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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세포 연구의 최신 동향
성상현(서울대학교)
목 차
1. 서론
2. 본론
2.1. 합성 구획
2.1.1. 다구획화된 소포
2.2.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하기
2.3. 물질대사와 에너지
2.3.1. 단백질 합성
2.3.2. 세포 내 환경의 한계
2.3.3. 인공 세포 내 복잡한 대사 작용
2.3.4. 에너지 공급
2.4. 증식
2.4.1. 성장
2.4.2. 분열
2.5. 의사소통
2.5.1. 의사소통의 기본 모델
2.5.2. 소통의 대상
2.5.3. 공동 행동의 사례들
2.6. 이동성과 화학주성
2.7. 진화
2.7.1. 환경에 대한 인지
3. 결론
4. 참고문헌
1. 서론
세포는 생명의 기본 구성단위로 묘사되곤 한다. 살아있다고 간주되는 최소한의 독립체 역시 세포이며, 모든 생명체는 단세포 혹은 다세포 개체다. 오랜 세월의 진화를 거치면서 세포는 복잡한 구조적 위계와 대사 네트워크를 획득했다. 생명과학이 오늘까지 풀어낸, 그리고 앞으로 풀려고 하는 수많은 생명 현상 관련 문제들도 대부분 세포의 복잡성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세포는 고도로 진보한 미세 반응로라고 할 수 있다. 이 복잡성은 생명이란 것의 기본적인 원리와 기전을 밝히는 것을 어렵게 했고, 여전히 생명 과학이 풀고자 하는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황홀할 정도의 세포의 복잡성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유사한 것을 만들어내길 원하게 만들었다. 최종적인 목표는 사람이 만들어낸 구성물을 가지고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만큼의 기능성과 적응성을 가지는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기술의 발전과 축적된 지식에 힘입어 살아있는 세포의 특성의 일부나마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연구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거나 약물 전달, 유전자 치료, 바이오-센싱, 진단 등의 분야에 부분적으로나마 활용되어 왔다. 이처럼 인공의 세포를 만드는 것은 자연의 세포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적으로 적용 가능한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1, 2].
인공 세포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탑-다운과 바텀-업으로 구분한다면, 탑-다운 전략은 살아있는 세포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의 유전체의 일부는 제거하거나 치환해 가면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 정보를 찾아나가는 것을 예시로 생각해볼 수 있다. 반대로 바텀-업 전략은 살아있지 않은 재료로부터 출발해서 세포를 흉내 낼 수 있는 구조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바텀-업 전략이야말로 고유한 특징을 가진 인공 세포를 만들고, 단순히 살아있는 세포를 재구성하는 것을 뛰어넘어 자연 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생명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3].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살아있는 시스템의 기본적인 특징을 정리해야 하고 그것이 어떻게 인공 세포에서 흉내 내어질 수 있는 가를 논의해야 한다. 핵심적인 부분은 유전자 복제, 전사, 번역, 대사, 신호 전달 등에 해당하는 생화학적인 네트워크들을 작은 공간 내에 잘 정리되고 효율적인 형태로 재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내부의 화학적 공간을 분리하는 구획화(compartmentalization)가 굉장히 중요한데, 인공 세포는 주변 환경과 물리적으로 잘 구분되어야 하는 동시에 외부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공 세포들도 내부를 작은 구획으로 나누어 진핵 세포와 조직의 위계적 구조를 흉내 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갖도록 세포의 경계를 구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물질은 현재까지도 지질이며, 여러 가지 폴리머나 하이드로젤, 코아세르베이트 등도 점차 사용되고 있다 [4, 5].
‘살아있음’에 대한 정의는 매우 어려운 것이고, 인공 세포가 살아있는 세포의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한 가지 이상의 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되고, 따라서 인공 세포끼리도 상당히 다른 양상을 가진다. 그럼에도 궁극적인 목표는 세포의 기능을 최대한 완전한 형태로 재현하고 원하는 목적에 맞도록 조작할 수 있는 단계일 것이다. 현재까지 구현된 기능의 일부는 단백질 합성, 광합성, 막 합성과 분열, 신호 전달 등을 포함한다. 실제로 자연 상에 존재하는 세포의 기능도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인공 세포를 제작하려는 노력도 이를 고려하여 필요한 기능을 조합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6, 7].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 하면, 물질대사, 에너지 공급, 성장 및 소통을 꼽아볼 수 있다. 물질대사는 다양한 분자끼리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이어지고 생명 활동의 물질적 기반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생명 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 과정은 필수 불가결하다. 인공 세포가 가지는 기능의 단계가 많아질수록 핵심적인 대사산물을 재생산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하는 대사 과정의 부담도 커진다. 성장이라 하면 세포 자체가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복제하고 분열하는 과정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소통은 외부 환경과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인데, 환경에 맞추어 세포 내의 활동들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실제 세포처럼 적응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갖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포의 이동성은 많은 개체에서 중요하다. 특정한 화학 자극에 반응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분야도 활발히 발전하고 있다.
