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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리포트 동향리포트
원 헬스(One Health) 측면에서 보건 연구의 동향
김재호(교수신문)
목 차
1. 서론
2. 본론
2.1. 원 헬스의 실용성을 둘러싼 논쟁
2.2. 원 헬스에 대한 문헌연구와 인문사회적 관점
3. 코로나19의 확산과 원 헬스
3.1. 집단면역과 격리
3.2. 바이러스의 숙명 ‘변이’
3.3. 인수공통감염병과 원 헬스
4. 원 헬스의 역사와 개념
4.1. 원 헬스의 자각과 진화
4.2. 원 헬스 2.0을 위하여
5. 전 세계 원 헬스 도입과 현황
5.1. 성공적인 원 헬스 사례들
5.1.1. 윌리엄 카레쉬 박사의 사례: 개인이 주체적으로 주도한 프로젝트
5.1.2. 소어 운동: 지역 사회의 협업 모델 구축
5.1.3. 호주의 축산농가 인식 개선: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을 한 사례
5.1.4. 케냐의 ‘ZDC’: 국제사회 차원에서 한 국가의 협업을 이끌어낸 사례
5.1.5. 원 헬스 국제 포럼: 디지털 질병 감시 장치로 원 헬스 지식 저장소 구축
5.2. 원 헬스 관련 주요 기관들과 활동
5.2.1. IPBES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 정책 플랫폼)
5.2.2. 원 헬스 이니셔티브
5.2.3. 세계보건기구(WHO) ‘IHR 2005’
5.2.4.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5.2.5. 원 헬스 위원회
5.2.6. 처방법(Rx) 원 헬스: 의학과 수의학 융합의 집중교육 사례
6. 더 연구해야 할 지점들
7. 결론
8.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서론
2020년 12월은 한국에서 코로나19의 제2차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있던 시점이다. 이때 의학저널 『란셋』에는 ‘과연 원 헬스(One Health)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실렸다 [1]. 논란의 중심엔 인수공통감염병이 있다. 한쪽에선 원 헬스 개념이 인수공통감염병의 일부만 설명 가능하고,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다른 쪽에선 원 헬스 개념이 인수공통감염병을 넘어 기후 재앙,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 야생동물 거래와 사육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른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현실은 재앙과 같은 수준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다.
‘원 헬스(One Health)’는 인간-동물-환경을 고려해 다학제적·초국가적 차원에서 팬데믹에 대응해야 한다는 전 지구적 개념이다. 인간과 동물, 동물과 인간의 관계, 더 넓게는 환경파괴가 연관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는, 당위적 차원의 주장 같다. 다만, 우리 모두가 사스(SARS), 메르스(MERS), 코로나19가 불러온 결과를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코로나19가 발생했고, 어떤 감염병 유행 속에서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 원 헬스 차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본 보고서는 원 헬스 관련 보건 연구의 동향과 흐름을 살피는 데 주력했다.
2. 본론
2.1. 원 헬스의 실용성을 둘러싼 논쟁
노르웨이 노드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인 코트니 워(Courtnery Waugh) 등 3명의 전문가는 삼림 파괴와 도시로의 인구집중, 이를 위한 계획 없는 토지개발과 삼림파괴 등 도시화는 동물성 감염병의 전체 변이 중 약 30%만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1]. 즉, 원 헬스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출현에 실용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척추동물 RNA 바이러스는 종간 전파될 수 있지만, 인류는 그러한 바이러스와 함께 공생해왔다는 논리다. 척추동물은 뼈가 있어서 활동 반경이 넓다. 물론 아직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박쥐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받아들여지고 있고, 중간숙주로는 천산갑과 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네이처』(2020)에 실린 「인간이 지배하는 생태계에서 동물성 숙주의 다양성 증가」를 환경 문제가 인수공통감염병의 약 30%만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을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이 논문은 토지 남용, 즉. 자연 서식지가 농업이나 도시 생태계로 전환되는 게 얼마 만큼 동물성 감염병을 불러오는지 살펴봤다. 연구진들은 약 7천 종에 이르는 종을 통합한 184개의 연구 데이터 세트를 분석했다. 이 7천 종들 중에 376개 종들은 인간과 병원체를 공유하는, 다시 말하면, 인수공통감염병의 숙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동물의 서식지가 인간의 의해 파괴되고 변화함으로써, 인간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간과 가까이 있으니 인간이 걸릴 수 있는 병원균은 쉽게 동물과 인간을 오갈 수 있다 [2].
6천 801개의 생태 집합군과 376개의 숙주 종들을 통제 하에 연구한 결과, 토지 남용이 동물성 질병의 숙주 집단에 전 세계적이고 시스템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간이 개입된 자연환경에서 포유류는 감염이 가능한 더 많은 병원체를 갖게 됐다. 인간과 병원균을 공유하는 야생동물 숙주는 지역 종의 풍부도(species richness)가 인간의 간섭이 없는 곳보다 18∼72% 더 높았고, 총 풍부도(total abundance)는 21∼144%가 더 높았다 [2]. 즉, 인간에 의해 농업화하고 개간된 곳은 동물성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전체적으로 숙주 종 개체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실제 사용을 위해 인간에 의해 관리되고 2차 사용을 위해 개간되는 토지였다. 이러한 곳의 종 풍부도는 21∼26%가 증가했다. 개체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종은 연작류 새(passerine birds), 설치류, 박쥐의 종이었다 [2-4]. 최근 팬데믹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동물들이다. 코트니 워 등 3명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원 헬스 혹은 전 지구적 보건 개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한 게놈 분석이라는 것이 원체 경험적 데이터가 적어서 팬데믹을 불러일으키는 종간 전파, 즉. 인수공통감염병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동물과 인간이 거리 두기를 한다고 팬데믹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야생동물 거래를 제한하는 것 역시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기후변화 극복이다. 유엔(UN)의 주도 하에 진행되는 ‘북극 모니터링 및 평가 프로그램’이 초국가적으로 기후 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원 헬스를 위해선 분명한 거버넌스와 다학제적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결론이다 [2].
의문 제기의 발단은 이보다 먼저 2020년 5월, 『란셋』에 란셋 원 헬스 위원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 원 헬스 연합체를 요구한다」는 글을 실으면서부터 이다. 이 글에서 란셋 원 헬스 위원회는 이번 코로나19의 확산 주범으로 전 세계적 무역이 가능해지면서 인류가 서로 연결되고 더욱 쉽게 이동하게 된 점을 지적했다. 인간-동물-환경이 예전에 비해 더 많은 교류와 큰 밀접성으로 서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원 헬스의 차원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고, 필요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5].
특히 란셋 원 헬스 위원회는 현대의 자본주의적 소비와 인구 폭발, 빈곤과 이주로 팬데믹이 발생했다고 선언했다. 이에 더해 항균제 내성과 비감염성 만성질환이 기후변화와 현대 소비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성 높은 방식으로 모든 것이 전환했다. 그 가운데 동물과 환경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5].
코트니 워 등 3명의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란셋 원 헬스 위원회의 공동 의장으로서, 먼저 글을 썼던 노르웨이 오슬로대 안드레아 윈클러 등 2인이 재반박을 했다. 이들은 원 헬스의 개념을 좀 더 넓게 해석했다. 원 헬스는 인수공통감염병만을 문제 삼지 않고 좀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다룬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거래는 어떤 식으로든 인간에게 감염병을 전파할 위험을 높인다. 그래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극복하고 관리하려면 원 헬스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결국, 하나의 건강한 지구를 만들자는 뜻이다 [6].
이들 역시 2008년도에 『네이처』에 게재된 「신종 감염병의 전 세계적 추세」를 근거로, 동물로부터 감염되는 질병들이 신종 감염병이나 재발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절반 넘게 있다고 재반박했다 [6].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1940년부터 2004년 사이의 335개 신종 전염병의 기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분석했다. 그 결과, 동물성 전염병이 60.3%를 차지했다. 특히, 신종 전염병의 54.3%는 박테리아나 미생물인 리케차(rickettsia)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테리아나 리케차는 약물 내성 미생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론은 신종 전염병이 사회 경제적, 환경적, 생태학적 요인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7].
