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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황선도 저 | 동아시아 | 2019년 09월 04일
회원작성글 이탈
  (2019-10-04 11:11)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현대판 자산어보
생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바다생물 토크 콘서트


(본 글은 BRIC 연재 '김재호의 생태에세이'에 올려진 글입니다)  

어린 물고기 눈엔 하구 魚道가 무섭기만 하다

최근에 가을 전어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생선이 이렇게 군침을 돌게 한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밝혀진 전어의 성분을 보면, 가을에 유난히 전어의 지방 성분이 3배 높아진다고 한다. 말(馬)이 살찌는 게 아니라 전어가 살찌는 계절이 바로 가을인 셈이다. 지방 이외 영양분은 계절과 별 차이가 없다. 한편, 꽁치 역시 10∼11월에 20% 정도 지방 함유량이 높아진다. 이 같은 내용은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황선도, 동아시아  2019.09.25.)에 나온다. 책의 부제는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현대판 자산어보’다.  

책의 저자인 황선도 박사는 『자산어보』의 관찰력을 높이 샀다. 『자산어보』의 멸치에 대한 서술을 보면, 자신이 10년 동안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알아낸 연구 결과를 200여 년 전에 정약전 선생이 이미 알고 있었다. 멸치란 어원도 흥미롭다. 『자산어보』에 따르면, ‘멸(蔑)’은 업신여긴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작은 체구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일 것이다. 그래서 ‘멸어(蔑魚)’라고 불렀다. 또한 물 밖에선 금방 죽는 급한 성질 때문에 멸할 ‘멸(滅)’로도 쓴다고 한다. 한편, 물을 뜻하는 옛말 ‘미리’가 ‘멸’로 변해 이름이 멸치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귀양 간 1814년 흑산도 부근의 어류를 다루고 있다. 시간의 간격을 고려했을 때 『자산어보』는 굉장히 뛰어난 저술이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귀양 간 1814년 흑산도 부근의 어류를 다루고 있다. 시간의 간격을 고려했을 때 『자산어보』는 굉장히 뛰어난 저술이다. 사진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그렇다고 『자산어보』의 모든 정보가 현 시점에서 맞는 건 아니다. 정약전 선생은 참홍어 암수가 교미하다 자주 낚싯줄에 달려오는 걸 보고 음란하다고 간주했다. 그런데 황선도 박사에 따르면, 참홍어는 일부일처주의 물고기다. 책의 부제를 ‘현대판 자산어보’라고 부를 만하다. 현재 필사본만 남아 있는 『자산어보』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보관 중이다. 1권은 비늘이 있는 어류, 2권은 비늘이 없는 어류와 딱딱한 껍질을 가진 어류, 3권은 해조류와 기타 생물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총 3권인 『자산어보』는 해양생물 226종의 특징과 정보를 기록했다. 

‘자산어보’(이준익 감독)는 영화로도 촬영 중이다.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은 정약전이 섬의 한 청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어느 지역 박물관에서 『자산어보』의 집필 과정을 본 적이 있다. 양반이었던 정약전(丁若銓:1760∼1816)이었지만,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는 흑산도 주민들과 기꺼이 어울리며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양생물들을 기록해나갔다. 유배 생활이었으나 자신의 학문적 열정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황선도 박사가 쓴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는 우리나라 바다생태계의 모습과 문제점, 음식문화까지 다루고 있다. 책에서 큰 문제로 삼은 건 바로 하굿둑이다. 강이 끝나는 지점인 하굿둑은 물고기가 자유롭게 다니는 걸 방해한다. 사진 출처 = 동아시아.

 

200년 전 『자산어보』의 놀라운 관찰력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의 머리말에선 자연스럽지 않은 변화를 경계한다. 환경 조성 사업으로 불리는 하굿둑 문제는 강과 바다를 갈라놓으며,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하구는 내륙에서 보면 강의 종착지이고, 바다에서 보면 강의 시작점이다. 뱀장어를 소개하는 책의 중후반을 보면, 하굿둑 때문에 뱀장어 양식이 줄어들고 있다. 강과 바다로 연결되는 길이 막혀, 바다에서 강으로 실뱀장어가 못 올라오고, 강에서 바다로 어미 뱀장어가 산란하러 가지 못한다.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70년대에 1일에 1만 마리까지 잡혔던 뱀장어는 이제 수십 마리만 잡힌다. 결국, 뱀장어는 비싸진다.  

분명 하구에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어도(魚道)는 있다. 하지만 황선도 박사에 따르면, 현재 어도는 힘이 센 어류를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어린 물고기들은 어도를 따라 이동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에선 뱀장어 어도를 따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어도든 생태통로든 길을 열어줬으니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정작 그 길을 다녀야 하는 동물 입장에선 불편하고 불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물고기의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고자 인간에게 고하는 책을 쓴 것이다. 

남획과 어업 방식도 문제다.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고등어는 1년 생 미만의 어린 물고기들이 40% 가량 어획된다. 어린 물고기들이 죽으면 그 다음 생각하나마나이다. 복어 역시 인기 때문에 남획돼 자원량이 많이 줄었다. 특히 하굿둑 때문에 황복은 멸종 위기에 직면한 희귀 어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 

멸치 관련, 책에선 죽방렴(竹方廉)이 소개됐다. 함정 장치인 불통을 이용하는 어업 방식이다. 죽방렴은 대나무로 만든 어살이다.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이용해 물고기들이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가 없다. 이 죽방렴 안에 들어온 멸치는 상처를 입지 않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황선도 박사는 죽방렴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생태적 어업일 것 같다며 “그물을 끄는 어로 방식은 물고기를 쫓아다녀야 하지만, 죽방렴은 멸치가 제 스스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죽방렴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생태적 어업일 것이라고 황선도 박사는 강조했다.

죽방렴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생태적 어업일 것이라고 황선도 박사는 강조했다. 사진 출처 = 남해군. 

 

물고기의 눈으로 바다를 바라본다면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에는 물고기 먹을 때 유의할 내용이 담겨 있다. 고등어는 금방 부패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살아 있을 때 영양의 진수인 히스티딘이 사후에는 히스타민으로 변환돼 알레르기 증상을 불러올 수 있다. 그 결과 두드러기나 복통 혹은 구토가 발생할 수 있다. 갈치는 회로 먹을 때 은색 가루를 잘 벗겨내야 한다. 거기에 구아닌이라는 유기 염기가 있어 복통과 두드러기가 날 수 있다. 반대로 참홍어의 암모니아 냄새는 참홍어 몸에서 요소 성분이 분해되며 발생되는 것이라 무해하다. 오히려 발효로 인해 소화와 영양에 좋다. 

근래 영화 <콜드 스킨>(자비에르 젠스 감독, 2017)을 봤다. 섬에 갇힌 해양 관측사와 등대지기 그리고 미생명체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영화 속에서 수첩에 미지의 생명체를 두고 “다윈은 틀렸다.(Darwin is wrong)”는 표현이 나온다. 물고기와 인간의 혼융으로 보이는 미생명체가 설명될 수 없는 존재라서 그런 것일까? 인간과 그 미생명체가 같은 뿌리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걸까? 다윈은 종의 진화와 분화를 강조했다. 인간은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복잡한 생명의 그물에 일부분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진화의 나무에서 인간은 어떤 위상을 지녔기에 인위적으로 환경을 바꾸는 것일까. 인간에게 물고기가 하고자 말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건 바로 ‘공생과 공존’일 것이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https://www.youtube.com/watch?v=8elAWPia7qM
2.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황선도, 동아시아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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