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Ⅰ. 샌디에고 이모저모: 기후, 교통 및 식사
Ⅱ. 주요 발표 내용
A. 10월 16일 첫재 날
B. 10월 17일 둘째 날
C. 10월 18일 셋째 날
D. 10월 19일 넷째 날
E. 10월 20일 다섯째 날
Ⅲ. 총평
Ⅰ. 샌디에고 이모저모: 기후, 교통 및 식사
사시사철 쾌적한 기후(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며, 10월 평균기온은 16~21℃)를 자랑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2018년 미국 내 가장 살기 좋은 도시 22위 로 랭크된 샌디에고(2016년 기준, 약 150만 명 거주).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약 14시간 만에 도달한 샌디에고 공항(SAN)에 내리자마자 적당한 습도의 따뜻한 공기가 여행자들을 반긴다. 남북극을 제외한 오대양 육대주를 누벼봤지만, 10월에 이런 쾌적한 날씨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았다. Uber (UberX 이용, 교통상황에 따라 다르나 도심까지 평균 15-20분, 편도 $11)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에 위치한 숙소로 이동했다. 학회 기간 동안 컨벤션 센터 근처 숙소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격을 자랑하기에, 이왕이면 학회 등록과 동시에 숙소 예약도 추천한다. 필자는 학회장에서 15 블록 정도 떨어진 거리에 숙소가 위치했기에 학회장까지 이동에는 도보 대신 전동 킥보드를 애용했다. 마치 대전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공공 자전거 ‘타슈’ 처럼, 샌디에고 전역에는 다양한 개인 교통수단(일반 자전거, 전동 자전거 및 킥보드) 이 공공 대여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때로는 활보하는 라이더들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골칫거리가 되곤 하지만, 교통 수칙을 잘 따르고 사용한다면 (e.g., 헬멧 착용, 차도의 갓길 및 인도에서 저속 운행) 학회장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이동 (e.g., 도보로 20-30분거리를 전동 킥보드로 10분 내로 이동 가능) 할 수 있다. 학회장 내 스타벅스나 푸드트럭 혹은 가스램프 쿼터 에서 간단히 허기를 달랠 수 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를 꼽는다면 리틀 이태리에 자리한 Ironside Fish & Oyster Bar 에서 신선한 해산물 특히, 석화와 로컬 맥주를 맛보길 추천한다. 이미 샌디에고에서 손꼽히는 맛집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캘리포니아-워싱턴-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전역에서 잡힌 생굴 본연의 단짠단짠과 감칠맛이 굉장한 나쵸칩과 디핑소스를 맛볼 수 있다.
미국 샌디에고 도심 지도 및 주변 경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컨벤션 센터는 도심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컨벤션 센터에서 해안가를 바라보면 요트가 정박된 샌디에고 연안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컨벤션 센터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코로나도 해변은 캘리포니아 주 내에서 유려한 경관과 더불어 서핑 명소로 손꼽히기도 한다.
샌디에고 시내 곳곳에 자리한 라임바이크. 앱스토어에서 Lime app을 통해 샌디에고 전역에 위치한 전동킥보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비슷한 종류의 앱과는 달리 외국인도 운전면허증 없이 회원가입 후 사용가능하다. 이용료는 시간 당 $9.리틀 이태리에 위치한 Ironside Fish & Oyster Bar.
Ⅱ. 주요 발표 내용
A. 10월 16일-첫째 날
학회 첫날에는 ASHG president의 기조 연설과 Ionis Pharmaceuticals이 주관하는 미니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ASHG 의장 David Nelson의 따뜻한 환영인사와 함께 “Who are we?” 라는 큰 주제 아래 제 68회 ASHG 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180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까지 우세했던 우생 유전학 운동(eugenics movement)에 반발한 H. J. Muller가 1948년에 기고했던 글이 시발점이 되 이듬해인 1949년에 The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저널이 처음 등장하고 뒤이어 ASHG 연례 모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올해 ASHG에는 약 80개국의 7,049명의 연구자(기초 연구: 35%, 중개 연구: 18%, 임상 연구: 8%) 및 1,591명의 산업계 종사자들이 참여했으며, 3,315건의 포스터 세션과 372건의 구두 발표가 진행되었다.