분명한 건 야생동물을 매개로 해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림 3의 a와 d를 보면, 색깔이 유난히 더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야생동물은 인간과 맞닿아 있다. 특히, a와 d는 열대성 지방과 아프리카 등이 눈에 띈다. a에선 유럽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7]. 공장식 사육과 무분별한 도축, 삼림 파괴와 토지 개간 등이 분명 야생동물로 인한 새로운 전염병 탄생에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의 논쟁에서 ‘누가 맞고 틀리다’의 접근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인간-동물-환경 간 연결고리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건전한 담론 형성은 중요하고 계속되어야 한다. 데이터분석은 어떤 데이터를 갖고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야생동물의 정체 모를 병원균이 인간을 점점 더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면, 인간 역시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간섭함으로써 위협이 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과 동물이 더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2.2. 원 헬스에 대한 문헌연구와 인문사회적 관점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인 사스(2002∼2003), 메르스(2012), 코로나19에 대한 기존 문헌연구는 연구자들이 무엇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확인하게 해준다. 원 헬스 차원의 예방, 대응, 통제 측면에서 기존 문헌에 대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제도적 조정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둘째, 실천과 실행으로써, 원 헬스에 주목했다. 셋째, 인간과 동물 간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환경을 포함시킨 확장된 원 헬스 개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8].
구글 스칼라, 웹 오브 사이언스, 와일리 온라인 라이브러리 등 8개 데이터베이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정보’로 문헌들을 검색했다. 총 478개의 연구 문헌들 중에서 최종 53개 논문이 평가 기준에 충족해 분석됐다. 문헌 연구 결과, 원 헬스 개념은 환경을 포함한 개념으로 좀 더 확장되고 있다. 특히 원 헬스에 대한 일반적인 운영, 원 헬스를 위해 필요한 자원과 결과로 얻은 이점, 환경요인의 맥락에서 질병 생태학 이해의 지식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8].
△글로벌 협력 강조 △다수의 리뷰 논문 △2020년 갑자기 늘어난 논문 수 △코로나19 관련 논문 수의 급격한 증가 등이 눈에 띈다. 연구 유형에서 오리지널 논문이 19%밖에 되지 않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총합이 100%를 넘는 것은 사스와 메르스 둘 다 연구한 논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표2=[8]을 참고해 재가공.
파란색은 사스 혹은 메르스 관련 연구 수이다. 붉은 색은 코로나19 관련 연구들이다. 제도적 조정과 협업이 코로나19에서 급격히 늘었다. 표=[8]을 이용해 재가공.
다학제적 관점을 강조하는 원 헬스에서 인문사회적 시각 역시 중요하다. 특히 사회정치적 맥락 하에서 개념적이고, 구체적 실천 차원에서 원 헬스는 어떤 의미가 있고 실천적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과학은 정치적 논리를 배제할 수 없다. 정치 역시 과학기술과 의학, 환경과 보건을 배제할 수 없다.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은 하나’라는 원 헬스는 구호는 건강만이 우선이라는 제1의 원칙처럼 들릴 수 있다. 전 지구를 둘러싼 국제 역학적 관계에 따른 야생동물과 환경폐기물의 거래만 보더라도 좋은 것은 선진국으로 흘러가고, 나쁜 것은 제3세계 나라들로 유입된다. 정치 역학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질병의 발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가령, 선진국에 야자 기름이나 고기를 공급하려고 지속해서 삼림을 파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후 재앙이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 동물들은 서식지를 잃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 연구원(2017)은 중요한 지점을 드러낸다 [9]. 감염원과 감염경로만 파헤치는 환원주의적 내러티브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사회경제적 질병’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공장식 축산업이 발생한 건 질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효율성을 높이다 보니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상윤 연구원은 원 헬스가 이 세계를 독자적 개별 존재로 전제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존재론적 세계관에 따라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는 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말로는 원 헬스를 강조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면서 정치적 동물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하나의 건강’이 아니라 ‘수많은 건강’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정치경제학적 관계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9].
오픈 엑세스 글로벌 통계 웹사이트인 ‘OWID (Our World In Data)’ 통계를 보면 4월 4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비율은 4.76%에 그쳤다.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도 꽤 많다. 4월 5일 기준, 한국은 1.95%, 아프리카는 0.57%를 기록하고 있다 [10].
원 헬스, 즉. 하나의 건강을 추구한다는 건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집단면역에 무임승차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면, 코로나19 극복은 어렵다. 특히, 백신이 선진국 위주로만 개발, 공급 되다 보면, 개발도상국과의 집단면역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집단면역을 넘어 초국가적 면역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병원에선 의료 관계자들 및 지역 주민들이 백신을 맞도록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유하려고 심지어 500달러(약 55만 7천 원, 2021년 4월 20일 기준)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이 병원은 의료진 인력과 백신 공급 부족 시기에도 백신 접종을 위해 소방관이나 가정의료 종사자, 병원 사무실 직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병원 직원들 중 10∼15%는 여전히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접종 초기라서 백신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11]. 백신 접종 거부는 지역사회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류는 이제 홀로서기 하는 존재가 결코 아니다.
신영전 한양대 교수(의과대학)는 원 헬스를 ‘공생적 온존’으로 강조한 바 있다. 신 교수가 언급하는 모형은 정치 생태학적 모형으로서 ‘공공적 정치 생태학 패러다임’이고 또 다른 이름으로 ‘온 보건복지(One Health & Welfare)’이다. 신 교수는 원 헬스가 ‘하나’라기 보단 ‘전체’의 의미에 가깝다고 보았다 [12].
신 교수는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이 첫째 이유로 ‘생태계 파괴’를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현대사회의 신속한 이동수단 역시 감염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한국의 취약 계층과 공공의료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신 교수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보호 △효과적 대처 위한 체계 구축 △감염병 대유행의 발생 그 자체를 막는 근원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12].
아울러, 신 교수는 학자이자 작가인 패트릭 커리를 인용해 문명론적이고 생태 친화적인 전환을 강조했다. 그 방법은 생물 종의 다양성을 늘리는 것이다. 그는 생태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리처드 레빈스(1930∼2016)를 인용해, 자본에 종속된 거대과학과 성찰이 없는 과학만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12].
3. 코로나19의 확산과 원 헬스
3.1. 집단면역과 격리
3월 22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만 9천 75명이다. 이제 곧 10만 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일일 확진자 수는 400명 대를 유지하고 있고, 사망자는 1천700명 대다 [13]. 곧 ‘제4차 대유행’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요양시설이나 원래 아팠던 기저질환 노인들이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백신을 맞고 사망한 첫 국내 사례도 요양시설의 심장질환, 당뇨, 뇌졸증 등을 앓고 있던 복합 기저질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확진자 수는 같은 날 기준, 1억 2천 3백만 명이다. 사망자가 272만 명이다.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2천 9백 80만 명 확진자에 54만 2천 명이 사망했다 [14]. 이러한 숫자들만 보아도 이미 코로나19는 재앙 수준이다.
그런데, ‘매일 업데이트되는 코로나19 통계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각 나라들은 방역과 검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무증상 신고서가 없으면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는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절차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더 이상 코로나19를 일개 국가 차원의 문제로 인식할 수 없다는 차원이다. 특히 오픈 엑세스 글로벌 통계 웹사이트인 ‘OWID (Our World In Data)’ 등은 국가별 인구 100명 당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누적수와 전 세계 현황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해결될 수 없는 자각이 협업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원활한 백신 공급이 가능한 나라들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국내에선 3월 22일까지 총 67만 7천 200명(1.43%)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그리고, 백신 접종 후 16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16명 중 15명은 백신과 관련이 없다. 이후 사망자 관련해 재심의를 진행해 정확한 결과를 판단할 예정이다 [13]. 유럽의약품청(EMA)은 백신 접종 후 숨이 차거나, 가슴과 배가 아프면 즉각 의사를 찾으라고 권고한다. 특히, 팔과 다리가 붓고 차가워지거나, 두통이 심해지고 시력이 흐려지거나 멍 자국이 있으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의심해봐야 한다. 백신 접종 후 열이 나는 건 일반적이지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면 의료처치가 곤란해질 수 도 있다 [15].
그렇다고, 백신을 안 맞을 순 없다. 그래서 백신을 맞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생긴 면역에 무임승차하려면 곤란하다. 한 사람만의 면역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통적 개념에 대한 자각이 다시 필요하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이 지점은 원 헬스 개념의 ‘인간’과 맞닿아 있다.
