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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부터 10까지]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실수가 줄고 일에 완벽이 더해진다.
Bio통신원(워킹맘닥터리)
11-1.
염기서열 분석을 했을 때 일이다. Bacterial identification을 하기 위해 3차례 이상의 계대배양 후 16s를 타깃으로 27F, 1492R primer set 반응을 시켰는데, 27F에서 mix가 나온 샘플이 있었다. 곧바로 inner primer 추가 반응을 시켰는데, 800R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518R로 반응을 시켜버렸다.
<518R은 여유 없이 너무 간당간당하다. 이런 걸 고르면 실험이 안 된다.>
한창 보고서 작업으로 1차로 혼이 나간 상태였고, 일하다 생긴 약간의 불편한 감정 때문에 2차로 정신이 나간 상태였는 데다가 불편한 감정 때문에 점심에 먹었던 백반이 명치에 얹힌 건지 머리가 빙글빙글 돌 때였다.
수업 시간에 잘못 건드리면 토 할 것 같았는데, 환기를 핑계로 교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는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급한 짬을 내어 일을 처리하다 보니 생각과 다르게 실수를 한거 였다. 나중에 찬찬히 연구노트를 정리하고 복기하다 보니 실수를 발견하게 되었다.
여유를 가지고 집중해야 할 일인데, 괜히 화가 났다. 힘들면 한숨 크게 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 잔 마시고, 자리 정리도 해가며, 혹은 짧은 산책이라도 다녀오고 할 것을.
사실 그리 큰 실수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자잘한 실수가 모여 큰 화를 부르기도 한다. 여유를 가지고 일을 처리하라는 몸이 보내는 경고라 생각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11-2.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내 몫이다.
나에게서 멈추고 끝내야지,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전달할 필요는 없다. 퇴근 후 부정적인 마음이 잘 가라앉지를 않아 잠시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곧바로 차를 몰고 달려가 바닷가 근처에 도착했다.
바닷가 해안을 따라서 크고 예쁜 카페라 여럿 있는데, 기본 3층짜리인 데다가 빵 종류도 엄청 많고, 2/3층 테라스에 앉아 멀리 바라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 끝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어딜 들어갈까 둘러보는데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1층짜리 작은 카페가 하나 눈에 띄었다. 이상하게도 그 작은 카페 앞엔 이중 주차된 차들이 많았다.
곧바로 차를 세우고 카페에 들어갔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늘어져있고 작은 전구 조명들이 반짝거리는 내부는 포근했다.
자몽에이드를 테이크 아웃하여 가지고 나와 해안가의 돌자갈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 코로 숨 쉬니, 평소에는 맡기 힘든 짠 냄새가 들어왔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가만히 앉아있으니 어느새 불편한 감정들은 사라지고 가족들이 보고 싶어졌다. 짠 냄새와 함께 내 마음에 여유도 들어왔나 보다.
11-3.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어떨까?
생각보다 1등 당첨자들의 대부분은 원래의 현실 그대로를 살아간다고 한다. 직장을 그만두지도, 갑자기 하지 않던 일들을 하지도 않고 원래 생활을 유지한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단지 마음가짐에 차이가 생길 뿐일 것 같다.
직장도 같고, 나의 업무도 같고, 나를 둘러싼 주위 환경과 사람들도 다 같을 테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여유는 나 자신을 더욱 자신감 넘치게 만들 것 같다.
11-4.
회의 시간에 울컥 화가 치미는 순간이 왔을 땐 순간적으로 사고 회로가 멈춘다. 나중에 생각하면 '아 이렇게 말할걸, 저렇게 받아칠 것을'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왜 그 자리에선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까?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다.
마음 안의 공간을 재정비하고, 필요 없는 것들은 시원하게 비운 다음 여유가 들어설 공간을 마련해줘야겠다. 또 한 번 연구실을 청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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