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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 선택을 이해하기 위한 통합적 개념틀, 다유전자 적응
양성 선택을 이해하기 위한 통합적 개념틀, 다유전자 적응 저자 김준 (서울대학교)
등록일 2020.10.08
자료번호 BRIC VIEW 2020-R32
조회 820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요약문
생물이 어떻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유전자(gene)와 대립유전자(allele)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은 진화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이다. 이를 달성하고자 현재까지 다양한 모형이 제시됐지만, 현상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론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유전체의 각 유전자 자리(locus)가 어떤 대립유전자를 지니는지를 집단(population)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일인 데다가, 다양한 유전자가 동시에 영향을 끼쳐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다유전자 적응(polygenic adaptation)을 설명할 수 있는 통합된 방법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저자들은 기존 집단유전학(population genetics)과 양적 유전학(quantitative genetics), 이 두 가지 전통적인 견해가 적응을 해석하는 관점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방법론을 제안한다. 특히 다유전자 적응 과정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조합이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적응을 달성할 수 있다는 중복성(redundancy)과 각 유전자마다 적응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 자리마다 대립유전자 빈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질성(heterogeneity) 그리고 같은 적응 과정을 거친 서로 다른 집단은 서로 다른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빈도 변화를 통해 적응할 수 있다는 집단 간 비-유사성(non-parallelism) 등을 고려하는 방법론이 필요함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실제 집단에서 일어났던 다유전자 적응 과정에 대해 보다 풍부하게 기술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심각한 기후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고 적응하게 될지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키워드: polygenic adaptation, positive selection, population genetics, , quantitative genetics
분야: Evolution, Genetics, Genomics

본 자료는 Polygenic adaptation: a unifying framework to understand positive selection. Nat. Rev. Genet. (2020).의 논문을 한글로 번역, 요약한 자료입니다.

목 차

1. 배경
2. 집단유전학과 양적유전학의 모형
3. 다유전자 적응을 살펴보는 방법
4. 기존 방법론의 한계
5. 통합된 관점
  5.1. 중복성
  5.2. 유사성과 이질성
  5.3. 적응 조성을 살펴보는 데 필요한 요소들
6. 결론


1. 배경

국내외로 많은 분자유전학자들이 주로 수행하는 연구 방법론은 대개 한 유전자에 돌연변이(mutation)를 만들고, 이 중 극단적인 표현형 변화를 만들어내는 특정 형태의 돌연변이를 이용해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일일 것이다. 이는 다양한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였으며, 특히 정방향 유전학(forward genetics)을 도입할 수 있었던 다양한 모델생물에서 강력한 방법론으로 정립되었다.

이런 방법론은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함으로써 어떤 유전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같은 경로에서 함께 작동하는지 등을 밝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실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진화를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연구 방법론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구실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돌연변이와 그로 인한 극단적 표현형 변화는 자연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진화 과정은 대개 대립유전자를 하나하나씩 떨어뜨려 놓으면 차이가 너무 미묘해서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작은 표현형 차이를 만들어내는(즉 효과 크기(effect size)가 작은) 여러 유전자의 대립유전자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립유전자 수준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분자유전학에서 쓰이는 것과는 다른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론을 연구한 가장 대표적인 두 전통은 양적유전학과 집단유전학이다. 집단유전학은 대개 효과 크기가 작은 유전자 자리 중 한 유전자 자리의 대립 유전자 빈도가 0에 가까운 값에서 1로 바뀌는, 다시 말해 거의 한쪽 대립유전자만 남기며 선택적으로 스윕하는(selective sweep) 극단적인 변화를 통해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양적유전학은 대개 효과 크기가 작은 여러 유전자 자리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모두 미묘하게 늘거나, 줄어드는 과정을 통해 형질의 새로운 형질 최적값(trait optimum)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 집단유전학과 양적유전학의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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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집단유전학과 양적유전학에서 쓰이는 모델 중 일부를 개괄적으로 나타낸 도표.
집단유전학에서는 특정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급격히 바뀌며 표현형 값이 바뀌고, 양적유전학에서는 수많은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조금씩 바뀌며 표현형 값이 바뀐다. “Polygenic adaptation: a unifying framework to understand positive selection” 논문의 Fig. 1을 변형한 것.

