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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펫잡는 언니들
[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12화. 기술보증기금 vs 신용보증기금
회원작성글 BRIC
  (2021-10-21 14:02)

기술보증기금 vs 신용보증기금


처음 창업을 시작한 작년 7월, 대략 한 4,5개의 자잘 자잘 한 (적은 금액의 과제들) 시제품 과제들을 수행할 수 있었다. 비록 소액이지만, 그 덕분에 제품도 찍어내고, 특허도 출원했고, 임대료도 낼 수 있었다. 제품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구현하여 초기 매출을 확보하려고 한 우리의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탄할 수 없는 법, 초기에 확보했던 우리의 정부 과제들은 순서대로 마무리가 되어갔다. 그러나 새로운 과제는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우리가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제품이 팔리고 있어서 밥값은 해결이 되었으나, 사업 초기 제품 판매 수익으로는 사업을 영위하기 충분하지 않았다. 제품을 더 판매하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필수적인데, 마케팅을 할 돈이 없기 때문이었다. 또, 올해 우리의 목표는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결국 돈이 더 많이 필요했다.

정부 과제 이외에 어디서 자금을 만들어야 할지 우리는 오랜 시간 고민했다. 사업자가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금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제품을 판매하거나

개인 돈을 끌어오거나

투자를 받거나

대출을 받거나

 

다음 4가지 route를 고민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이미 1번을 실행하고 있으나, 금액이 충분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으므로 나머지 route를 고민해야 했다.  다음 선택지인 개인 자금을 이용하는 방법은 급한 경우, 사용해도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회계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경영학도 출신인  동료의 말에 따르면, 엄밀히 법인과 법인 대표는 별개의 인물로 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 대표가 법인 통장에 돈을 입금하는 행위는 엄밀히 법인이 개인(법인 대표)에게 돈을 빌리는 것과 동일하다. 이렇게 들어가는 돈을 "가수금"이라고 하는데, 이 가수금은 누적이 되면 될수록 법인에 빚이 쌓이는 것과 같고, 회계상에서는 법인의 재무 건정성이 나빠지므로 추후 기업신용등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가수금은 잠깐 쓰고 바로 갚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부족한 사업 자금을 가수금으로 때우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에서 빠졌다.

마지막 선택지는 투자와 대출이었다. 투자는 아직 IR 자료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우리가 진행할 수 있는 선택지로 대출을 선택했다.

우리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저기 정부보증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직접 은행에 가서 대출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은 바로 은행에서 대출심사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정보를 입수하였기에 되도록 정부 보증서를 받기 위해 알아보기로 했다.

창업을 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증서를 발급해주는 기관들

창업을 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기관들

 

처음 우리는 청년창업지원자금을 신청했다. 청년이고 업력 1년 미만 창업자가 신청 가능하다고 공고문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년창업지원과제는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대출로, 다행히 청년이 대표인 중소기업이라면 신청이 가능했다. 또한, 정부 지원 대출이기 때문에 일단 이자가 저렴한 편에 속한다.  신용보증기금이라는 곳에서 보증서를 발급하면 바로 은행 대출이 진행되는 것인데, 기대를 갖고 지원했으나 신용보증서를 받지 못했다.  우리가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한 이유는 업력이 짧고 매출이 없어서였다.

매우 당황스러운 탈락 사유에 우리는 한참 웃기만 했다. 아... 청년창업지원자금이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사실은 업력과  매출이 없으면 지원할 수 없었던 정부지원자금이었던 셈이다. 아니 매출과 업력을 볼 거면 청년창업지원이란 단어는 뺐어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뭐 어쩌겠는가, 기획자의 의도와 평가자의 의도는 반드시 같을 수 없고, 이러한 경우는 연구과제 제안서를 쓰고 평가받는 과정에서도 늘 겪는 문제이니 말이다. 

생각보다 창업생태계는 연구생태계와 아주 유사한 편이다. 연구 제안서의 연구가 First in class에 해당되는 경우, 연구자는 평가자로부터 왜 레퍼런스가 없냐는 소리를 듣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 세계 연구를 뒤져서라도 최대한 나와 비슷한 연구를 찾아내지 않으면 제안서가 광탈 (=광속 탈락)을 당하게 된다. 창업생태계도 비슷하다. 세계 최초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선례가 있고, 이걸 보완하여 국내에 도입하여 "국내 기술화" 하는 경우가 서류심사에서 통과할 확률이 더 높다.  이러한 내용은 그대로 적용되어 정부자금대출심사 역시 비슷하게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어찌해야 하나 난감하던 차에 여러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을 듣게 되었고, 우리는 신용보증기금이 아닌 기술보증기금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어차피 업력이 짧고 청년인데, 다행히 우리 중 나는 과학자 출신이고, 우리가 유기합성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저분자 소재 개발을 아이템으로 잡고 있었으니, 이것을 바탕으로 기보에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 덕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보증서를 발급받아 무사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기술보증기금 심사를 받기 위해 우리가 열심히 정리했던 것은 우리의 사업목표와 연구목표였다. 현재 어떻게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인지,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이후 이어진 심사에서도 우리가 무슨 일을 할 것이고 이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누구에게 필요한지 등을 설명하는 것에 집중했다. 기술보증기금은 회사의 "기술력"을 평가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가 연구인력이다. 연구인력이 누구이고, 대표의 연구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또 관련 경력과 어떤 연구를 주로 해왔고 그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하려고 하는지 등 아주 세세하게 물어보는 편이다. 이번에 기술보증기금 대출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만들었던 CV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게 되어 뿌듯하기도 했다.  실사 평가까지 완료가 된 후 1~2주 뒤 승인이 났고, 우리는 무사히 제때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자금 확보를 고민하는 곳이 있다면,  은행보다 기술보증기금에 직접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아는 사람을 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효과적이다. 우리는 선배 창업가의 소개로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초기 창업자임에도 이것저것 자세하게 이야기도 해주고 더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아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지에 대해 미리 상담을 통해 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준비를 했기 때문에 결과를 잘 받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생각한다. 참고로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도 매출이 증가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그것에 맞춰 금액이 확장된다고 하니 이 부분도 자금 확보를 함에 있어 고민하면 좋을 듯하다. 생각보다 초기 창업자를 도와주는 길은 의외로 열려 있는 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작성자: 윤정인 (엄마 과학자, 유기화학자, 칼럼니스트, 창업가)

* 본 글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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