신생아나 면역 결핍증이 이미 있는 경우에는 백신이 무의미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접종 수준을 보면, 올해 말이나 혹은 내년 말이 되어야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의 원인인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가 재발과 변이를 지속하지 않는 한 말이다. 미국의 경우, 현재 속도라면 올 여름에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일 약 2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아짐에 따라 자연 면역력 역시 더해질 것이기 때문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16, 17].
세계보건기구의 숨야 스와미나탄 수석과학자는 혈청 역학적 연구조사를 토대로 전 세계 인구의 10% 미만은 이미 항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79억 명이다. 10%라고 하면, 7억 9천만 명이 코로나19에 대한 자연 면역력 혹은 백신 접종에 의한 면역력을 생성했다는 판단이다. 전 세계 확진자 수와 사망자, 계속 증가하는 백신접종자 수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할 얘기다. 전문가들은 65∼85% 수준의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숙주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카사데발 존스홉킨스대 분자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교수는 홍역의 예를 들면서, 이러한 수치를 제시했다. 물론 홍역 바이러스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는 다른 바이러스이지만, ‘바이러스’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집단면역과 백신개발과 공급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뜻이다 [16, 17].
하지만, 스웨덴의 사례는 다르다. 느슨한 방역으로 인해 3월 25일 기준, 스웨덴의 확진자 수는 75만 8천 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1만 3천 315명이다. 시민의 자율성에 맡겼던 방역 정책은 이제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13, 14]. 검역과 방역, 격리와 백신, 일상 속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여전히 필수다. 더욱이, 한 나라만의 면역으론 전 세계적인 면역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자발적·비자발적 격리가 일상이 되었다. 대학들은 비대면 수업이 당연시되고, 식당들은 밤 10시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자가격리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방침을 어기는 집단모임이 산발적으로 발생해 확산세를 누그러뜨리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자가격리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자가격리 중 무단이탈자는 집단면역에 큰 해를 끼치는 셈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직접적 처방의 측면에서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격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되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14세기부터 해안도시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해 격리가 도입되었다. 선페스트(Bubonic plague)가 유행인 적이 있었다. 이 질병은 림프절이 부어 통증을 발생시킨다. 만약 선페스트가 유행했던 곳에 배가 정박했다면, 그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베니스에 도착하기 전 40일 동안 격리되어야 했다. 베니스는 해안과 멀리 떨어진 섬에 검역 센터와 병원을 세워서 격리했다. 이곳에선 죽는 자들이 살아남는 자들보다 많았다 [18].
현대에 들어 백신으로 인해 격리가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격리는 성경에도 한센병 관련 격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등장한다. 현재 한센병은 약물 관리로 전염원을 차단할 수 있어,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1851년엔 제1차 국제 위생 컨퍼런스가 파리에서 개최되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콜레라 때문이었다 [18].
1980년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가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인류가 집단면역을 가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천연두는 인류를 약 3천 년 동안 괴롭혀왔다. 1967년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적 차원에서 천연두 근절을 위한 강한 계획, 즉. 예방접종과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물론 그전에 영국의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1749∼1823)가 우두접종법을 개발하며 종식을 선언할 수 있었다 [18].
집단면역을 위해선 당분간 격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2015년 한국은 메르스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2018년 9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밀접접촉자 21명을 격리시킨 바 있다. 팬데믹이 무서운 건 재발의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장 손쉬운 손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원 헬스를 논할 순 없다.
3.2. 바이러스의 숙명 ‘변이’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다. 언제나 숙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생산 공장은 바로 세포다. 한 인간에게 300조 개량의 세포와 세균이 있다면, 인구수 79억 명을 곱하여 바이러스의 총 개수가 추산된다. 유럽의 한 호수엔 1밀리리터 당 약 2억 5천만 개의 바이러스가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1개는 하루 만에 1백만 개로 증식 가능하다 [19].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RNA 바이러스다. DNA와 RNA 둘 다 뉴클레오티드 중합체이다. 즉, 4가지의 염기 ‘A, U, G, C’를 지녔는데, 크기는 약 0.1um이다. 그 속에 약 3만 개의 염기가 일렬로 이어져 있다. 유전체 RNA로 말이다.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 보다 1천 배나 변이의 가능성이 높다. RNA 바이러스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HIV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등이 있다 [20].
바이러스의 숙명은 변이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변이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VOC-202012/01. 이하 ‘변이 바이러스’)’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의 제2차, 제3차 유행까지 도래했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독일, 스페인, 덴마크, 레바논, 이스라엘, 인도, 홍콩,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 10월,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바로 전파력이다. 영국에서 1천 769명의 환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전파력은 높으나 더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진 않는 걸로 밝혀졌다 [21]. 기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보다 전파력은 최대 70% 이상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를 심각히 보고 있다.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미국질병예방센터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양성 검체 표본을 바탕으로 자국 내 변이 바이러스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들은 바이러스 게놈에 돌연변이가 생겨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또한, 인간에게 더 쉽게 퍼지고, 현 백신을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 국내에도 하루에 20∼30명씩 해외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 겉에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기가 있다. 이를 통해, 숙주세포와 결합하면서 복제하고 변이한다. 영국의 코로나19 유전체 연구 기관 ‘COVID-19 유전체학 영국 컨소시엄(COVID-19 Genomics UK Consortium)’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 단백질에서만 4천 회가 넘는 변이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22]. 발견된 것만 이 정도이니 드러나지 않은 변이는 얼마나 많을까. 바이러스의 숙명은 분명 돌연변이다. 예측 불가하게 발생하는 신종감염병으로 팬데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질병 X’라고 부른다.
3.3. 인수공통감염병과 원 헬스
원 헬스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19세기 말 독일의 의사였던 루돌프 비료흐(1821∼1902)가 동물에 의해서 발생하는 인간 질병을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 이라고 처음 명명했다 [23]. 가장 흔한 인수공통감염병은 광견병이다. 개에서 인간에게 직접 전염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수공통감염병은 다른 동물로부터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된다. 종간 전파되는 걸 ‘스필오버(Spillover)’ 즉, 유출 감염이라고 표현한다.
인류가 알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약 250종이다, 원 헬스 차원에서 중요한 감염병은 100여 종이 된다 [24].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야생동물 거래 및 삼림 파괴와 동물의 서식지 교란으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이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과 동물이 서로 대면하면서 질병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볼라, 백선(ringworm), 라임병, 소 결핵병브루셀라증, 탄저병, 큐열균,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살모넬라 감염, 광견병 등이 있다. 더불어,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코로나19(COVID-19)까지 동물과 인간, 인간과 동물의 감염은 팬데믹이 되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인류를 위협하는 이유에 대해 식품의 안전성과 식량 안보를 거론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식품 안전과 식량 안보, 매개체 감염병과 환경오염이 인류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한다 [25].
라임병을 일으키는 건 보렐리아균, 즉. 진드기이다. 여전히 라임병에 대한 백신은 개발되지 못했다. 지구 북반구의 삼림이 파괴되면, 진드기들은 생존을 위해 작은 몸집의 동물들에 기생한다. 왜냐하면, 큰 동물들은 진드기 제거를 잘 하기 때문에 진드기의 생존에 불리하다. 이 때문에 진드기는 작은 동물들에 기생하며 숙주는 점점 많아진다. 그러면 인수공통감염병인 라임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6].
그렇다고 모든 동물이 인수공통감염병을 불러오는 건 아니다. 2019년 5월, 전 세계를 강타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2000년대 무렵부터 아프리카에서 유럽에 전파된 게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대개 돼지과 동물만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병은 DNA 바이러스 형태를 취하며, 약 200nm 크기다. 150개 이상의 단백질을 갖고 있으며, 24가지 바이러스 유전형을 보일 만큼 다양하다. 아직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백신은 여전히 개발 중에 있다 [27].
생물다양성을 연구하는 뉴욕 바드칼리지의 키싱 교수는 생물이 다양하다고 인간에게 질병을 쉽게 전파하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 인수공통감염병의 진원지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5개 그룹의 동물들이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 대상은 바로 쥐, 박쥐, 영장류, 반려동물인 고양이와 개, 갈라진 발굽이 있는 양, 염소, 소, 낙타 등이다. 키싱 교수에 따르면, 병원균은 한 마리의 동물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여러 동물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돌연변이를 발생시킨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의 경우도 비슷하다 [26].
