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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리의 육아일기] 코로나가 나에게 준 것
회원작성글 BRIC
  (2022-03-16 14:06)

코로나가 나에게 준 것

사진출처: 픽사베이

 

2020년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된 시점에 우리 딸은 5학년, 아들은 2학년이 되었다. 

2월까지만 해도 3월에 개학을 못하게 될 것은 상상도 못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 돌봄교실을 신청했고, 신청자가 많아서 추첨을 했다. 다행히 둘째는 돌봄교실에 붙었지만 첫째는 아쉽게도 대기자 명단에 올라갔다. 5학년이 무슨 돌봄이 필요하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사실 학기 중에는 돌봄교실이 필요 없어도 방학 때는 방과 후 수업 갔다가 돌봄교실에서 급식 먹고 오는 루틴이 짜여 있어야 식사 걱정도 없고 좋은데, 아니면, 방학에 아들은 학교에서 급식 먹고, 딸은 집에 혼자 있다가 밥 차려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나는 아직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혼자 밥 차려먹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함께 추첨했던 딸아이 친구 엄마도 첫째는 돌봄교실 떨어지고 둘째는 붙은 상황이었는데 집에 돌아가서 눈물짓고 한숨 쉬느라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처음으로 돌봄교실 이용을 못하게 되니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몰라 두려운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해 3월 첫 주에 개학을 못한 것이다. 우선 연구실에 얘기하고 1주일 휴가를 냈다. 학교에서도 둘째 주에는 개학을 할 것처럼 얘기했기에 한 주만 버텨보자 했다. 그런데 또 개학이 연기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연구실에 출근했다. 마침 비어있는 사무실이 있어서 아이들 공부할 것 좀 주고 사무실에 있으라고 했다. 아침에 같이 출근하고, 점심으로 음식 시켜주고, 퇴근할 때 데리고 집에 왔다. 좁은 방 안에서 종일 갇혀 있으려니 월, 화, 수, 목, 금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도 힘들어졌다. 나도 은근히 신경이 쓰여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개학하겠지 하는 기대와 달리 학교에서는 3월 중에 개학을 못 하게 되었다고 했다. 

친정 엄마가 허리 협착증이 심해지셔서 걷지도 못하셔서 수술 일정을 받아놓으신 상태라 이럴 때마다 늘 SOS를 요청했던 친정 부모님 카드는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연구실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남편 휴가를 좀 끌어다 쓴다고 해도 나머지 2주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은 초등 남매 둘이서 집에 있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었다.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먹을 점심 식사와 간식까지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수 있게 다 랩을 씌워서 놓고 출근했다. 아침마다 설거지할 그릇이 한가득 생기지만, 그 설거지를 하고 나올 여력이 없어서 저녁에 집에 가면 아이들이 아침, 점심, 간식 먹었던 그릇까지 합쳐서 싱크대가 꽉 찼다. 처음 며칠은 초5 딸이 동생 밥을 다 데워서 준비해주었지만, 각자 배고픈 시간이 달라서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나 또한 딸에게 첫째라는 이유로 늘 동생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겨주기 싫었다. 그래서 각자 자기 음식을 준비하고, 먹고, 뒷정리하는 것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초2 아들이 전자레인지 사용하는 것이 서툴러 출근한 나에게 영상통화로 봐달라고도 하고, 삶은 계란을 데운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었다가 계란이 폭파하듯 터져 그 파편 때문에 전자레인지 내부가 난리 나기도 했다. 아무리 뒷정리를 가르쳐 주어도 먹다 남은 음식이 들어있는 그릇들 때문에 싱크대뿐 아니라 식탁까지 설거지거리가 산더미였다. 음식에 재주 없는 나로서는 매일 뭘 해 먹어야 하는지 막막했다. 그나마 학교에서 점심 한 끼라도 급식으로 해결했을 때가 천국이었구나 싶었다. 남들도 다 그렇듯 배달앱의 덕도 보면서, 쿠팡 새벽 배송과 각종 밀키트도 이용하면서 언제 이 시간이 지나가나 버텼지만 아이들이 등교했다가도 툭하면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서고, 학년별 격일 등교를 개시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서로 다른 날 등교했기 때문에 나는 늘 점심과 간식을 준비해야만 했다.

문제는 밥뿐만이 아니었다. 줌 수업이 시작되면서 컴퓨터 와이파이가 갑자기 연결이 안 되거나 줌에서 튕겨 나오는 등 각종 오류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빗발치는 전화를 받아 나와 남편이 해결하느라 끙끙거렸다. 우리도 줌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더욱 어려웠다. 

