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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앙세 3부(14) : 생명을 조작하다
회원작성글 피카소
  (2008-03-28 19:09)
 공감7   조회4333  인쇄  주소복사  소셜네트워크로 공유하기

...이제 우리는 화학을 이용해 유전자를 옮기고, 플라스미드를 이용해 인간의 유전자를 콩에 옮기고, 쥐는 미생물로, 초파리는 벼룩으로, 효모는 대장균으로, 벌은 콩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왓슨과 크릭의 기상천외한 이중나선과 다른 이들이 함께 부린 마술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날마다 새로운 마술이 첨가된다...    -막스 델브뤼크(분자생물학자, 196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피앙세는 그동안 소홀히 했던 사무소 일을 챙기고 있는 중이었다. 책상에는 사건 의뢰서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이타성의 정체를 밝히는 프로젝트에 몰두하다보니 다음 달에는 비서 월급 챙겨주기도 부담스러워질 것 같았다. 생계형으로라도 몇 건은 해결해야 할 듯 싶다. 그에게 의뢰되는 사건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실종 사건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산다. 피앙세는 그 잃어버린 것을 찾아 제자리로 되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맨 위에 놓여진 두꺼운 봉투를 집어들었다. 발신인 주소와 이름이 왠지 익숙했다. 봉투를 뜯어 몇 줄 읽던 피앙세는 들고 있던 서류뭉치를 휴지통에 쳐넣어버렸다. 또 그 놈의 실종 사건이었다. 잃어버린 ‘존재의 목적’을 찾아달라는... 벌써 몇번째인지 모른다. 두께가 말해주듯 잃어버린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이미 피앙세는 이 사건을 영구 미제로 포기하고 손을 뗀 지 오래였다. 혹시 제 발로 돌아올지 모르니 기다려보라고 의뢰인에게 충고했음에도 아직도 집요하게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서류를 집어들려고 할 때 컴퓨터에서 메신저 접속음이 울리고 있었다. 황급히 모니터 앞으로 다가간 그는 인형사가 접속했음을 확인하고 하던 일을 또 미뤄야 했다.

피 : 아, 이거, 미리 예고를 하던지... 너무 일방적이야. 일을 할 수가 없쟎아ㅠ.ㅠ

인 : 왜 울상이야? 굶어 죽기라도 할까봐 겁 나나?

피 : 당신은 타인이 구축해놓은 네트웍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따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필요가 없을지 몰라도 나는 안 그렇쟎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구...

인 : 너희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는 시간에 진작 추구해야 할 진실은 항상 뒷 편에 묻히기 마련이지.

피 : 그런 철학자 같은 이야기는 그만 두고... 아, 참, 당신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혹시 ‘존재의 목적’을 목격한 적 없나? 그걸 자꾸 찾아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수소문 해봐도 행방을 알 수가 없어서리...

인 : 먼저 정말 그것이 애초부터 있기나 했는지부터 확인해보지 그래.

피 : 이런! 있지도 않았던 것을 왜 찾겠어?

인 : 생각보다 단순한 피앙세, 네 주위를 둘러봐.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것들을 있다고 믿고 그것을 찾고, 보듬고, 그것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피 : 당신의 말대로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찾는 사람들은 얼마나 허무할까?

인 : 시간이 많지 않아. 전에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지 그래.

피 : 그래. 시간은 언제나 많지 않지. 저번에 나눈 이야기는 개체의 형태 뿐 아니라 행동도 유전자에 이미 암호화 되어있다. 대충 그런 내용이었지? 그렇다면 그 세팅을 바꾼다면, 즉 유전자의 A,T,G,C 4가지 염기로 조합되어 있는 서열을 바꾼다면 좀 과장되게 이야기해서 인간이 쥐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유전정보를 조작하여 운명을 바꾸다

인 : 원칙적으로 그렇지.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고...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본다면, 쥐의 염색체를 부분별로 분해시켜 다시 조립해서 인간의 염색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 침팬지라면 그 수고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침팬지 염색체가 24쌍이고 인간은 23쌍, 하지만 침팬지의 12번과 13번 염색체의 염기 서열을 분석해보면 이 두 염색체를 합친 것이 인간의 2번 염색체와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침팬지의 두 염색체를 가져다 잇고 몇몇 염색체의 염기 서열을 거꾸로 뒤짚고 삽입-결손 부위를 손질하면 인간의 염색체와 대동소이하지.

피 : 마치 애들이 블록 맞추듯 붙이고 빼고 끼워 넣고 저쪽 것을 여기에 가져다 붙이고...

인 : 블록 맞추기는 좀 심한 비유고...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은 현실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거든... 이번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누가 탔는지 아나?

피 : 잠깐 기다려봐. 어디 한 번 검색을 해보자. 음... 마리오 카페치(Mario R. Capecchi), 올리버 스미디즈(Oliver Smithies), 마르틴 에반스(Martin J.Evans)라고 나오는군. 특정 유전자를 없에거나 바꿔치기 하는 ‘유전자 적중법(gene targeting)’이 업적의 핵심이라고 소개되어 있고.

인 : 마르틴 에반스는 생쥐의 배아줄기세포를 꺼내 원하는 유전자를 조작하고 다른 배아에 이식해 새로운 유전자를 지닌 후손들을 만들어냈다.

