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간이 범하는 가장 큰 죄는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이다. 지옥은 배은망덕한 무리들로 가득 차 있다." 세르반테스
조용한 아침, 강가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부드러운 모래 대신 물가에는 작은 돌멩이들로 덮여 있었습니다. 햇살이 돌들을 비추니 반짝거림으로 눈이 부십니다. '뭘까?'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살펴보니 작은 돌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예쁜 돌들이 보입니다. '와!' 그냥 작은 돌멩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자세히 보니 예쁜 보석입니다. 허리를 숙이고, 보석들을 골라 주머니에 넣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위의 이야기의 포인트는 중요한 무언가를 얻으려면 '허리를 숙이는' 겸손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두 달 전에 화학약품 하나를 주문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누가 물건을 로딩 덕(loading dock)에서 가져왔는지 기록을 살피는 일입니다. 그러면 가져온 사람을 알게 되고, 그/그녀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택배 물건을 취급하는 담당자가 아주 불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불친절하다'는 표현은 제가 선택한 가장 과격한, 공적인 언어라서 그렇지, 모든 사람들이 택배 부서에 가길 꺼리는 그런 인물입니다. 저도 처음에 물건을 찾기 위해 그를 만났는데, 얼마나 불친절한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항상 인사를 했고, "땡큐"라고 말했습니다. 참 강직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잘 대해줘도 늘 불친절합니다. 하지만, 저도 굴하지 않고, 계속 친절하게 인사하고, "땡큐"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래도 이제는 예전보다 덜 껄끄럽습니다. 이 친구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친애하는 아무개 씨, 내가 화합물을 찾는데, 누가 그 물건을 픽업했는지 기록을 찾아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바쁜 당신의 일과를 잘 이해하기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당신의 노고에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간도 쓸개도, 다 빼냅니다. 그동안 제 손에서 간과 쓸개 및 오장육부를 다 빼 준 쥐들에 대한 업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몸을 낮춥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 기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짧게 왔습니다. '너네 연구실의 아무개가 픽업했음.' 그 친구를 찾아 화합물의 행방을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겸손과 감사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겸손한 사람이 감사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는 손해 볼 일이 없습니다. ATP는 조금 소비되겠지만,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사람에게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처럼, 웃으며 ‘땡큐’를 말하면 더욱 강력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다른 영어단어들에 비해 'Thank you'라는 단어만큼, 악센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잘 들리는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 출신이건 상관없이 '땡큐'라는 단어는 참 잘 들립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이나 '감사하다', '고맙다', '땡큐'라고 말하시나요? 혹시 상대의 호의와 도움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것은 아닌가요? 아니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부끄러워서 말하기 어려우신가요? 그래도 오늘 Day-1 삼아, 한 번 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무리 작은 일, 사소한 일이라도, 상대방에게 '고맙다'라고 말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면, 상대방도 결국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이런 감사의 말은 전염력이 있어서 감사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외에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난번에 글에 등장했던 '상전'님들에 대한 후속 이야기입니다. 학부 연구원의 첫 번째 실험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좀 애매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도 제출한 논문의 심판들(referees)을 상대하는 일과 연구실 기기 수리 및 다른 학생 자료 분석, 기타 등등으로 제 코가 석자였지만, 바로 이 학생을 돕기로 결정하고, 저의 비밀의 실험 기법을 총동원해서 하룻밤만에 화합물을 만들어서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을 모두 오픈해 주었지요. 이 실험의 클라이맥스는 밤새 화학반응을 진행시킨 후, 다음 날 오전에 성질이 다른 용매를 첨가하는 동시에, 색깔이 변하며 생성물이 보이는, 마법과 같은 실험입니다. "잘 봐, 눈을 크게 뜨고." 플라스크를 흔들며 다른 성질의 용매를 부으니 색이 변화하며 생성물이 보입니다. 이 친구의 첫마디는 "와~"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말은 "땡큐"였습니다. 자신의 실험을 도와주어 고맙다고 합니다. 몇 번이고 '땡큐'를 말합니다. 사실 대인배라면 상대방이 감사를 말하던, 하지 않던 상관없이, 남을 돕는 행위, 그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겠지만, 저는 아직 수련이 부족합니다. 저 역시 그 친구에게 “함께 이 실험을 할 수 있어서,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땡큐를 들으니 속으로 흐뭇했습니다. 그러나 공자가 말하길, "친절하게 행동하라. 그러나 절대로 감사는 기대하지 말라."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합니다. '땡큐'라고 말해보면 어떨까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마음을 담아, '고맙다'라고 말입니다. 그럼 여러분을 둘러싼 주변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나는 감사를 표할지라도 상대방이 그렇게 하길 바라지는 마십시오. 그것이 진짜 고수입니다. 감사로 인해 여러분의 삶과 주변이 모두 아름답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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