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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포닥 생존기: 늪에서 살아남기] 육아의 늪에서 살아남기(발버둥 편)
Bio통신원(김또또 (필명))
우리 부부의 육아 철학: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자.
내가 이렇게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 준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남편이었다.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된 후부터 남편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우리가 아이를 위해서 스스로를 너무 희생하지는 말자’라는 것이었다.
엄마와 아빠인 우리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해야 아이도 잘 양육할 수 있고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인데, 누구 하나 때문에 다른 하나가 커다란 희생을 하는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것은 남편과 나 사이에도 그랬고, 부모와 아이 사이에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가족이 되자. 그것은 우리의 육아 철학이 되었다.
육아와 일 사이에서도 그것을 꼭 기로로 생각하고 하나 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자꾸 두 가지를 놓고 선택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감정을 느낄 때, 아이에게 더 잘하고 싶은데 잘 하지 못해 속상한 감정을 느낄 때, 남편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늘 상기시켜 주었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도 남편은 항상 극구 만류를 해주었다. 내가 지금 일이 싫고 다른 것을 하고 싶어서 그만둔다면 괜찮지만, 아이를 위해서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한 태도를 유지해 주었다. 그리고 말로만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 육아의 어려움을 동등하게 (어쩌면 더 많이) 짊어져주었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해 주었고, 심지어 내 연구에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도와주었다.
부모와 아이가 다 함께 길을 찾는 우리 가족. (사진출처: pexels)
둘째처럼 키우는 첫째
우리가 처음 아이를 키우게 되어 작은 것 하나에도 호들갑을 떨고 완벽한 아이 케어에 목숨을 걸 때, 둘째가 있던 지인 분께서 자기도 우리처럼 첫째를 열심히 키웠는데, 둘째부터는 현실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대충 키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첫째 때는 사탕이나 초콜릿을 최대한 안 먹이려고 직접 건강한 간식을 만들어서 먹이고 했지만, 둘째는 형이 먹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아주 어려서부터 먹였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건강한 아이라면 대충 키워도 알아서 잘 자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격려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이제부터 우리 아이를 첫째 아이지만 둘째 아이처럼 키우겠다고 선언하였다.
첫째 양육과 둘째 양육의 차이. (사진출처: https://www.pinterest.com/)
그때부터 남편은 약간 엉뚱한 육아 방법을 시도해 왔는데, 이제 막 뒤집기를 시작한 아이에게 혼자 젖병을 잡고 먹을 수 있도록 계속 연습을 시킨다든지, 만 1세가 되자마자 이유식, 분유 그리고 쪽쪽이까지 딱 끊어버리고 우리와 같이 일반 식으로 밥을 먹인다든지 하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물론 약간의 규칙은 존재하지만 아이가 자신이 해야 되는 숙제와 저녁 먹기, 씻기 등 할 일을 다 마치기만 하면 자기 전까지 제한 없이 영상을 볼 수 있게 하거나, 우리의 일정이 있는 날은 아이의 취침 시간을 좀 늦게 하는 등 다른 부모들에 비해 우리는 조금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에는 앞서 이야기한 우리의 육아 철학이 반영된 것인데, 우리는 육아를 오로지 아이 중심이 아닌 모든 가족원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육아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정답이 없다는 점이 아닐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면 수업을 열심히 잘 듣고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내용을 잘 체크해서 그것 위주로 공부를 하면 되고, 또 성적이라는 절대적인 지표가 있으니 내가 얼마큼 잘했는지를 스스로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육아에서 성적이란 어떤 것인가? 아이가 예민한 성격이라면 내가 잘못 키운 것인가?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내가 육아를 잘한 것인가? 아이를 행복하게만 키우는 것이 과연 맞는 방법인가?
내가 하는 육아의 방식과 그에 따른 결과와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고, 성적과 같은 명확한 결과가 없다 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항상 동반되는 것이 육아라는 과정인 것 같다. 정답이라는 것은 없고 부모가 함께 고민하며 최선의 길을 찾아가려고 매 순간 노력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였다.
시험처럼 명확한 선택지가 있다면 육아가 좀 쉽게 느껴지게 될까? (사진출처: pexels)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부부 둘 다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 많다 보니 아이에게 영상도 많이 보여주고, 소위 말하는 좋은 육아법을 많이 따르고 있지 못하다. 약간 부끄럽기도 하지만 또래에서 우리 아이만큼 게임을 잘하는 아이가 없을 만큼 우리 아이는 벌써 게임도 많이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누구보다 밝고 명랑한 아이이고, 영상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책 읽기와 레고 만들기도 좋아한다. 가끔씩 화를 좀 잘 내긴 하지만 다른 친구들을 잘 돌봐주기도 하는 다정한 친구로 자라고 있다.
무엇보다 여러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을 이어왔고, 아이 앞에서도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결과 감사하게도 아이가 scientist로서의 엄마 아빠를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엄마 아빠가 어떤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기억하려고 애쓰고, 항상 엄마가 오늘 실험실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해하고, 엄마가 scientist인지 biologist인지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Have a good science!!
어느 날 아침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하루를 잘 보내라며 배웅을 하는데 아이가 우리에게 ‘Mommy Daddy, Have a good science!!’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 순간 너무 귀엽고 재미있는 말이라서 주위 사람들까지 모두 웃음을 터트렸는데, 내가 지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말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완벽한 엄마는 아니겠지만, 나와 아이,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연구자로서 살아갈 것이다. 육아를 하든 그렇지 않든 바이오 연구를 하는 일은, 그것도 해외에서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많은 연구자 분들께 우리 아이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다들 정말 잘하고 계시고 오늘도 좋은 사이언스 하시길 바란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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