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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포닥 도전기] 미국 랩 생활 2
Bio통신원(이윤경)
내가 있는 랩은 멤버들의 국적이 다양하다. 캐나다, 영국, 중국, 인도, 네팔, 그리고 한국. 다양한 출신만큼 영어 발음 역시 다양해서 초반엔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웠다. 특히 랩미팅 끝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할 때나 랩 멤버들끼리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에는 정말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계속 듣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져서 정확하게는 아니어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으로 포닥을 나온 다른 박사님들도 이전에 미국에서의 생활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분이면 다들 언어 문제로 고생을 한다고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미리 들었기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음식을 주문할 때 등을 빼고 생각보다 말할 일이 잘 없어서 시간이 흘러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일부러 랩 멤버들과 일상 이야기 등으로 말을 섞어보려는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빨리 는다고 한다. 나는 옆자리에 있는 네팔 친구가 항상 주말엔 뭐 하는지, 주말이 지나면 잘 보냈는지, 연말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어봐 주어서 자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번엔 어려운 점 말고 좋은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랩 내에 학사나 석사를 마친 Technicians이 Life Science Research Professional (LSRP) 이란 이름으로 3명 정도 있는데, 포닥들의 실험에 관련하여 서포트 한다. 예를 들면 세포를 키울 때, 코팅이 필요한 플레이트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LSRP들이 매주 해당 플레이트를 코팅해서 준비해 주었다. 세포 배양(Cell culture)를 일주일에 한 번 했는데, 해당 일이 되면 꼭 코딩이 필요한지를 나에게 물어봐 주었다. 이외에도 내가 하려는 일들에 실험적으로 일손이 필요할 때 그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다. 버퍼도 미리 만들어 놓아주고, 실험 재료 주문도 구글 폼을 작성하면 그들이 주문해 주고 도착했을 때, 정리 후에 위치 등도 알려준다. 한국의 랩에서는 학부 인턴이 없을 땐 내 스스로 버퍼도 만들고, 재료 주문도 하고, 폐기물 정리도 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기에 시간도 많이 소모되고 힘들었는데,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미국 랩에서의 생활이 정말 신세계같이 느껴졌다.
또 좋은 점은 자유로운 질문 문화인데, 한국에서 랩미팅이나 세미나를 하면 질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주로 교수님들께서만 하시는데, 여기는 랩미팅을 하면 정말 자유롭고 편하게 발표 중에 끼어들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간단한 실험 방법에서부터 어떤 목적으로 실험을 했는지 등을 질문하고, 나 역시 듣고 설명해 줌으로써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질문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또 질문을 영어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필요한 부분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까지 했다. 팀으로 미팅도 자주 했는데, PI께서는 언제든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바로 끼어들어서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꼭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말씀해 주시며 질문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독려해 주셨다.
프로젝트 관련해서 PI와 개인 미팅은 2주에 한 번씩 하였는데, 나의 PI는 항상 내가 만들어오는 실험 결과에 대해 칭찬을 해주셨고, 예전보다 영어가 알아듣기 쉬워졌다며 영어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자신이 한국어를 해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라며 격려를 해주시며 북돋아 주셨다. 처음에는 새로 고용된 포닥으로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물을 보여줘야겠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개인 미팅을 준비할 때마다 크게 부담스러웠는데, PI께선 랩 내에 아무도 할 줄 모르는데, 나는 할 줄 아는 실험을 잘 성공했다며 작은 것이라도 크게 칭찬해 주셔서 더욱 일할 맛이 났다!
추가로 항체나 세포 배양에 필요한 Media를 구입할 때, 한국에서는 대부분 미국이나 캐나다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3-4주는 기다려서 받곤 했는데, 여기는 원하는 실험 재료들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연구에 더 활력을 불어넣는 것 같다. 정말 금방 오는 것들은 주문한 주에 바로 도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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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명과학 학사와 박사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Stanford University에서 꿈꾸던 포닥 생활을 시작하게 된 초짜 과학자의 고군분투 이야기! 미국 포닥에 관한 정보를 주변에서 얻기가 어려웠었기에 나와 같이 막막한 상황에 놓여있는 대학원생들에게 나의 인터뷰 전 과정과 미국 포닥 생활을 상세하게 이야기하여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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