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G-WINDOW 처리영역 보기]
즐겨찾기  |  뉴스레터  |  오늘의 정보  |  e브릭몰e브릭몰 sale 회원가입   로그인
BRIC홈 커뮤니티
에이프런티어
배너광고안내
이전
다음
스폰서배너광고 안내  배너1 배너2 배너3 배너4
과학으로 본 코로나19 (COVID-19)
전체보기 소리마당 학회룸쉐어 Sci카페 SciON(설문조사) BioHelp
조회 246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피펫잡는 언니들
[닥터리의 육아일기]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회원작성글 BRIC
  (2020-12-02 16:35)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 Pixabay


언제 사람들은 둘째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할까?

누구는 아기가 너무 예뻐서, 누구는 첫째를 키우니까 너무 귀여워서, 누구는 딸 또는 아들을 낳고 싶어서, 또 어떤 사람은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가정을 꿈꿔왔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딸 주은이가 태어나던 날, 수술 후 회복실에서 처음 눈 떴을 때 나는 밀려오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이렇게 중얼거렸었다.

내 인생에 둘째는 없다고...

그런데 막상 두 살배기 딸아이가 거실에서 혼자 멍하게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에서 나와 남편은 우리 딸아이에게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와 놀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아이들끼리 대화하고 놀면서 느끼는 재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형제끼리 부대끼는 삶이 아이의 정서와 사회성 발달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기를 낳고 나서 통증이 엄청 심했었다는 기억이 좀 가물가물해진 것도 둘째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첫째 때와는 달리 둘째 때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당시 B형 간염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임신을 위해서 항바이러스제를 잠시 중단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다. 병원 주치의 교수님과 논의하여 간 수치, 바이러스 농도 등을 체크하고 약을 중단해도 되는 시점을 결정하고, 약이 체내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약 중단 후 1-2개월 후에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투약을 중단한 사이에는 간 수치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바이러스의 활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했다. 처음에 약을 중단하고 1개월이 지나자 갑자기 바이러스의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래서 다시 약을 먹고 치료하며 임신을 뒤로 미루었다. 이런 방식으로 세 번이나 시도한 뒤에 다행히 둘째를 임신할 수 있었다. 처음 아기가 생겼을 때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임신이라는 사건이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기적과 같은 일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결국 임신 10주부터 바이러스의 활성이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약물 복용이 어려워 조금은 더 기다렸다가 임신 12주부터 임산부 투여 안전성 등급 B로 구분된 B형간염 약제인 세비보정을 복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출산 후 나는 다시 원래 복용하던 약으로 바꾸었고, 5년쯤 지난 뒤 내성이 생겨 현재는 비리어드를 복용 중이다.

돌이켜 보니 둘째 임신을 계획했을 때, 약물 복용 중단한 뒤 임신 중에 또 약을 먹을 일이 생겨 걱정할 때, 약의 내성이 생긴 것 같아 내성 검사를 해야 할 때 그 순간순간마다 걱정하는 나에게 늘 괜찮다고, 약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 대체할 약이 있는 질환이니 너무 걱정 말라고, 지속적으로 검사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치료하고 있으니 별일 없을거라고 나를 안심시켜 주시던 소화기내과 교수님께 너무나 감사하다. 그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환자인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교수님은 아실까? 그리고 다양한 약물이 개발되어 있음에 환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든든한 마음이 드는지....

나는 석사과정 시절부터 신약개발이 꿈이라고 말해 왔었지만, 정작 연구실에서 내가 하는 연구가 과연 가치가 있는 건지, 이 연구의 결과가 결국 환자에게 닿을 수 있을지 이런 막막한 맘이 종종 들었다. 겨우 쥐에서 하는 연구인데, 쥐, 토끼, 개, 원숭이, 사람까지 가려면 너무나 먼 여정이고, 내 연구가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일까? 의사는 환자를 직접 만나고, 치료행위를 통해 무언가 자부심을 얻을 것도 같은데, 나와 같은 연구자는 그런 뿌듯함 또는 성취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생각했다.

그런데 환자의 입장에 서 보니 치료제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느꼈고, 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자의 반복적인 실험과 실패 보고서가 있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생각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 길이 아님을 알려주고, 맞는 길은 여러 연구자들의 반복된 검증으로 인해 보다 탄탄하게 이론적 바탕이 다져졌으리라. 결국 내가 하는 연구, 내가 내는 논문이 다른 연구자들에게 공유되고, 내 연구를 디딤돌 삼아 누군가 기술을 조금 더 발전시키게 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쌓이고 쌓여 치료제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둘째를 임신하고도 여전히 나는 연구와 육아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나마 첫째 임신했던 박사 과정 시절에는 매일 한밤중에 집에 갔지만, 직장어린이집을 다니는 첫째 덕분에 칼퇴근을 했다. 물론 아이를 재우고 한밤중에 또는 새벽에 논문을 쓰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은 비일비재했지만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했기에 조금은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 것 같다.

임신 7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 교수님께서 개교기념일에 쉬니까 연구실 단합대회 겸 등산을 가자고 하셨다. 나는 개교기념일이니 직장어린이집도 쉬어서 아이를 돌보아야 하니 못 가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교수님께서는 아차산 둘레길은 완만해서 임산부에게도 무리가 없을뿐더러 유모차를 밀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아주 잘 되어있다며 주은이를 데려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믿고 주은이를 데리고 산행에 나셨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유모차 밀기 좋은 길”은 전체 코스의 10 퍼센트뿐 나머지는 말 그대로 등산로였다.