특히 2학년 아들은 초기에 줌 수업을 안 하고 EBS 방송을 들어야 했는데, TV를 켜고 선생님이 설명하는 것을 따라가려니 TV 속 선생님은 너무 빠르고, 우리 아들은 미처 다 못했는데, TV는 멈춘다고 강의가 멈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엉엉 울면서 전화하기도 했다. 퇴근 후에 엄마랑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 하면서 마저 하자고 얘기해주고 집에 가서 집안일 다 하고 8시 넘어 EBS 방송을 들으면서 아침에 했어야 했던 수업을 저녁에 하고 있노라니 아이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내주신 프린트 과제도 있는데 혼자 처리가 안되니 저녁에 함께 끙끙거리며 그 과제를 해내느라 나도, 우리 아들도 참 힘이 들었다.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모둠 활동해야 할 부분을 다 개인 과제로 내주어 학교 대면 수업 가기 전에 끝내야 할 과제가 상당히 많았다.

이렇게 저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그냥 아침에 실제 수업이 진행되는 그 시간에 어떻게든 진도를 따라가고 과제를 하지 않으면 저녁 시간까지 다 엉망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2020년도는 그렇게 엄마도 아이들도 적응해나가느라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던, 가지 않던 자가진단 앱을 통해서 아침마다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학교에 보고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깜빡하고 하지 않으면 교문 앞에서 전화가 온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아침에 너무 정신이 없어 그 부분은 남편이 맡았다. 가끔 남편이 바빠서 잊어버려 학교에서 전화 오면 나는 절대로 내가 자가진단 앱에 들어가지 않고 남편에게 연락을 주었다. 그 마저도 내가 해결하다 보면 내 일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못 들어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자가진단 처리하고, 아이에게 연락해 주면서 남편도 이전보다 많이 아이들 챙기기에 관여하게 되었다. 

2학기가 되고, 약간은 줌 수업이 익숙해지면서 아이들도 안정을 찾았고, 나에게도 좀 더 지혜롭게 식사를 준비하는 노하우가 쌓였다. 그리고 집에 나를 도와줄 식기세척기와 건조기를 들여놓았다. 이전 같으면 돈이 아깝다고 했을 텐데 돈을 들였을 때 내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된다면 그것이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는 것임을 알았기에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집에 와서 설거지와 빨래 널고 걷는 것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일이었는데 그 시간이 줄어드니 좀 더 여유롭게 아이들의 과제도 점검해주고, 나도 좀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용돈 사업을 제안해서 청소기 돌리거나, 식기세척기 정리하거나, 빨래를 개거나, 침대 정리하거나, 신발장 정리하는 등 소소한 항목에 300원, 500원, 1000원 금액을 붙여서 가족에게 도움을 주고 용돈을 벌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가끔은 깨끗한 집으로 퇴근하는 날도 생겼다. 또한 아이들이 청소기도 사용할 줄 알고, 완벽하지는 않아도 설거지도 할 줄 알게 되었다. 또 간단한 음식은 유튜브를 보면서 만들어볼 수도 있게 되었다(참고로 용돈 사업 중에서 식사 준비 금액이 가장 크다).

벌써 만 2년이 넘게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우리 아이들은 돌봄교실도 가지 않고, 방학에도 둘이 집에 있으면서 중간에 알아서 학원을 가고, 각자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내가 차려둔 밥을 데워서 먹고, 간식 챙겨 먹고, 가끔은 편의점에서 원하는 것 사다 먹기도 하고, 학교 숙제는 알아서 하고, 모르면 선생님께 연락해서 하고 이메일이나 카톡 등을 통해 과제 제출까지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돌봄교실에 떨어졌다고 근심했던 시절이 생각도 안 난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의 도움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느새 아이들이 스스로의 일과를 이끌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내 불안했던 마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 상황에 적응하게 되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이들이 어리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지금도 코로나 상황에서 나와 아이들은 각자의 어려움을 갖고 지내고 있지만, 나름의 집콕 생활의 노하우도 익혔고, 엄마가 없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도 얻게 된 것 같다. 나 또한 음식에 대한 내공도 많이 쌓인 것 같다. 

매번 어려울 때마다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던 나에게 코로나는 슬며시 진짜 육아 독립을 안겨 주었다.

 

작성자: 닥터리 (필명)

* 본 글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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