예를 들어, 사스(SARS)는 박쥐에서 비롯해 흰코사향고양이가 중간매개체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쥐는 열이 많아 몸에 바이러스가 많다. 박쥐가 직접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은 적은 것이다. 관박쥐가 지니고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와 유전자가 96% 일치한다. 나머지 4%가 다른 숙주를 옮겨 다니며 변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박쥐에겐 200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있다. 한편, 2012년도에 발생한 메르스(MERS) 또한 중간매개체가 낙타였음이 드러났다. 인간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는 낙타는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26].
니파 바이러스의 출현은 말레이시아의 과수원과 농장에서 먹이를 먹는 박쥐로부터 비롯됐다.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에서 이 질병이 발생한 이유는 뭘까? 바로 박쥐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박쥐들이 니파의 돼지 농장으로 먹이를 찾아 날아왔다. 그래서 돼지를 거쳐 사람한테까지 바이러스가 옮겨갔다. 니파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75%나 되니 정말 무섭다. 니파 바이러스가 발생한 것 역시 삼림 벌채가 주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호주의 헨드라 바이러스 역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질병은 박쥐에서 중간매개체 말을 거쳐 인간을 감염시킨다 [28].
2020년 유엔 생물다양성위원회는 동물들에게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바이러스가 170만 개나 있다고 추측했다. 유엔 생물다양성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5개의 신종 전염병이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약 70%는 동물의 미생물로부터 신종 전염병이 생긴다 [28].
인수공통감염병뿐만 아니라 역인수공통감염병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에게서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동물이 감염되는 사례가 있는 것이다. 송대섭 고려대 교수(약학대학)는 「바이러스 창궐의 시대의 주역, 인수공통감염병(2020)」이란 보고서에서 역인수공통감염병을 지적한 바 있다. 2008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여행객과 그 지역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의해 인간 폐렴이 침팬지에게 전염되었던 예가 있다. 송 교수는 살모넬라, 캄필로박터 등의 예를 들었다. 남극에서 발견된 이러한 병원균들은 인간으로부터 유래해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갖게 됐다 [29].
2021년 3월 9일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코로나19 시대, 반려동물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에 대한 제37회 포럼을 개최했다. 여기서 송 교수는 ‘반려동물과 코로나19: 전파양상과 원 헬스’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000년 이후에 인수공통감염병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송 교수는 최근 바이러스 감염병의 4분의 3이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언급했다 [30].
송 교수는 여러 동물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에 해당한다면서, 이 동물들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재앙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분류학에 따르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4종류가 있지만, 포유류와 조류한테 언제든 섞여서 발생할 수 있다. 즉, 코로나 바이러스는 매우 역동적이다.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가 각각 지닌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끼리 재조합이 발생해 인류가 전혀 모르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30].
특히, 송 교수는 역인수공통감염병의 사례를 제시했다. 2020년 11월 기준, 인간에게서 개와 고양이한테 코로나19가 감염된 사례가 124건 발생했다. 밍크로부터 감염은 321건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밍크가 원래 매우 민감한 실험동물이라는 점이다. 송 교수는 산업적으로 대량 사육하는 농장에서부터 코로나19가 사람한테 감염됐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인부들이 감염되고 지역사회를 감염시킨 것이다. 송 교수는 역학적으로 볼 때, 밍크가 인간을 감염시킨다고 볼 수는 없기에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30].
밍크의 사례는 정치, 경제, 과학적으로 많은 것을 시시 한다. 만약 밍크를 공장식으로 사육하지 않았다면, 일부 지역에서 밍크의 대량살처분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덴마크에서만 밍크 1천 7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효율적이고 자본 집약적인 방식으로 사육되는 밍크는 ‘모피코트’의 대명사이다. 여전히 밍크는 사람들의 코트를 위해 집단 사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제조사 등은 모피의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31]. 인간-동물-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는 원 헬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밍크의 사례는 끔찍하다.
송 교수는 반려동물로부터 사람한테 감염이 되는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밝혔다. 다만, 송 교수는 반려동물과 사회적 거리를 둘 때라고 강조했다. 포럼에서 송 교수는 △실험적 조건에서만 반려동물의 코로나19 뚜렷한 병원성이 확인됨 △실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은 모두 인체감염에서 유래 △반려동물 유래의 코로나19의 인체감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함 등을 강조했다 [30].
4. 원 헬스의 역사와 개념
4.1. 원 헬스의 자각과 진화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인류는 생태계의 건강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만의 지엽적인 사고가 아니라 공존하는 동물과 환경을 지속가능성의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고려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이다.
인류가 10년 내 맞이할 두 가지 위험요소는 전염병과 기후변화인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앞으로 10년간, 인류에게 영향을 끼칠 전 세계적 위험에서 영향력은 감염성 질환, 발생 가능성은 기후 재앙, 즉. 극단적인 기상변화를 꼽았다 [32]. 원 헬스 차원에서 전염병과 기후변화는 모두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석탄은 여전히 인류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에너지는 원자력, 태양열, 풍력 등 전체 에너지원의 약 40%를 차지한다. 『네이처』는 2020년 12월 22일, 2021년 인류가 주목해야 할 과학기술계 주요 이슈로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백신’을 꼽은 바 있다. 기후 재앙으로 인해 코로나19가 도래했다는 거시적 분석도 여전히 계속 제기되고 있다.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유엔 기후회의가 열린다. 원 헬스 차원에서 인류가 직면한 도전과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방법은 온실 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방안일 것이다 [33].
2021년 3월 25일, 기상청은 최근 30년 동안의 기후 평년값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연평균기온이 이전 평년값보다 0.3도 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국적으로 기온이 오른 것이다. 뜨거운 기운은 여름에 실감할 수 있다. 열대야와 폭염은 이전 평년값 1.9일, 1.7일 늘었다고 한다. 특히, 2020년까지 최근 10년이 그 이전 10년에 비해 2.7일, 3.1일 늘었다고 한다. 여름이 괜히 더운 게 아니었다 [34].
원 헬스의 자각과 진화는 기후 재앙과 맞닿아 있다. 공혜정 건양대 초빙교수(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는 기후변화 차원에서 원 헬스 패러다임을 고찰한 바(2019) 있다. 공혜정의 논문에 따르면, 기후 변화는 열풍, 기온, 강수량 등 특정 지역의 기온변화를 불러온다. 그 결과 “대기오염(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 수인성 질병(콜레라, 이질 등) 및 식인성(foodborne) 질병(박테리아나 기생충에 의한 식중독 등)의 발발, 매개체 전파 감염병(모기에 의한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과 설치류 전파 감염병(한타바이러스 등)이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고 한다 [35]. 그래서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원 헬스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K-방역이 전 세계적 주목을 받던 2020년 3월, 노주희 변호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이끌어낸 것처럼, 인수공통전염병에 대응하는 획기적인 다자간 체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36]. 이 역시 원 헬스를 고려한 주장이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항생제의 남용과 내성 역시 큰 문제이다. 항생제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선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과 확산을 촉진하는 선택적 압력이 줄어들어야 한다. 인간의 음식 제공을 위해 더 많은 작물이나 고기를 더 빨리 생산하기 위해선 항균제가 선택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항균제 내성은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노출된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 특성을 진화시키는 현상이다. 그 결과, 폐수 및 폐기물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영국에선 2013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원 헬스 차원에서 유럽 전역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항생제 판매, 사용, 내성 간의 관계를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37].
국내에서도 2019년 11월 13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항생제 내성 공개토론회’를 원 헬스 토론의 차원에서 마련한 바 있다 [38]. 인수공통감염병, 기후 재앙, 항생제 내성은 원 헬스의 실천을 위해 함께 고려해야 한 지점들이다. 이 세 가지의 연관성은 추후 더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004년은 원 헬스를 구체화한 중요한 해였다. 이해 9월 29일, 전 세계의 보건 전문가들은 미국 야생동물보존학회(Wildlife Conservation Society)와 록펠러대가 주최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 글로벌화 한 세계에서 건강을 위한 학제 간 가교 구축하기’란 제목의 심포지엄에선 인간과 야생동물 간 질병의 문제를 논의했다. 예로 제시된 질병들은 에볼라, 조류 인플루엔자, 사슴과 연관된 광록병(CWD; chronic wasting disease) 등이었다 [39].