처음 20분 정도 유모차를 몰고 가다가 산 길이 나온 뒤부터는 교수님께서 주은이를 안고 실험실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2명씩 짝을 지어 유모차를 들고 산행을 했다. 그 와중에 우리 딸내미는 교수님 품 안에서 잠이 들었고, 교수님은 등산의 영향과 품에 안긴 아이의 체온 덕에 땀을 비 오듯 쏟으시며 얼굴이 벌게지셨던 생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결혼도 하지 않은 랩원들은 난생 처음으로 번갈아가며 유모차를 접고, 펴고, 들고, 밀면서 고맙게도 불평이 아닌 도리어 이 상황을 재미있게 생각하며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했다. 산에서 내려와 팀 짜서 2차 내기 볼링을 치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웃고 떠들던 기억이 코로나로 인해 만남이 정지된 요즈음 특히나 더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둘째를 낳기 한 달 전, 나는 감사하게도 좋은 저널에 논문이 accept 되었다. 첫째 임신했을 때부터 시작했던 3년여간의 실험이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난생 처음 BRIC의 한빛사에도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석사 시절부터 평생 한번은 한빛사에 내 얼굴이 나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논문이 accept 되자마자 꿈만 같이 BRIC의 한빛사에서 인터뷰 요청 메일이 왔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두근두근 기분 좋게 맘이 설렌다. 그때는 소원을 이루었구나 좋아했는데, 지금은 내가 은퇴하기 전에 한빛사 인터뷰를 몇 번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을 맘에 품고 있다.

두 아이를 출산하고도 내가 하던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음은 아마도 힘든 연구 속에서도 순간순간 느끼는 성취감과 생명의 신비를 풀어가는 두근거림의 힘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아줌마를 배제하지 않고 모든 연구의 순간에 나를 동참시키시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셨던 우리 교수님의 의지도 한몫했을 것이다.

 

작성자: 닥터리 (필명)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태그  
#육아
신고하기
목록
  댓글 0 댓글작성: 회원 + SNS 연동  
첫 댓글을 달아주세요.첫 댓글을 달아주세요.
 
관련글
포닥나라  |  피펫잡는언니들  |  이책봤니?  |  이논문봤니?  |  설문통 소리마당플러스
102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7. 엄마 과학자의 과학관 방문기
회원작성글 BRIC
01.11
100
0
101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6. 엄마 과학자와 수목원 나들이
회원작성글 BRIC
01.05
143
0
100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5. 엄마 과학자와 크리스마스
회원작성글 BRIC
2020.12.29
223
1
99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4. 엄마 과학자의 포럼 참석기 [1]
회원작성글 BRIC
2020.12.21
279
0
98
[닥터리의 육아일기] 마른 땅에 우물파기
회원작성글 BRIC
2020.12.15
280
0
97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3. 엄마 과학자와 연구소 견학 (2)
회원작성글 BRIC
2020.12.14
229
0
96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2. 엄마 과학자와 연구소 견학(1)
회원작성글 BRIC
2020.12.08
264
0
95
졸업 전 혼인 관련하여 조언을 얻고 싶습니다. [7]
회원작성글 도로도로...
2020.12.07
1268
2
94
[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5화. 창업 자금을 구하라 [1]
회원작성글 BRIC
2020.12.07
213
0
93
[닥터리의 육아일기]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회원작성글 BRIC
2020.12.02
247
0
92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1. 엄마 과학자의 자기 계발
회원작성글 BRIC
2020.11.30
319
0
91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0. 엄마 과학자의 제주도 여행기
회원작성글 BRIC
2020.11.23
265
0
90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엄마 과학자의 알뜰기
회원작성글 BRIC
2020.11.18
343
0
89
[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4화. 창업의 조건??
회원작성글 BRIC
2020.11.16
286
0
88
[닥터리의 육아일기] 행복한 직장맘이 되기위해
회원작성글 BRIC
2020.11.12
319
0
87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남편의 깜짝 귀국 & 코로나19
회원작성글 BRIC
2020.11.10
376
0
86
BT분야 여성재직자를 위한 'WOMEN@BT' 멘토링 프로그램 안내
회원작성글 WISE...
2020.10.29
429
0
85
[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3화. 밀린 임금 받는 방법 [1]
회원작성글 BRIC
2020.10.28
461
0
84
[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2화. 임금체불, 창업이 계기가 되다
회원작성글 BRIC
2020.10.28
315
0
83
[닥터리의 육아일기] 이제 시작
회원작성글 BRIC
2020.10.26
317
0
처음 이전  1 02 03 04 05 06  다음 끝
소리마당 PLUS
포닥나라
[비자 관련 질문] 졸업 전 미국 비지팅 연구원 -> 졸업 후 포... [6]
해외 포닥을 도전하기 좋은 시기는 언제가 될까요 ? 어떤 실력을... [5]
피펫잡는 언니들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7. 엄마 과학자의 과학관 방문기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16. 엄마 과학자와 수목원 나들이
이 책 봤니?
[서평] 두 얼굴의 백신
[홍보] 생각의 패턴을 바꾸는 공부의 비밀 《이해의 공부법》
이 논문 봤니?
[요청] 논문 입문자 추천 [1]
[요청] 면역학과 바이러스학 [3]
연구비 부정신고
대학원생119
위로가기
커뮤니티 홈  |  커뮤니티 문의 및 제안
 |  BRIC소개  |  이용안내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BRIC. All rights reserved.  |  문의 member@ibric.org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유튜브 유튜브    RSS서비스 RSS
에펜도르프코리아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