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탄산탈수효소(Carbonic Anhydrase)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이산화탄소를 물에 잘 녹는 탄산의 형태로 바꾸는 화학반응에서 촉매 작용을 하는 단백질입니다. 사람의 몸속 세포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혈액에 녹여 폐까지 전달하고, 혈액의 산성도를 조절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녹내장, 산성혈증, 골석화증 등의 질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효소는 1초에 약 100만 번 정도까지 이산화탄소를 탄산의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작용하는 단백질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단백질의 작용 기전을 이해하려고 생화학적, 구조 분석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단백질의 작용 속도가 너무 빨라 화학 촉매 작용이 진행되는 모습을 실험적으로 직접 관찰하기는 단백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제가 박사과정 중에 자체 개발한 고압 냉각법(high-pressure cryocooling method)을 활용하여, 탄산탈수효소 결정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단백질 결정의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하여, 탄산탈수효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는 과정을 유도하였습니다. 이렇게 준비한 탄산 탈수 효소의 결정을 X-선 결정학 기법을 이용해 연구하였고, 그 결과 탄산탈수효소에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동안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서 일어나는 주요 변화를 원자 수준의 고해상도로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탄산탈수효소의 작용 속도를 결정짓는 proton transfer 과정의 기작을 밝히는데 기여함으로써, 탄산탈수효소가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촉매 작용을 할 수 있는 비밀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이 연구는 제가 미국 코넬 대학의 X-RAY 연구기관인 Cornell High Energy Synchrotron Source (CHESS)에서 Staff Scientist로 있으면서 구상을 하였고, 2014년 한국의 UNIST 물리학과로 온 이후,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CHESS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X-선 방사광 가속기의 하나로, 뉴욕 주의 코넬 대학 안에 위치해 있으며 Michael G. Rossmann이 인간 감기 바이러스의 3차 구조를, 또 Roderick MacKinnon이 potassium ion channel의 3차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한 역사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UNIST는 2009년 개교 이래 급속도로 성장을 하여 2015년 KAIST, GIST, DGIST에 이어 네번째 과학기술원으로 전환을 하였으며, 젊은 과학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입니다. 제가 소속된 자연과학부 물리학과는 2014년에 공식적으로 조직이 되었으며, 현재 16분의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저는 학과의 중점 연구 분야 중의 하나인 연성물질 및 생물물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저는 2002년 Cornell University의 Biophysics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간 이후, 박사과정 중에 제 연구의 토대가 되는 고압 냉각 방법 (high-pressure cryocooling)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압력 하에서의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를 연구하기 위함이었지만, 이후에 이 기법이 단백질 결정의 극저온 보존, 단백질의 준안정 구조 연구, 물의 상태(phase) 분석 등 다양한 연구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이 자체 개발한 기법을 바탕으로 다양한 생물물리적 방면에서 연구를 하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연구를 한다는 점에서 흥미와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저는 학부때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박사과정에서 생물물리를 공부하였습니다. 이렇게 융합적인 연구를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여러 학문에 대한 "열린 마음" 인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연구 과정의 주제가 물리인지 화학인지 생물인지 등을 구분하지 않았고, 흥미가 가는 연구주제로 유연하게 옮겨갔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때로는 화학, 때로는 생물 분야의 학부 수준 교과서를 새로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였습니다. 저는 물리, 화학, 생물 등의 접점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현상들이 숨겨져 있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 학문 간의 경계를 두지 않고 흥미가 있고 필요한 부분을 기초부터 공부해 갈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UNIST에서 독자적인 실험실의 구축이 2016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제가 개발한 고압냉각방법을 이용하여, 흥미롭고 새로운 현상들을 계속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 이제까지 진행하여 왔던 생물물리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의공학 분야와 물성 물리 분야로도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생 신분을 지나 교수가 된 지금,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됩니다. 연구는 짧은 기간에 결판을 낼 수 있는 단기 경합 같은 것이 아니며, 꾸준히 정진하는 노력이 오랜 기간 누적되어 마침내 큰 결실을 맺게 되는 장기 레이스와 같습니다. 오래동안 꾸준한 마음으로 지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도 적극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고, 또 가족과의 유대감도 소홀히 하지 않는 등, 연구 이외의 삶과도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렇게 균형 잡힌 삶 속에서 저의 제자들이 미래를 이끌어갈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해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