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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4화. 창업의 조건??
회원작성글 BRIC
  (2020-11-16 13:49)

4화. 창업의 조건 - 1막 : 아이디어와 동료 구하기


처음 창업의 계기는 앞서 말한 "아 저런 대표는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과 "저 사람 반대로만 하면 회사가 망하진 않겠구나"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막연한 생각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 커리어였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이의 나이가 문제가 되었다. 회사의 미래가 더이상 보이지 않던 시점, 나는 진지하게 거취를 고민했다. 재취업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취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겠으나, 아이의 나이가 계속 걸렸다. 아이는 6살이었다. 회사가 망한 후 내가 재취업을 하면 아이는 7살, 그리고 취업 후 1년이 되면 아이는 돌봄 절벽이라고 하는 8살이 될 예정이었다.

대한민국의 양육자는 직장과 양육이라는 두가지 토끼를 잡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간다. 아이가 어릴 땐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돌봄이 가능하다. 다행히 제도가 좋아져서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케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대부분의 양육자들은 돌봄 절벽을 마주한다고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시스템과 달리 초등학교 1학년은 일찍 끝난다. 유치원보다 훨씬 더. 방과후 수업을 하면 그나마 낫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교를 해도 3~4시가 된다. 일반적인 대한민국의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과 전혀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 등교는 어찌 어찌한다 해도, 하교 후 아이를 돌볼 곳이 전무한 상황이 된다. 
 

창업의 조건??

<2019년,통계청 조사>1


나는 딱 그런 시점에 폐업을 맞이했다. 폐업 후, 재취업을 한들, 입사 후 한참 일에 스피드를 올려야 하는 이직 2년차에 아이 등하교로 인해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시기를 맞이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어차피 맞이할 시기라면, 회사를 다니면서 눈치밥으로 움직일 것인지 아니면 프리랜서로 아이에게 시간을 좀 더 쏟을 수 있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변경해야 하는지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궁극적으로 나는 내가 엄마임을 포기하지 않을 직장이 필요했다. 그저 육아휴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엄마임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장이 필요했고, 그 직장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함께할 수 있는 연구기업. 나의 목표는 이러했다.

창업의 이유가 대체 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그저 나는 아이엄마인 내가 눈치보지 않고,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회사가 필요했다. 나는 일이 정말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이유 덕분에 임금체불이 되었어도 전 회사를 바로 나오지 못했다.

나는 폐업한 전 직장처럼, 아이를 위해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는 회사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보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창업을 결심했으니,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냥 아이디어가 아닌,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아이디어가 넘쳤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사업분야는 있었다. 소양증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과 이런 소양증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초화장품 개발에 대한 내 꿈이었다.
 

내 연구의 무한 동력, kinase

<내 연구의 무한 동력, kinase>2


사업 아이템에 대한 구상은 학위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천연물합성을 전공했다. 천연물합성을 통해 저분자의약품 합성이 내 주 전공이었다. Kinase inhibitor 합성을 주로 했는데, 내가 연구하는 타겟은 암이었다. 그런데 간혹 연구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경우를 접하곤 했다. 우린 분명 kinase가 과발현된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Working 할 것을 기대했는데, 가끔 멜라닌을 치거나 혹은 염증으로 인해 과발현된 다른 kinase를 치기도 했다. 그런 Case들은 모이고 모여, 미백 치료제가 Sub-project로 성공하기도 했고, 혹은 아토피 치료제 (항염증 치료제)개발로 방향이 전환되어 성공하기도 했다.

kinase inhiibitor가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중요한 시기였다. 물론 졸업때까지는 한길만 파야 하기 때문에 tumor를 대상으로 연구하긴 했으나, kianse inhibitor가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 특히 유전적 소인으로 아토피성 피부를 가지고 있어 늘 주변 환경에 예민해야 했던 나에게 내가 속한 질환군도 kinase inhibitor 분야와 교집합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가 되었다.

일단 그럴듯한 아이템을 생각하고, 이를 다듬기 위해 1년을 머리를 굴렸다. 일단 대충 혼자 머리를 굴렸을 땐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을 때, 이 아이디어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해서 생각한 것이 동업이었다. 창업은 외로운 길이라 했다. 머리 하나와 머리 여러 개의 싸움은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솔직히 나만 생각한 아이디어는 좋은지 나쁜지, 돈을 벌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나는 연구자 출신이라 이게 돈일지 아닐지 확인해줄 경영학도가 필요했다. 동업자를 선택할 때 아무에게나 컨텍한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마음속에 찜한 동업자가 있었다. 

