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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포닥 엄마의 생존기] 아이 두고 출근
Bio통신원(오박사)
[Dalhousie University- Medical building]
나의 첫 출근은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다시 연구한다는 설렘과 7개월 된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그리고 첫 출근, 출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런저런 안전교육들을 받으며, 동료들과 친해지고, 연구실 분위기에 적응했다. 영어에 대한 자존감이 낮은 나는 긴장을 계속했었다. 혹시 못 알아듣지 않을지 늘 두려워했다. (사실 지금도 눈치로 행동 때가 많다. 이때보다 나아진 건 아주 약간에 배짱이 늘었다.) 7개월 땐 아이가 내가 나간다고 울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두고 일을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내 마음을 너무 힘들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나의 부재를 인식하고, 안방 문을 많이 두드렸다고 한다.
일하면서 어린아이의 육아와 살림은 너무 힘들었다. 물론 지금 만 3살이 된 아이 육아도 힘들지만, 이때 비하면 아주 훨씬 편해졌다. 이때는 매일 퇴근하고,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놀고, 재우고 밤 10시부터 이유식을 만들고, 남은 살림을 하다 보니 새벽에 자기 일쑤였다. 밥하는 게 힘들어 밥솥을 던져 버리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남편은 혼자 육아를 할 수 있을지 본인 자신도 두려워했으며, 육아와 살림에 익숙지 않아서 살림 하나 안 건드리고 아이만 보았다. 나 또한 아이만 제대로 (남편이 한눈팔다 다치지 않게, 아이가 이상한 거 먹지 않게) 봐주길 원했다. 그런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하는 것이 정말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의 남편은 살림 만렙, 육아 만렙이다. 통잠을 잤던 내 딸은 이앓이로 3시간에 한 번씩 울기 바빴고, 새벽에 아이가 울 때면 정말 어디가 심히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닌지 나도 울며, 아이를 달래는 밤도 많았고, 어느 밤에는 나도 좀 자고 싶다며 아이에게 하소연하며 자는 밤도 있었다. 수면 부족으로 아주 많이 힘들었다. 그게 매일 일상이었다. 잠 못 자고, 끝이 안 보이는 처음 겪는 이 생활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 시절, 남편과 나의 수면 부족으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늘 수면 부족으로 연구실에 가면 안 졸린 척, 눈뜨고 있는 것이 곤욕이었고, 논문 하나 읽는 것도 집중하기 힘들어 종일 같은 줄을 여러 번 읽기도 반복했었다. 아이 있는 동료가 한 분 계시는데, 늘 피곤함에 절어있는 나를 보며 ‘두 돌 지나면 좀 괜찮아진다고 그때까지만 좀 버티면 된다’는 그 말이 참 위로가 되었다. 어느 날은 일하는 도중에 남편이 전화가 왔었다. 아이가 나의 부재를 인지하고, 3시간째 아이가 울음을 안 멈춘다는 것이었다. 결국, 조퇴하고 집으로 향하기도 했었다. 물론 한 번이었지만, 그런 일도 있었다. 이 일 말고는 다행히 아이는 크게 아픈 적도 없이 잘 적응해 주었고, 지금도 잘 성장 해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직 어린아이를 두고 일하러 간다는 것이 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간다는 죄책감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딸아이도 3살이나 되었고, 내가 일을 가는 것도 알아듣고, 물론 내가 출근할 때 5일 중 3일은 울지만, 그래도 큰 문제 행동 없이 엄마의 출근을 잘 받아들이고 견뎌주고 있다. 아이가 7개월 때 몸과 마음이 힘들었지만,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는 일의 기회였고, 나에게는 그 기회가 주어졌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일과 가정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아내었다는 사실이 지나고 보니 감사한 순간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그 시절이 힘들었지만, 서둘렀지만, 잘 지내온 나에게 그리고 그대들에게 말하고 싶다.
잘 견뎌왔고, 잘하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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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Dalhousie university에서 포닥을 하고 있는 3살 엄마 오박사입니다. 서툰 엄마, 서툰 해외 직장 생활, 캐나다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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