 

분자집단유전학은 이런 스윕 모형을 환원적으로 적용하는데, 이 전통에서는 환경 변화로 인해 표현형에 가해지는 선택이 곧바로 특정한 개별 대립유전자의 빈도를 최적값으로 고정시키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가정한다. 이로 인해 개별 유전자 자리에서 이뤄지는 적응 과정의 합이 곧 전체 적응 과정이 된다. 또 새롭게 생겨난 이로운 돌연변이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0에서 1로 급격히 바뀔 수 있다고 가정하는데, 이는 이 돌연변이 대립유전자의 빈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고정시켜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론 이런 전통적인 집단유전학의 모형도 확장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0과 1 사이의 극단적인 변화(hard sweep)가 아닌 좀 더 부드럽게 대립유전자 빈도가 변화하는 것이며(soft sweep), 대표적인 예로는 이미 집단 내에 존재하던 유전 변이(standing genetic variation)의 빈도가 환경 변화로 인해 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작은 표현형 변이도 허용된다는 뜻이며, 선택의 강도가 약할 때에는 천천히 변할 수 있다는 걸 가리킨다. 이런 가정을 하더라도 문제점이나 한계가 존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개별 유전자 자리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것은 독립적이라 가정하기 때문에 각자 항상 특정 값을 지니게 되고, 반복 시뮬레이션을 시행해도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항상 같은 대립유전자 조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양적유전학은 특정 유전자 자리나 유전형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표현형 값이 바뀌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둔다. 한 유전자의 대립유전자가 무엇이냐에 따라 특정 형질의 표현형 값이 바뀔 수 있다면, 그 형질에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유전자들과 그들의 대립유전자 조성이 바뀌는 과정에서는 표현형 값이 연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런 가정을 가장 극단적으로 받아들인 모형은 무한소 모형(infinitesimal model)으로, 이는 특정 형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자 자리의 수를 무한으로, 한 유전자 자리의 효과 크기를 무한소로 가정한다. 적응은 한 유전자 자리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급격히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기보다는 수많은 유전자 자리에서 대립유전자 빈도가 미묘하게 바뀌는 과정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양적유전학의 모형 또한 확장될 수 있다. 모든 유전자 자리의 효과 크기가 무한소라고 가정하는 대신 몇몇은 효과 크기가 크고, 효과 크기가 큰 유전자 자리는 대립유전자 빈도가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등의 가정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는 집단유전학의 싹쓸이 모형과 비슷한 형태의 적응 과정을 가리키지만, 양적유전학 모형에서는 이런 특정 유전자 자리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변화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해당 형질에 관련된 수많은 유전자 자리가 바뀌는 과정에서 표현형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보다 확률적인 성질을 지니게 되며, 이로 인해 긴 시간 동안 일어나는 진화 과정에서는 집단유전학의 모형과 다른 특징을 나타낸다. 특정 유전자 자리의 중요성보다는 형질 최적값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이나 이동 등으로 집단의 일부가 나뉘게 되면 같은 환경 변화를 겪고 같은 형질 최적값을 지니게 되더라도 대립유전자 조성은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3. 다유전자 적응을 살펴보는 방법

이런 전통 내에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적응한 실제 집단들을 비교해 다유전자 적응 양상에 대해 이해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집단 사이에서 나타나는 개별 염기 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을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예컨대 특정 SNP가 특정 아미노산 하나를 바꾸게 하는지(non-synonymous),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지역에 생기는 변이이긴 하지만 아미노산 서열은 안 바꾸는지(synonymous), 아니면 유전자와 유전자 사이에 존재하는 변이인지(intergenic) 등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실제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는 애기장대나 인간 집단을 비교하면 이 유형 중 아미노산 서열을 바꾸는 유형의 SNP가 가장 변이가 크며, 다른 두 유형은 훨씬 더 약한 신호를 지닌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런 분류 기준은 연구하는 종에서 사전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개별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지니는지, 어떤 유전자들이 한 경로(pathway) 안에서 작동하는지 등을 알고 있다면 이 정보들을 활용해 변이를 유형별로 나눌 수도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서식한 집단을 비교해 집단 사이에서 차이가 나는 유전자 기능이나 경로가 무엇인지 확인하여 두 집단에서 어떤 표현형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을지 추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들은 분명 강력하고 통계적 검정을 하기가 쉬운 편이지만, 실제 표현형과 연관돼 있는지, 특정 기능이나 경로에 포함된 SNP 중 어떤 유전자에 생긴 SNP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유전형과 표현형을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론도 있으며, 이는 특정 적응과 연관되어 있을 후보 유전자 자리를 추려내는 데 중요하게 쓰인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론은 유전체 수준에서 여러 유전자 자리의 유전형과 각 개체의 표현형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이다. 이는 유전자 자리 혹은 특정 위치의 SNP 수준까지 아주 정교한 수준에서 원인 유전자, 원인 변이를 찾을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현재까지 GWAS를 통해 밝혀진 상당수의 형질은 여러 유전 변이가 표현형 변이에 영향을 주는 다유전자 모형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알려졌고, 각 유전자 자리의 효과 크기는 대개 작았다(작물이나 연구실 내 진화처럼 강한 선택이 가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는 효과 크기가 큰 대립유전자 변화로부터 표현형 변화가 나타나기도 함).

