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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포닥 엄마의 생존기] 불평의 순간들 감사로 바꾸기 연습
Bio통신원(오박사)
[그림 출처: Pixabay]
불평의 순간들을 감사로 바꾸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
연구실마다 환경이 다르지만, 내가 지금 있는 연구실은 그래도 한국에 내가 있었던 연구실보다는 딸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환경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도와줄 가족이 없는 타지의 삶은 많은 불편함들이 있다. 이를테면 남편이 허리를 삐끗해 전날 괜찮았다가 다음날 일어나지도 못해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석증으로 육아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미리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면 베이비시터라도 구할 텐데, 전날 괜찮았다가 다음날 아침 갑자기 이러한 상황이 올 때 당황스럽다. 하필, 이런 나의 상황과 상관없이 불가피하게 실험이 꼭 그날에 마무리되어야 하는 경우 혹은 이번에 꼭 하지 않으면 다시 처음부터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 혹은 이런 일들이 몰아서 있으면, 불가항력적인걸 알지만 이럴 때 난감하고, 정말 울고 싶어 진다.
다른 워킹맘과 워킹 대디의 공통된 일상일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상황들을 컨트롤하기 참 어렵다. 누군가의 도움이 갑자기 필요하여, 그 누군가가 없다는 현실이 참 외로울 때가 있으며, 내 마음 가운데 자꾸 솔로였을 때와 비교가 되어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 기도한다. 이 짜증과 불편한 마음이 어디서 올라오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연구에 대한 욕심인 건지, 가끔은 내 스스로 솔로 연구원들과 혹은 아이가 없는 연구원들과 비교될 때가 있고, 나도 누군가에 서포트를 받으면 더 연구 성과를 빨리 낼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때때로 스친다.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짜증인 건지, 내 주변 상황으로 인해 프로페셔널 해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나를 누른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부정적인 생각이 내 마음을 누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이러한 비생산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 문득 그런 생각들이 나를 짓누른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내 마음 가운데 내 일을 위해 부모의 희생 혹은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히 여겼던 것 같다. 내 아이인데 내가 돌보는 것이 당연함에도, 자꾸 부모를 내 머릿속에 데리고 와 나도 부모님 곁에 살며, 부모님께 도움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이것을 기준으로 나를 갉아먹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아직도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 비교하게 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인위적으로 잘못된 기준임을 인지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중이다. 참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이기적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자꾸 이런 생각이 나를 삼키는 것 같아, 불평의 조건을 의지적으로 이러한 생각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감사의 조건으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한다. 기도도 하고, 유튜브로 마음공부도 하고, 감사의 조건을 공책에 써보기도 한다.
이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조금씩 이런 마음이 옅어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스칠 때면 딸아이가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남편이 있어서 얼마나 내가 얼마나 든든한지 내가 가진 감사가 무언지 의도적으로 적어본다. 이번에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이의 존재, 가족의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것이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딸아이가 3살이 되니 조금은 엄마 일가는 게 당연하게 알게 되었고, 물론 힘들어하는 날이 있지만 그래도 그전에 비하면 딸아이가 안정되는 게 눈에 보이고, 내가 일해도 딸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걸 3년째 확인하고 있으니, 나도 일하는 엄마로서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속도도 그 전년도에 비해 확실히 빨라졌고, 조금 느릴 수는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배우고 확인하는 과정 중에 있다.
‘늘 잘하던 나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도 인정하고, 존중하고 사랑하기. 나의 속도를 사랑하기.’
끝없는 불평의 순간들이 어느새 조금씩 감사의 조건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더 많은 감사로 바뀌어 가길 바라면서 오늘도 파이팅!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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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Dalhousie university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3살 엄마 오박사입니다. 서툰 엄마, 서툰 해외 직장 생활, 캐나다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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