그는 연구자들의 다양성과 화합을 강조하는 한편, ancient DNA 분석을 통해 우리의 기원을 찾고(“Who are we?”), 기근 해결과 질병 치료 등에 기여한 유전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인류가 발전해왔고, 그 어느때보다도 세간의 유전학에 관심(e.g., 개인 유전자 분석 시장 활성화, 유전학 관련 서적 판매량 증가) 이 높아지고 있다고 기뻐했다. 더불어, 유전자 치료(e.g., viral gene therapy, oligonucleotide therapy, gene-editing)의 발전에 놀라워함과 동시에 이러한 흐름이 윤리적, 도덕적 접근 없이 현대판 우생 유전학으로 흘러가면 안됨을 강조했다.
한편, 기조연설 중 학회 전용 앱을 소개하며, 실시간으로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베이가 진행되며 그 결과를 참가자들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점이 신선했다. 이외에도 앱 상에서 메시지 기능을 통해 관심 있는 연구자들 사이에 연락처 교환 없이도 편리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ASHG 2018 학회장 및 Plenary talk에 참여한 연구자들의 모습.
ASHG 2018 참석자를 위한 학회 전용 앱 사용 예시. 앱을 통해 Plenary talk 중, 실시간으로 투표에 참여해볼 수 있고, 참가자들과 메시지를 통해 손쉽게 네트워킹도 가능하다.
이번 2018 ASHG 학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발표 중 하나는 보스턴 아동 병원의 Timothy Yu 박사가 발표한 바텐병(Batten Disease)을 앓고 있는 6세 환아, Mila를 핵산 치료제(Antisense oligonucleotide, 이하 ASO)로 간질 발작 증상을 완화시킨 내용이었다. Mila는 점진적인 실명, 간질, 그리고 신경인지 장애를 보여왔는데, 유전체 분석을 통해 부계에서 유래한 MFSDB/CLN7 유전자의 인트론 영역에 전이인자(retrotransposon)이 삽입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해당 변이를 가진 CLN7에서 유래한 mRNA는 비정상 단백질 생산을 통해 세포 내 리소좀 기능 이상을 초래하기에, 연구진은 변이 CLN7 RNA를 특이적으로 저해하는 ASO를 제작 후(Milasen), FDA의 허락 아래 초진 이후 1년 만에 Mila에게 투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신속하게 진행된 Mila 만을 위한 정밀 치료(Precision medicine)는 ASO가 다른 신경 퇴행성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학회 첫날에는 Milasen 뿐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 사용 중이거나 대규모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는 다양한 ASO 치료제들(e.g., 가족력이 있는 저콜레스테롤혈증, 뒤센근위축증, 유전적 아밀로이드증, 척수성 근위축증 및 헌팅턴씨 병)의 활약상이 Ionis Pharmaceuticals이 주관하는 학회 내 미니 심포지엄(Bridging The Gap: Translating Genomic Discovery into Human Therapeutics)을 통해 소개 되었다.
