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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험실 이야기] 열심히 일했는데 일자리가 없다
종합 hbond (2022-07-28)

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심히 일했는데 일자리가 없다


한 두 달 전의 일입니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친구(편의상 C라고 하겠습니다.)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연락을 했습니다. '잘 지내냐? 질문이 있다. 좀 알려줘라.' '오케이, 뭐냐, 질문이?...' 대화의 말미에 C가 말하길 지금 포닥으로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서 일자리를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남 일 같이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관련 커뮤니티에 일자리 나온 게 없나 찾아보고, 정보를 보내 주고 그랬습니다. 지난주에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일자리 찾았니?' 그 친구가 말하길 본국에서 포닥 제안을 받아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일자리를 얻긴 했지만, 원래 있고 싶어 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이었습니다. '네가 실력도 좋고, 잘하니까, 네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야.'라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다들 똑똑했지만, 유난히 똑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와~, 뭘 먹으면 저렇게 똑똑해지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많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런 똑똑한 사람들도 일자리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목격합니다. 제 생각엔 그 정도로 실력이 있고, 업적도 좋고, 똑똑하기까지 하면 잘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친구도 비교적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특히 C는 지도교수가 밀어주어서 업적도 꽤 좋은 편입니다. (C의 박사학위 지도교수는 특정 학생들의 논문만 제 때에 제출하는 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연구결과는 보통 졸업하고 수년 후에 투고되는 연구실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포닥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수년이 지난 후에야 논문을 얻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C의 현재 포닥 지도 교수도 학계에서 알려진 분이어서 잘하면 교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복잡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C가 한 학문이 점점 사그라드는 분야였습니다. 한 때는 노벨상도 나오고 그랬지만, 지금은 관련된 연구자의 수도 줄고, 연구비도 줄고, 사람들도 비교적 덜 지원하는 곳입니다. 공부하기가 꽤나 어렵고, 실험 테크닉도 어렵고, 무엇보다도 졸업하고 나면 갈 곳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곳을 졸업한 분들을 보면 대게 큰 관련 없는 에너지/반도체/(기술)영업/컨설팅 분야에 취업을 합니다.) 또한 그 분야로 임용되는 교수의 수가 적어져서 경쟁률도 높고, 또 포닥으로 갈 곳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자리를 옮기기가 어렵게 된 것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을 하는데 전공을 따라 가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도 아니고 이전부터 꾸준히 존재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사회에 대한 불만 혹은 학계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일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닙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넓게 보면, 인생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열심히 일을 해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다는 것이 말입니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박사과정 몇 년을 연구만 하다가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아는 것 이라고는 학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막상 나의 체류 신분과 어떻게 일자리를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이런 무지함으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본 경험이 있다'라고 하시며, 두루두루 잘하고, 준비할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바둑 혹은 오목을 둘 때 '몇 수 앞을 보는 것'처럼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인생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계획을 수립하는 하는 분들이 계실 줄 압니다. '나는 2년 동안 석사를 하고, 관련된 직장으로 가겠다', '석박사 통합을 하면서 특별한 기술을 배워서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xx 회사로 가겠다', '나는 xx 시험을 치겠다'와 같은 계획 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이런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 가요?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는데, 이전에 뭔가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매일매일의 업무와 과제에 치여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빡센 그룹'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드시 만들어내야(?)하는 데이터의 양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개인 미팅에서 깨지지 않으려고, 밤낮없이, 정신없이 살아가는 분들 말입니다. 반대로 조금 삶이 여유로워서 소소한 만족감을 누리다가 내일의 계획을 잠시 잊고 계신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1년 뒤, 2년 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의 자신을 생각하면 분명히 그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혹시 너무 연구에만 집중하셔서, 진실된 자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1년 뒤에는 논문이 몇 개, 2년 뒤에는 몇 개,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너무 두루뭉술하지 않고, 너무 불필요하게 세세하지 않으며, 적당하게, 우리를 이끌어줄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설령, 열심히 일했는데 일자리가 없었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나는 다 계획이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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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University of Kentucky)

연구실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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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댓글 9 댓글작성: 회원 + SNS 연동  
회원작성글 jinjjang  (2022-07-28 12:28)
2
마무리 말에 뭉클해지네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회원작성글 hbond  (2022-07-28 23:55)
3
jinjjang 님,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계획과 추진력으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
회원작성글 아이스아메리카노  (2022-07-29 12:59)
4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루를, 일주일을, 더 먼 미래의 그림을 그려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원작성글 Diatom  (2022-07-29 17:01)
5
정말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네요. 조언 감사합니다.
회원작성글 hbond  (2022-07-29 22:48)
6
아이스아메리카노 님의 아이디를 보니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네요. 이따가 오후에라도 나가서 마셔야 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Diatom 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디가 매우 화학적이라 좋습니다.
회원작성글 MK  (2022-07-30 15:06)
7
늘 재미나게 읽고있습니다. 오늘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회원작성글 hbond  (2022-07-31 06:22)
8
MK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네이버회원 작성글 이환  (2022-08-05 16:33)
9
늘 잘 보고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회원작성글 hbond  (2022-08-09 07:01)
10
이환 님,
진심으로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좋은 계획으로 좋은 결과만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하시고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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