약간 다른 측면에서 Tibor Ganti가 정의한 chemoton model은 최소한의 생명의 특징을 제시한다 : 1) 화학적인 경계(boundary) 시스템, 2) 화학적인 정보 시스템, 3) 자가 재생산할 수 있는 화학적 모터(물질대사), 4) 성장과 생식, 5) 환경에 대한 적응성. 학자마다 생명의 정의에 대해서, 그리고 인공 세포에 꼭 구현되어야 할 특징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에는 대체로 합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러한 정의를 엄밀히 하는 것이 좋은 인공 세포를 만드는 것에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은 느슨한 전제를 기반으로 이 분야를 요약해도 좋을 듯하다. 비록 바텀-업 방식으로 구성한 인공 세포가 정말로 ‘살아있는가’하는 점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실용성의 관점에서는 더없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고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기술과 지식의 발달로 이제는 점점 더 똑똑하고, 진짜 세포 같은 인공 세포가 개발되는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8].
2. 본론
2.1. 합성 구획(synthetic compartment)
모든 생명 시스템은 반투과성 경계를 가지고 환경과 물질 교환을 한다. 중요한 것은 내부에 유지하면서 필요한 영양분은 환경에서 얻고 쓰레기는 내보내야 한다. 살아있는 세포는 채널, 수용체, 이온투과체(ionophore) 등을 포함하는 지질 기반의 반투과성을 막을 이용한다 [9]. 인공 세포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막의 핵심 구성단위의 화학적 성질, 막의 두께, 채널이나 구멍의 존재, 이질성을 갖는 막에서의 특정한 영역(domain) 설정 등이다. 최근에는 나노나 마이크로 수준의 구획화를 통해 환경과 물질 교환을 하는 시스템이 정형화되어 있다. 지질을 기반으로 하는 리포좀, 중합체를 기반으로 하는 폴리머좀(polymersome), 둘의 하이브리드, 바이러스 캡시드, 코아세르베이트 등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연 세포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흉내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나마 몇몇 사례에서 다중의 구획화를 통해 자연 세포를 흉내 내고 있다.
2.1.1. 다구획화된 소포
다구획화를 구현한 사례들은 여러 겹(layer-by-layer)의 캡슐 속의 리포좀, 리포좀 속의 리포좀(베소좀), 폴리머좀 안의 폴리머좀 구조, 그리고 멀티좀 등이 있다. 특기할 만한 사례로는, 서로 다른 화학 환경을 별개의 구획에 구현하여 세포 소기관을 흉내 낸 경우가 있다. 큰 폴리머좀 내부에다, 연속적인 효소 반응의 일부분씩을 중합체 기반의 나노 반응기에 따로 넣었다. 나노 반응기의 반투과성이 반응물과 생산물의 확산을 촉진했고, 동시에 효소는 각자의 위치에 머물도록 했다. 이를 통해 다 섞여 있는 상태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효소 반응 연쇄를 구현할 수 있었다 [10, 11].
다른 사례에서는 멀티좀을 통해 수용액성의 구획이 서로 연결된 커다란 네트워크를 구현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여러 개의, 지질 단일층으로 둘러싸인 water-in-oil 방울들이 서로 접촉하고 droplet interface bilayer (DIB)를 만들 때 형성되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구조를 통해 효소 반응들을 서로 다른 구획으로 분리할 수 있다. 이러한 다구획화된 소포를 기반으로 세포 사이에 경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면 세포를 넘어 조직(tissue)을 구현할 수도 있다 [12].
실제 세포에서 특정한 구획은 막 없이 존재하고, 대체로 큰 분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세포질 내에서의 상 분리(phase separation) 현상으로 설명된다. 이를 응용하여 덱스트란과 PEG (polyethylene glycol)를 감싸는 구조가 리포좀 내에서 상 분리를 일으키도록 하고 서로 다른 분자들이 두 상에 나뉘도록 한 사례가 있다. 실제 세포에서 상 분리 현상이 다양한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만큼, 인공 세포 내에 구현된 상 분리가 구획화의 중요한 방향일 수 있다 [13].
다음으로 다구획화된 소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숫자에 대한 정확한 조절, 위치 조절, 구획의 막 투과성 조절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핵심적인 기술은 선택성을 가지는 채널 등을 합성 소포에 도입하는 것인데, 지질이나 중합체 기반의 막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2.2.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하기
생명은 물질을 분리하기 위한 경계뿐만 아니라 정보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생명의 정보를 담는 분자는 단연 DNA이고, 인공 세포에서도 DNA 기반의 정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장 단순한 생물조차도 수 백여 개의 유전자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아직까지 이런 수준의 인공 유전자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합성 유전자 회로를 이용해서 약간은 복잡한 행동도 구현할 수는 있다. 최근에 개발된 전사-번역 시스템은 대장균의 7개의 σ 인자를 이용해서 복잡한 행동을 이끌어 냈다. 일련의 전사 활성화 흐름을 통해 결과적으로 리포터 단백질의 발현을 보인 것이다. 다른 회로에는 AND 게이트를 포함시켜 동시에 두 가지 σ 인자가 발현되어야만 리포터 단백질이 발현되도록 하거나, 펄스 회로를 만들어 하나의 인자가 처음에는 리포터의 발현을 촉진하다가 나중에는 지연된 억제 경로를 통해 리포터 발현을 억제하는 것도 구현했다. 또한 사용된 유도 물질의 종류에 따라서 두 가지 결과를 스위치처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회로도 있다. 그 밖에도 양성 피드백 루프나 특정한 대사산물을 합성하도록 하는 것도 구현 가능하다 [14, 15].
