 바로 이 점에서 해양 생명체 유래 신소재는 인간에게 필요한 생체 재료로 응용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해양생명체로부터 섬유/접착 소재를 탐색하고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해양 생명체 유래 신소재를 모사(Biomimicking)하여 응용하는 연구 그룹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저희 연구실의 연구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으로 흥미로운 신소재를 다양한 해양 생명체로부터 직접 발견하고 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원래는 apfp-1 단백질을 발견하고 연구를 마무리 하려고 했습니다. 새로운 단백질을 논문에 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단백질이 연조직인 조갯살과 경조직인 족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상 밖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지도교수님과 대화 후 단순한 몇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연조직인 조갯살과 경조직인 족사가 어떻게 조갯살을 찢지도 않으면서 잘 붙어 있을 수 있을까' 사실 기계적 강도가 다른 물질은 서로 결합하기 쉽지 않습니다. 힘을 받게 될 경우 약한 부분이 찢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원리로 두 부분이 결합되어 있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였습니다.
apfp-1 단백질을 연구하면서 한계를 느낀 적도 많고, 두려움이 앞섰던 적도 있습니다. 함께 연구하던 루마니아 출신 포닥은 고국으로 돌아갔고 랩에서 생물연구를 하던 사람은 저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실험 설계 및 방향을 늘 스스로 고민해야 했고, 제게는 첫 연구주제였기 때문에 조바심과 함께 서툰 점들이 많았습니다. 지도교수님께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정확한 답을 알려주시기 보다 도서관에서 곰팡이가 핀 책을 빌려서 스스로 답을 찾게 하셨습니다. 또한 질문을 수수께끼처럼 내시며 정답에 찾아가는 길을 헤쳐 나가도록 하셨습니다. 되돌아 보면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많은 순간들이 저를 이전보다 성숙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훈련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이 분야를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연구를 즐길 줄 아는 마음과 기다림인 것 같습니다. 실험은 뜻대로 되지 않는데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서, 불안한 마음과 초조한 마음이 들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농부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씨앗을 뿌린 후 싹이 날 때까지 기다리면서 물을 줍니다. 가끔은 거센 바람이 불기도 하고 식물이 죽어서 새로 심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면 나중엔 열매가 맺혀 수확할 수 있게 됩니다. 농부가 수확할 열매를 바라며 기다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연구를 하다보면 공들인 시간들이 쌓여 어느날 선물처럼 달콤한 열매를 딸 수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이 단백질의 접착 원리를 활용하면 인체 내의 물리적 강도가 다른 조직 간의 접착에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의료용 접착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후속연구를 진행하면, 임플란트 접착 단백질, 인공 연골 용 코팅 물질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저의 박사과정이 이제 곧 끝나는데 좀 더 공부해서 제가 배운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저의 계획이자 꿈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특별한 방법으로 훌륭한 스승을 만날 수 있도록 인생의 길 가운데 그 걸음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도교수님을 통해서 연구는 일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을 세우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도 교수님처럼 축복의 통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험하는데 도와주고 디스커션해 준 친구 익범이, 동규, 태준이, 아람이, 은석언니, 화영언니, 지현언니, 선영언니, Jun, 화림,회윤오빠, Mathias, 상식이, 현주, 태용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참된 연구자의 길을 걷도록 사랑과 섬김으로 기초를 다져주신 모교 한동대 교수님들께 늘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문 임펙트펙터까지 다 아시고 늘 뒤에서 기도해주시는 부모님과 동생에게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