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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3화. 밀린 임금 받는 방법
회원작성글 BRIC
  (2020-10-28 14:54)

나는 임금체불을 겪었다. 장작 6개월의 임금체불이었다. 임금체불 초기, 나는 이 경험이 한번 겪고 말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어려움은 잠깐이고, 대표가 우리를 책임져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버텼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표는 우리에게 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았고, 법인카드를 편하게 사용했다. 그 모습에 나는 대표를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임금체불을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이러한 임금체불은 의외로 많은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고된 임금체불현황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고된 임금체불현황>

 

매년 국정감사 철이 되면 고용노동부 질의에서 임금체불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나 올해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몰려, 사상 최고의 임금체불액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임금체불은 드문 일인 것일까?
그저 올해 체불액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인 것일까?
사실 나는 임금체불을 내가 겪으리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다양한 기업에 진출한 선배들을 만나면 임금체불을 이야기를 종종 듣긴 했으나, 이게 나의 현실이 될 것이라곤 생각해보지 못했다.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선배들이나 혹은 연배가 좀 되는 선배들은 전공 특성상 중소기업에 의외로 진출할 수 있는 경우가 높았던 우리에게, 임금체불은 흔한 일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 때문에 꼭 입사를 할 때 임금이 체불되는 상황이 있었는지, 그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대표자가 어떻게 행동을 했는지 꼭 확인하고 입사를 하라고 했었다. 당시 나는 이런 상황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임금은 당연히 노동자의 권리이고, 이는 대표가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같은 작은 회사의 상황이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어느 날은 텐션 최고조를 찍었다가, 또 어느 날은 바닥을 치다 못해 땅을 파기도 한다. 그래. 늘 기업은 위기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 위기에 잘 대응하고, 직원을 보호하는 일은 사주의 책임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그런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경우 노동자는 임금체불이라는 "피해"를 입게 된다.

생각보다 이런 기업은 많다. 2019년 참여연대에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체불은 업종별로는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및 음식숙박업 등 에서 다수 발생된다. 사업장의 규모별로 분류하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되는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 비중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76.7%로 소규모 사업장(aka 벤처, 중소기업 등등) 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문제가 매우 고질적이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1.

나와 같은 유기화학을 연구하는 기업은 대게 제조업으로 등록된 경우가 많다. 유기합성을 대량 생산하는 기업이라든지, 의약품이라든지 우리는 아무튼 큰 범주에서 제조업으로 등록되고 여기에 딸린 부속 연구기관이 되는 경우의 회사가 좀 된다. 따라서, 이런 벤처기업에 재직하는 경우, 우리는 연구자이지만, 제조업 회사의 기업부설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으로 등록되므로, 내가 임금체불을 겪게 된다면 나는 제조업 기반 회사를 다니다가 임금체불을 겪는 경우로 분류된다. 임금체불이 상습적으로 발생한다는 제조업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여튼, 내가 몸담은 분야와 같은 연구기반 제조업 역시 제조업이므로, 이 동네도 임금체불에서 안전한 곳은 절대 전혀 아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덜컥 입사를 했던 셈이다. 한 가지 더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내가 5인 미만 초기 스타트업에 겁도 없이 입사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5인 이상 사업장부터 많은 감시를 하기 시작한다. 즉,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살짝 벗어나 존재한다2.
 

밀린 임금 받는 방법

 

초기 벤처회사의 대표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노동을 존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을 기계 대신 쓰고 싶어 하는 악덕 고용주라면, 이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범주를 바탕으로, 불이익을 가해도 노동자는 구제받을 수가 없다는 것을 몰랐다. 운 나쁘게 나는 이런 기업에 걸렸다. 우리 대표는 육아는 배려했지만, 그 외 노동법은 무시하는 분이셨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지막에 직원들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협박을 했을 리가....

하여튼, 작은 벤처에 몸을 담궜다가 운이 나빠져서 겪게 되는 불이익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임금체불일 것이다. 생계가 달려 있는 입장에서 당장 돈을 받지 못하면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밀린 임금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대표가 내놓지 않는 임금의 일정 부분을 우리가 낸 고용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임금체불 시 근로자의 임금을 보존해 주는 제도가 바로 체당금 제도이다. 