대량 시스템 (bulk system)에서는 진동이나 패턴 생성 같은 훨씬 복잡한 행동도 구현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개별적인 반응물들을 아주 세밀하게 조정 가능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포체 기반 시스템에서는 분자들이 무작위적으로 소포로 감싸 지기 때문에 정밀한 조절이 어렵다. 미세유체공학을 접목하면 인공 세포 수준에서도 잘 조절된 미세 환경을 통해 복잡한 유전자 회로를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유전형과 표현형이 잘 연결된 소포체를 통해 인공 세포의 진화를 직접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공 세포의 유전 정보가 그 세포의 생화학적인 특성을 결정하고, 자연에 의해 선택될 수 있는 조건을 표현할 수 있다면 최소한 유도 진화(directed evolution)는 구현해볼 수 있을 것이다.
2.3. 물질대사와 에너지
생체 내 생화학 과정은 재료와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어야 진행될 수 있다. 대사는 살아 있는 개체 내의 생화학적 반응 전체를 말하며, 생존을 위한 물질적 기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포 간의 소통 같은 복잡한 기능에도 중요하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인공 세포는 재료와 에너지 모두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는 없었다. 외부에서의 공급이 이어지더라도, 누적되는 부산물을 처리하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생화학 반응이 멈출 수 있다. 그나마 에너지 수송 분자를 재생성한 사례로는 NADPH가 일련의 효소와 전자 주개를 포함하는 폴리머좀 내부에서 재생성된 사례가 있다. 세포 없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시스템에서는 ATP 재생성을 통해 단백질 생산 시간을 늘린 경우도 있다. 광합성을 모방하여 빛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서 에너지가 풍부한 중간 물질을 생산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빛과 ATP 합성 효소, 박테리오로돕신 또는 수소 이온 펌프를 이용해서 폴리머좀과 리포좀 내에서 ATP를 생산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시스템을 인공 세포에 접목시켜 구현한 사례는 없다 [16].
2.3.1. 단백질 합성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사 과정은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단백질은 거대 분자로써 복잡한 3차 및 4차 구조를 가지고 개체의 구조적인 기반을 제공하거나 효소로 작용하는 등 대부분의 세포의 활동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단백질을 생산해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인공 세포에 필수적이다. 비 세포적 단백질 합성(cell-free protein synthesis, CFPS) 시스템은 in vitro의 세포 밖 환경에서 전사 및 번역 과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백질 합성 과정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줄이고 핵심적인 부분만 취했는데, 유전자 주형, 효소들, 아미노산, 염, 에너지 공급 분자, 조효소 등이다. 이러한 단순성 덕분에 CFPS는 인공 세포에도 도입하기 좋은 단백질 생산 시스템이 된다. 형광 단백질 같은 것들이 CFPS를 통해 잘 생산되었지만, 인공 세포에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으로 막 단백질을 들 수 있는데, 막 단백질은 효소, 신호 수용기, 수송 채널이나 펌프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CFPS를 통해서도 막 단백질은 생산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박테리오로돕신, 세포 분열에 중요한 FtsA 등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세포막으로 수송되어서 정확하게 기능하도록 조립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인공 세포는 좋은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7, 18].
또 다른 문제는 in vitro에서 생산된 단백질의 번역 후 변형(post-translation modification)인데, 단백질의 당화(glycosylation), 인산화(phosphorylation) 등이 잘 이루어져야 완전한 기능을 갖추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의 변형에 관여하는 효소나 재료 물질을 인공 세포에 넣어주어서 일부의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지만, 다양한 대사 과정과 복잡한 기능을 인공 세포가 수행하도록 하려면, 훨씬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2.3.2. 세포 내 환경의 한계
세포 내 항상성은 정상적인 대사 활동을 위해 중요하다. 시험관 내 용액과 세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포 내에 단백질, 핵산, 다당류 등 거대 분자들이 높은 농도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자들의 높은 농도는 대사에 참여하는 물질들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분자들의 확산 계수를 낮추게 하는 효과가 있고, 세포 내 용액의 자유 에너지 감소로 인해 거대 분자들의 평형 상수를 증가시킨다. 또한 단백질들끼리 뭉치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세포는 이러한 조건들을 조절해가며 복잡한 생화학 반응들을 조화롭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인공 세포는 실제 세포만큼 분자들의 농도를 높이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이다. PEG (polyethylene glycol), 덱스트란 등을 주입해서 인공적으로 분자들이 붐비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19, 20]. 단순분산형(monodisperse) 리포좀을 사용해서 인공 세포의 크기를 상당히 감소시킴으로써 실제 세포 내의 용액의 농도를 구현한 사례도 있다.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하면, 실제 세포에서는 액체-액체 상 분리(liquid-liquid phase separation, LLPS) 현상을 통해 세포질 내가 용액이라기보다는 젤 상태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구조를 막이 없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보기도 하는데, 다양한 대사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인공 세포 내에서도 LLPS를 일으켜서 효소의 반응을 일으킨 사례가 있는데, 실제 세포 내 대사 과정을 흉내 낼 수 있는 유용한 사례로 생각된다 [21].
