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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리포트 - 대한민국 초기 방역 88일의 기록
허윤정 저 | 동아시아 | 2020년 07월 01일
회원작성글 동아시아
  (2020-06-29 09:24)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
K방역을 복기하고 다가올 2차 유행에 대비하라


2019년 12월 31일, 힘겨운 2019년을 보내고 희망찬 2020년을 기다리던 우리에게 중국에서 들려온 폐렴 환자의 소식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일 후,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은 코로나19가 시작된 날부터 총선 때까지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기록하며 평가한다. 단순히 일어났던 사건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일어난 상황과 의미, 관련된 정보들을 한 데 모아 복기한다. 이 작업이 가능한 것은 이 책을 쓴 저자가 허윤정 전 의원이기 때문이다. 허윤정 전 의원은 의료보건 분야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우리 정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사태에 맞섰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의료와 보건, 정책, 대안 등을 거시적인 측면에서 조망하고 사태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중요한 국면들을 생생하게 상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코로나19 상륙, 마스크 대란, 신천지와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등, 무엇 하나 커다란 도전이 아닌 일이 없었다. 여기 나온 기록을 보면 우리는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순발력 있게 해법을 내놓으면서 상황에 대처해왔다. 세계의 여러 국가와 비교했을 때 방역에 성공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왜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지금,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 시점에 이 책이 기록해놓은 초기 방역의 중요한 순간들을 복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보건의료 전문가가 본 이번 사태의 의미,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허윤정 전 의원은 고려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열린우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보건복지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아주대학교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연구부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등 보건의료 분야에 주로 몸담았다. 그러다가 20대 국회 종료를 4개월 앞두고 김성수 전 의원이 국무총리비서실장 임명되면서 비례대표 직을 승계해 국회의원이 된다. 저자는 본문에서 비례대표 직 승계를 제안받았을 때를 이렇게 묘사한다.

“순간 모든 것이 복잡해졌다. 20대 국회는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으로 새롭게 추진하고 개편할 일들도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4개월 뒤 ‘초선 백수’의 삶이 그려지지 않는다.”

심사평가연구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4개월짜리 임기의 국회의원 직을 승계받기로 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는 코로나19라는 비상시국에 대처하는 데 국회에서 할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국회의원 직을 이어받고 국회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이 책에는 공공의료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저자의 고민과 철학이 묻어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지만, 공공의료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대우도 아직 많이 열악하다. 예를 들어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끝나고 감사원은 질병관리본부를 털었다. 감염병 대응 과정의 불확실한 정책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공무원이 감사원 징계를 받았다. 감사원 감사 이후 질본을 떠난 감염병 전문가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행정을 꾸려가기 쉽지 않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 사례를 볼 때, 그리고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를 볼 때 이제 방역은 국가안보의 상수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더 큰 맥락에서 공공의료와 방역에 관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드러낸 보건과 정치의 갈등,
국가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의협과 정부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 책에서는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의학의 관점과 방역의 관점은 다르다. 의사는 의학적으로 생각한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라면, 아마 쇄국도 불사할 것이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바이러스 박멸에 투입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반면에 방역은 종합적인 고민이다. 보건의료적 판단에 더해 외교와 경제 문제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옳은 것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 속에서 가장 가능한 것을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누가 맞는지는 상황이 끝나봐야 결과적으로 알게 된다.

코로나 사태에서는 이런 갈등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성공적으로 방역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자원과 수단을 활용해야 하지만, 모든 것을 투입할 수는 없다. 어느 선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지만, 경제?정치?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날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방역에는 정답이 없다.

“방역은 생물”이라는 표현도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신종 바이러스가 막 퍼졌을 시기에는, 그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적 단서가 확보됨에 따라 대상과 결론이 달라지고, 대응 방식도 함께 진화한다. 방역에서 일관성을 가져야 할 것은 외부의 영향 없는 합리적 판단과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국민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방역이 아니다. 방역은 현장의 상황과 정보가 달라짐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에 닥쳐서 해결하려고 나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재난 대책을 일종의 ‘자동차보험’과 같이 생각해서 미리 투자하자고 제안한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자동차보험료는 쓸데없이 들어가는 비용일 뿐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러 나라와 정권이 공공의료를 그렇게 생각해서 코로나 사태를 크게 키운 정황이 있다. 결론은 정부와 국민의 감염병 재난 투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꾸준한 투자는 불시에 찾아온 재난에 맞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더 나은 공공의료 환경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
돈 좀 씁시다!


이 책의 마지막 파트인 ‘88일 이후’에서는 우리가 꼭 짚어보아야 할 보건의료 분야의 이슈에 대해서 정리한다. 보건의료 정책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새겨야 할 조언들로 가득 차 있다. 첫 번째는 공공의료인력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7,600여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의대 설립이나 기존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 등을 통해 공공의료인력 양성 방안을 다각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내 공공의료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와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료인들에게 사명감만 강요해서는 닥쳐올 위기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병원들의 병원이라 할 수 있는, 감염병 전담 전문병원도 필요하다. 감염병 분야는 평상시 환자를 진료하는 것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가가 운영하는 감염병 전문병원은 진료, 연구 및 교육, 국제교류 등을 평상시에 수행하다가 감염병 위기가 발생하면 환자 규모를 확대해 진료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편 공무원에 대한 처우나 대우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메르스 사태 때는 대응 과정의 책임을 물어 현장의 많은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고, 질본을 떠난 감염병 전문가도 있었다. 공무원들이 여러 업무를 맡고 있던 탓에, 감염병 대응에 투입되다가 다른 행정 처리에 지연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방역 전문성을 기대하려면 제발 돈도 써야 한다는 호소도 눈에 띈다. 질본 연구관은 대다수가 의학박사인데, 연봉은 4,000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 그들이 월급 받는 의사로 일하면 못해도 연봉 1억은 기대할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의무 복무기간이 정해진 공중보건의를 활용하는데, 이들에게 전문성을 기대하는 것은 요새 말로 ‘양심리스’라고 일침을 놓는다. 다양한 분야에 돈을 쓰고 국가 예산을 투자해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이 기적에 가깝게 느껴진다. 어찌 보면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들의 지극한 헌신 덕에 이렇게나마 버틸 수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또 어떤 감염병이 들이닥쳐 우리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할지 모르는 일이다. 결국 철저한 준비와 투자, 냉철한 판단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그 과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코로나19 초기 방역의 기록은, 우리가 어떤 고비를 어떻게 넘겨왔는지 확인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초(史草) 역할을 해줄 것이다.

저 : 허윤정 
20대 국회에서 마지막 비례대표를 승계한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해 사회복지학 박사를 취득했고 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 보건복지 전문위원으로 8년간 활동했다. 이후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아주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연구부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등 보건의료 분야에 주로 몸담았다. 그러다가 2020년 1월, 임기 넉 달의 짧은 국회의원 생활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과 국회 코로나대책특위 위원, 더불어민주당 치료제TF 팀장 등을 맡아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겸손하지만 열정적인 추진력과 균형 잡힌 정책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초선과 중진을 아우르는 동료 의원들의 보건의료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료현장과 정책결정 영역을 연계하는 것이 보건의료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믿으며 관련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제도개선TF 부단장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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