그 중, Ionis의 Frank Bennet이 발표한 신경 퇴행성 뇌질환 중 하나인 헌팅턴씨병의 타깃 ASO는 임상 1상(타겟 그룹: 32 명, 플라시보 그룹: 12명)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했고, 수개월 내에 6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Open-label extension study’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헌팅턴씨병은 HTT 유전자 내 CAG 반복서열의 증가가 헌팅틴 단백질 응집체를 야기하는데, ASO를 뇌척수액을 통해 주입해 mutant allele (c.f., CAG repeat expansion에 관련된 SNP) 특이적 mRNA를 제거하여 응집체 양을 경감시킴을 통해 임상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B. 10월 17일-학회 둘째 날
학회 둘째 날 오전, MGH 병원 및 브로드 연구소의 Karczewski는 Exome Aggregation Consortium (ExAC)의 다음 버전인 Genome Aggregation Database (gnomAD v2.1)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총 14만 456명의 일반인 전장 유전체 정보를 아우르는 gnomAD 데이터베이스(12만 5748명의 WES: 16 million SNVs 및 1.2 million indels, 15만 708명의 WGS: 229 million SNVs 및 33million indels) 및 브라우저 (http://gnomad.broadinstitute.org/)를 활용하면 연구자가 발견한 새로운 유전변이가 일반 혹은 특정 인구집단(e.g., Finnish European, Korean 등)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존재하는지, 해당 유전자가 LoF (Loss of Function)에 얼마나 취약한지 pLI score (c.f. 해당 유전자가 haploinsufficiency를 가질 확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pLI가 높으면 한 카피의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해도 해당 유전자의 기능에 미칠 영향이 높음) 등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오후에는 “Omics in Alzheimer’s Disease” 세션에 구두 발표로 참여하며, 알츠하이머병을 대상으로한 대규모 GWAS, Transcriptome, Single-cell RNAseq 데이터 기반 오믹스 연구결과를 확인했다.
보스턴 캠브리지에 위치한 Biogen 소속 J. Liu는 IGAP (International Genomics of Alzheimer’s Project) 과 UK Biobank 에 등록된 알츠하이머 환자 및 대조군의 Genome wide Association Studies (GWAS) 데이터를 기반으로 TMEM163 및 NDUFAF6를 포함한 35개의 유효한 알츠하이머병 위험인자(risk SNPs)를 찾아냈다. 이후, GTEx, AMP-AD, Blueprint 등의 eQTL (Expression Quantitative Trait Loci)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찾고자 했으며, 이때 보고되지 않은 CCDC6 유전자의 알츠하이머 뇌에서의 발현량 증가를 확인했고 뒤이어 실험적으로 iPSC에서 CCDC6 유전자의 rs1171830 SNP 을 CRISPR/Cas9 시스템을 통해 genome editing 했을 때에도 transcript 양 증가를 확인했다.
통계적으로 여성에서 알츠하이머병의 lifetime risk 및 pathology severity 가 높다는 관찰 결과에 기반하여 UCSF 소속 Sirota 그룹의 M. Paranjpe는 성별과 APOE 대립인자를 구분해 395 명의 알츠하이머병과 414명의 정상인의 뇌 조직에서 전사체 메타 분석을 진행했다. 여성 알츠하이머병 특이적으로 발현량 증가를 보이는 유전자들은 IL-1 signaling, WNT signaling 등에 enrich되었으며, 남성과 여성 공통적으로 발현량 증가를 보이는 유전자들은 complement activation, gluthathione metabolism 등에 enrich 되었다. 뒤이어 네트워크분석(Weighted Gene Correlation Network Analysis)을 통해 여성에게서 immune process, fatty acid oxidation, complement activation 모듈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통상 균질화된 뇌 조직(homogenized bulk brain tissue)을 통해 얻은 transcriptome 혹은 RNA-seq 데이터에서는 cell type-특이적 패턴을 알기 어렵고, cell type 조성 차이에 의한 샘플 간 변이도 크게 나타난다. 이에 미국 듀크대학의 O. Chiba-Falek 교수는 동결보존된 postmortem 뇌 조직(21명의 정상인 및 19명의 late-onset 알츠하이머병 환자)을 NeuN 염색 이후 분류하여(NeuN Fluorescence Activated Nuclei Sorting, FANS) 신경세포(NeuN+)와 신경교세포(NeuN-) 특이적 chromatin accessibility site (ATAC-seq) 및 gene expression (nanoString nCounter gene expression assay)을 확인하였다.