2.3.3. 인공 세포 내 복잡한 대사 작용
인공 세포 내에 하나의 효소 반응을 집어넣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연쇄적인 반응이나 반응 네트워크를 통째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다. 대사체와 효소들을 재활용함으로써 복잡한 대사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사 과정이 지속적으로 잘 일어나기 위한 가장 단순한 전제는 기질(substrate)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생산물은 계속 제거되는 것이다. 초기에는 선택적인 투과성(selective permeability)을 이용하거나 막에 구멍 단백질(pore protein)을 부착함으로써 이를 실현하려 했다 [22, 23]. 이후에는 모든 분자를 지속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나노리터 단위의 반응기를 이용해서 다양한 조절 기전이 작동하도록 한 사례도 있다. 또한 칩 위에서의 DNA 구획화(on-chip DNA compartment)에 기반한 자동으로 조절되는 단백질 합성 과정도 보고되었다 [24]. 최근에는 다공성 구조를 가지는 하이드로젤을 통해 유전자 발현의 진동을 구현하기도 했다. 원하는 방식으로 물질을 순환시키고 조절하는 것이 복잡한 대사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데 핵심인 셈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핵산이나 효소 같은 분자들을 분해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이다 [25]. 이러한 분자들은 반응이 진행되면서 활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분해하고 재생산해서 지속적으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in vitro에서 이러한 분자들을 생산하는 과정의 효율성이 낮으며, 최대의 활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힘든 일이다. 분해 과정에 대해 생각해보면, 실제 세포가 사용하는 가수분해 효소들은 4.5-5 정도의 낮은 pH에서 최적 활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대사 과정은 방해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분자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인공 세포 내에도 별도로 구획화 된 분해 공장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실제 세포가 사용하는 라이소좀 같은 구조를 갖추고, 필요한 효소와 환경이 그 내부에 갖춰지도록 하는 것이 남아있는 주요한 과제다 [26]. 원하는 반응이 인공 세포 내에서 잘 일어나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능이 감소한 분자들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것까지 고려하려면, 아직까지 복잡한 대사 네트워크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이다.
2.3.4. 에너지 공급
항상성뿐만 아니라 복잡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대사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에너지가 인공 세포에 공급되어야 한다. 실제 세포에서는 ATP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에너지 제공 기질이며, ATP의 생산과 소비 모두 다양한 생체 반응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에서는 ATP의 생산을 위한 세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기질 수준의 인산화, 광 인산화, 산화적 인산화이다. 이런 세 과정에 기반하여 인공 세포에서도 ATP를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해볼 수 있다.
1) 외부에서의 공급
기질 수준의 인산화는 에너지가 풍부한 물질과 ATP 생산을 연결 짓는 과정을 말한다. 즉, 기질로부터 인산기를 추출하여 ADP 또는 GDP에 전달하여 ATP 또는 GTP를 생산한다. 이러한 단순성과 쉬운 작동 방식 덕분에 세포 없이 ATP를 생산하려는 여러 시스템에 차용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에너지가 풍부한 기질이라 하면, phosphoenolpyruvate, creatine phosphate, acetyl phosphate 등이 포함되는데, 실제로 높은 농도의 단백질 합성을 도와줄 수 있는 분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자들은 비용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무기인(inorganic phosphate)이 축적되고 pH 변화가 발생하는 등 큰 스케일의 화학반응에서 사용하기 힘든 면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yruvate, maltodextrin, maltose 등 해당 과정의 중간 산물을 도입해서 무기인을 재활용하고 ATP의 생산을 촉진하는 시도도 있었는데, 추가되는 대사 과정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부산물이 축적되는 등 완전한 해결이라 하긴 어려웠다 [27, 28].
다른 접근 방식은 물질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유해한 부산물은 제거함으로써 인공 세포가 더 오래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투석 막을 사용해서 공급 버퍼와 세포가 없는 시스템을 분리함으로써 에너지 기질 같은 작은 분자들이 막을 통과해 확산하도록 하고, 그로 인해 단백질 합성이 지속 가능하도록 한 경우가 있다. 또한 구멍을 형성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막에 부착함으로써 물질의 대량 이동을 개선한 사례도 있고, 최근에는 다공성의 하이드로젤로 단백질 합성의 지속 시간을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는 방법론은 비용의 측면에서 한계가 많을 뿐 아니라, 진정한 인공 세포에 기대되는 해결책이 아니다 [29, 30].
2) 자가 생성(self-regeneration) 시스템
자연의 산화적 인산화와 광 인산화의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막을 경계로 수소 이온의 농도 구배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산화적 인산화에서는 에너지가 풍부한 분자가 산화되는 과정에서 전자가 전자전달계를 통해 전달되며 농도 구배를 형성할 동력이 생긴다. 광 인산화에서는 광합성 색소들의 도움과 빛 에너지를 통해 농도 구배 형성이 이루어진다. 두 번째는 수소 이온 농도가 ATP 합성 효소를 통해 ATP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두 단계를 인공 세포 내에 구현하는 것이 자가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출발이 될 수 있다 [31, 32].
1970년대부터 박테리아의 막을 인지질 소낭에 집어넣거나 정제된 박테리오로돕신을 이용해서 ATP 합성 과정을 흉내 낸 연구가 있어 왔다. 이후로도 ATP 합성 효소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통해 ATP 합성 시스템을 개량하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질 막의 조성을 다르게 함으로써 ATP 합성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도 있었다. 특히 단백질의 농도 또한 ATP 합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고, 에너지 생산을 위한 인공 소기관의 효율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33].
