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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마지막 임신과 출산
회원작성글 BRIC
  (2020-09-18 11:10)

2017년 6월, 평소 둘째 아이가 캠핑을 가고 싶다고 졸라대서 계룡산 동학사 주변으로 글램핑을 가게 되었다. 캠핑을 다녀왔다는 친구들을 보면 무척 부러웠던 모양이다. 마침 둘째 아이의 생일(6.30일)과 남편의 생일(7.1일)이 겹치는 시기였다. 처음 가는 캠핑이라 기대가 컸다. 이것, 저것 짐을 싸다 보니 트렁크가 가득 찼다. 해외여행보다 더 힘든 것이 캠핑이구나! 이 사실을 직시하고 오늘이 마지막 캠핑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결국 챙겨간 음식을 다 먹지도 못했다.
 

마지막 임신과 출산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셋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축복이면서 또다시 육아의 전쟁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힘들게 SCI 논문을 몇 편 썼는데, 지금까지 쌓아왔던 연구 경력이 정말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저녁을 먹으며 이곳에서 중대발표를 했다. “얘들아, 복덩이 3호! 너희들 동생이 생겼단다. 지금까지 우리 집은 세인, 세령이 위주로 지내왔는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었지만, 이제 동생과 나눠야 해.” 캠핑장에서 이 소식을 듣고 아이들은 매우 좋아했다. “나는 기저귀를 갈아줄 거야!”, “나는 분유를 먹여줄 거야!” 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나눠 벌써부터 동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듯했다. 내년에 출산, 초등 입학, 내후년에 또 초등 입학을 시킬 생각에 나는 아찔했지만, 가족이 다시 한 번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이나 주변인들에게 임신사실을 말한 뒤, 내가 많이 들은 말 중에 하나가 계획한 임신이야?, 실수로 생긴 거야? 였다. 정답은 없지만, 두 아이의 육아기도 안정기였고, 경력 복귀도 순탄히 이뤄지고 나니, 갑자기 어린 아기가 무척 예뻐 보였다. “크리스마스에 출산이나 해볼까?” 했더니, 어이없게도 우리 남편은 “그러시든가....”. 참으로 뜬금없는 질문에 뜬금없는 답변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여름 생일이라, 한 겨울의 출산을 계획했다. 출산 당시, 병원 나이로 40세, 한국 나이로 42세였다. 노산이거니와,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큰 병 없이 손가락, 발가락 제대로 달려있는 아이가 태어났으면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그동안 입덧도 한번 안 하고, 임신중독증, 유산, 임신성 당뇨 등과 같은 일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셋째 아이가 가능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잠이 쏟아져 주체를 못했었는데, 그런 증상도 사라졌다. 셋째는 금방 큰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임신기간도 정말 쏜살같이 지나 어느덧 만삭이 되었다.

출산 50일 전, 이 와중에 나는 혼자 만삭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일 년 중 반은 여행하는 꿈으로 산다. 목적지가 정해지고 항공편 예약을 마치면, 3개월 이전은 준비하며 설레고, 여행 후 3개월은 그 여행의 여운으로 젖어 살았다. 항상 두 딸과 여행을 같이 가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아이들을 따라다니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이번만은 혼자서 만삭 여행을 가고 싶었다. 출산하고 백일이 될 때까지는 정신이 없으니, 혼자 다녀오기로 감행했다. 왠지 앞으로의 육아가 덜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현실은 다르지만).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이 아닌 정말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는 200% 나를 충전할 수 있는 여행을 기획했다. 여행 장소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대도시가 아닌, 일본 시골 마을이었다. 12월의 여행(12.12-12.14)이라 롱 패팅을 입고 갔는데, 배가 너무 나와서 지퍼가 올라가지도 않았다. 작은 캐리어 하나만 끌고, 정말 행복한 여행이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에히메 현의 시모나다 역에서 산모수첩을 들고 있는 이 사진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른 여행객이 찍어 줬는데, 아기가 태어나면 이 사진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살면서 어떤 파란과 어려움이 있어도, 모험하고, 도전하고, 극복하길 바라면서 짧은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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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일, 아무 탈 없이, 아기가 세상에 나와 주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예쁜 딸이다. 세 번의 출산이지만, 닥치고 보니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다.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서, 언니들 클 때 먹었던 분유를 미리 챙겨갔다. 다행히 잘 먹어줘서, 신생아실에서 살이 통통하게 붙었다. 7일에 병원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육아를 시작할 적에 적어두었던 메모를 발견했다. “집에 온 지 12시간, 분유만 15번 타고, 똥 기저귀 4번 나옴. 그냥 푹 주무셔라.”8일에는 “똥을 안 쌌네. 저렇게 기지개만 켠다. 낮 12시 목욕타임. 오늘은 하루 종일 잔다.” 9일에는 “큰애랑 혈액형도 같고 얼굴도 같고, 도플갱어? 진짜 똑같다. 신기하다.” 그 시절 메모와 사진을 보면서 잠시 강제 추억 소환놀이를 했다.

출산일은 큰 아이 유치원 졸업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병원에 있으니 갈 수는 없었지만, 나중에 동영상을 받아보고 눈물이 났다. 아빠랑, 외조부, 외조모님이 대신 가셨는데, 엄마 없이도 잘 하는 걸 보니 초등학교에 가도 문제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쁘게 화장도 하고,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걸 보니. 어느새 아이가 다 커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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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해온 서류를 챙겨, 막내 아이는 출생 당일에 출생신고를 마쳤다. 어린이집 입소 신청을 위해서 주민번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같은 동사무소에서 셋을 출생신고 하니, 주민번호 뒷자리의 5자리는 같은 숫자가 되었다. ‘아이사랑’ 어플에서, 직장맘이며 다자녀 부모인 우리는 최고 점수를 받는다. 원하는 어린이집에 자리가 나면 우선순위로 배정되었다. 그 아이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생후 1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입소시켰다. 다행히도 친정집 1층에 소재하는 어린이집에 자리가 나서, 오전에는 내가 아이를 등원시키고, 점심 이후에는 친정 부모님께서 하원을 맡아 주셨다. 내가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셨고, 이런 생활이 12개월간 지속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생후 한 달 만에 입소한 아이를 위해 아기 침대도 구입해 주셨고, 내 처지를 이해해 주셨던 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드디어 학부모가 되는 날이다......(다음 연재로)........

 

작성자: 김만선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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