한편, “Subclonal somatic mutations” 세션에서는 체성 유전변이(somatic mutation)에 관한 최신 연구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서울대 병원의 이주호 박사는 전장 엑솜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악성 뇌 종양인 뇌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 암 부위가 아닌 근처의 뇌실하영역(sub-ventricular zone)에서 기인했다는 인상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교모세포종의 경우 종양을 제거해도 재발률이 높고, 주변 뇌실하영역에는 neural stem cell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28명의 교모세포종 환자의 종양(tumor)-종양이 없는 뇌실영역(sub-ventricular zone)-정상 혈액(blood) 에 대해 고심도 시퀀싱을 진행했고, 그 결과 56.3%의 교모세포종 환자의 뇌실영역에도 해당 환자의 종양에 존재하는 driver mutations이 낮은 빈도로 동일하게 발견됨을 확인하였다. 이어서, 단일 세포 유전자 분석과 레이저 캡쳐 해부 현미해부법을 통해 뇌실하 영역의 신경 교세포형 신경줄기세포에서 발생한 driver mutations이 교모세포종이 기원이 됬고, 더 나아가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해 마우스의 뇌실하영역에 p53/PTEN/EGFR driver mutation을 유전자 편집을 했을 때, 해당 마우스 모델에서 교모세포종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실험적으로 증명해냈다.
한편, 미국 유타주에 위치한 Myriad Genetics의 B. Coffee 박사는 gnomAD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생식 세포변이 정보에 사실 체성 유전변이도 일부 포함(somatic contamination)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에서 나타나는 clonal expansion은 나이에 따라 증가하기에, 고연령 성인의 혈액 시퀀싱 데이터 상에는 생식 세포변이(germline mutation)뿐만 아니라 높은 대립 유전자 빈도(variant allele frequency)를 가지는 체성유전변이(somatic mutation)도 함께 뒤섞여 있을 수 있다. Age-associated clonal hematopoiesis에 의해 빈번하게 변이가 발생하는 TP53 및 ASXL1 유전자의 pathogenic variants (PV)의 대립 유전자빈도를 다른 유전자들(e.g., CFTR, PAH, BRCA1 등)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TP53 및 ASXL 유전자 내 PV들의 빈도가 실제 general population에서 관측되는 값보다 overestimation 되는 경향을 보였다. 고로, 질병과 유전변이 상의 연관성을 gnomAD 등의 general population database 상의 정보를 활용해 따질 때, 특히 고연령 성인의 유전체 정보에는 체성 유전변이가 혼재되어 있을 수 있기에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함을 시사했다.
모든 세션이 종료된 저녁 7시, 아마 EtBr에서 이름을 따온 듯한 Ethidium Spill (NIH 소장인 Francis Collins의 기타연주라니!) 이라는 연구자들로 이뤄진 밴드가 연주하는 올드팝/컨츄리 음악 아래 오프닝 리셉션이 열렸다. 직전까지 진지했던 발표 및 강연들은 뒤로한 채, 비틀즈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연구자들의 모습은 사뭇 인상적이었다.
ASHG 오프닝 리셉션에서 리듬을 타는(!) 연구자들.
C. 10월 18일-학회 셋째 날
학회 셋째 날에는 Exhibition hall에서 진행되는 포스터 세션,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기반 회사들의 장비 시연 및 Career counseling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았다.
미국 MIT 소속 M. Kellis 그룹 소속 연구자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single-cell RNA seq 데이터를 이용하여 새로운 원인 유전자를 찾고자 하였으며, 특히 단순히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의 이분류가 아니라 뇌 조직에 존재하는 6개의 대표적인 세포 군으로 세분화(e.g, excitatory, inhibitory neurons, astorcytes, microglia, oligodendrocytes, oligodendrocyte progenitor cells)하여 각 세포-특이적 발현량 차이 및 체성 유전변이를 찾고자 한 시도가 신선했다. L. He는 24명의 알츠하이머 환자 및 24 명의 정상인 frontal cortex 유래 80,660 개의 single-cell RNA-seq 데이터와 ROSMAP 코호트에 등록된 482 명의 bulk RNA-seq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microglia 세포의 수적 증가와 GWAS 연구에서 알려진 AD-associated SNPs이 발견된 유전자들의 발현량 변화가 관찰됨을 보고했다. 전날 세션 발표에서 같은 그룹의 C. Boix는 동일한 single-cell RNA-seq (smart-seq2) 데이터를 활용해 6개의 대표적인 세포 군-특이적 체성 유전변이를 STAR aligner와 GATK Haplotypecaller로 확인하였다.