피 :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자연에서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생명체의 출현도 예상할 수 있겠군. 인간에게도 이런 방법을 적용해 새로운 인간의 후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 : 사람에게 특정 유전자를 넣었다 뺐다 하는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불가하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 유전자 염기서열의 변화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아볼 수 있다.

피 : 저번에 특정 행동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비교해보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 : 1993년 네덜란드 유전한자 한 브루너(Han Brunner)가 사이언스지에 보고한 내용이 있다. 브루너는 한 이상한 집안을 발견했다. 그 집안의 남성들 상당수가 방화, 강간, 반사회적 행동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었다.

피 : 당연히 그런 행동이 유전에 의한 것인지 관심을 가졌겠군.

인 : 이들의 유전자를 검사해본 결과 X-염색체에 위치하는 모노아민산화효소A(MAO-A)를 만드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문제를 일으킨 14명의 남성 모두가 이 효소를 만들 수 없었다.

피 : 드문 예이긴 하겠지만 단일 유전자 변이가 사회적 행동의 차이를 야기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해 준 셈이군.

인 : 잘 알려진 예들도 많이 있다.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으면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알고 있지 않나?

피 : 21번 염색체가 정상적인 두 개가 아니라 세 개라면 다운증후군... 주변에서 가끔 본 적이 있다. 누가 봐도 튀는 외모와 행동을 하고 있지...

인 : 생명이란 것이 결코 어디서 뚝 떨어진 신성한 존재가 아니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 기술과 지식이 확대되면서 증명되고 있다. 즉, 유전자만 적절하게 다룰 수 있다면 머리 위에 다리를 붙이고 태어나는 개체를 만들 수도 있고, 눈이 다리에 붙어있는 개체를 태어나게 할 수도 있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는 개체를 만들 수도 있고 어리숙한 개체를 만들 수도 있다. 다루는 기술에 따라 생명의 새로운 형태와 새로운 행동을 창조해 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피 : 이미 식물 및 동물에서는 실현되고 있고 인간에게 있어서만은 할 수 있는데 다만 기술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 때문에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지...

인 : 선택적으로 수확량이 많은 곡물 품종을 골라 교배를 시킴으로써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도록 품종 개량을 하거나 동종교배를 통해 능력 있는 순수 혈통의 사냥개가 태어나도록 하거나 아름답거나 머리 좋은 배우자를 고름으로써 더 나은 2세를 만드려는 행위들 자체가 이미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유전 현상을 이용한 생명에 대한 조작을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피 : 그렇다면 결국 현재 존재하는 생명체에 조작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생명체를 마음먹은 대로 조립할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겠는가?

인 : 그것은 현재 기술로는 아직 먼 이야기이다. 차라리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복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신의 자물쇠

피 : 이미 완성된 개체의 극히 일부를 떼어다가 그와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것 그 자체가 생명의 중세적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계기였을 것 같다.

인 : 그렇다. 그런 조짐이 나타난 것은 19세기 말이다. 성게나 도롱뇽의 배아를 대상으로 이미 분열된 배아세포들이 온전한 생명체로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 이후 개구리를 이용한 실험도 성공을 거두었다.

피 : 양서류의 복제 성공 이후 포유류에 대한 시도는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 : 거듭되는 실패에 한 때 발생학계에서는 포유류는 복제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어쩌면 이것은 생명의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신이 자물쇠로 단단히 잠궈놓아서 인간은 풀 수 없다는 신비주의적인 생각을 갖게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자물쇠는 풀렸다. 열쇠를 신이 갖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피 :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그래서 경이적 사건이 되었던 것이군.

인 : 더욱 놀라운 것은 배아세포가 아닌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피 : 사람으로 치면 귓불을 긁어내서 거기에 붙어나오는 세포들로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인데...

인 : 그 뒤를 이어 봇물 터지듯이 쥐, 염소, 소, 돼지, 양, 원숭이가 복제되었고 잘 알다시피 복제개 스너피도 탄생했다. 이제 영장류만 남은 셈이다.

피 : 영장류, 특히 사람이 안된다면 거기에만 혹시 그 신의 자물쇠가 채워져있는 것은 아닐까?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인 : 기술적인,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가 있어서일 뿐이지 인간 복제가 원리적으로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사람이 약 1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면 다 떼어내서 10조 명 이상의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피 : 심각한 이야기인데 갑자기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 생각이 난다. 머리카락을 떼어내 수많은 자신을 복제해내지 않았는가^^ 어쨌든 복제되었다고해서 그들이 모두 같은 인간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인 : 그렇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졌지만 형태, 행동, 사고에 있어서 조금씩 다른 인간이다. 하지만 그 10조 명이 대부분 키가 크고 모두들 좀 덜 떨어졌으며 눈이 나빠 같은 색깔의 안경을 쓰고 같은 피자집에서 똑같은 종류의 피자를 주문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피 : 아직도 결론에 들어가기 전에 할 이야기들이 꽤 많군...

회원작성글 괴수  (2008-03-2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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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목적, 복제,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신...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떠오르는군요.
회원작성글 피카소  (2008-03-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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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자꾸 길어지네요. 저도 빨리 끝내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sea  (2008-03-3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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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키핑부터 해 놓고~~
회원작성글 도다리  (2008-03-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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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작성글 피카소  (2008-03-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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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님, 도다리님, 애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위에 MAOA와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갑자기 얼마전 안양 어린이 살인사건과 이번 일산 여아 폭행 사건이 떠오르네요. 그 범인들은 보통 사람들과 뭐가 달라서 그렇게 잔인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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