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사람의 3대 생활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도 식(feeding)은 생존과 직결된 만큼 이전부터 동물의 식이행동 (feeding behavior)의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과 중요도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또한, feeding behavior 연구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대사질환에 대한 공공의료 이슈와 맞물려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받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은 풍부한 가공식품의 공급과 고열량 음식섭취를 선호하는 식문화로 인해 과다 영양공급과 불규칙한 식습관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의 대사질환의 위험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사람들의 식이행동 개선으로 이러한 질환들을 대부분 예방,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인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 세계적인 비만인구의 증가를 (2008년에는 14억이 넘는 인구가 과체중이었고, 지속적인 증가를 보임, 2013년에는 5살 이하의 4,200만 아이들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음) 걱정하면서도 한편 비만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증상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feeding behavior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비만과 관련된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연구의 중심에 서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feeding behavior는 크게 배부름 (satiety)과 배고픔 (hunger)이라는 두 가지의 생리적 상태에 의해 조절되는데, hunger는 동물로 하여금 먹이를 찾도록 신호를 주고, 영양가 있는 먹이를 섭취하게 하는 반면 satiety는 먹고 있는 동물이 feeding을 멈추도록 하여 지나친 에너지 섭취를 막아주는 기능을 합니다. 앞서 언급한 현대사회의 비만 인구의 증가와 feeding behavior의 연관성으로 미루어볼 때, 어떻게 hunger와 satiety가 조절되는지 연구하는 것은 feeding behavior를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비만 치료에도 획기적인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연구 분야에 있어 전환점이라고 생각되는 실험결과는 포유동물에서 식욕중추의 발견과 관련된 식이조절 유전자의 발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하는 중추는 시상(hypothalamus)이라고 불리는 부위인데, 식욕증진을 담당하는 부위(orexigenic center)와 식욕억제(anorexigenic center)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나뉘어있습니다.
Orexigenic center는 hunger를 유발하여 동물로 하여금 feeding behavior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며, NPY, Ghrelin과 같은 식욕증진 호르몬들이 이 부위를 활성화하는 대표적인 호르몬들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leptin(렙틴)이나 a-MSH 등은 anorexigenic center에 작용하며, satiety를 유발하여 동물의 feeding behavior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1994년 Nature지에 보고한 Jeffrey M. Friedman (제프리 프리드먼) 박사님의 렙틴 유전자 클로닝은 큰 각광을 받았었는데, 렙틴을 암호화하고 있는 obese(ob)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쥐는 정상 쥐에 비해 먹이섭취량이 크게 늘어 비만 쥐가 됩니다.
(그림 참조, 왼쪽: ob/ob돌연변이 쥐, 오른쪽: 정상쥐, 이미지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Leptin). 이러한 렙틴의 기능으로 말미암아 이 유전자를 "hungry gene"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는데, 제프리 프리드먼 박사는 렙틴 유전자 발굴이라는 획기적인 성과로 다양한 수상을 하였으며, 특히 2010년에는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가 받았다는 Lasker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어떻게 체내 에너지 레벨 변화(혈당)가 hunger 혹은 satiety를 유발하고, 결국 feeding behavior를 조절하는 지 그 신경 분자적 메커니즘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던 실정입니다.
최근 3년 사이,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해주고자 초파리를 이용한 연구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한 예로 먹이 섭취 후, 초파리 체액에서 fructose (과당) 양이 급격히 변화하는데, 이 변화량을 Gr43a라고 명명된 과당 수용체가 감지하게 됩니다. 이 수용체를 발현하는 신경들이 초파리 뇌에 분포하고 있고, 따라서 이들이 체내 fructose 양에 반응하여 초파리의 먹이에 대한 선호도를 조절하고, 파리에서 배고픔(hunger) 반응을 유발하여 먹이 섭취량을 증가시킨다고 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Amrein group, Cell, 2013). 또 다른 예로 한 연구자 그룹은 일련의 초파리 feeding behavior 측정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feeding behavior를 구성하는 각각의 개별 행동학적 요소들을 일일이 관장하는 한 쌍의 신경이 초파리 뇌에 존재함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 한 쌍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초파리가 입을 내밀어 먹이를 섭취하려는 행동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 신경이 초파리 feeding behavior에 중요한 구성요소임을 알 수 있는 연구결과입니다 (Yoshihara group, Nature, 2012). 이 밖에도 사람의 코티솔 분비 호르몬(Cortisol Releasing Hormone, CRH) 유사한 DH44라는 신경단백질과 이를 발현하는 신경이 체내 혈당에 반응하여 초파리 입 반응과 배설을 촉진하여 먹이 섭취량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었고 (Suh group, Neuron, 2015), 초파리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 신경 중 일부를 활성화하는 것 만으로 배부른 초파리가 배고픈 것처럼 바뀌어 배고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Simpson group, Curr. Biol., 2015).
이번 저희 논문에서는 MIP (Myoinhibitory peptide, 초파리 뇌에 발현됨)을 발현하는 신경회로가 초파리에서 배부름 센터로 기능함을 보고하였습니다. 그 증거들로 배고픈 초파리의 MIP 신경(Myoinhibitory peptide, 초파리 뇌에 발현됨)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는 것만으로 일련의 배부름 반응 (먹이에 대한 후각, 미각 반응도 감소)을 보였고, MIP신경이 활성화된 초파리에서 먹이섭취량과 몸무게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반대로 MIP 신경을 억제했더니 먹이섭취량이 현저히 증가하며 살이 찌는 것을 관찰하였는데 (그림 참조, 왼쪽 정상 초파리, 오른쪽 MIP신경이 억제된 초파리, Scale bar: 0.5mm), 이러한 결과는 MIP신경이 배부름 센터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잘 뒷받침해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저는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서울대 내에서도 훌륭한 연구성과를 많이 내신 교수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2013년 예쁘게 디자인된 새 건물이 증축되었고, 운 좋게 그쪽으로 이사할 수 있어서 관악산의 멋진 봄꽃, 단풍, 설경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곳입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평소 느끼는 점은 실험결과에 따라 너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일일이 말씀 드리긴 힘들구요. 대학원생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자부심과 보람 없이는 이 분야를 오래하기 힘든 만큼 남다른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이승엽 선수는 같은 프로끼리 후배들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하지 않는다죠.. 저도 그러진 않겠습니다. 그냥 열심히 긍정적으로 하다 보면 유학도 잘 가고, 진학해서도 훌륭한 연구결과를 내지 않을까요? 단, 초파리 실험실에 진학할 후배들에게 "초파리의 기억" 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저는 초파리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초파리를 가지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라면 뭐든지 하고 싶습니다. 노벨상을 받고 싶다는 말도 감히 드리고 싶네요.. 왓슨 박사님을 제외하고 평균적으로 30대에 발표한 연구결과로 노벨상을 탔다던데.. 저는 이제 몇 년 안 남았네요..ㅠ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