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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7화. 멘토링 이야기
회원작성글 BRIC
  (2021-01-18 14:23)

나는 처음 창업을 시작하며, 창업교육에서 진행되는 많은 멘토링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멘토링을 들으면서, 이전 회사에서 진행했던 과제의 전략이 어떤 점이 아쉬웠고, 나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등, 많은 생각을 다질 수 있었다. 앞의 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창업지원과제에는 멘토링이 필수적으로 따라다닌다. 우리 팀은 창업지원과제를 통한 멘토링들과 그 외에도 WISET에서 제공해 준 멘토링 과정까지, 찾아다니며 멘토링을 받았다.

멘토링은 우리에게 중요했다. 특히, CEO 멘토링은 찾아서 들을 만큼 우리에겐 중요했다. 우린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선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역에서 지원하는 멘토링 이외의 멘토링을 찾아다닌 데에는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초기에 만난 멘토들과 교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제품을 만드는 과제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 목표로 잡은 회사는 "난치성 피부질환을 Target으로 하는 의약품/화장품 연구기업"이다. 우리는 의약품과 화장품의 물질로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약리활성을 가진 신규물질을 "합성"하는 기술을 우리의 기술로 잡았다.

우리는 의약화학이란 연구기술을 활용한 회사를 모토로 설립을 하였다. 유기합성은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지만, 유기합성 내에서도 Medicinal Chemistry를 전공으로 잡아 공부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또한, 같은 유기합성이라 하더라도 이용하는 산업분야마다 다루는 분자의 구조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업계에서는 Medichem 전공자인가? 또는 천연물전합성을 해본 사람인가? 이 두 가지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한다.
 

유기합성분야에서는,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합성을 했는지가 중요한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다

유기합성분야에서는,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합성을 했는지가 중요한 기술력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이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이다. 천연물전합성과, kinase inhibitor 합성만 연구해왔다. 5~600여개의 final compound를 합성해보았으니, 꽤나 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나 이런 나의 기술력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우리 분야는 사람이 곧 기술이다. 어떤 화합물을 주더라도 그 화합물을 보는 순간, 약효를 좋게 하기 위해 혹은 물에 잘 녹도록 만들기 위해 그 구조를 해체해서 무엇을 바꿔야 할지를 생각하고 또 그 물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값싼 원료를 디자인하는 능력이 바로 내가 창업한 회사의 주된 기술이다. 이 기술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기술이다. 전공자라 하더라도 구조를 보고 해체해서 새로운 신규물질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의학계에서는 인공장기를 삽입하는 것과 비슷하고, 성형수술과도 유사하다.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면 구현해낼 수 없는 임상적 기술인 셈이다.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 요리 경력이 풍부한 요리사, 유기화합물 합성 경력이 풍부한 유기화학자. 비슷한 맥락이 된다.

아무튼, 이런 내용이 초반에 만난 멘토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우선적으로 창업 초기 멘토들과 부딪혔던 부분들은, 왜 이렇게 큰 회사를 생각하느냐라는 것이었다. 창업 초기엔 망할 것을 염려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절차를 다 갖추지 않고 개인사업자를 추천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분들의 조언과는 달리 처음부터 연구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법인으로 시작을 했다. 기술 설명 부분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비 전공자였던 멘토들에게 유기합성기술이 무엇인지를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다. 더 설명을 잘하기 위해, 그래서 다른 멘토링도 신청해서 다니기 시작했다. 이야기하고, 다시 듣고, 고치고의 무한 반복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많은 멘토들을 찾아다니며 느끼게 된 사실은, 멘토마다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난히 잘 맞는 멘토가 있다면, 유난히 안 맞는 사람도 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이슈이므로, 유난히 무례한 사람? 당연히 존재한다. 우린 심지어 차별적인 발언도 종종 들었다.

여성의 덕목이 Shy지만, 발표를 잘 해야 한다는 소리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직접 듣진 않았다.)

앞에 표현만 싹 드러내고 조언을 해 주셨다면 아주 훌륭한 조언이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또한, 그 자리에서 아무도 그 포인트에 들고일어나지 않았단 사실이 더 충격이긴 했다.

우리가 들은 이야기 중엔, 건방지다는 말도 있었고, 화장품 회사를 하는데 태도가 딱딱하다는 말도 들었다. 연구소 소장처럼 딱딱한 태도라 별로라고 했다.

노무, 인사 담당자 출신인 나의 co-worker는 하루에도 여러 번, 성희롱으로 신고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이런 감정이 섞인 멘토링은 기분을 상하게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도 무례한 사람들은 늘 존재하고, 그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며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지난 10여 년간의 직장 생활로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모두가 무례하진 않다. 그리고 조언을 해줌에 있어 자신의 태도를 검열하는 멘토들도 많았다. 한 멘토는,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멘토링에서 멘토의 역할은 조언자입니다. 제 말은 정답이 아니고, 같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제3가 보는 시선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 말에 너무 흔들리지 마세요."

 

무례한 이들보다, 동료의식이 확실한 다른 멘토들을 더 많이 만났기에 회사 설립 이후 흔들리지 않고 해야 하는 일들을 묵묵히 할 수 있었다.

멘토와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멘티가 멘토의 말을 신뢰하고 따르기 위해서는 멘토도 그만큼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 역시 여성과학기술인의 멘토로써 지속적으로 후배 연구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후배들과의 대화에서 가르치는 태도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연구는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 불편했던 멘토링 과정을 굳이 기록에 남기는 이유는, 이 멘토링이 여성창업과제에서 함께한 멘토링이었기 때문이다. 여성창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모임에서 무례한 언사는 더 큰 실망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둘 다 전 회사에서 관리자 입장에 있었기에 성희롱 관련 교육을 자주 듣고 많이 들어서 예민도가 가뜩이나 높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성창업에 관련된 멘토링에서 만난 분들이 쎄보이는 여자는 기를 꺾는다는 둥, 반상회가 어쩌고, 여성 덕목은 샤이가 되고, 잘난척한다고 하고.....

이 창업교육이 "여성" 이 대상이라 우리 기를 꺾어야 한다고 생각한건가?라는 불편한 의심이 안 들 수가 없다. 뭐 그렇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싸우진 않았다. 그런 일로 싸우기엔, 이 정도 무례함은 맥주 한잔 먹고 그 맥주캔을 구김으로써 풀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과제는 잘 끝났고, 멘토 분들을 또 생태계 어디에선가 만나게 되겠으나, 이번 멘토링에서 내가 느낀 불편한 감정들이 부디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된 오해이길 바란다. 그저 현직에서 멀어지신지 오래되어 최신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못해 발생된 이벤트이길 바란다.

멘토링이 필요한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기는 하지만, 본인이 연구시절 교수님한테 혼날 때 좌절을 별로 안 해본 사람이라면, 어그로 만난다고 해서 멘탈이 털리진 않는다1. 그러한 이유로 많이 받길 추천한다. 연애도 많이 해야 좋은 사람을 만난다고, 똑같다.

좋은 멘토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번 퇴짜에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초기에 사업설명에 실패했지만, 그 이후로 어느 멘토를 만나건, 사업계획서안을 들고 다니며 보여주고, 추가하고 수정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 Row-DATA가 쌓인다면, 더 좋은 계획서가 탄생하지 않겠는가?
 


1) K-startup, WISET, 창업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수시로 올라오는 멘토링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의 유행에 따라 분야가 다르므로 분야 매칭이 어렵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작성자: 윤정인 (엄마 과학자, 유기화학자, 칼럼니스트, 창업가)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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