이런 식으로 모듈화된 에너지 생산 기관은 다른 생체 반응과 연결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다양한 파장대의 빛에 반응하며 조절 가능한 ATP 합성 시스템을 이용해서 액틴의 중합을 통한 세포막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34]. 이후에는 비슷하게 박테리오로돕신과 ATP 합성효소로 이루어진 광합성 소기관을 도입함으로써 전사와 번역 과정을 돕도록 한 연구도 나왔다 [35]. 최근에는 자연적인 부분과 인공적인 부분을 동시에 갖는 엽록소 흉내 기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는 대사 사이클을 구현해 내기도 했다 [36]. 이러한 훌륭한 성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낮은 효율이다. 대부분의 인공 에너지 생산 기관은 간단한 화학반응 연쇄에만 사용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은,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가 복잡한 막 구조에 다양한 단백질을 품음으로써 복잡한 대사 과정을 담당하는 것처럼, 기능적으로 다양한 단백질을 더 많이 삽입한 에너지 생산 기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2.4. 증식
증식은 살아있는 세포의 기본적인 특징으로, 하나의 모세포로부터 두 딸 세포가 생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단세포 생물의 입장에서는 군집의 증가로 이어지고, 다세포 생물에서는 발생으로 이어진다. 정확하고 지속적인 증식은 다윈 진화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자손이 부모 세대로부터 대부분의 특성과 일부 변이를 물려받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아주 단순화해서 새로운 막을 합성하고 분열할 수 있는 인공 세포에 대해서만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방산 기반의 역동적인 막의 경우에는 외부에서 더해지는 막 성분들이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인지질 기반의 막은 덜 역동적이고 in situ에서 막 성분들을 합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폴리머좀은 더욱 안정적이어서 분열하는 인공 세포의 재료로는 적합하지 않다.
2.4.1. 성장
성장은 세포 분열에 선행하여 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단계이다. 대사 작용이 활발히 일어나서 세포의 성장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공 세포의 성장은 세 가지의 형태로 일어난다. 환경으로부터 물질을 흡수하거나, 서로 합쳐지거나(융합), 내부로부터 물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초기 연구에서, 지방산으로 이루어진 막 소포가 외부로부터 알칼리성 마이셀을 흡수하도록 하면서 세포의 성장 과정을 흉내내기도 했다 [37]. 이러한 모델을 통해 원시적인 세포의 특성이 연구되기도 했으나, 인공 세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지방산 자체가 특정한 생체 반응과 잘 맞지 않기도 하고 막 구성 성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후에 인지질 소포를 이용해서 서로 합쳐지며 성장하는 모델이 확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막을 경계로 하는 삼투압에 의해 형성되는 막의 장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38]. 무질서하게 융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질 막에 특정한 변형을 추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음 전하를 띄는 지질을 사용해서 전기적 반발을 일으켜서 소포끼리의 융합이 일어나도록 한 연구가 있다 [39]. 빛에 민감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해서 성장 과정을 빛으로 조절하기도 했다 [40]. 이후에는 단백질-지질의 상호작용을 이용해서 막끼리 결합하고 융합하도록 하기도 했고, 폴리머로 이루어진 소포가 자극에 반응하는 나노입자(막 구성 물질을 내부에 가지고 있는)를 흡수하면서 성장하도록 하기도 했다. 흡수 전략에 비하면, 융합 전략은 세포의 크기가 증가하며 발생할 수 있는, 대사에 대한 부담 증가분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럼에도 이 두 가지 전략은 주변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와야 하기 때문에 원시적인 형태의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정교한 방식은 실제 세포처럼, 세포 내부에서 막을 합성하고 기존에 존재하던 막에 끼워 넣는 방식이다. in vitro에서 인지질을 합성하는 기술이 개발된 지는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실제로 내부에서 합성된 지질을 통해 막 성장을 이루어냈다. 인공 세포 내에서 막 성분을 생산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촉매를 막이나 루멘으로 감싸고 그 내부에서 양극성 분자를 생산하게 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막이 성장하게 되면 부피 대 면적의 비율이 감소하고, 열역학적으로 자연스러운 분열이나 출아를 유도하게 된다. 이 시스템의 문제점은 몇 번 성장과 분열을 반복하고 나면 촉매가 희석된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막 성분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재생산할 수 있는 촉매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인공 세포가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41, 42].
기본적으로 핵심적인 대사 과정이 함께 복제되어야만 분열 이후에도 대사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다. 촉매를 재생산하는 방식 이외에, 막 구획이 성장하면서 저해제가 희석되는 효과를 통해 구획 내 항상성을 구현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사 과정을 복제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어려운 문제이다. 더 나아가 유전 물질의 복제까지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2.4.2. 분열
성장의 다음 단계로써 분열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세포막이 변형되면서 부피 대비 면적의 비율이 증가하고 분리가 일어날 위치가 좁아지며 아령 모양을 형성한다. 세포 내부의 구성물들도 두 영역으로 나뉜다. 세포막이 좁아진 부위가 완전히 분리되면 두 개의 독립적인 세포가 된다. 인공 세포의 분열의 경우, 외부의 물리적 자극, 막 성장, 부피 감소, 상 분리 등을 통해 시작될 수 있다. 단순히 부피 대 면적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도 자발적인 분열이나 출아를 유도할 수 있는데, 자연의 세포처럼 엄격히 조절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에는 거대분자를 도입해서 그나마 분열 과정을 조절하려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대장균의 FtsZ와 FtsA를 통해 생성된 수축성 Z-ring이 인공 세포를 분열시켰다. 마지막까지 가장 중요한 과제는 유전 정보를 분열하는 세포에 정확하게 나누어 분배하고, 세포 주기의 체크포인트들을 도입하는 것이다.
