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때마다 반갑게 볼인사(비쥬)를 해주는 유럽의 Dr.V는 마이크로이옴을 연구하는 MD/PhD이다. 몇 번 우리 연구실에 와서 트레이닝도 받고 공동프로젝트도 진행하면서 꽤 친해진 그이다. 학회 둘째 날 보스가 혼자 온 그를 식사시간에 초대했다. 아프리카의 새우요리를 식탁에 두고 "How are you?" 라는 말 한마디를 건넸다. "Not easy...Everything is complicated" 라는 대답을 하며 Dr.V 는 눈물을 글썽였다. 수년 전 중국에서 2년간 연구했던 그는 이번에 중국 칭화대에서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았단다. 당장 9월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남편이 중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단다. 중국의 공립교육과 대기오염 문제를 이야기하며 5년 동안 중국에 갔다 와서 또다시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기엔 힘들다고 이야기했단다.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눈 앞에 두고 이도 저도 못하는 그를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위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상황과 문화를 잘 아는 우리 보스는 냉정하게 종이에 장단점 1-2-3 을 써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 보스는 중국 어느 병원, 어느 교수 등등을 언급하며 그가 중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 길에 대한 조언을 시작했다. 나이 지극한 테크니션은 "네 길을 가라"라고 건조한 한마디를 건넨다. 그 테크니션은 싱글맘으로 홀로 지난 30년을 버틴 이이다. 그 날 그 자리에서 나는 그에게 어떠한 조언도 할 수 없었다. 우리 집 큰 녀석과 동갑내기를 키우는 그에게 '아이 놔두고 네 커리어를 찾아'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 과의 첫 여성 외국인 교수로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이 기회를 '가족이 더 중요하지'라는 말로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길에 덤덤히 그를 안아 주었다.
학회 마지막 날 점심 식사 시간에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결국 파트타임으로 하기로 했어" 양쪽 학교에 적을 두어 가족과 함께 반년 , 중국에서 반년을 5번 반복해야 하는 여정을 준비하게 되었단다. 5년의 오퍼를 반으로 쪼겠고, 가족의 희생을 반으로 쪼겠다. 그러나 그는 가족에 대한 마음과 정성을 두 배는 더 쏟아야 하며, 연구에 대한 열정과 결과도 두 배로 더 내어 놓아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그에게 "열렬히 응원한다"라는 말을 건넸다. 이제 그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Diversity"의 주최가 되어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Dr.V! I've got your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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