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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봤니? - 서평
굉장한 것들의 세계
매슈 D. 러플랜트 | 북트리거 | 2021.01.05.
회원작성글 BRIC
  (2021-10-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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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생물학은 어떤 모습으로 삶에 찾아왔나요? 웅덩이에 떨어진 개미가 기를 쓰고 헤엄쳐 나오던 장면, 햇빛이 그리는 잎맥 무늬에 반했던 순간, 책장 두 칸을 차지하던 과학 앨범 전집과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공룡의 이야기까지. 끝도 없을 것 같은 자연의 다양함에 반한 덕분에 학창 시절 내내 생물 공부만큼은 항상 재밌었습니다. 동경하던 마음에 지식을 구했고, 교과서 안팎으로 지식을 넓히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매슈 D. 러플랜트의 <굉장한 것들의 세계>는 생명을 동경하던 마음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이 세상에 얼마나 굉장한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어떻게 발견되었고, 어떤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개합니다. 수십 가지 생명체에 대한 연구가 가장 커다란 생명에서 똑똑한 생명까지 순서로 백과사전처럼 모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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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굉장한 것들의 세계 (aladin.co.kr)

 

동물원 코끼리에서 시작해 파블로프의 미모사로 끝나는 목록은 신기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굉장한 생명체에서 찾아낸 교훈과 응용점은 생명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사람보다 덩치가 훨씬 크면서도 그만큼 오래 사는 코끼리를 관찰한 연구자는 합성 코끼리 p53 단백질로 여러 종류의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급강하하는 매를 비디오카메라로 찍어 깃털 배열을 확인한 후 공기의 흐름이 어긋나 양력이 떨어지는 비행기의 스톨(stall)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저자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안타까운 소감으로 끝냅니다. 굉장한 생명체들 대부분이 연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세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험실에서는 실험실 생명의 아주 작은 문제만 풀기에도 벅차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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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와 인간 사이의 비교유전체학을 연구하는 조시 시프만 연구실
Publications - Huntsman Cancer Institute - | University of Utah


책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소수의 연구를 제외하면, 생물학은 어릴 적 보았던 다채로운 자연에서 변했습니다. 과학자 대부분은 넓고 얕은 연구와 좁고 깊은 연구 중 후자를 택합니다. 이제 와서 18세기 박물학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생명의 기본 원리는 같다는 전제로 모델 동물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을 일반화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통일된 지식 체계 안에서 서로의 연구 결과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연구실의 연구를 재현하고, 이를 토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가 느끼는 자연의 다채로움에 빠진 채로 어떤 생명을 연구할지 고르는 일부터 시작했다면 지금의 생물학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요. 실험실 생명은 세포이든 애기장대이든 개체 수준에서 획일화된 지 오래입니다. 실험대 앞에 있으면 생명의 어떤 비밀이라도 알아낼 것 같으면서도, 정작 실험실 밖 생명체에 손을 대는 일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시약은 최적화되어 세포 종류만 달라져도 먹히지 않고, 몇 억하는 장비는 표본의 크기만 바뀌어도 쓸 수 없죠. 두 생명의 차이를 보기 위해서는 공통점부터 훑어야 하는데, 단순히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일을 입증하는 데에도 수십 가지 프로토콜을 세우고 새로운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실험실에서는 독을 만들지 못하는 개구리처럼 존재하지만 연구할 수 없는 생명도 많습니다. 인류세를 맞은 지구에서는 이미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고요. 현재 우리의 지식은 자연이라는 무지개색 스펙트럼을 짐작만 할 수 있는 한두 가닥 선에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평용 책을 고를 때마다 브릭 여러분과 함께 볼 책을 고민했고, 글을 쓸 때는 한 분이라도 제 글에 끌려 책을 읽기를 바라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생물학을 직접 연구하는 분들이 보시면 좋겠습니다. 책 말미에 저자는 굉장한 생명을 연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독자를 설득합니다. 집 주변 이끼를 현미경에 놓기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강한 동물인 물곰을 볼 수 있다면서요. 이런 설득이 유의미할 층은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아닙니다. 자기 현미경이 있는 생물학 연구자입니다. 다양한 생명에 대한 연구가 늘면 좋겠습니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극단적인 생명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크거나 빠르지 않더라도 모든 생물은 굉장하니까요. 한 분이라도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를 기대합니다. 각자 자기 분야 최전선에 계시니, 책에서 얻을 연구 힌트도 저보다 훨씬 많이 보일 거예요.

마침 제가 일하는 서경배과학재단에서도 올해 새로운 모델 동물 연구만 두 건을 선정했습니다. 서울대학교 현유봉 교수님은 제비꽃을 연구하며 식물이 어떻게 물을 활용하여 운동하는지 보겠다고 하셨고, 카이스트의 양한슬 교수님은 아프리카가시쥐의 흉터 없는 상처 재생 비결을 밝히겠다고 하셨습니다. 심사 위원분들도 다양한 생명을 연구하며 새로운 사실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셨기에 두 분 과제를 선정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생명체를 연구하며 여러 가지 면모가 많이 밝혀지면 좋겠습니다. 작은 생명이 인류를 바꿀 성과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과학의 가치는 충분하니까요.

 

<이미지 출처 및 참고문헌>

Nature Picture Library Young boy holding Goliath frog (Conraua goliath) Sanaga, Cameroon. Hunted for bushmeat / food - Daniel Heuclin (naturepl.com)

World's Smallest Frog Found—Fly-Size Beast Is Tiniest Vertebrate (nationalgeographic.com)

Pando (tree) - Wikipedia

Arizona Daily Star: Tucson.com

‘식용 곤충’ 고소애(밀웜)는 무엇?…효능과 먹는법 눈길  - 한수지 기자 - 톱스타뉴스 (topstarnews.net)

 

작성자: 이지아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이 책 봤니?"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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