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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끔 보는 MSDS] EtBr (Ethidium Bromide)
Bio통신원(찜찜이 (필명))
얼마 전 클로닝을 배운 찜찜씨. 학부 실험 때도 조금 배웠지만 이때 사용하는 EtBr(Ethidium Bromide)은 발암물질이라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분리된 구역에서 실험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선배의 부탁으로 다른 실험실을 방문한 찜찜씨. 그 실험실 한 실험대 테이블 중간이 네임 테이프로 선이 쳐져 있는 걸 봤어요. 무슨 선인지 물어보니 왼편은 EtBr을 염색하는 공간이고 오른 편은 일반 실험을 하는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아니 세상에. 아까 옷으로 그 실험대를 스치고 손도 짚고 한 것 같은데 이제서야 말해주다니!! 찜찜씨는 이제 어쩌면 좋죠? 찜찜씨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찜찜합니다. 찜찜씨의 반응이 너무 과민한 걸까요? EtBr은 얼마나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걸까요? 찜찜씨와 함께 같이 한번 확인해 봐요.
출처: Thermo Fisher, Sigma-Aldrich
EtBr(Ethidium Bromide, CAS# 1234-45-8)은 agarose gel electrophoresis 후 크기 별로 분리된 DNA를 시각화할 때 사용하는 오래되고 유명한 염색 시약입니다. 암적색의 결정성 비휘발성 분말이지만, 수용성이어서 10mg/ml 농도의 solution 형태로도 판매됩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이 염색 시약은 DNA 염기쌍과 구조가 유사해 dsDNA에 끼어들어갈 수 있고(대개 2.5bp에 하나씩), 이 상태에서 gel에 260~360nm 파장의 UV를 쬐어주면 EtBr이 여기(excitation) 되면서 560 nm 부근의 붉은 오렌지색 형광빛을 방출, 적은 양의 DNA도 쉽게 눈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출처: geneticeducation.co.in
EtBr이 인간과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과학적 증거는 지금까지도 명확하지 않지만, 이런 DNA 결합 특성은 생명체의 생식 세포와 같은 중요 DNA에 결합할 경우의 위험을 고려해 이 물질을 발암물질과 더불어 기형 유발 물질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이런 무서운 소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생명과학 실험에서 사용하는 시약들이 그렇듯, 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안전 수칙을 잘 지킨다면 EtBr이 그렇게까지 꺼림칙하게 여길 만한 것은 아닙니다.
비록 소에 한정된 데이터이지만, EtBr은 1950년대부터 소의 아프리카 수면병 치료를 위한 동물용 의약품으로도 사용됐습니다. 이때 EtBr은 피하주사 또는 근육주사로 투여됐는데, 지금까지 이 소들에서 종양 또는 선천적 기형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소의 EtBr 비독성 용량은 1mg/kg으로 우리가 평소에 gel을 염색할 때 사용하는 농도(보통 0.2-0.5 μg/mL)의 용액에 우리 피부가 잠깐 노출되는 정도로는 인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바로 물에 충분히 씻어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림엔 없지만, Thermo Fisher의 MSDS에도 정상 사용 조건에서 이 물질이 인체에 특별히 유해하지 않음이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희석되지 않은 분말 상태의 EtBr을 사용하는 실험실이라면 노출 농도가 높을 수 있으니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따로 지정된 구역에서 EtBr을 사용할지라도 실험 후 뒷정리와 폐기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EtBr이 농축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제가 있던 실험실들은 아니지만, EtBr과 agarose를 함께 넣고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기에 흡입에도 주의합니다. 여러 MSDS에서는 이처럼 이 물질을 흡입하거나 섭취 또는 신체에 닿을 가능성을 고려해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여 실험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보안경, 실험복, 니트릴 또는 클로로프렌 장갑, 마스크).
사실 EtBr은 많은 랩에서 이제 잘 사용하지 않고, EtBr보다 돌연변이 유발성과 독성이 낮다고 하는 대체품들이 나와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EtBr과는 다른 DNA 결합 방식으로 EtBr의 기존 위험성을 낮춘 시약들이지만, 이 시약들 역시 DNA 결합 물질이니 각 시약의 MSDS를 잘 숙지하셔서 지식으로 무장하시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참고]
Giordani F et al. (2016) The animal trypanosomiases and their chemotherapy: a review. Parasitology 143(14).
The Myth of Ethidium Bromide. Available at: https://www.science.org/content/blog-post/myth-ethidium-bromide (accessed October 15, 2021)
rrresearch.fieldofscience.com/2006/10/heresy-about-ethidium-bromide.html
Chowdhury AR et al. (2010). The killing of African trypanosomes by ethidium bromide. PLoS Pathogens 6(12): e10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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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에서 접하는 물질들의 MSDS나 관련 안전 정보를 이야기하듯 써보려 합니다. 저는 실험을 오래 했을 뿐 안전이나 화학물질 전문가는 아니기에, 언제든 저보다 더 정확히 알고 계신 분들의 내용에 대한 정정을 환영합니다. 그 외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 분들이 제 글을 통해 서로 그 내용을 공유하실 수 있는 공간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제 글을 통해 이제 막 실험을 시작하시는 분들이나 이미 너무 익숙하게 실험하고 계신 분들 모두, 잠시나마 해당 주제가 환기돼서 더욱 안전하고 즐겁게 이야기 술술 풀리는 실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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