이 심포지엄이 중요한 이유는 ‘맨해튼 원칙’이라고 불리는 12가지 권고 사항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원 헬스의 변곡점이 그려지는 지점이다. 국내에서도 부처와 분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건강은 하나’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방침을 마련하고 있다. 그래서, 원 헬스 개념은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지침이 될 수 있다. 맨해튼 원칙은 “21세기의 질병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미래 세대를 위한 지구의 생물학적 온전함을 보장하려면 질병 예방, 감시, 모니터링, 통제 및 완화에 대한 다학제적이고 분야별 경계를 초월한 접근이 요구된다. 여기에 광범위한 차원의 환경 보전 역시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39].
맨해튼 원칙은 이미 질병의 종간 전파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원 헬스의 주요한 내용이 여기에 대부분 담겨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마지막 권고 사항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포데믹과도 연관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무선통신망인 5G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그래서, 무선송신탑 3개가 불탔다고 한다 [40]. 맨해튼 원칙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사례다. 12가지 권고 사항 중 주요한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924년 1월 25일, 전 세계 28개국이 국제협약을 체결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동물성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협력하고 싸우자는 협약(OIE, 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이었다. 이 협약은 2003년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로 재탄생한다. 세계동물기구는 1924년 협약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여전히 “OIE”라는 약어를 쓰고 있다. 이곳 역시 원 헬스 전략으로 신종인수공통전염병에 대응하자고 선언했다 [41].
세계동물기구는 여전히 동물의 건강과 보건을 위해 활동 중이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될 때, 동물과 동물제품의 무역에 의해 야기되는 위험과 관련된 위생 및 식물위생(SPS) 조치가 포함됐다. 이 조치는 세계동물기구가 발행한 과학적인 표준과 지침에 따른 것이다. 동물질병 및 동물보호 분야에서 원 헬스의 개념이 구체화한 사례이다 [41].
세계동물기구는 수의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테크니컬한 동물 보건복지와 관리, 더 나아가 수의학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한 국제 표준을 개발했다. 세계동물기구의 육상동물보건법(Terradestic Animal Health Code, The Terradestic Code)은 수의학 서비스의 질과 관련이 있다 [41].
특히, 세계동물기구는 지속 가능한 국가적 수의학 서비스 개선을 위해 역량 구축 플랫폼인 ‘PVS (Performance Veterinary Services)’ 경로를 개발했다. 국제 표준을 토대로 한 일관된 방법을 사용해 각 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수의학 서비스 관련해서 말이다. PVS 경로의 주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광범위한 시스템 접근 방식 △자발적인 국가 주도 프로세스 △장기적 전략에 집중(5∼10년) △개별 국가에 방침을 내리거나 위험을 드러내기 보다는 각 국가의 참여와 지원에 의한 협력적인 프로세스 [41, 42].
4.2. 원 헬스 2.0을 위하여
현재 코로나19 관련해 백신 이외 정확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원 헬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다.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은 금방 끝날 수도,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세계 기구나 정부의 권고 방침을 준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수십, 수백 명이 모이는 집단모임을 가지거나 인포데믹에 빠져 비과학적인 상식을 갖는다면, 팬데믹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이미 1년 3개월이 넘도록 인류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선언 전에, 인간은 자신을 제외한 동물들과 공생해야 하는 동물이라는 자각이 선행되어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만성 코로나(Long COVID)’ 용어도 등장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 감염자의 약 80%가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환자들은 거의 2주 후에 회복된다고 설명한다. 허나, 코로나19 격리해제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 특징은 주로 피로감이다. 만성 코로나는 호흡 곤란이나 두통, 식욕 부진 등 광범위한 취약성을 드러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만성 코로나에 더 취약하다고 인터뷰, 설문, 자가보고 등으로 조사됐다 [43].
원 헬스에 기반 한 자각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새로운 차원의 원 헬스를 고려할 때가 왔다. 세 가지 차원에서 원 헬스 2.0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문제를 더 넓게 보아야 한다는 차원이다. 원 헬스 개념은 의학과 수의학의 융합이라는 차원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원 헬스를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역시 박쥐로부터 비롯해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삼림 파괴와 기후변화, 동물들의 서식지 파괴, 야생동물 불법거래, 동물공장식 사육과 도축, 항생제 남용과 내성균 발생, 방역 수칙 위반과 자가격리 이탈, 백신 접종과 마스크 거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문제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더욱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정보공유와 접근성 개방, 공중보건에 대한 인식 제고와 교육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원 헬스의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인류를 위협할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있을지 모른다. 코로나19를 처음 세계에 알린 중국의 리원량 의사는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의 용기 있는 정보 제공이 아니었다면 코로나19 상황은, 특히 중국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다. 중국 당국은 초기에 그를 “유언비어 유포자”라고 했다가 나중엔 “열사”라고 칭했다. 특히, 기존 문헌 연구에서도 나타나듯이 코로나19 등 팬데믹에 대한 예방, 대응, 통제 차원에서 지식 격차는 중요한 문제로 꼽혔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했듯이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지 모른다. 그때 가서도 국제적 이동 차단과 자가격리, 백신 접종만으로 대응하려면 예전과 같은 일상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인류는 현재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신종 감염병 및 기후 재앙 등에 투입해야 한다. 그 시작점은 정보연결과 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좁은 개념의 원 헬스로는 ‘질병 X’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인류는 이미 사스와 메르스를 겪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유전자원은행(바이오 뱅크)에 대한 중장기 연구 프로그램을 제안한 바 있다. 유전자원은행은 주로 인간의 생물학적 샘플을 저장해 유전체학이나 맞춤형 의료 등 의료연구에 활용하는 것이다. 수십만 명 이상의 개인 데이터를 이용한 게놈 전체 연관성 연구는 질병 바이오마커 차원에서 중요할 수 있다 [45]. 다만, 사생활과 연구윤리 역시 동시에 고민이 필요하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셋째, 정신 건강을 포함시켜야 할 때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미 정신 건강을 원 헬스 개념에 포함시켰다. 앞으로 끊임없이 지속될 전 세계 전염병에 인류는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도 맞서야 한다. 팬데믹으로 가족을 잃은 식구들은 지속적으로 정신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파병 미군들을 위한 치료에서도 원 헬스 차원의 정신 건강을 고려한다. 정신 건강은 반려동물이나 야생동물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반려동물이나 야생동물에 의해 전염병에 걸리거나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때 반려동물의 주인이나 야생동물에 의해 죽음을 당한 가족이 있는 경우 정신 건강을 돌봐야 하는 것이다.
5. 전 세계 원 헬스 도입과 현황
1999년 뉴욕 퀸즈에서 최초로 보고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감염된 새나 모기에 들어가 포유류를 전염시켰다. 이는 원 헬스의 접근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실패 사례로 기록된다. 수의학과 인간 진단 실험 간의 협업과 연계가 부족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46].
5.1. 성공적인 원 헬스 사례들
5.1.1. 윌리엄 카레쉬 박사의 사례: 개인이 주체적으로 주도한 프로젝트
윌리엄 카레쉬(William Karesh) 박사는 야생동물보호협회의 수의학 프로그램 책임자로서 세계 보전 연합 수의학 전문가 그룹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50여 개 국가에서 약 300개의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 역시 인간과 가축, 야생동물을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다면서 원 헬스를 강조한다 [42].
카레쉬 박사는 야생동물 무역이 인간의 질병 발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가축, 국제 무역, 농촌의 생계, 토착 야생동물, 생태계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의 질병 전염 메커니즘을 제공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2005년에 인간 병원균의 1천 415개 중 61%가 동물성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여러 동물들을 거치는 다발성 숙주 병원균은 신종 전염병과 연관될 가능성이 두 배나 높다고 우려했다 [47].
카레쉬 박사는 홍콩 내 가금류 도매 시장을 한 달에 한 번씩 문을 닫았더니 H9N2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발생률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야생동물 시장은 인간과 동물이 직접 접촉하는 주요 거점이기 때문에 규제 노력이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47]. 현재 코로나19의 최초 보고 지역으로 알려진 중국의 화난 수산시장은 문을 닫은 상태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21년 초에야 전문가들을 중국으로 파견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가 곧 공개될 예정이다.
5.1.2. 소어 운동: 지역 사회의 협업 모델 구축
원 헬스 이니셔티브에선 인간을 위한 병원과 지역 위기센터가 동물복지 단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소어(SOAR, Street Outreach Animal Response Initiative)’를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48]. 소어 운동은 인간과 동물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반려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집에 있는 반려동물이다. 자신이 아플 때 반려동물을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이 운동은 원 헬스를 전제로, 길거리 동물들을 위한 강력한 치료 모델을 구축했다. 소어는 위험에 처한 반려동물을 응급 치료하고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병원과 지역사회가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반려견의 주인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 집에 있는 개를 동물보호소에 임시로 맡겨 놓고 일정 시간 내에 데려가도록 했다. 하지만, 그 기간 내에 개를 못 찾아갈 경우, 개는 다른 사람한테 입양될 수 있다 [48].
