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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봤니? - 서평
『과학자가 되는 방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남궁석 | 이김 | 2018-07-25
회원작성글 BRIC
  (2019-01-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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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가 되는 방법 | 남궁석(지은이) | 이김(출판사)

 어린 시절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나에게 어른들은 ‘직접 해보지 못하는 일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사실 내가 진짜로 겪은 일이 아닌 간접경험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직접 겪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일,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이후에 안전운전의 중요성을 느끼는 일과 같은 경험들은 당연히 직접 겪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간접경험의 가치는 내가 해보지 못할 일들, 또는 해보기엔 무서운 일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얕게나마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자가 되는 방법’은 자신 있게 시도하기에는 조금 두려운 ‘과학자가 되어 보는 일’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의 순수한 본래의 기능을 온전히 하고 있는 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아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활동 중인 저자가 책을 통해 풀어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기 때문에 이 간접경험은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그저 호기심과 흥미만으로 직접 과학자가 되기에는 그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잘못했다가는 한 번 뿐인 인생이 매우 불행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은 이처럼 과학자가 되고 싶지만, 그냥 한 번 시도해보기에는 겁이 나는 우리들에게 매우 좋은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직업으로 과학을 하는 것이 꿈인 나와 비슷한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간접 경험을 통해 과학도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가르침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말이 좋아 간접경험이지, 부정적으로 본다면 과학자가 되기 위해 가야하는 힘든 여정들을 소개하여 꿈 많은 과학도들의 희망을 꺾어버리는 글이기도 하다. 나는 똑똑하니까 멋있는 박사님이 되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대로 하며 행복한 생활을 할 것이라는 아름다운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저자는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한다. 심지어 예일대학의 박사과정 입학생 30명을 17년 후 추적한 결과,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위치에 오른 인물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는 조사의 예시를 들어 학생들의 상상 속 멋진 미래를 절망시키는 행위는 조금 잔인하기까지 하다.그러나 책 속에 소개된 과학자의 삶이 정말 일반적인 과학자의 삶이라면, 막연하게 노벨상을 꿈꾸며 과학을 시작한 이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현실을 깨닫고 좌절하는 것보다야 간접적으로 그 어려움을 느끼고 실망하는 것이 백만 배 낫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매우 부정적인 이야기부터 먼저 했지만 사실 이 책이 과학자의 어두운 면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한 번의 성공 이전에 수십 수백 번의 실패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과학자의 숙명을 이야기하면서도,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는 그 한 번의 성공이 얼마나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인지는 과학자들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라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과학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 매우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한 분야에 빠져 미친 듯이 몰두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덕후 집단과 매우 닮아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미 그의 글에서부터 과학 덕후의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서 이 책이 과학자의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사실 정작 나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직후 과학자의 꿈을 한 번 더 확신했다. 내가 무조건 과학을 잘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생겨서가 아니다.단지 책 마지막 구절에서 저자가 말했듯이 ‘과학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상사람 아무도 모르는데 나만 아는 새로운 지식이 생긴다는 사실이 주는 기대감은 (그 지식이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것이더라도)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긴 과정을 거치며 맞이할 힘든 일들의 두려움보다 훨씬 더 강하게 다가왔다.