거대 단막성 소포(giant unilamellar vesicle, GUV)가 분열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는데, 높은 유동성을 가지며 실제 세포막 시스템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43]. GUV를 이용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액토마이신과 FtsZ 같은 구조 단백질이 세포 분열에 필요하다는 것을 밝힌 사례가 있다. 또한 세포 없이 박테리아의 분열 프로토-링(proto-ring)을 합성하여 리포좀으로부터 소포가 돌출되어 나오도록 하기도 했다 [44]. 이러한 모델들은 특정한 분열 단백질이 지질 막에 결합해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막의 분열은 이러한 단백질의 존재와 독립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는데, 가까이 위치해 있는 막 단백질들의 배열에 의한 압력으로 막에 굴곡이 형성되고 분열하기도 한다. 단적으로, 막에 존재하는 녹색 형광 단백질이 세포의 분열을 유도하도록 할 수도 있다 [45]. 이러한 방법은 in vitro에서 분열 과정을 재현하는 것을 쉽게 만들어 주지만, 반대로 부피와 내부 물질의 입장에서 무질서한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확하게 딸 세포의 발생을 조절하기 위해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을 도입하여 리포좀을 물리적으로 자른 연구도 있다 [46]. 최근에는 상-분리가 일어난 GUV에 적절한 농도 변화를 일으켜 분열을 시공간적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우, 타깃이 되는 GUV만 선택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최근의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운 점은, 막 분열 과정에서 부피와 내부의 구성 성분들이 분리되는 과정이 무작위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복잡한 대사 과정이 소포 내에 들어있는 인공 세포의 경우에는 정확히 소포들을 둘로 구분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음 전하를 띄는 DNA와 양 전하를 띄는 막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용해서, 세포 내 구획이 분열되는 과정과 DNA가 증폭되는 과정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47]. 이를 통해 DNA의 증폭이 소포의 성장과 분열을 유도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공적인 분열은 부피나 모양에 있어서 비대칭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실제 세포에서도 분화나 다른 생명 현상을 위해 비대칭적인 분열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다만, 기본적인 구성성분, 특히 세포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물질인 DNA의 대칭적인 분열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2.5. 의사소통
앞서 논의된 세 가지 모듈은 단일한 인공 세포 수준의 활동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세포의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특징은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며, 이는 세포가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서로 협력하거나 대치하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소통은 세포 내에서 관련이 있는 모듈끼리도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의 정보 교환 및 조율이 복잡한 생명 활동의 네트워크를 조절하는데 중요하다.
2.5.1. 의사소통의 기본 모델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은 송신자, 수신자, 그리고 신호를 전달하는 정보, 세 가지의 주체로 이루어진다. 신호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반응은 특정한 물질을 생산해서 방출하거나, 세포가 이동하거나, 세포의 형태가 변하거나 하는 등 다양할 수 있다. 인공 세포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구현한다면, 환경으로부터 특정한 신호를 받아들여 특이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반투과성의 구획을 통해 기질이 들어오도록 해서 단백질 합성을 일으키도록 한 사례가 있다 [29]. 또한 pH, 삼투압, 빛, 온도 등의 환경 자극에 대해 특정한 물질을 분비하도록 한 경우도 있다 [48]. 조금 더 복잡한 의사소통을 구현하려면 특정한 신호 송신자를 상정해야 한다. 즉, 신호 송신 인공 세포를 만들어서 환경으로 특정한 신호를 분비하도록 하면 된다. 여기서 일방의 신호 송신-수신이 아니라 송신자가 동시에 수신자가 되도록 하면, 인공 세포 자신의 생산물에 대한 반응으로 스스로의 활동을 조절하게 할 수도 있다 [7]. 이러한 방식으로 하나의 군집을 이룬 것처럼 공통된 인공 세포의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인공 세포의 소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신호’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신호의 종류에 따라 인공 세포 자체의 디자인이 달라질 수 있다. 외부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방법도 중요한데, 신호 분자를 전달하기 위해 모양을 바꾸거나, 구조를 바꾸는 등의 수신 물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조금 더 기본적으로 들어가면, 유전자 수준에서 모듈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한데,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프로모터라던가 작은 분자나 이온에 대한 다양한 바이오 센서를 이용해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수신 모듈을 각각의 구획으로 포장하면, 복잡한 소통 능력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정보를 담은 분자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공 세포는 기본적으로 확산을 통해 분자를 방출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다. 거대 분자에 비해서는 CO2나 포도당 같은 분자들이 반투과성 막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신호로 이용되기 쉽다. 실제로는 구멍이 큰 막을 이용해서 DNA 조각이나 단백질을 통과시켜 반응을 이끌어낸 연구도 있다. 이렇게 큰 구멍을 가진 막은 리포솜에 비해 물질 교환에는 용이한 면이 있지만, 막 자체에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다른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신호의 전달을 확산에 의지한다는 것은 조절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특이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대표적으로 항체나 아비딘-바이오틴의 상호 작용을 이용해볼 수 있다. 막에 이러한 분자들을 부착하고 호환성과 모듈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9, 50].