2달 정도 임금이 밀렸을 때였던가.... 대표가 임금체불을 해결할 방법은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법카를 쓰던 모습을 보며, 나와 회사 직원들은 인터넷에 체불임금 받는 법을 찾아보며 살길을 도모했었다.

체불임금을 받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게 회사 사장이 주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 임금체불이 되는 상황이면 고용주가 뱉어낼 돈이 없다고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 대표와 진흙탕 싸움을 해서 돈을 받기엔 정신적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지므로, 간단하게 체당금을 신청해서 일정 부분을 받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 할 수 있겠다.

체당금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소액 체당금, 일반 체당금. 체당금이 보장하는 범위는 마지막 3개월의 급여와 최종 3년치의 퇴직금이다. 즉, 임금이 3개월 밀리면 과감하게 나와야 한다.

체당금은 신청하는 방법은 꽤나 번거로웠다. 우선 퇴사를 해야 신청이 된다. 즉, 임금이 밀렸고 대표가 돈을 안 주면 일단 퇴사를 해야 신청이라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처음 체당금을 신청하기 위해 우리는 노무사를 찾았고, 상담을 통해 대리인을 세워 체당금 일정을 진행했다. 체당금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돈이기 때문에 까다롭다. 회사에서 정말 지급할 능력이 없는지를 봐야 하는데, 그 부분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회사가 파산을 하거나, 도산을 하는 경우인데, 우리는 그 경우에 해당이 되지 않았다. 법인 대표는 파산은 하지 않겠다고 했고, 폐업 후 도산을 처리하고 싶어 했는데, 도산을 인정받는 게 까다로워 체당금 받는데 6개월 이상 긴 시간이 필요했다.

회사의 사실상 도산을 받기 어려웠던 이유는 대표에게 있었다. 대표는 급여 소득자라 본인 개인은 돈이 있었다. 그리고 법인 돈을 개인적으로 썼지만, 어떠한 주주도 이에 대해 횡령죄로 대표를 고소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대표는 또 세금은 잘 냈다. 그래서 외부에서 볼땐 우리 기업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중이었던 터라 사실상 도산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보통 회사가 도산의 위기가 오면, 세금이 엄청 밀리고 그 다음에 임금이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 회사는 대표가 임금은 안 주었으나, 세금은 잘 냈고, 거래처들에게도 돈을 지불했다. 다만, 직원들에게만 줄 돈이 없어서 체불이 된 케이스였기 때문에 법원에서 기업의 도산을 인정받긴 너무 애매한 경우였다.

체당금을 신청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직원들의 퇴사가 필요하다고 앞서 말했다. 그러나 퇴사 후 바로 신청이 되지 않는다. 노동법에 따라 임금 채권을 인정하는 시기가 퇴사 후 한 달이 지나도 아무런 지급이 되지 않을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같이 퇴사를 하고, 한 달을 기다린뒤, 고용 노동부에 신고를 했다. 그리고 신고후, 대표와 만나서 조사를 받았고, 임금체불 사실을 확인 받은 뒤, 대표를 형사고발했다. 법원에 사건을 송치 시켜서 사실상 도산을 인정받아야 우리가 체불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진행한 절차였다.

만약, 그 안에 대표가 합의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뭐 남은 3개월의 임금 중 일부를 준다든지 아니면 사과를 한다든지 하면 우리는 합의에 대해서 잠깐 고민을 해볼 의향이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표자는 돈을 줄 수 없지만, 합의를 해달라고 협박했다.

전화해서 폭언을 하기도 했고, 어떤 직원의 집에 쳐들어 가기도 했고, 직원들 중 한 명을 사기죄로 고소하기도 했었다.

최대한 담담하게 적었지만,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럭저럭 괜찮은 대표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산산이 부서졌고, 사람의 밑바닥을 보게 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물론 그 안에 일들은 더 많았지만... 퇴사 후, 전화해서 특허 써달라고 했던 경우라든지, 폐업한 후 짐 정리하는 걸 우리더러 하라고 의리가 없다는 소리를 했다든지

아 직원들한테 일일이 문자해서, 밀린 임금을 달라고 한다고 우리더러 양심이 없다고 하기도 했었다.

