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유혹하는 보고서 쓰기, 첫걸음] 6. 욕심내지 않고 활용하는 ‘적정 인포그래픽’
Bio통신원(세균맨)
파워포인트 자료 만들기에 대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강사분이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를 풀기 위해 스티브 잡스의 발표 영상을 틀어 주셨는데요. 아마도 잡스가 돌아가시기 전이었을 겁니다. 스티브 잡스가 맥북을 서류봉투에 담아 들고나온 전설의 발표 현장, 많이 보셨을 텐데요. 청중을 사로잡는 발표라고 하면 가장 먼저 소개되는 자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상이 끝난 후 잡스의 파워풀한 손짓과 세련된 분위기에 매료되어 있던 저희에게, 강사님은 잡스의 뒤에 보이는 프레젠테이션 문구를 확대하여 보여주셨습니다.
까만 배경에 흰 글씨로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씩 쓰여있는 장표였죠.
"잡스는 사장이죠? 사장은 이렇게 발표하면 됩니다. 아니면 잡스처럼 퍼포먼스를 해야 돼요."
수업을 듣던 우리는 환상에서 깨어나, 사장이 아닐 뿐 아니라, 퍼포먼스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는 장표에 글씨와 그림을 좀 넣어야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발표 자료를 잘 들여다보면 잡스가 자료를 무턱대고 간단히 만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잡스가 직접 만든 건 아니겠죠.)
스티브 잡스의 명료한 장표에는 인포그래픽적 요소가 훌륭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경쟁사 제품 소니 TZ 시리즈보다 맥북 에어가 훨씬 얇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두 제품의 측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두께가 한눈에 보이는 효과를 도식화했습니다. 청중은 그 한 장의 그림을 보면서 소니 제품의 가장 얇은 부분보다 맥북에어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더 얇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합니다.
[출처 : 스티브 잡스 맥북에어 프레젠테이션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bMmI_bzdAas
이외에도 맥북에어의 회로 기판 사이즈가 작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기판의 옆에 연필을 나란히 놓은 그림을 보여줍니다.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것을 초록색 배터리 그림과 그 옆에 5Hours라는 글씨를 써서 표현하고요.
구글에 ‘인포그래픽’이라고 검색해 보면 휘황찬란한 이미지가 화면 가득 실립니다.
아름다운 색감과 한눈에 들어오는 그래프, 아이콘, 지도 등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자료들이 많죠.
인포그래픽이라고 하면 이렇게 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배포하는 자료들, 리서치 업체에서 제작한 전문자료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우리 주변에도 인포그래픽은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화장실 표시에 남자와 여자를 그림만 보고 한눈에 알아보는 것도 인포그래픽이고, 커피숍 메뉴판에 아메리카노인지 라테인지 카페모카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그려진 그림도 인포그래픽입니다.
결국 정보를 시각화해 놓은 것이죠.
문서작성에 대한 인포그래픽 수업과 책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다들 개념을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수업은 수업이고 배운 것을 업무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뭔가 예술적 감각이 있어야 할 것 같고, 파워포인트나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뤄야만 가능할 것 같은 장벽이 느껴지죠.
복사하기 붙여넣기, 네모 세모 그리기만 사용하는 우리도 인포그래픽을 이용해서 효율적인 보고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공부로 감각 익히기]
이쯤 되면 제가 연구 자료를 인포그래픽으로 멋지게 만드는 방법을 후루룩 보여드리고 싶은데요. 아쉽지만 저만의 방법을 개발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많은 자료들을 활용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저의 자료 작성 경력에 발전을 가져다준 책을 소개 드리려고 합니다.
• 회사에서 자주 쓰는 인포그래픽 PATTETN 31 (우석진, 김미리 저)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이신 김미리 강사님의 강의를 먼저 들었습니다.
체구가 작으신 여성분이 들어오셔서 강의를 시작하셨는데요. 조용한 목소리 때문인지 첫인상이 강렬한 분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강의가 진행되면서 그분의 자료 작성에 대한 마인드와 꿀 팁은 저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수년간 매일 자료를 작성했는데, 나는 왜 저런 것들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저분은 천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이 고도의 PPT 기술을 알려주신 것은 아닙니다.
그래프를 조금 더 깔끔하게 그리는 법, 한눈에 이미지가 보이게 하는 방법, 그런 작은 것들이 보고서의 품질을 상당히 높여주는 것을 보며, 자료 작성은 테크닉이 아니라 고민을 통해 탄생한 아이디어가 관건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의 강의를 여러 번 듣고 저서를 찾아본 것인데요. 상당 부분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멋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장표를 만들어야 할지 개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보고도 일종의 심리전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자료 작성의 거품을 빼기 위해 One page proposal 방식을 도입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자료를 만들면서 예쁘게 꾸미느라 소요되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간단 명료하게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지요.
저희 회사에서도 오래전부터 보고서 간략화를 캠페인화하고 있는데요. 현업에서 크게 변화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말이 쉽지 원페이지에 하고자 하는 말을 설득력 있게 채워 넣는 것이 열 장짜리 보고서를 쓰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많아요.
보고도 일종의 심리전인 것 같습니다.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순서로 말하는지에 따라 설득의 효과가 달라지니까요. 무엇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풍부한 결과물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직장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똑같이 일을 해 놓고 인정받지 못하는 요인이 자료 작성 때문이라면 너무 억울하니까요.
오늘 당장 조금 공부해서 자료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요. 최고를 추구하되 매일 한 두 가지씩 팁을 얻어서 하루하루 상큼한 발전을 조금씩 이뤄봅시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대학원에서는 실험노트를 쓰고, 논문을 쓰고, 학회 발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고 보니 조금 다른 성격의 보고자료를 요구하더라고요. 실패하고 배우면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연구원이지만 직장에서는 다양한 목적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실험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장 명품 보고서를 만들어 낼 비법을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요령을 배우고 마인드를 세팅하면서 좋은 보고서 쓰는 방법을 배워 볼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한 가지씩 따라 해 볼 수 있는 보고서 쓰기의 첫걸음을 정리해 봤습니다.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