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망상, 분노, 기억상실에 빠진 뇌에 대한 가장 생생한 탐구
뇌는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평생 뇌를 연구했지만, 내가 정신질환에 빠지면서
정신을 잃는 과정이 무엇인지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2015년 1월 23일 목요일 아침,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뇌은행원장 바버라 립스카 박사는 사무실 컴퓨터를 켜려는 순간 움찔 놀란다. ‘안 보여. 내 오른손이 사라졌어.’ 손을 시야의 오른쪽 아래 사분면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마치 손목에서 잘라낸 것처럼 손이 완전히 사라진다. 립스카 박사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다.
뇌 연구자로서 자신의 뇌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그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간다. 설마 아니겠지 하며 MRI 검사대 위에 오른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의사의 목소리가 무겁다. 3년 전 이겨냈다고 믿었던 흑색종이 뇌에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잔혹한 뇌종양과 싸우기 시작한 그는 투병 중에도 뇌 연구자, 아내, 엄마인 자신의 일상을 변함없이 이어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걷잡을 수 없는 정신질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다.
30년간 살던 익숙한 동네에서 길을 잃어 집을 찾지 못하고 몇 시간 동안 헤맨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별일 아닌 일로 불같이 화를 내고 30분 전에 무얼 했는지도 까먹는다. 집에 가려고 차에 탔지만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 한참을 생각한다. 머리에 바른 염색약이 줄줄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동네를 달린다. 뇌종양이 심해져 생사를 오가는 데도 아침 식사가 늦게 나왔다는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며 화를 낸다.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전화번호를 찾는 법도, 전화를 거는 법도 기억하지 못한다. 전날 먹은 피자가 플라스틱 덩어리라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린다. 간단한 산수 문제 앞에서 생각이 멈춘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자기 내면에서 음흉하게 일어나는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신이 망가져가면서도, 정신질환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바버라 립스카는 30년간 동물과 인간의 뇌를 해부하고 정신질환의 원인을 연구한 신경과학자다. 특히 ‘조현병’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조현병이 발생하는 뇌의 핵심 부위가 어디인지를 밝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정신질환의 특징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떻게 뇌가 그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증상을 만들어내는지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내밀할 정도로 솔직한 정신질환 생존자의 연대기” <커커스 리뷰>
과학자, 특히 정신질환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자기 전공 내용을 몸소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심심 刊, 원제: The neuroscientist who lost her mind)》는 30년간 뇌를 연구해온 뇌 과학자가 정신질환에 걸렸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정신이 이상하고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경험을 하고 돌아온” 립스카 박사는 2016년 3월 13일, 일요판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이야기를〈정신병에 걸린 신경과학자The Neuroscientist Who Lost Her Mind〉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정신질환자, 의사, 환자 가족 들에게서 셀 수 없이 많은 격려 메일이 쏟아졌고, “우리 모두에게 정신질환이 뇌의 질병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줬을 뿐 아니라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되새겨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동명의 책으로까지 출간되었다.
신경과학적 지식과 풍성한 서사가 버무려진 이 책은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 그 내부에서 병을 살펴보고 돌아온 생존자’의 투쟁기다. 저자는 신경과학 지식과 자신의 독특한 경험 바탕으로, 뇌는 어떻게 정신질환을 만들어내는지, 정신이 망가져가면서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기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우리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는 기제는 무엇인지 등을 샅샅이 다룬다. 특히 저자가 풀어내는 ‘내밀할 정도로 솔직한’ 정신병 경험은 독자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추천의 말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장 과학적인 위로를 건네는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3인칭 시점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뇌 과학적 화두를 던졌다면,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정신병적 증상을 겪은 과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1인칭 시점에서 굉장한 속도감으로 생생하게 쏟아낸다.
자신이 몸소 경험한 정신건강 문제를 정제된 과학의 언어로 치밀하게 담아낸 이 책은 여러 독자에게 시시각각 다르게 읽힐 것이다. 뇌를 공부하는 연구자라면 립스카 박사의 빛나는 연구 업적과 최신 과학이 주는 통찰에 흥분할 것이며, 임상가와 환자, 환자의 가족은 뇌 과학의 언어가 인도하는 정신병적 증상의 발현과 회복의 여정 속에서 정신질환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밀도 높은 묘사와 설명은, 정신질환을 관심 또는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던 독자의 편견을 걷어낼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모습일지는 몰라도,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담담하고 심심한 이해가 이 책을 통해 널리 더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허지원, 임상심리학자,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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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이 책은 올리버 색스와 《숨결이 바람 될 때》가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버라 립스카의 고통스러운 여정과 경이로운 회복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음을 보여준다. 리사 제노바, 베스트셀러 《스틸 앨리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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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환자, 한 인간으로서 저자의 놀라운 경험은 정신질환의 생리학적 기반을 탐사하는 동시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역할을 이해하게 한다. <사이언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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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뒤엎어놓은 책. <버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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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자의 통찰과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쓴 인간 정신에 바치는 헌사다. 첫 페이지부터 푹 빠져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책을 놓지 못했다. 토머스 인셀, 전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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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평생을 연구한 정신질환의 양상들을 직접 경험한 과학자가 뇌가 그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증상들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밝힌다. 강력하고 설득력 있으며 손에서 놓기 어려운 책이다. 세라 제인 블레이크모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인지신경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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