전 회사에는 나와 같은 상황의 아이 엄마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이고 동갑내기 아이를 둔 4년의 경력단절 후, 복귀를 이 회사로 한 동료였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경영, 회계, 인사, 노무에 밝은 사람이었고, 나처럼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전 회사의 골치 아픈 상황 덕에, 연구는 내가, 사실상 경영은 그 동료가 담당했고, 대표가 친 사고를 함께 수습하며 동지애가 싹튼 동료였다. 물론, 동갑내기 아이 덕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과연, 나는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과연 나는 아이를 키우며 이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동료이고, 나보단 돈 버는 수완이 좋은 사람이고 해서 겸사겸사 나는 처음부터 이 동료를 포섭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창업에는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일단 나의 경우 첫번째 창업인지라 동료의 중요성을 잘 알지는 못하였으나, 연구직이라는 분야에서 동료와 함께 연구를 할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내는지는 익히 알고 있어 굳이 창업 동료를 꺼릴 이유가 없었다. 혼자 연구를 한다고 머리 싸매는 것보단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웃고, 폭주할 때 말려주고 해야 빨리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동료는 임신 후 직장을 그만둔 뒤, 아이를 키우며 쇼핑몰 창업을 경험해본 창업 유경험자였다. 내가 이 동료를 포섭하지 않을 이유가 1도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 내 아이디어를 언니가 받아주었다. 그리고 함께 수익모델을 고민해주며 첫걸음을 같이 내딛어주었다.

지금 우리는 초기 창업 기업 치고는 이것저것 많이 진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빠른지 잘 모르겠으나, 누군가가 보기에 우리의 속도가 매우 빠른 거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경험이 많기 때문일 듯 하다.

나는 연구직에서 신약개발이라는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경험해보았다. target을 발굴하고, Hit을 도출하고 리드를 만드는 경험, 그리고 프로젝트의 초기, 중기, 후기에 각각 참여해보면서 기술이전의 과정도 경험해보았다. 학위과정을 포함해서 남들은 겪기 어려운 기술이전만 2번을 경험했으니 나는 참 운이 좋았던 사람이긴 하다. 

함께 하는 동료는 쇼핑몰을 창업하고 운영해본 경험자다. 다른 수식어를 붙일 필요없이,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라 큰 병원에서 경영전반을 하던 사람이 쇼핑몰도 창업해서 운영해본 케이스다. 그리고 쭉 기업의 경영회계를 담당해왔다. 

이런 동료가 있어, 우리는 빠르게 아이템을 정리할 수 있었고, 법인 설립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미리 고민할 수 있었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하나하나 셋팅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한 1년이란 시간이 있었기에, 아마도 법인 설립 후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창업을 준비하고 싶은가?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창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창업이었기 때문에 동료가 필요했고, 동료부터 구했다.

동료와 수다 떨며 아이디어를 그 다음 정리했다.

나와 다른 전공자가 동료이면 장점은 배가 된다. 

나는 모태 이과라 1+1은 2가 되는게 끝이고, 2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냥 2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과머리에게 사업 아이템은 아이템일 뿐, 굳이 여기에 살을 붙이지도 살을 빼지도 않고 그냥 아이템을 내버려 두게 된다.

즉, 있어 보이지 않는다. 있어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업이라는 건 결국 돈을 벌기 위한 행위인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팔 수 있는 판로가 막힌다. 그런데 문과머리가 있으면 이게 좀 달라진다.

내가 말하는 2라는 것에 문과사람은 의미를 부여한다.

2를 이탤릭으로 써주고, 글씨크기를 크게 만들어주고, 2에 반짝이를 뿌려 블링블링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남들로 하여금 이 2가 금박으로 쓴 2일 수 있다는 느낌을 풍기고, 팔리게 포장해준다. 이런 포인트가 연구와 사업의 다른 지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포인트를 빨리 캐치할 수 있다면 창업 초기 준비는 마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이유로, 나는 문과사람이고 나랑 같은 목표를 향해 뛸 의지가 강력한 동료를 포섭하여, 함께 하는 것을 확인 받았다. 우리의 창업 여정은 그렇게 둘이 팀이 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말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경영머리를 가진 동료가 정리해주고 우리의 창업준비 기간은 나의 두서없는 떠들어댐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정리해주는 동료의 능력이 함께 한 기간이었다. 그렇게 6개월, 우리는 직장이 없어졌고, 장작 6개월간 떠든 이야기를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창업을 하는데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어 보는 이들이 간혹 있다.

계기만 있어도 충분한 듯 하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와, 이를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을까? 라고 일단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제때 잘 말려주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다. 창업이 필요한가?

우선 동료를 구하고, 이유를 찾아보라. 뭐든 하나는 얻어 걸리지 않겠는가?

 

 


1. 2019년 통계청 발표

2. Novel dianilinopyrimidine derivatives as ALK inhibitors, 2015년, 충남대학교, 윤정인 (필자 학위논문)

 

작성자: 윤정인 (엄마 과학자, 유기화학자, 칼럼니스트, 창업가)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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