특히, Kellis 그룹 소속 학생들과 전날 세션 발표 이후 연락처를 주고 받았었는데 포스터 세션이 끝나고 각자 프로젝트에서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 존재하는 체성 유전변이를 어떻게 정확하게 찾기 위해서 각자 어떤 bioinformatics tools을 사용했었고, false positive calls을 제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어떤 파이프라인의 성능이 좋은지, adult neuron에 존재하는 somatic mosaicism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등에 평소에 필자가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을 함께 의논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한편, Exhibition hall의 다른 한 켠에서는 10x Genomics, Illumina, Nanopore 등의 NGS 기반 회사들이 연구자들에게 자사의 기기들을 시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long-read 시퀀서(c.f., 150~300bp가 보통의 NGS 시퀀싱 read-length면 Nanopore 장비로는 10kbp ~ 100kbp까지 가능하다고 함)로 유명한 Nanopore (Oxford 소재의 Nanopore Technologies) 사의 VolTRAX 장비에서 hands-free library 제작, MinION 장비의 flow-cell에 로딩 후 시퀀싱 및 실제 데이터를 이용한 structure variation 확인 등의 과정을 실제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ASHG 연례 학회의 독특한 점은 trainee 연구자들의 진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예비 석/박사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었다. 학회 시작 약 3개월 전부터 ASHG Career Center에서는 The Jackson Laboratory 와 공동으로 Webinar 수업을 통해 프로그램 “단시간에 본인 연구에 대해 말하는 법”, “연구자들 간의 효율적인 네트워킹”, “구두발표 팁” 등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했으며, 학회 기간 중에도 해당 수업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전문 패널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진행하였다. 뿐만 아니라, trainee 연구자들이 학계, 산업계, 정부 기관 소속 멘토들을 한자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게 하는 “ASHG Trainee-Mentor Luncheon” 및 “ASHG Reception: Career Paths in Genetics” 을 운영하였다.
아쉽게도 학회 등록과 동시에 해당 티켓들이 모두 매진된 까닭에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필자는 “Resume/CV Review Counseling” 및 “Career Counseling”에 직접 참여해 볼 수 있었다. Jackson lab 소속 Professional Development and Recruitment Specialist인 Heather Dillon 와는 20분 동안 필자가 작성한 영문 이력서를 가지고 어떤 점을 수정 보완하면 좋을지 함께 의논할 수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해당 이력서로 학계와 산업계 중 어디를 타겟 하는지에 따라 내용 및 구성 방식도 달라져야 하며, 최대 3장 안에 본인이 참여한 프로젝트들을 기술하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간결하게 기술하는게 핵심이라고 한다. 단순히 영문 교정을 넘어 이력서 자체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이었다. 더불어, 학회장 메인 홀에는 학계, 산업계를 망라한 다양한 job 공고문이 게시판에 빼곡히 자리해 있었다.
Heather와 함께 수정한 필자의 영문 이력서.
학회장 게시된 Job listings.
뒤이어, 오후 시간에는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유전체 분석 기반 회사인 23andMe (Dr. Fah Sathirapongsasuti) 와 Ancestry (Dr. Kristin Rand) 의 R&D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1:1로 직접 만나 산업계 현장에서의 경험담, 실제 하고 있는 일, 해당 부서에서 원하는 인재상, 필자의 가망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회사들이 원하는 실제 인재상에 대해, 미국 내에서 시민권이 없는 외국인이 일할 때의 어려움, 앞으로 해당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비전에 대해 선배들에게 직접 현실적인 조언들을 들을 수 있는 동시에 헤드헌터에게 직접 어필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Hilton Bayfront에서 열린 The Jackson Laboratory 리셉션 행사에 참여했다. 학회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형질 전환 마우스를 생산, 제공하는 기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미국 전역에 Jackson lab 산하의 연구실이 활발한 연구를 펼치고 있으며, 특히 면역결핍 마우스에 환자의 암 조직을 직접 이식해 만드는 PDX 마우스(Patient-derived xenograft) 모델 시스템 구축 및 이를 활용한 연구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 소장으로 계신 Charles Lee 교수님도 잠깐 만나 뵙고, 본인이 어떻게 Jackson lab에 오게 되었는지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고, 또 직접 본인 연구실 포닥 연구자분과 Salk 연구소에 계시는 이동성 박사님도 소개해 주셔서 서로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D. 10월 19일-학회 넷째 날
학회 넷째 날에는 annotation tool 중 하나인 CRAVAT을 직접 배우는 interactive workshop과 “Mutational Processes in Cancer” 세션에 참여하였다.