2.5.2. 소통의 대상
최초로 인공 세포가 자연 세포와 소통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은 포름알데하이드와 붕산을 다양한 당 유도체를 생성하는 원료로 사용한 경우이다 [51]. 박테리아 Vibrio harveyi가 보이는 생체발광 현상의 유도 인자와 붕산이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 인공 세포는 박테리아가 빛을 내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대장균이 원래는 감지할 수 없는 화학 물질을 인공 세포가 번역해 주어서 박테리아의 세포 내 반응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도 개발되었다 [52].
인공 세포 간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좀 더 드문데, 대표적인 사례는 한 콜로이도좀이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도록 해서 다른 콜로이도좀으로 전달하게 만들었다. 이때 두 번째 콜로이도좀의 바깥 껍질에 온도에 민감한 PNIPAM이 형성되도록 했고, 이 껍질은 콜로이도좀의 투과성을 변화시켜 내부의 효소 반응의 속도를 조절했다 [53]. 같은 그룹에서는 인공 세포의 군집 내에서 포식 행동을 구현했는데, 코아세르베이트 방울이 단백질 기반의 소포를 찾고 공격한 후 분해시키고, 그 내용물을 이용할 수 있었다 [54].
아직까지는 인공 세포 간의 소통은 자연 세포 간에 일어나는 소통의 원시적인 모방인 경우가 많다. 인공 세포 간에 쌍방의 소통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그것이 가능해지면, 군집 단위에서 서로의 행동을 조절하고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인공 세포를 넘어 인공 조직을 바텀-업 방식으로 합성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2.5.3. 공동 행동의 사례들
개별적인 인공 세포가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면 공동의 반응을 할 수도 있다.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 같은 기전이 박테리아 군집에서는 흔히 발견되는데, 이는 박테리아 자신이 생산하는 물질의 농도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조절되는 현상이다 [55]. 정족수 감지에서는 군집 내 세포의 밀도가 중요한데, 인공 세포에서는 T3 RNA 중합효소를 정족수의 신호로 사용해서 높은 밀도의 세포가 존재할 때에만 형광을 내도록 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인공 세포 그룹에서 펄스와 웨이브 같은 서로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인공의 의사소통을 표현한 가장 재미있는 사례 중 하나는 분화 과정을 흉내 낸 것인데, 분화는 다세포 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56]. 여러 종류의 유전자 회로를 피드백 관계로 연결해서, 신호 전달 과정에서 분화된 유전자 발현 패턴을 나타내도록 했다. 신호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균일한지 아니면 이질적인지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인공적인 의사소통을 구현함으로써 개별적인 인공 세포가 아니라 군집 수준의 반응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2.6. 이동성과 화학주성(chemotaxis)
자연에서 세포의 이동은 대개 화학주성을 기반으로 화학 물질의 농도 구배에 따라 일어난다. 아직까지 인공의 세포 구조가 능동적이고 방향성을 가진 이동을 구현한 경우는 드문데, 구현 가능해진다면 자연 세포의 이동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특정한 화학 환경으로 약물을 배달하는 등의 흥미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57].
합성 구조물은 자기장, 음향, 전기장, 빛, 화학적 연료 등을 이용해서 가속될 수 있다. 화학적 연료를 사용하면 외부의 힘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연료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나노모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대체로 세포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한 그룹에서는 그릇 모양의 폴리머성 소포체를 stomatocyte로 명명하고 내부의 과산화수소를 소모하는 촉매를 통해 추진력을 얻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러한 나노 모터는 폴리머좀을 잘 변형해서 모양을 만들고, 내부의 빈 공간에 효소를 붙잡아 놓음으로써 구현했다. 이 나노 모터가 보여주는 움직임의 방향성은 확산 영동(diffusiophoresis)과 산소 방울의 형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58, 59].
생명체의 행동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합성된 모터가 화학주성을 가져야 한다. 앞서 말한 stomatocyte를 발전시켜 과산화수소의 농도 구배를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나노 모터가 보고되었고,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호중구(neutrophil) 세포를 향해 이동할 수도 있었다 [60]. 이는 매우 단순한 형태의 화학주성이긴 하지만, 연료의 농도에 따라 속도가 증가하는 점을 잘 이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더 발전시켜 여러 가지 피드포워드 루프들을 포함하는 효소 반응 네트워크를 통해 연료의 농도와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나노 모터의 개발도 진행 중이다.
2.7. 진화
진화는 생명의 전형적이고 중요한 특징이다. 의사소통이 진화에서 중요한 이유는, 세포가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과정에서 그 자신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이 진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사례로, 특정 구조의 RNA가 소포체의 내부와 연결되어 있을 때 소포체의 구조를 안정시키고 생존을 촉진한 경우가 있다. 짧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와 복제 리보자임(replicase ribozyme) 간의 상보적인 결합을 통해 소포체의 진화를 연구한 모델도 있다. 아직까지는 인공 세포의 활발한 증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인공 세포의 진화를 구현하는 것도 요원하긴 하다 [61].
진화를 구현하는 것에 앞서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환경에 대한 적응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때까지 논의한 기본적인 생명의 특성들은 잘 조절된 환경 하에서 구현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적응성이다. 적응을 통해 환경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세포끼리도 신호를 인지하고 반응할 수 있다.