소어 운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숙자나 어려움이 있는 이들에게 구체적 도움을 준다. 수의학 및 의학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켜 인간과 동물의 유대 관계를 높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3가지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첫째, 길 위에서의 봉사. 둘째, 서비스 네비게이션 제공. 셋째, 위기 대응 위탁 및 수의사 케어. 원 헬스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의 협업에 국제적 모델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48].
5.1.3. 호주의 축산농가 인식 개선: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을 한 사례
큐열은 큐열균에 의해 급성 열성 질환을 발생시킨다. 큐열은 인수공통감염증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호주의 농장주들은 큐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식만 하고 있을 뿐 큐열 백신 접종엔 소극적이었다. 이에 원 헬스 접근 방식으로 동물, 인간, 환경의 보건을 위해 큐열 예방에 대한 설문과 교육을 실시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49].
축산 농가는 소, 양, 염소와 같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 큐열의 위험이 있다. 큐열은 오염된 먼지로부터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2019년, 총 351명의 소, 양, 염소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중 80%는 20년 이상 동물을 키워온 경험이 있다. 응답자의 대다수인 97%는 큐열 백신에 대해 알고 있고, 95%는 큐열 백신이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318명 중 134명인 42%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49].
설문 결과, 대부분의 농장주들인 91% 이상이 예방 접종을 지원하고 인식을 개선하면 백신 접종에 나설 것이라고 믿었다. 농장주들은 큐열에 대한 지식은 풍부했지만, 시설은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산업체 간 원 헬스 파트너십으로 큐열에 대한 인식 제고와 낮은 예방 접종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49].
5.1.4. 케냐의 ‘ZDC’: 국제사회 차원에서 한 국가의 협업을 이끌어낸 사례
2004년, 케냐에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설립됐다. 다른 기관들과 협업에 고병원성 H5N1의 세계적 확산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여기서 기초가 된 게 바로 원 헬스이다. 2006년 동아프리카엔 또 다른 인수공통감염병인 리프트 밸리열이 창궐했다. 이 센터는 케냐의 보건부나 농림축산부를 지원해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비슷한 ‘동물성질병단(ZDU, Zoonotic Disease Unit)’을 2011년에 설립했다. 국가적 차원의 협력 프레임워크를 구성하기 위해서였다 [50].
ZDC는 인수공통감염병인 광견병부터 브루셀라증, 메르스 바이러스, 탄저병에 대한 감시와 대응책을 제공했다. 또한, 항균제 내성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서도 제도적 차원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ZDC는 원 헬스 차원에서 글로벌 보건 안보를 강화한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된다. ZDC의 목적은 분명했다. 동물, 인간과 생태계의 상호작용에서의 적극적 협업을 만들어 동물성 질병을 더 잘 통제하고 예방하는 것이었다. 공식적으론 2012년 3월 1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50, 51].
케냐는 2006년에 원 헬스 접근을 받아들였다. ZDC는 세계보건기구의 ‘IHR’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가이드라인을 잘 따랐다 [51]. 하지만, 물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속적 예산 지원과 지방행정 단체들과의 협업은 계속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5.1.5. 원 헬스 국제 포럼: 디지털 질병 감시 장치로 원 헬스 지식 저장소 구축
2019년 11월 14일부터 이틀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에서 제1회 원 헬스 국제 포럼이 열렸다. 이와 관련한 보고서도 공개됐다. 2015년 1월 31일, 아프리카 연합은 아디스 아바바에서 제24차 아프리카 연합 정부 수반 총회를 통해 ‘어젠다 2063’을 채택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아프리카 사람들의 건강이다. 어젠다 2063은 정책적 차원에서 국립 공공보건 기관의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는 원 헬스의 방향과 정확히 부합한다 [53].
아프리카 연합 동물 자원국(African Union Inter African Bureau for Animal Resources, AU-IBAR)은 협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곳과 아프리카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원 헬스 차원의 프레임워크를 조율하는 작업을 한다. 특히, 아프리카 CDC는 항균제 내성을 더욱 잘 제어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통합해 운영 중이다. 아울러, 아프리카 CDC는 아프리카 전역의 동물원 감시와 개선을 위해 원 헬스 플랫폼 등 전략을 개발했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에볼라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53].
아프리카 동물원들은 동물 보건 차원에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가령, △동물원성 감염질병 △동물원 경계를 벗어나는 질병 △곤충 매개 질병 △생산과 위생 차원의 질병 △수의학과 공중 보건의 문제 △수의학 시스템 문제 △식품 안전성 문제 △항균제 내성 문제 등이 있다. 이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원 헬스 접근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와 대학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아프리카 지역 전염병 네트워크(African Field Epidemiology Network, AFENET), 아프리카 CDC, 세계보건기구, 동아프리카 원 헬스 거점(OHCEA)과 수의학 종사자들이 더욱 협업할 필요가 있다. 수의사들의 인력과 역량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53].
항균제 내성 관련해서는 법률이 정비돼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항균제를 포함한 수의학 제품들의 수입, 제조, 유통, 사용에 대한 조항이 미흡해 농부들은 더 많은 약품에 의존한다. 따라서 신중한 항균제 사용이 요구된다 [53].
아프리카의 원 헬스 플랫폼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원을 받아 2019년 초부터 개발되었다. 인수공통감염병인 광견병과 인플루엔자는 주요 타깃이다. 보고서는 인간 감염병의 약 75%가 동물로부터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인간과 동물의 보건 분야 협력이 부각된다. 예를 들어, 탄자니아 북부에서 1930년부터 1978년까지 리프트 밸리 출혈열(RVF)이 유행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만 발병했다. 하지만, 2006∼2007년 사이 발생한 리프트 밸리 출혈열은 탄자니아 전 지역을 덮쳤다. 인간과 반추동물들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말이다 [53].
좀 더 구체적으로 남아프리카 전염병 감시 센터(Southern African Centre for Infectious Disease Surveillance, SACIDS)는 원 헬스 차원의 질병 감시를 위해 오픈소스 디지털 감시 장치인 애플리케이션 ‘아이파데이터(AfyaData)’를 개발했다. 지역사회의 휴대폰 보급률이 65%에 달한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 집단에 대한 질병 조기 감시와 보안 피드백이 가능하다. 아이파데이터는 GPS를 사용해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또한, 다국어가 장착돼 데이터 소스의 통합이 쉽다. 보고서는 이러한 접근을 '원 헬스 지식 저장소'로 지칭했다 [53].
다만, 통신과 네트워크가 원활해야 한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데이터 저장소 용량 확보를 위한 예산 지원 역시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질병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감시도 추진되어야 한다.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아프리카는 콜레라가 발생해 주변 13개의 마을로 퍼져나간 사례도 있다 [53].
이번 국제포럼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 기구의 관계자들 역시 참여하여 토론했다는 점이다. 원 헬스의 중요성을 더 많이 인식하고 알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실천이다. 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연결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제6차 세계 원 헬스 회의에서 논의했다.
이 회의는 온라인에서 2020년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펼쳐졌다. 에든버러대, 에든버러대 전염병 연구소, 아프리카 CDC, 남부 아프리카 감염병 감시센터가 공동주관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6차 세계 원 헬스 회의는 △청중의 확대: e-뉴스레터 발송으로 가상 플랫폼과 콘텐츠 제공 △더 많은 상호작용: 게시글 작성이나 채팅 및 발표자와 1:1 대화 △지식 전달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성 △지속 가능: 탄소 발자국 줄이기가 특징이었다 [54]. 세계 원 헬스 회의는 원 헬스 플랫폼(One Health Platform)에서 2년마다 정기적으로 여는 국제회의다.
5.2. 원 헬스 관련 주요 기관들과 활동
5.2.1. IPBES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 정책 플랫폼)
세계보건기구(WHO)는 환경과 생물다양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하나의 건강’, 즉. 원 헬스를 강조한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예상되는 천산갑은 매년 20만 마리 이상이 사냥된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발생할까?, 현재 천산갑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 중이며, 이에 따라 천산갑이 원래 지니고 있던 면역력이 저하되고 있다. 더 나아가 근친교배 등으로 인한 천산갑의 유전적 결점 또한 발생하고 있다 [55].
