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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봤니? - 서평
나의 설계도의 98%, 정크 DNA
네사 캐리(Nessa Carey) (지은이), 이충호 (옮긴이) l 해나무 ㅣ 2018년 1월 10일
회원작성글 BRIC
  (2019-01-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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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네사 캐리(Nessa Carey)는 영국 태생의 분자세포생물학자로,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바이러스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부교수로 재직했다. 하버드 의학대학원, MD 앤더슨 암센터,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등 많은 의학 연구기관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는 임페리얼 칼리지 방문교수이다. 이전에 그가 출판한 책으로는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The Epigenetic Revolution)가 있다.

20세기 후반에 과학자들은 단백질을 암호화 하지 않는 DNA를 정크(Junk) DNA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단백질을 암호화 하는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2003년에 완료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우리 유전체 내 아미노산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는 단 2%만을 차지하고, 98%의 영역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단순한 양으로 비교했을 때 엄청난 수치적 차이이다. 게놈 프로젝트 이례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왔고, 일선의 전문가들은 점차 정크 DNA를 이해하고 응용,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제대로 설명될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네사 캐리의 정크 DNA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용어와 여러 가지 예시를 통해서 풀어낸다. 목차를 펼치면 총 2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내용들이 너무 방대하지는 않을까 우려하게 되지만, 각 장의 제목을 보면 그러한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다. 저자는 아주 간결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제목을 통해 독자들이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가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정크 DNA가 유전자 발현에 아주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프로모터(Promotor), 인핸서(Enhancer), rRNA 전사 지역, tRNA 전사 지역들은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의 발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조절을 하는 정크 DNA들이다. 특히 인핸서의 경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조절 작용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은 DNA간의 상호작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mRNA의 비번역지역(Untranslated region; UTR)이나 엑손 사이의 인트론은 유전자의 전사 개시와 전사 후 조절에 영향을 미치며, 유전자들의 발현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정크 DNA들이다. 또한 X 염색체에서 전사되지만,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고 모체를 둘러싸 X 염색체 불활성화를 주도하는 Xist 유전자, 세포 분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원체의 히스톤 단백질 배열도 정크 DNA와 관련이 깊다. 히스톤 변형이나 CpG 메틸화와 같은 후천 유전 시스템과 교차 대화(Cross talk)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정크 DNA는 후천성유전단백질의 작용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정크 DNA는 잘 알려진 후천성유전변형인 유전자 각인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 때 유전자 각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가 동반된다. 오늘날 정크 DNA와 관련된 질병들은 개개인의 차원에서 유전학적 치료방법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며, 여러 난치병에 정크 DNA를 활용하는 치료법 또한 각광받고 있다.

각 장에서 소개되는 정크 DNA와 관련된 현상, 인용된 여러 실험 결과 그리고 정크 DNA와 관련된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의 사례들을 보면 정크 DNA와 많은 질환들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상관관계를 넘어선 인과관계로 해석할 때 아주 신중해야하며 추가적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크 DNA가 아주 큰 기대주인 것은 맞지만, 그 것 하나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은 피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장의 제목인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한 줄기 불빛’처럼 정크 DNA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생명과학의 기전을 이해하는 도구로, 또 여러 희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 중 하나로 빛나길 바라며 책을 마무리한다.

새로운 지식을 마주할 때 우리는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하지만 때때로 그 기대감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내포된 실험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소망하는 쪽으로 결과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태도에 경각심을 보이는 저자는 정크 DNA를 긍정하면서도, 과도한 기대감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정크 DNA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러한 태도는 작가의 말에 더욱 더 신뢰감을 준다.

수십여 년 간의 연구를 통해 생명체의 설계도, 그 중 베일에 싸여있던 영역. 심지어 전체 DNA의 98%나 차지하는 정크 DNA. 그들은 더 이상 이름처럼 정크가 아님이 자명해졌다. 많은 연구자들이 정크 DNA가 생명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을지라도 그 사실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 전달하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네사 캐리는 지금까지 밝혀진 정크 DNA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복잡하지 않은 설명과 한눈에 보기 명료한 모식도, 독자가 흥미를 느낄 각종 사례들 그리고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설명하여 우리가 스스로의 설계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표중현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에 올려진 내용을 "이 책 봤니?"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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