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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험실 이야기] 연구원은 보호되고, 그들의 권리는 보장받고 있는가?
Bio통신원(hbond)
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Pixabay
제가 가진 전화기는 안드로이드 폰입니다. 전원을 켜면 화면이 뜨는데, 거기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쓸어 넘기면, 저에게 추천되는 뉴스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언젠가부터 김박사넷의 글들이 많습니다. 저는 김박사넷을 들어가 본일도 거의 없고, 그런 종류의 글을 자주 보는 사람도 아닌데, 항상 추천 뉴스로 있습니다. (오히려 며칠 전, 전 세계적으로 타전된 우리 동네 자연재해 뉴스는 몰랐습니다.) 오늘 저에게 추천된 소식도 비슷한 것이었는데, 어떤 질문자가 우리나라의 특정학교, 특정 교수님에 대해서 묻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댓글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뉴스를 검색해 보니,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대충 내용인 즉,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맞았다는 주장이고, 이에 대해 관련 학내 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단은 학생들이 맞았다고 주장을 하니, 이에 대해 ‘관련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에, XX Society of Postdoctoral Scholars (SOPS)*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포닥들과 관련된 단체로, 제가 처음 이 단체를 알게 된 것은 학내에서 온 이메일 때문이었습니다. 이 조직은 학생회 조직과 비슷하게 회장/부회장/총무/회계/서기가 있고, 대학원 학생회 와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대학원 소속으로, Director of Postdoctoral Affairs라는 직책을 만들어, 디렉터를 맡은 사람이 SOPS와 긴밀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이렇게 조직을 잘 갖춘 것은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있었던 미국에서의 포닥들의 권리 증진 운동에 영향을 받아 한층 그 역할이 강화되었습니다. SOPS와 Director of Postdoctoral Affairs는 학교 대학원의 하부에 속해 있고, 매년 학교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정식 단체입니다.
2020년 가을에 학교의 의료 기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당신은 코비드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었으니 2주 동안 꼼짝 말고 자가격리하시고, 그 기간은 코비드 관련 연방법에 의해서 특별 휴가로 인정이 됩니다.' 지금이야 그냥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렇게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출근을 한 뒤, 휴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였습니다. 저는 모든 것이 잘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학과에서 답하길 저는 연방법에 의한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지위라고 합니다. 포닥은 학교의 직원으로 분류되지만 동시에 학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방법의 적용이 어려우므로, 개인의 휴가를 사용해서 2주를 메꾸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포닥은 직원과 학생이라는 두 그룹의 중간에 위치한 그룹으로 분류가 되어, 난처한 일이 가끔씩 발생하는데, ‘이번에도 꼼짝없이 당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위기에서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Postdoctoral Affairs의 디렉터가 생각났습니다. '여차여차해서 내가 연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 나도 포닥 아니냐? 나 좀 제발 도와줘.' 이메일을 보냈더니,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걱정마라. 우리가 돕겠다.' 디렉터는 제가 속한 단과대학에 정식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어, 왜 포닥이 직원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는지를 명확하게 답변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고, 같은 날, 단과대학에서는 포닥도 대학의 직원이므로 연방법에 적용이 된다고 정정하여 저의 2주간의 자가 격리 기간을 특별휴가로 처리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내가 어딘가에 속해 있는 사람이고,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진정한 연구 중심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연구원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에 대한 논의는 배제한 채로, 오직 연구 결과에만 치중하는 것은, 균형이 잡히지 않은 정책이 되어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가는데 장애가 될 것이며, 결국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XX는 학교를 뜻하는 줄임말로, 편의상 제가 XX로 표시했습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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