Private 혹은 Public 유전체 데이터 상에서 발견한 germline 혹은 somatic 유전변이와 질병과의 연관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해당 유전변이를 annotation 하는 과정(e.g., 유전체 내 위치 및 유전자 정보, general population 상의 minor allele frequency, pathogenic score 등)이 필수적이다. 현재 VEP, SnpEFF, SeattleSeq 등 annotation을 위한 다양한 툴들이 존재하지만 그 대부분은 생물정보학에 밝지 않는 end user들에게 친화적이지 않다. 이에, 미국 존스홉킨스대 Karchin 랩에서 개발된 CRAVAT tool (http://cravat.us/CRAVAT/)은 직관적인 구성 및 시각화로 webtool 혹은 local 서버에서 command line으로도 작업할 수 있기에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초심자가 사용하기 편리했으며, CHASM, VEST 등의 최신 variant scoring 정보도 함께 제공되기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Rachel Karchin 교수 본인이 직접 CRAVAT 툴을 개발하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들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시며, 강좌 중간중간에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놓치지 않고 챙겨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CRAVAT Tool 강좌 모습.
한편, “Mutational Processes in Cancer” 세션에서는 DNA mismatch repair mechanism 이상에 따른 암 발생에 관한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일본 교토대학 소속 A. Fujimoto는 DNA mismatch repair 이상에 의해 microsatellite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여 새로운 mismatch repair-deficient 종양의 마커를 제시하고자 했다. 그들은 microsatellite 상에 존재하는 indel을 찾기 위한 caller를 개발해 ICGC PanCancer 데이터 상에 등록된 21개의 조직 유래 2,717 샘플에서 9.2백만 개의 microsatellite을 관찰하였다.
미국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소속 S. Hung은 non-coding 영역에 존재하는 새로운 발암 원인을 찾기 위해, 대장암(colorectal cancer) 환자 세포주들에서 H3K27ac ChIP-seq을 이용해 cancer-specific enhancer에 존재하는 enhancer activating indel를 찾아냈다. 흥미롭게도 mismatch repair-deficient 대장암 세포주들에서 해당 activating indel이 더 빈번하게 발견되었으며, 이러한 indel은 짧은 A/T homopolymer 형태를 가지는 FOX family 전사인자의 binding site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기에 아마도 이를 통해 cancer driver gene의 activation이 유도되지 않았을까 주장하였다. 실험적으로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해 mismatch repair 효소인 MLH1을 녹아웃 시킨 대장암 세포주를 마우스에 intrasplenic하게 주입 후 발생한 종양을 CHIP-seq을 진행했을 때, enhancer activating indel이 주변 liver 조직에서도 관찰됨을 확인하였다.
CRAVAT 웹 페이지 및 유전변이 annotation 결과.
E. 10월 20일-학회 마지막 날
학회 마지막날에는 구두 세션 참여 및 23andMe에서 판매하는 유전자 분석 키트를 직접 구매해 사용해보았다.
“Understanding the Brain with Computational Genomics” 세션에서는 외상후스트레스(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와 관련된 genetic architecture 및 brain genome 상에 존재하는 somatic retratronsposon을 발견한 연구 발표가 있었다.
미국 MIT의 Yue Li는 Grady Memorial Hospital 소속 9,400명의 PTSD 환자의 전자건강기록 (Electronic Health Record, EHR) 상의 numerical 지표(e.g., age, physical/sex abuse), categorical 지표(e.g., sex, race, childhood trauma, suicide attempt), lab test 결과(e.g., cortisol, cholesterol, IL-6 등)를 활용하여 MixEHR 이라는 Bayesian 기반의 분석법을 통해 MXRA8, ATP6AP1L, AO3S2 등의 PTSD 관련 유전자들을 제시하였다.