그런 밑바닥을 보게 된 경험이 유쾌할 리가 있겠는가. 이래저래, 체당금을 받기 위해 법원 결정이 나고, 이 사람에게 형사 벌금 소장이 날아가기 직전까지 우리는 대표에게 시달렸다. 찾아올까 무서워 이사도 했다. 난 깔끔하게 연락처 차단은 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엄청난 경험을 하긴 했다.

고용노동부에 신고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근로감독관과 면담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노무사를 찾아가서 상담해야 한다는 것부터, 체불임금을 다 받지 못하게 된다는 슬픈 현실까지....

연구직이어도 업계의 특이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조업 회사의 연구소에 입사를 할 수도 있고, 또 작은 회사에 입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임금체불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나처럼 당하지 말고, 일단 3개월 밀리면 임금체불로 퇴사를 한다고 신고하고 퇴사해서 구직급여를 받는 것을 추천하겠다. 임금체불은 구직급여의 사유가 된다. 그러니까 자진 퇴사로 신고하지 말고, 꼭 임금체불로 퇴사를 하는 걸로 처리해서 구직급여를 받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나처럼 회사 폐업 때까지 버티는 방법도 있는데, 그러면 임금이 더 밀릴 수 있다.

그냥 빨리 나오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꼭 노무사 찾아가서 단체로 위임장 쓰고, 노무사님을 정면에 세우고 1년 정도 체불액을 잊어버리고 있으면 언젠가 체당금이란 이름으로 입금이 된다.

그리고 명심하자. 

아무리 좋은 관계였어도, 이런 문제로 얽히면 사람이 밑바닥을 보게 된다. 나의 보스가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되어 얼굴을 붉히게 되더라도, 충격받지 말고 그냥 법대로 하면 된다. 어차피 법대로 해도 근로자가 모든 보상을 받게 되는 건 1도 없다.  이렇게 임금체불로 신고가 되어도 한 2~3번 상습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이상 리스트 공개도 되지 않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러니, 그냥 마음 접고, 최대한 개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쓰는 편이 정신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법인을 세운지 지금 딱 100일 즈음 되었다. 선배 창업가들을 보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겪은 노동 이슈를 돌아보며 새삼 대표라는 직함이 갖는 무게가 크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직함의 무게가 얼마나 커다란지 모르는 이들이 세상에 너무 많고, 덕분에 이분들이 임금체불이란 형태로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셈이란 생각이 든다.

뭐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점은 있다. 보통 과학기술인이 창업을 하면 회계나 재무재표 이런 경영 부분이 취약하여 회사의 재무재표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 전대표와의 임금체불로 법정 다툼을 위해, 재무재표를 보게 되었고, 자본잠식이 무엇인지를 배웠고, 임금체불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름 경영 공부를 이 경험을 통해 대체한 셈? 이랄까?

사실은 월급 못 받은 게 억울해서 인생 공부를 호되게 하고,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점을 급여 3개월로 대체했다고 마인드 컨트롤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생기업 취업할 땐, 나처럼 무작정 연구할 수 있다고 가지 말고, 대표가 경영을 할 줄 아는지, 기본적인 것은 확인하고 가도록 하자. 아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자가 노동자의 권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가자. 어찌 되었건, 누군가의 인성의 끝을 보는 일은 절대로 유쾌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만 확인해봐도, 곳곳에 존재하는 위험한 블랙 기업을 살짝 피할 수는 있지 않을까?

 


1.참여연대, "임금체불 보고서", 2019년 10월

2.5인미만 사업장 관련 내용은 고용노동부 발췌.

 

작성자: 윤정인 (엄마 과학자, 유기화학자, 칼럼니스트, 창업가)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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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댓글작성: 회원 + SNS 연동  
회원작성글 EMHISCF  (2020-10-30 00:38)
1
윤정인 대표님 글을 우연히 보고 저도 약간 유사한 일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5인미만으로 법인 쪼개는 회사들도 현실적으로 많이 있습니다. 소액체당금 제도가 많이 개선되서 1천만원까지 지원이 되니 혹시나 우연히 이 글을 보시는 힘드신 분들 참고되셨으면 합니다. (근로자 퇴사일 이전 6개월동안 법인사업이 영위되어야합니다.) 대표가 합법적으로 조사 질질 끄는 방법은 많이 있어서 이렇게 복수합니다. 어려운 이떄 모두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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