2.7.1. 환경에 대한 인지
한 연구에서는 단백질-리간드 상호작용을 외부의 작은 분자를 통해 조절할 수 있는 거대 소포체 시스템을 개발했다(62). pH를 조절하는 효소인 알코올 탈수소 효소(alcohol dehtdrogenase, ADH)를 이용해서 GUV의 막에 위치하는 리간드와 타깃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조절한 것이다. GUV 내부의 pH는 NAD(H)의 산화-환원 상태에 따라 조절되는데, 아이소프로판올이나 아세톤을 이용해서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두 분자 중 어떤 것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단백질-리간드의 상호작용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원래의 기질을 다른 것으로 대체함으로써 쉽게 그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적인 세포는 신호 전달을 조절하기 위해 막의 구성을 바꿀 수 있지만, 합성 막의 경우에는 훨씬 더 고정적이다. 한 그룹에서는 가역적인 연결을 활용해서 acyl 잔기와 친수성 머리 부분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유사 지질 분자를 만들었다. 이 지질은 GUV 내로 저절로 조립되어 들어갔고, 특정한 전구체를 GUV 용액에 넣어주었을 때 머리와 꼬리 부분을 교체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GUV의 막 조성을 재구성해서 특정한 단백질이 새로 생성된 지질의 머리 부분에 결합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자연 세포에서는 세포 내외부의 상태에 따라 막의 조성뿐만 아니라 모양 또한 변화한다. 폴리머좀과 콜로이도좀(colloidosome)을 이용해서 온도 변화나 내부의 진동성 반응에 따라 모양이 변화하는 시스템이 소개되었다. 또한 세포 내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콜로이도좀의 막 투과성을 조절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미약하게나마 적응성을 가지는 인공 세포를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63].
3. 결론
다양한 모듈의 라이브러리가 양적,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이는 인공 세포의 다양성과 기능성을 더 높여줄 것이다. 다음 단계는 이러한 모듈들을 하나의 완성된 인공 세포로 조립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모듈끼리 결합하는 선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모듈 조각들이 늘어날수록 복잡도는 증가하고 공통의 기질에 대한 경쟁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효율이 감소하기 쉽다. 살아있는 세포는 오랜 세월 동안 다른 기능을 가지는 세포 내 소기관들을 발전시켰다. 원핵 세포라 할지라도 핵양체(nucleoid)나 리보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포 내에 위계를 만듦으로써 각 모듈이 적절한 조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구획을 인공 세포 내에 구현하는 것이 모듈을 통합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미세유체공학을 통해 서로 엉긴 방울(nested droplet)을 구현해서 진핵 세포를 흉내 내려는 시도가 있었다. 전사와 번역 과정을 각각 다른 구획의 방울에 가둠으로써 둘의 작동을 분리하기도 했다. Water-in-oil-in-water의 이중 에멀젼 구조를 통해 인공 핵을 하이드로젤 내에 구획화시킨 연구도 있다. 미세유체공학은 또한 인공 세포 내에 막이 없는 구획(membrane-less compartment)을 구현하는 데에도 잘 이용된다 [64, 65].
다양한 모듈이 한 데 모이게 되었을 때 각자의 효율에는 문제가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단백질 합성 과정은 대량의 용액 상태보다는 한정된 환경 조건에서 더 잘 일어난다. 그러나 인공 세포에 복잡한 구조적 위계를 도입하면서 복잡한 대사 과정을 구현하는 것은 아직까지 어려운 일이다. 기본적으로 in vitro에서 일어나는 생체 반응의 효율이 낮은 데다, 인공 세포 내에서 자원들을 적절히 배정하는 과정이 최적의 조건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질 교환을 확산에 의존하는 인공 세포라면, 한 모듈의 산물이 다른 모듈에 무작위적으로 전달된다. 이는 신호 전달 과정의 효율이 낮아질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파트에서 논의한 것처럼 정교한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모듈끼리의 의사소통이 세포 내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모듈끼리의 통합을 이루어내려는 시도가 각광받고 있다 [66, 67]. 수학적인 모델링을 통해 인공 세포의 잠재적인 역동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한정된 환경에서의 생화학 반응을 평가하는 것, 신호 분자에 의한 의사소통 행동 분석 등이 컴퓨터 모델링으로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증식하는 막 모듈과, 막 수축 모듈, 그리고 막의 위치를 잡아주는 모듈을 컴퓨터의 도움으로 디자인한 연구가 있다. 이러한 방법론은 인공 세포를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 세포의 미래는 앞서 말한 요소들이 더욱 잘 구현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복잡한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유전자 회로, 스스로 재생산 가능한 구획 및 잘 조절되는 분열, 무엇보다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적응할 수 있는 능력 등이 골고루 갖추어져야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인공 세포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저러한 활동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사 기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유전 정보나 막 구성 성분뿐만 아니라 각 기능을 담당하는 미니 공장 자체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결국 개별 요소들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한데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적인 기능을 가지는 다구획화된 소포체 기반의 플랫폼을 다른 시스템에서 개발된 적응성과 합치는 것이 고려해볼 만한 한 가지 전략이다. 그리고 인공 세포 간의 소통을 잘 구현해서 진정한 의미의 적응성을 나타낼 수 있게 되면, 진화의 원리를 직접 구현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4. 참고문헌
==>첨부파일(PDF)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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