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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과학자로 살아요, 와플과 맥주를 곁들여서] 다국적 동료들과 함께하면 느는 것은 다른 언어로 욕하기
Bio통신원(송유라)
참고로 우리 연구실은 상당히 큰 편에 속한다. 총인원이 40명에 달하는데, 구성원 중에 벨기에 사람들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물론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 프랑코폰(Francophone)은 대충 연구실 인원의 절반이 되겠지만. 이 말을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결국 우리는 다국적 동료들 사이에서 다양한 언어에 노출된다는 뜻이 된다. 덕분에 언어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연구실 생활을 보내고 있다.
사실 다국적 동료들과 함께 하면 가장 빨리 느는 건 욕이다. 농담으로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언어를 배우려고 하다 보면 욕부터 배운다”라고 하는데, 그럴 만도 한 것이 어느 나라 말이든 욕은 무의식에 나오기 좋을뿐더러 억양이나 발음이 참 익히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 우리 연구실에서 꼭 나오는 이야기는 3년 전에 퇴사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 출신 포닥(을 나는 형이라고 불렀다)이 빚은 해프닝이다. 이 형은 다른 이탈리아 동료들이 말릴 정도의 욕쟁이였는데, 셀컬쳐를 할 때나 데이터 정리를 할 때나 항상 이태리어 욕을 달고 살았던 분이다. 문제는 연구실 사람들 대부분이 셀컬쳐를 하거나 FACS를 찍으면서 이 욕들을 듣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본인의 모국어가 무엇이든 이탈리아어로 욕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 한 채. 결국 교수님은 미팅 중에 에둘러서 각자 언어로의 욕을 좀 자제하라는 이야기를 해야만 했으나, 될 리가 있겠는가.
아무리 욕을 제일 먼저 배운다고 해도, 나를 비롯해서 몇몇 동료들은 진짜로 외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 박사를 마치고 작년 10월에 바르셀로나로 간 알레. 내가 이탈리아어를 온라인 강의를 들어가며 제대로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요 책을 선물해 줬다.
이 선물을 보고 이탈리아인 동료들 모두가 감탄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이탈리아어에서 빠질 수 없는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설명이 담긴 책이었다. 단순히 이런 동작이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로 흔들면 얼마나 격하다는 걸 표현할 수 있는지, 그리고 표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다 떼면 이탈리아어를 못 해도 이탈리아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리고 그렇게 나는 연구실에서 손과 눈썹으로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또 그뿐만 이겠는가. 종종 팀 별로, 혹은 논문에 들어가는 저자들 별로 미팅을 하다 보면 나 혼자 프랑코폰이 아닐 때가 있다. 문제는 연구실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학교 자체가 프랑스어권 학교다 보니, 대부분 교직원은 벨기에 혹은 프랑스에서 온 분들이 많다. 또한 연구실도 마찬가지로, 테크니션과 포닥들 중에 꽤 많은 비율이 프랑스어 구사자이다 보니, 5년 넘게 이 연구실에 있으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프랑스어를 배우게 된다. 단순히 커피 마시러 갈래?로 시작해서, 깊게는 미팅 중에 프랑스어로 설명을 해야 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학교에는 종종 영어를 버거워하시는 교직원들이 여럿 있다. 물론 이 분들도 영어를 못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에 비해서 프랑스어를 편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의 경우에는 프랑코폰이 아닌 연구원들에게 프랑스어를 배울 생각이 있냐고 꼭 물어보시는데, 배울 생각이 있다고 하면 가벼운 인사부터 시작해서 일과 관련된 용어들을 프랑스어로 가르쳐주시곤 한다. 또한 우리 학교는 브뤼셀 연합 데이터 센터에 소속이 되어 있는데, 그 센터에 연락을 할 때 프랑스어로 해야 하면 나를 꼭 CC를 끼워주셨었는데, 어떻게 메일을 써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이렇게 배울 수 있었으니 득이 아닐까.
아무래도 직접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 게 아니니까 언어를 배우는 게 느려도, 결국은 한 1-2년 사이에 이렇게 서로 프랑스어로 일을 하게 될 정도로 언어를 배우게 된다. 나중에는 직접 부탁을 한다거나, 누구에게 무엇을 인계해 달라 등등의 메일을 쓰는 것도 가능해질 정도라면 말을 다 한 것 같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 엄마에게 등을 떠밀려 중국어를 3년 정도 배운 적이 있다. 대학교 때야 중국어 교양 수업도 듣고, 한국어학당에서 도우미 활동을 하면서 중국어를 계속했지만, 벨기에에 온 이후로는 중국어를 할 일이 전혀 없었다. 덕분에 중국어를 까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연구실 중국인 분들과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중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는 것을 들키게 된 것.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마냥, 이 분들도 열심히 나에게 일과 관련된 부탁을 중국어로 하고 계신다. 같이 훠궈 먹으러 가자는 초대는 덤.
또한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와 시리즈물을 한가득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실에는 역으로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들이 여럿 나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언어를 퍼트리는 시류에 같이 참여하게 되는데, 욕을 안 가르치려고 노력 중이다. 연구실 사람들은 이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받으면 “감사합니다~”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는데, 슬슬 피곤해, 집에 갈래 등등을 가르치고 있다 보니 이게 맞나 싶기도.
결국 다양한 언어권의 사람들과 일하면서, 이런저런 귀동냥으로 불편한 게 나라서 언어를 배운 것은 아니지 만서도, 결국 다국적 다언어적 동료와 함께 한다는 것은 이런 스킬들을 하나하나 얻어간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게 참 무서운 것이, 조금씩 그 언어를 알게 될 때는 모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눈치껏 꽤 알아듣고 있는다는 점이 그렇다. 작년에는 스페인 학생 둘이 새로 왔는데, 과연 우리 연구실에는 얼마나 많은 스페인어 화자가 생길지 슬슬 기대가 된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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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짐을 싸서, 생각에도 없던 벨기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곧 박사과정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벨기에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유학이나 연수를 오기에 선뜻 손이 가는 국가도 아니고 알려진 것이 생활 면이나 연구 면에서도 많이 없기도 하고요. 2018년부터 여전히 캠퍼스 내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제 입장에서, 벨기에 대학원과 연구실 생활은 어떠한 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단순히 벨기에 내에서의 유학 생활 뿐 아니라 연구실 내에서의 생활과 벨기에 정부의 행정 등에 대해서도 하나씩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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