매해 5월 22일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생물다양성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진화의 차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과학의 차원에서도 질병을 치료하거나, 백신을 개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 생물다양성은 필수다. 하지만, 글로벌 IPBES(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 정책 플랫폼)는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55].
최근, IPBES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행했다. 22명의 전문가들이 온라인 포럼을 연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IPBES는 △범 유행 예방에 관한 정부 간 협의회 구성 △삼림 벌채 및 야생 동물 거래를 포함한 위험 요인 해결 △팬데믹 위험이 높은 활동에 세금 부과 등을 강조했다. IPBES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비용은 1조 달러(약 1천 113조 원)라고 추정했다 [56].
특히 IPBES는 동물성 병원체로 인한 신종 질병인 에볼라, 지카, 니피뇌염의 발생률은 7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루엔자, 사스, 코로나19 등 전 세계 유행성 전염병의 발생 원인은 거의 100%가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경고했다. 신종 동물성 전염병의 숙주인 포유류와 물새 등에서 미발견된 바이러스는 최대 170만 종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에 언제든 새로운 동물성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중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예상 수는 24%인, 63만 1천 개에서 82만 7천 개로 추정했다 [56].
2019년 국제적으로 거래된 합법적 야생동물 거래는 2005년 이후 500% 증가한 1천 70억 달러(121조 705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1992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농업 면적의 증가는 대부분 열대림에서 전환됐다. 전 세계적으로 약 3%인 3천 5백억 제곱미터였다. IPBES는 2050년까지 10조 제곱미터의 토지가 개간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토지이용 변화와 농업 확대, 도시화로 인해 신종 전염병이 발생이 3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미래의 팬데믹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신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다 [56]. 원 헬스에 따른 국제적 협업이 더욱 요긴한 시대다.
5.2.2. 원 헬스 이니셔티브
원 헬스 이니셔티브는 의사와 간호사, 수의사 등 건강과 환경 관련 분야인 미국 의사협회, 미국 공중보건 의사협회, 미국 열대지방 의학 및 위생 협회, 미국 간호사협회,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미국 농무부(USDA), 미국국립환경보건협회(NEHA) 등이 참여해 가능한 모든 협력을 구축하기 위한 운동이다. 원 헬스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적으로 979명 이상의 저명한 과학자, 의사, 수의사들이 지지 선언했다 [57].
원 헬스 이니셔티브의 구체적 계획은 다음과 같다 [42].
① 의료분야, 수의분야와 공중보건 관련 학계와 환경분야의 합동 교육의 실현
② 학술 저널, 컨퍼런스 및 보건 관련 국제네트워크에서의 국제적 커뮤니케이션 강화
③ 종(species) 간 이동 전염병에 대한 진단, 처치 및 예방을 통한 임상분야에서의 협력
④ 공중보건 분야에서의 종간 이동 전염병에 대한 공동 감시 및 통제를 위한 노력
⑤ 의학 및 환경 분야까지 아우르는 이종 간 질병 전염병에 대한 공동 인식의 강화
⑥ 이종 간 이동 전염병의 예방과 통제를 위한 진단기술, 신약, 백신 등의 개발과 평가에 대한 공동 협력
⑦ 적절한 매체를 통해 정부 및 공공분야 전문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공동 협력
5.2.3. 세계보건기구(WHO) ‘IHR 2005’
2005년 5월, 세계보건기구에 가입돼 있는 194개국은 국제보건규칙인 ‘IHR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에 서명했다. 이후 이 ‘IHR 2005’는 가장 중요한 국제실정법으로서 여전히 전 세계적 팬데믹 대응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58]. 2020년 3월 26일, G20 (주요 20개국) 정상은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성명문을 발표한다. 원 헬스에 기반 한 초국가적 협력을 위해 세계보건기구,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그룹(WBG), 유엔(UN) 등 국제기구들과 필요한 모두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의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가 지적했듯이 각 나라들의 정보공유가 국제정치학적 갈등 등으로 인해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 사실을 모르니 과학적 분석이 제대로 진행될 여력이 없다. ‘IHR 2005’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 따라서, 아무리 공동성명문을 발표한다고 해도, 실질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는 회원국들의 회비로 재정을 충원하기 때문에 정보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59, 60].
각 나라별로 정치사회적 동력은 팬데믹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결과 ‘IHR 2005’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IHR 2005’는 2007년 6월 15일부터 시행된 국제법 규범이다. 팬데믹이 발생하면 세계보건기구 회원국들은 통고와 정보제공 의무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기에 실효성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36, 60].
이 때문에 다른 국제법들이 펜데믹 대응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자간환경협약이나 세계무역기구의 부속협정인 위생 및 식물위생(SPS) 조치 등이 그 예이다. 여기에 다수의 인권조약들도 한몫을 하고 있다 [59].
5.2.4.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원 헬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사람, 동물, 식물들이 공유하는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인식하여, 최적의 보건·건강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마을, 지역, 국가 및 전 지구적 수준에서 작동하는 협업적이고 다분야적인 초학제적 접근 방식.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원 헬스가 새로운 인식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한다. 인간, 동물, 환경의 상호작용이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61].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내에는 2009년 원 헬스 사무소가 설립됐다. 이 기관은 미국 농무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 환경 및 질병 관련 기관들과 적극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는 원 헬스가 인수공통감염병, 항균제 내성, 식품 안전과 식량 안보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 정신 건강, 비전염성 질병에도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61]. 특히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 주목한 점이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블루는 이제 코로나 레드로 향한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된 이들 중 3분의 1은 정신적 질환을 진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 23만 6천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다. 불안이나 기분 장애가 주요 증상이다. 특히, 독감이나 다른 호흡기 감염 질환에 비해 코로나19 환자들은 정신 건강에서 더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62]. 이제 원 헬스 개념에 인간의 정신 건강도 포함시켜야 할 때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하는 구체적 일들은 다음과 같다 [61].
① 원 헬스 동물성 질병 우선 순위 전략(One Health Zoonotic Disease Prioritization) 프로세스 수립: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동물성 질병의 예방, 발견, 대응, 자원 집중을 위한 분야 간 협업을 구축 방안 제시.
② 글로벌 보건 안보 의제 설정 : 세계보건기구의 국제보건규칙 ‘IHR 2005’, 합동 외부평가(Joint External Evaluations), 세계동물보건기구의 역량 구축 플랫폼(PVS) 및 기타 관련 국제 보건 보안 프레임워크 마련. 이를 위한 작업 지침들(Action Packages)을 개발. 미국질병예방센터 동물성 질병 우선 순위 전략 마련을 위한 워크숍 개최 등.
③ 인수공통감염병 교육 연대(Zoonoses Education Coalition):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써 반려인들과 수의사, 공중보건 공무원, 의료 관계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방법을 교육. 미국 반려동물산업 연합자문위원회, 축산업 및 도매 관계자들, 국립공중보건수의사협회, 미국수의사협회, 미국 농무부, 미국 식품의약국 등 다양한 부분의 대표들이 참여. 반려동물은 파충류, 양서류, 애완용 설치류 등도 포함됨.
④ 국립공중보건수의사협회와 협업해 안전 지침 개발: 각 주별로 공중보건 수위사들은 시민들이 감염될 수 있는 질병들을 예방하고 통제하기 위해 상담을 정기적으로 실시. 대상은 의사, 응급실, 입법자, 지역 공무원, 학교, 보건 부서 및 대중. 동물 및 동물제품에 대한 지침 제시.
⑤ 청년 농업 종사들과의 원 헬스 협업: 2011년부터 미국 농무부와 각 주별 전염병위원회과 연계해 청년 농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농업 분야 인플루엔자 및 인수공통감염병 프로그램’ 실시. 청년 농업 종사자 약 7백 2십만 명 및 주변인들에게 프로그램이 유효할 것으로 분석됨.
⑥ 월 1시간 웨비나: 인수공통감염병과 원 헬스 업데이트(Zoonoses & One Health Updates)는 동물성 감염병, 원 헬스, 항균제 내성, 식품 안전, 매개체 질병, 최신 질병 등 보건 위협에 대한 정보를 제공.