미국 스탠포드의 A. Urban 연구실 소속 X. Zhu는 RetroSom이라는 머신 러닝 기반의 새로운 전이인자(transposable elements, TEs)를 확인하는 알고리즘을 소개했다. 인간 유전체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히 존재하는 전이인자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법에는 capture-based sequencing (e.g., RC-seq, single neuron L1 insertion profiling) 혹은 single neuron whole genome sequencing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library 제작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PCR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sequencing artefacts 이 동반되며, 이로 인해 TE insertion site 분석 과정에서 false positive calls이 대다수 포함되게 된다. 이를 위해, 연구진들은 6 명의 신경세포, 신경 교세포 및 말초조직 (심장 또는 섬유아세포)에서 ultra-deep WGS(>200x) 데이터를 생산함과 동시에 random forest classification 알고리즘 기반의 RetroSom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2 곳의 brain-specific L1 insertion sites 및 2 곳의 heart-specific Alu insertion sites를 확인하였으며, digital droplet PCR을 통해 해당 전이인자의 존재 빈도를 재확인하였다.
한편, “Genetics of Growth and Lifespan” 세션에서 영국 캠브리지 대학 Howson 그룹의 Yonova-Doing은 UK Biobank(n=358,196)와 INTERVAL(n=40,520) 코호트를 사용해 미토콘드리아 DNA 상의 변이와 각종 질병, 몸무게, 체형, 키, 수명, 대사산물, 단백질 등의 4,000 개의 표현형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번 학회 뜻 깊게 마무리하기 위해 필자는 메인 메시지 중 하나인 “Who are we?”를 직접 몸소 실천해 보기 위해 Exhibition Hall에서 학회 기간 중에만 할인가(!)에 판매중인 개인용 DNA 분석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23andMe의 ‘Health+Ancestry’ 키트를 구매했고, 프로토콜에 따라 보존제가 포함된 튜브에 30분간 금식 후 침을 모았다. 이후, 구매한 박스 그대로 동봉해 숙소 앞 우체통에 넣으면 끝이었다. 약 2주 후, 연동된 이메일을 통해 필자의 조상 및 각종 질병의 위험인자 보유 유무에 대한 보고서를 다음과 같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회사 측에 요청하면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은 유전자 좌위의 SNP 및 genotype 정보를 포함한 raw data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23andMe에서 판매 중인 개인용 DNA 분석 서비스 키트. 왼쪽에 보이는 튜브에 있는 힘껏 침을 모아 뱉고, 무심하게 박스에 넣고 발송하면 2주 후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의 ancestry 정보 및 치매 발병 위험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필자의 SNP 구성에 따르면, 94.9%의 한국인과 4.2%의 일본인 순으로 나타났다. Late-onset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소로 알려진 APOE ɛ4 대립 유전자는 다행히 1 copy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외에도 회사 측에 raw data를 요청하면,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SNP sites의 genotype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Ⅲ. 총평
필자의 다소 편파적인 관심사 이외에도 현재 인간 유전체 연구에서는 다소 소외되었던 아프리카인에 대한 대규모 유전체 분석 연구도 다수 소개되었다. 이번 ASHG 2018에서는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소개,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환자 맞춤형 치료, 다양한 질병의 genetic architecture를 규명하기 위한 분석 알고리즘 소개 등 다양한 범주의 흥미로운 연구들로 가득했다. ASHG 2018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의 발표 영상과 슬라이드는 아래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https://secure.ashg.org/cgi-bin/ashg_portal/webcast.pl) 모든 세션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단순히 경쟁 그룹의 진도를 파악하는 1차원적인 학회 참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자들과 네트워킹하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시들었던 연구에 대한 의지를 되살릴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2019년 ASHG 학회는 텍사스 휴스턴에서 개최된다고 하니 인간 유전체 연구에 관심있는 동료 학생 연구자 분들께 꼭 참가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