 물론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며 이불 킥하고 내가 미쳤지 하며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내 꿈이 그저 무모한 도전인지, 단순한 호기심에 따른 시도인지, 아니면 인생의 일부를 한 번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나처럼 과학자가 되려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맞이할 가장 무서운 경험일지도 모르는 ‘내가 너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을 직접 겪지 않고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과학자가 되어 보는 무서운 일을 하지 않고도 그 삶을 배울 수 있다는 점, ‘과학자가 되는 방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곽민준(POSTECH 생명과학과)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에 올려진 내용을 "이 책 봤니?"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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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과학자가_되는_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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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SuperSiste..  (2019-01-11 21:09)
1
대학 1학년 생명과학 실험 시간. 1ml 짜리 파이펫 팁과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튜브를 보고는 신기했었던 경험이 있다. 실험이 끝나고 조교님한테 가져도 되냐고 간절하게 물어봤었다. 결국 1ml 짜리 팁 두어 개와 튜브 서너 개를 깨끗이 씻고 와잎으로 꽁꽁 싸서 기숙사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었다. 대학원 시절 “커피 내기 팁 꽂기” 시합이 내 미래의 인생에 지겹도록 있을지 상상도 못 한 채, 그게 뭐라고 그리 소중하게 서랍에 넣어 두었었는지…
큰아이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내가 과학자라는 소리를 듣고 다른 엄마들이 놀랐더랬다. 살면서 과학자를 처음 만나봤다며 농으로 악수를 청하는 이도 있었다. 사람들은 과학자라고 하면 하얀 가운에 고글을 쓰고 플라스크나 시험관에 든 형형색색의 용액을 심오하게 지켜보는 이들을 상상한다. (미디어가 문제다…) 아이들은 아인슈타인 헤어 스타일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악당의 역할을 하는 매드 사이언티스를 상상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이 보는 Pj Mask 만화영화도 캡틴 언더팬츠에도 악역은 과학자다. ㅠㅠ)
과학자로서의 나의 현실은 빳빳한 가운 대신 부직포 같은 폼나지 않는 실험복에 안경 위에 걸쳐 써서 샤프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고글, 형형색색의 용액 대신 각종 인체 분비물이나. 천만 개가 넘는 바이러스가 우글우글대며 살아 있는 용액이나, 하얗고 포동포동한 빨간 눈의 쥐들과 그들의 채취와 함께 하는 삶이다. 악당 매드 사이언스트가 아닌, 연구소 문을 나서면서 아이 픽업 시간에 늦을까봐 마음 졸이고,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누군가 나 대신 밥 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평범한 아줌마의 인생을 살아간다.

과학자의 꿈을 가졌던 그 순간. 대학원에 진학했던 그 순간, 포스트닥 준비를 하던 그 순간, 학교가 아닌 정부 연구소에 남기로 한 그 순간. 내 삶의 선택의 고비 고비마다 나에게 과학자의 길을 조언해주던 누군가가 있었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아마 삽질과 그로 인한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손실은 덜 했으리라.

이 책은 그 선택의 순간을 간접 체험하는 기회를 열어준다. 자라나는 과학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따뜻한 책은 아니지만, 과학자로서 살아가는 현실 앞에서 객관적이고 건조하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며 은근히 ‘과학 덕후’의 세계로 안내한다. 논문을 읽는 법, 쓰는 법 등은 대학원생들에게 정말 유용한 지침이다.

실험의 결과를 손에 쥐었을 때 느끼는 ‘세상에 나밖에 모르는 것에 대한 희열’, 똑같은 프로토콜을 두고도 남들보다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었을 때 느끼는 ‘내 손이 금손인 가벼’라는 자화자찬, 수십번 쓰고 고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던 논문이 ‘Accept’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메일로 날라왔을 때의 ‘환희’, 남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연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덕후’들과의 네트워크가 ‘과학 덕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에 덧붙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인간관계’이다.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들과의 원만한 관계. 인간인지라 실험 결과나 학업 혹은 개인의 성격으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동기, 선후배, 동료들 간의 혹은, 교수님이나 보스와의 적당한 거리와 존중이 정말 어렵지만 필수 조건이라고 본다. 연구가 어려워서 보다, 갑질, 무시, 질투, 시기 등의 종합세트를 경험하고, 학교 문을 나서고 과학계를 떠나는 사람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다.

꿈 많던 학부 때에 비해 나의 꿈은 작아졌지만 ‘현실’이 되었고, 획기적이고 대단한 연구는 아니지만 ‘내 연구’가 있고, 천성이 노동인지라 책상보다는 ‘실험실’이 좋고, ‘우리 엄마는 과학자야’라며 나를 소개해 주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에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은 늘 간직하고 있다. 그래, 내가 과학자가 되길 잘했구나.

과학자의 길은 때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기나긴 ‘마라톤’의 길일지 모른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을 통해 그 길을 “미리 보기” 하는 기회를 가져 보길 바란다. 그 “미리 보기”가 끝난 후에는 겁내지 말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길 권해본다. 중간에 멈춰도 되고, 다른 길로 돌아가도 된다. 교수가 아니더라도, 박사가 아니더라도, 과학자는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답이 없는 길, 그 길이 ‘과학자의 길’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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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작성글 효옹  (2019-04-15 16:20)
2
댓글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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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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