5.2.5. 원 헬스 위원회
2009년 워싱턴 D.C에서 설립된 비영리 조직인 원 헬스 위원회는 “연결하고, 생성하고, 교육하라(Connect, Create, Educat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 헬스 지지자와 이해당사자를 연결하고, 여러 분야에서 협력하는 네트워크팀을 생성하며, 원 헬스 이슈들에 대해 교육한다는 의미다. 인류학부터 건축 설계, 생물학, 화학, 식품 과학자, 의학, 심리학, 사회학, 동물학 등 관련 전문가들과 학생, 농업과 식품 생산 제조사 관계자들, 인간과 동물 영역의 의료인들, 정책을 입안하는 국회의원 등을 연결하려는 것이다 [63].
2010년 원 헬스 위원회는 관련 파트너들에게 안정적인 원 헬스 위원회 운영을 위한 제안 요청서(Request for Proposals, RFP)를 발행했다. 같은 해 12월, 원 헬스 위원회와 아이오와주립대는 주도적인 파트너십을 맺었다 [63].
원 헬스 위원회에서 하는 주요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 헬스 뉴스 공유다. 온라인 게시판에 원 헬스 관련 뉴스를 제보받고, 뉴스 레터를 제공하기도 한다. 둘째, 2014년부터 원 헬스 관련 기관과 조직에 대한 지도(Who’s Who in One Health)를 만들어 업데이트하고 있다. 셋째, 원 헬스 위원회 박쥐 광견병 교육팀(Bat Rabies Education Team, BRET)을 운영하며, 박쥐를 비롯한 야생동물로부터의 광견병 예방을 위한 인식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넷째, STEM 교과 과정에 원 헬스 개념을 반영하려고 한다. 시나리오나 주제별 접근으로 통합적 교육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섯째, 원 헬스와 웰빙 개념에 대한 글로벌 역량을 구축(1HOPE 이니셔티브)하고자 한다. 인간, 동물, 식물, 그리고 이들의 공유 환경과 상호 연결 및 의존성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여섯째, 원 헬스-사회과학(One Health Social Sciences, OHSS) 이니셔티브다. 2017년에 시작된 OHSS 이니셔티브는 사회, 문화, 경제, 인구, 역사, 언어, 지리, 정치 등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이해로 원 헬스 운동을 강화하고자 한다 [63].
가장 눈에 띄는 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원 헬스 알기의 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2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추진된 이 운동은 원 헬스 위원회와 ‘루이지애나 원 헬스 행동’에서 공동 추진했다. 미국 상원 결의안(S.462호)은 2020년 1월을 ‘미국 국민 건강 인식의 달’로 선언했다.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여파에 따른 위기감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매년 1월 한 달 동안은 소셜 네트워크로 원 헬스 및 공중보건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1월의 31일 동안 31개의 이슈를 소셜 네트워크로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63].
5.2.6. 처방법(Rx) 원 헬스: 의학과 수의학 융합의 집중교육 사례
처방법 원 헬스 현장 연구소(Rx One Health Field Institute)는 혁신적인 현장 기반 체험학습 과정이다. 원 헬스 관련 모든 분야의 대학원생과 현업에서 막 시작하는 준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UC데이비스대 수의학과가 운영하는 이곳은 네바다 산맥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웅장한 풍경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다양한 생물을 접하도록 한다. UC데이비스대 수의학과는 '원 메디신' 개념을 제시했던 캘빈 슈바베(1927∼2006)와 인연이 있다. 그는 25년 동안 역학 연구를 하며 UC데이비스대 수의학과에 머물렀다 [64].
처방법 원 헬스 현장 연구소의 과정은 체험, 사레 연구, 집단 토론, 현장 연습이 중심이 된다. 이 교육 참가자들은 △실험실 및 연구 방법 △생태계 역학 △생물 다양성 보존 △전염병 감시 △생물 안전과 보안 △식품 안전성 △농업 △수문학 △해양 생태학 △커뮤니케이션론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 참여 △연구 윤리 △팀워크와 리더십에 대한 기술들을 개발한다. 다학제적 접근으로 원 헬스를 연구하는 처방법 원 헬스 현장 연구소는 탄자니아에서도 개설된 바 있다 [64].
참여대상은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공중보건, 수의학, 기초과학, 농업, 동물학, 국제개발, 실험실 연구, 환경자원, 야생동물 보전 등 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 관계자들 등 다양하게 가능하다. 단, 학부생은 불가능하다. 수강료는 2천 100달러(약 235만 원)이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13개국, 4개 대륙의 63명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UC데이비스의 수의학과와 의과대학 교수진들이 직접 참여해 과정의 질을 높인다 [64].
6. 더 연구해야 할 지점들
본 보고서는 원 헬스에 대한 보건 연구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는 데 중심을 두었다.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지점은 기후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항균제 내성 간의 상호작용 부분이다. 자본 집약적 공장식 사육과 도시화는 삼림을 파괴하고 있다. 더 신속히 더 많은 고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항균제는 남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내성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현대인들은 좀 더 편하게 오래 살기 위해 더 많은 약물에 중독돼 가며 항생제 내성을 키우고 있다. 또한 불법적인 야생동물 거래는 동물성 질병을 확산시키고 있다. 각각의 사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더 많은 데이터가 공개되고 공유되어 분석될 필요가 있다.
특히, 원 헬스 관련 기관들과 정부 부처, 연구소, 일반 시민들 간의 인식과 지식의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원 헬스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관들끼리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인류가 직면한 위기는 몇몇 기관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특히, 공익적 차원을 고려하는 정부 기관이나 공공 기관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들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아니라 인류의 차원에서 팬데믹에 맞서기 위해선 원 헬스 개념에 대한 공통분모가 더욱 커져야 할 것이다. 어떤 협업이 어떤 결과를 산출하는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낼 필요가 있다.
한편, 인포데믹으로 인한 가짜뉴스 창궐 역시 원 헬스의 인식과 교육의 차원에서 더 연구해야 할 지점이다. 왜냐하면, 비과학적인 상식으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거나, 자가격리를 이탈하는 등 집단 면역에 해가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포데믹으로 인해 바이러스 변이가 더 확산되고, 이에 대응할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면 인류는 재앙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셈이다.
7. 결론
원 헬스 차원의 국제적 협조와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 첫째, 개별 연구자들이 주체적으로 특정 프로젝트를 운영해 감염 확산이 줄어드는 성과를 내고 있다. 둘째, 지역 사회의 협업 모델 구축으로 수의학과 의학 서비스가 인간과 반려동물한테 함께 도움을 주고 있다. 셋째,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원 헬스 차원의 백신 접종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에 성공했다. 넷째, 국제사회가 나서서 질병에 취약한 특정 국가에 직접 도움을 준 사례가 있다. 다섯째, 디지털을 이용해 질병을 감시하고 원 헬스 지식 저장소를 구축해내고 있다. 이외에도 효력이 있는 국제법 차원에서 원 헬스를 고려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바이러스가 진화하듯이, 원 헬스에 대한 자각과 행동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원 헬스 개념은 인수공통감염병에서 비롯했지만, 이제 기후변화와 항균제(항생제) 내성 문제, 야생동물의 불법 거래, 인류의 정신 건강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원 헬스는 이제 당위적 개념이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단지 다학제적 접근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정책과 제도, 국가별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원 헬스에 대한 필요성은 공통적이지만 인식과 지식의 격차는 크다.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제시되고 있다. 아울러, 그만큼 인류가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가족을 잃는 아픔을 여전히 인류에게 주고 있다. 만성 코로나의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인류는 정신 건강 문제에까지 직면해 있다. 천문학적 경제 손실은 생계를 위협할 정도이다. 예전으로 정말 돌아갈 수 있을까는 의문이 만연해 있다. 그렇다면, 시대를 고찰하고 실천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핵심은 원 헬스의 차원에서 인류의 문제를 다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기후변화와 항균제 내성 문제 등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의 원 헬스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원 헬스에 대한 인식과 지식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정보공개와 공유, 접근성이 중요하다. 이는 결국 원 헬스의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각각의 원 헬스 관련 기관들이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협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원 헬스는 원 헬스 관련 기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 차원에서 백신 접종과 증상 등에 대한 정보공유, 자가격리 지침 준수와 마스크 착용 등 할 일은 많다. 인류가 직면한 코로나19는 나만 무임승차해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원 헬스는 인식과 실천 차원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계속 던질 것이다.
8. 참고문헌 및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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