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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펫잡는 언니들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5. 엄마 과학자와 크리스마스
회원작성글 BRIC
  (2020-12-29 15:58)

올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가 기록을 또 갱신했다. 이로 인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또한 달라지는 추세이다. 미국의 지인들은 드라이브 쓰루 방식을 통해 멋진 라이팅을 꾸며놓고 관광명소처럼 차안에서 구경(Fig. 1)한다고 한다(메릴랜드 입성예정 카카오톡 단톡방:https://open.kakao.com/o/g58TzhKb). 미국에 있는 남편도 한인연구자들과 조촐한 파티 겸 회식(Fig. 2)을 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외국에서 오시는 산타가 자가 격리로 2주 늦게 오신다고 전해 달래. 이런 메시지가 유행 할 정도이다.
 

미국 동네 라이팅(MD의 Jin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Fig 1. 미국 동네 라이팅(MD의 Jin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한인연구자들과의 파티 (회 두 접시 150불 정도)

Fig 2. 한인연구자들과의 파티 (회 두 접시 150불 정도)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설날, 추석보다 어쩌면 더 큰 명절일 수 있다. 이날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엄마! 크리스마스가 딱 일주일 남았네. 크리스마스에 선물 뭐 사 줄거야~~~. 글쎄, 공부 열심히 하면, 필요한 것 사줘야지. 미국에 있는 아빠는 벌써부터 아이패드를 사놓고 기다렸지만, 신비감을 주기 위해 비밀로 했다. 

그동안 우리 가족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냈던가. 아이들이 어릴 때는 치킨파티(2014년), 집에서 영화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2015년), 뽀로로 도미노를 사서 온 가족이 거실에서 도미노 칩을 세웠던 기억(2016년)이 있다. 이제 산타의 존재에 대해 확실히 안 이후로는 세령이가 바이올린으로 캐롤을 연주하며 케이크를 잘랐던 기억(2017년), 친하게 지내는 언니랑 레스토랑에서 파티도 하고, 미니 케이크 만들기 교실에서 만든 것을 함께 먹던 추억(2018년)이 있다. 아빠가 없던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영상통화를 하며,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며, 집에서 뒹굴뒹굴 했던 것 같다(2019년).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전국 어디도 가기 힘든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도 역시 아빠는 함께 할 수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어떤 체험을 해볼까 몇 시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세인이가 그린 그림(미완성)

Fig 3. 세인이가 그린 그림(미완성)


그 결과, 이번 크리스마스는 각자 자신 있는 분야에서 ‘크리스마스’라는 테마로 경연대회를 열어 보기로 했다. 이 방법은 각자의 능력을 발굴하고 칭찬해주며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가족 단위의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세인이는 미술학원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그림을 그리고(Fig 3), 세령이는 임시 작가가 되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닌 산타클로스 할머니 위주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또한 멀리 계신 조부모님께 드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Fig. 4). 주된 스토리로는 아빠에게 해주고 싶은 음식을 산타 할머니에게 주문하면 미국에 있는 아빠한테 배달해준다는 내용인데,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신개념 배달 서비스이며, 미국에서 정말 구하기 힘든 한국음식을 아빠한테 전달해 주고픈 딸내미의 간절한 소원이 담겨져 있다. 세미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캐롤로 춤과 노래를 준비하기로 했다. 실상은 아직 발음이 완성되지 못한 35개월 아기라. 모두 제자리 ∼, 모두 제자리∼. 어린이집에서 정리정돈 할 때 부르는 노래를 계속 불렀다. 마지막으로 엄마인 나는 10년 뒤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세령이가 만든 카드

Fig 4. 세령이가 만든 카드


사랑하는 딸들아

올해(2030년)도 역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11월 6일 결혼 20주년을 축하해 줘서 고마웠어. 엄마, 아빠는 너무 행복했어. 기저귀 갈며, 낮잠을 코 자는 너희들의 모습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심심하거나 짜투리 시간이 나면 그 시절 동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보고 있어. 또한 세령이도 대학입시를 무사히 마치고, 우리집에 대학생이 두 명이나 있으니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과학자의 길은 험난해. 앞으로 닥칠 고난, 좌절, 실패를 수없이 자주 만나게 될 거야. 그럴 때마다. 지혜롭게 잘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이제 부모의 품을 떠나 대학교 1, 대학교 2학년이 되는 너희들에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훌륭하고 멋진 인재가 되길 항상 멀리서 응원할게, 앞으로 10년 뒤에는 패기 넘치는 직장인이 되어 있을 너희들을 상상하며 기대하고 있을께.
항상 건강해지도록 노력하자.

 203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다시 읽어보니 엄마의 희망사항이 담긴 편지인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한 마음은 들었다. 이 편지를 예약발송으로 날짜 지정을 하는데, 22년 12월까지만 지정할 수 있었다. 편지에 적힌 내용처럼 아이들이 원하는 전공을 살려 꼭 가고 싶은 학교에 지원하고 합격하면 좋겠다. 우리 가족은 올해도 이렇게 지극히 평범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성자: 김만선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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