이처럼 강력한 방법론이기는 하지만, GWAS에서 통계 처리 할 수 있는 수준의 신호를 확보하려면 많은 개체로부터 유전형과 표현형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GWAS에서 확보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유전 변이들이 설명할 수 있는 표현형 변이의 총합은 보통 전체 표현형 변이보다 작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GWAS로는 찾지 못하는 변이, 일부는 효과 크기가 너무 작거나 대립유전자 빈도 변화가 너무 작아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변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한다.

GWAS와 유사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SNP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SNP를 고려하고, 각 SNP로 인해 나타나는 표현형 변이에 따라 각 SNP의 비중을 달리 주는 방법도 있다.

4. 기존 방법론의 한계

이런 방법론들은 다유전자 적응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실험 조건과 모형에서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먼저, 현재까지 연구된 집단들의 상당수가 인간과 작물 등 몇몇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한 선택을 받고 자연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적응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로 인해 효과 크기가 크거나, 유전자가 통째로 사라지는 등의 극단적인 유전 변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향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편향을 줄이려면 더 다양한 생물 종에서, 더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채집할 필요가 있다.

GWAS는 ‘어떤 SNP를 사용하는가?’, ‘어떤 집단을 연구하는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특히 특정 환경에 해로운 표현형으로 이어지는 몇몇 유전 변이가 사용될 경우, 연구하고자 하는 형질과 별 관련이 없는 SNP가 마치 적응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 유전적 부동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특정 집단에서 특정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높거나 낮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오류로 잡힐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 하나가 여러 형질에 영향을 끼치는 다면발현 또한 적응 과정을 잘못 이해하게 할 수 있다. 특정 유전자의 한 대립유전자가 환경 적응과 생존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형질에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는 경우, 예컨대 환경 적응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손을 낳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해당 대립유전자가 중요하다고 해도 선택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서로 다른 두 형질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들이 겹친다면, 특정 환경에서 적응한 한 형질로 인해 다른 형질과 그와 관련된 대립유전자 빈도까지 해석하기 힘든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

5. 통합된 관점

저자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다유전자 적응 과정을 좀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고자, 유전적 중복성, 서로 다른 유전자 자리에서 나타나는 이질성 그리고 같은 적응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유사성 등의 정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5.1. 중복성

특정한 표현형은 다양한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관련된 유전자들의 대립유전자는 각각 어떤 것으로 되어있는가?’, ‘각 대립유전자의 효과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특정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사이에는 우성 여부가 있는가(dominance)?’, ‘유전자들 사이에는 상위(epistasis)가 있는가?’ 등에 따라 표현형이 바뀔 수 있으며, 이러한 유전 정보를 ‘유전적 조성(genetic architecture)’이라고 부른다. 앞서 언급한 GWAS 뿐만 아니라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재조합 계통(recombinant line)을 이용해 양적 형질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자리를 찾아낼 수 있고, 각 대립유전자의 효과 크기도 알아낼 수 있으며, 유전자 또는 대립유전자 사이의 일부 상호작용 또한 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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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다유전자 적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중복성.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서로 다른 색으로 표기) 조합을 사용해도 비슷한 형질 최적값에 도달할 수 있다. “Polygenic adaptation: a unifying framework to understand positive selection” 논문의 Fig. 3의 일부를 변형한 것.

 

다유전자 형질에서 나타나는 유전적 조성의 중요한 특징은 이름 그대로 여러 유전자가 한 형질의 표현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서로 유전형이 다르더라도 표현형이 얼마든지 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서로 다른 집단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해 두 집단 모두 형질 최적값에 수렴한다고 해도 두 집단의 대립유전자 조성은 완전히 다를 수 있으며, 심지어 한 집단 내에서도 개체의 대립유전자 조성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만약 같은 집단의 개체들이 같은 대립유전자를 선택하면서 적응한다면 특정 유전자의 대립유전자가 싹쓸이하는 형태로 드러나게 될 것이고,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 조합을 지닌다면 미묘한 빈도 변화만 나타날 것이다.

5.2. 유사성과 이질성

이런 유전적 조성을 안다면 과거에 어떻게 다유전자 적응 과정이 진행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동일한 집단이 동일한 적응 과정을 거칠 때 동일한 유전적 조성을 만들게 된다는 뜻은 아니며, 또 어떤 대립유전자들이 선택될지 알게 된다는 뜻도 아니다. 저자들은 이런 현상을 모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적응 조성(adaptive architecture)’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이는 특정 적응 과정 동안 바뀌는 대립유전자 빈도에 대한 확률 분포인데, 모든 유전자 자리의 대립유전자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같은 적응 과정을 겪는 서로 다른 집단(replicates)에서 다르게 또는 같게 나타날 수 있는 빈도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유사성과 이질성은 이런 적응 조성에서 집단 사이에서, 유전자 자리 사이에서 나타나는 분산을 더 잘 이해하고자 도입된 개념이다. 유사성은 특정 유전자 자리의 대립유전자 빈도가 독립적으로 적응하는 집단에서 얼마나 비슷하게 나타나는지를 가리키며, 이질성은 한 집단의 유전자 자리 사이에서 나타나는 분산을 가리킨다. 한 집단 내에서 어떤 유전자는 적응 과정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치지만, 어떤 유전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유전자마다 기여도가 다르면 각 유전자 자리는 서로 다른 빈도 변화를 보일 것이며, 그 변화의 차이가 클수록, 즉 유전자 자리마다 분산이 클수록 이질성은 높아진다.

다양한 요인이 이질성과 유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예컨대 적응도(fitness)를 제한하는 조건이 있다면 환경이 바뀐다 하더라도 적응도 관련 유전자는 강하게 영향을 받을 테니 이질성은 높아질 것이다. 서로 다른 집단에서도 환경 변화와 관계 없이 적응도 관련 유전자는 비슷한 대립유전자 빈도를 보일 것이므로 유사성도 높게 나타날 것이다. 반면 돌연변이, 이동, 부동 등 무작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포함된다면 특정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빈도도 맘대로 바뀔 수 있고 집단 간 차이도 커질 수 있으므로 이질성은 높아지고 유사성은 떨어진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런 정의를 도입하면 유전적 조성을 표현형 변이에 필요한 잠재력, 적응 조성을 적응에 필요한 잠재력 정도로 기술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쓰이던 모형들이 대개 반복되는 동일한 시험에서 동일한 유전적 조성을 지닌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결정론적인 지점을 지니고 있었다면, 다유전자 적응 과정을 확률적으로 서술하는 저자들의 모형은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적응 과정을 거치더라도 서로 다른 유전적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5.3. 적응 조성을 살펴보는 데 필요한 요소들

같은 환경 조건에서 동일하게 적응하는 서로 다른 집단을 살펴보는 것은 적응 조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연구가 될 것이다. 다만 집단 크기가 너무 크다면 확률적인 반응조차도 큰 수의 법칙 때문에 거의 항상 동일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당한 크기의 집단들을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동일하게 적응한 집단을 비교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 전의 집단과 환경 변화 후의 집단을 비교하는 시간대 별 정보를 확보하는 것 또한 몹시 중요할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집단을 이용해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환경 조건과 시작 조건 등이 완전히 동일한 반복 적응 과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통제된 환경에서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적응 조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6. 결론

생물은 새로운 조건에 적응하며, 이런 조건 변화에는 환경 변화, 새로운 돌연변이의 출현, 집단 이동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이 적응 과정에서 집단의 표현형은 새로운 형질 최적값에 이르게 되며, 이는 집단의 대립유전자 조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런 적응 과정이 대개 다양한 유전자의 대립유전자 빈도 변화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다유전자 적응 과정이기 때문에, 기존의 모형에서 간과되고 있던 중복성, 이질성, 유사성 등의 개념을 도입하여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적응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고 있다. 특히 현재처럼 극심한 기후 위기 속에서 각 생물 집단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은 이처럼 새로운 연구 방법론 개발과 발전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더 잘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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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2020). 양성 선택을 이해하기 위한 통합적 개념틀, 다유전자 적응. BRIC View 2020-R32. Available from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report&id=3618 (Oct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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