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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연구원이라도 괜찮습니다] 실험인의 직업병_스트레칭을 합시다.
종합 세균맨 (2022-07-08)

실험인의 직업병_스트레칭을 합시다.


모든 직업에는 크고 작은 직업병이 있습니다. 
연구원도 분야에 따라 꽤 심각한 직업병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업종입니다. 연구실의 안전이라는 전문분야도 존재하고요. 

미생물 실험자들은 Gene work을 하면서 손대는 발암물질들이 꽤 되는 편이므로 일상 습관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같이 실험하는 사람들이 독성 있는 물질을 함부로 다룰 때 제가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러다 죽어. 근데 그거 알아? 이것 땜에 죽는다는 걸 모르고 죽는다.”

폭발사고나 화재,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외상 등 즉각적인 피해를 입는 것도 무섭지만 몸 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나중에 큰 병을 만들어 내는 물질들도 소홀히 볼 것들은 아닙니다.

전에 그런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실험하면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다루는 경우들이 꽤 있으실 텐데요. 방사성 동위원소를 다루는 실험자의 신체 표면 부위별로 동위원소가 묻어 있는 정도를 평가한 간단한 테스트였습니다. 장갑도 끼고, 쉴드도 사용하지만 그래도 몸 여기저기에 동위원소가 묻어 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 실험자들의 얼굴에서 가장 많은 동위원소가 검출된 곳은 귀 주변과 코 주변이었습니다. 아마도 머리를 넘기는 행위, 안경을 고쳐 쓰는 행위 등 습관적인 행동들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지기 때문일 겁니다. 

아주 위험한 물질을 다룰 때는 긴장하고 조심하지만, 단회 위해성이 높지 않고, 상시 쓰는 물질들은 무뎌져서 예기치 못한 피해를 줍니다. 지겹도록 듣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죠. 주의를 기울이고 위해 요소를 학습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삽시다. 

묵직한 직업병 말고 오늘을 조금 가벼운 직업병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하찮지만 꽤 성가신 직업병은 손가락 관절질환입니다. 저는 먹는 물 검사를 꽤 오래 했는데요. 보통 한 번에 평가하는 시료가 많은 편이라 매일 꽤 오랜 시간 동일한 작업을 반복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 왼손으로 스크류튜브를 열고 닫으면서, 오른손으로 피펫팅을 동시에 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어요. 한 번에 수십 개의 시료를 다뤄야 하니 그 작업은 매일 수백 번 반복되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왼쪽 엄지손가락 두 번째 마디가 자주 아팠습니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았어요. 저녁이 되면 가끔 아팠지만 잠깐 쉬면 나아졌고, 다음날은 말짱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말입니다. 서글프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꾸 더 아파옵니다. 지금은 그때처럼 실험을 많이 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부모님들이 날씨가 흐리면 무릎이 아프다고 하시는 것처럼 몸살이 나거나 몸이 좀 피곤하면 그 엄지손가락이 아픈 거예요. (저 아직 40대인데 약간 슬프군요.)

이게 무슨 노인네 같은 소리냐 싶으시겠지만, 젊은 제 동료 중에도 관절이 약해서 손목과 손가락에 동전 파스를 붙이고 실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타자를 많이 쳐서 손목이 아픈 사무직 직원분들처럼 실험실 인력들은 피펫팅, 스크류 튜브 한 손가락으로 돌리기, 마이크로 튜브 뚜껑 여닫기 등의 반복 작업으로 관절의 피로도가 증가해서 만성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콜로니 카운터라는 장비를 주로 사용합니다. 콜로니 카운터는 커다란 렌즈로 제물대 위에 있는 플레이트의 콜로니를 쉽게 보는 장치입니다. 버튼을 누르는 회수만큼 콜로니 숫자를 셀 수 있는 기능도 장착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콜로니를 세고 기억하면 세다가 잊어버리기 쉬우니 버튼을 눌러서 전광판에 숫자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 장치에는 버튼 이외에 전용 펜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물대 위에 패트리 디쉬를 뒤집어 올려놓고, 콜로니가 보이는 곳에 펜으로 꾹꾹 눌러주면 펜의 안쪽에 장착되어 있는 버튼이 눌리게 되어 전광판의 숫자가 올라갑니다. 펜이 패트리디쉬에 표기도 하고 동시에 숫자도 올리는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펜이 엄청나게 고장이 잘 난다는 겁니다. 펜의 잉크 부분을 자주 갈아줘야 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전용펜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네임펜으로 패트리 디쉬에 표기는 하고 한 손으로는 장치에 달려있는 버튼을 눌러주면서 카운팅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양손 모두 힘을 꾹꾹 주면서 수백 번 버튼을 누르는데요. 이때 손가락에 은근히 무리가 갑니다.

어릴 적에 오락실에서 오락을 할 때 총알이나 공격 버튼을 최대한 빠르게 누르다 보면 손가락이 아프지 않았습니까? 통증도 줄이고 더 빠르게 누르려고 손가락 전체를 이용해서 버튼을 긁듯이 훑어내는 신공을 연습하기도 하고요. 콜로니카운터를 누를 때도 마치 오락실 버튼 두드릴 때처럼 손가락이 아파서 손가락 여러 개를 바꿔가며 누르곤 합니다. 이것도 하루에 수천번을 누르다 보면 직업병 아닌 직업병이 생기게 되죠.

이밖에도 각자의 실험에 특화된 직업병이 있을 겁니다.
오래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목과 어깨가 아플 것이고, 용액의 층 분류를 위해서 쉴 새 없이 실험 용기를 흔드는 사람들은 팔과 손목이 아플 거구요. 지금 실험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은 그냥 잠깐 관절과 근육이 피곤하고 말겠지만 그게 십여 년 쌓이고 나면 그 부위를 조금만 사용해도 과거에 많이 썼던 그곳에 비교적 빨리 통증이 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관절을 아낍시다. 스트레칭은 필수예요.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면서 거북목과 손목터널 증후군을 막기 위해 시간마다 운동하라는 권유를 들어보셨죠? 우리도 실험에 집중하는 중간중간 관절을 조금씩 쉬고, 풀어줍시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반복 작업이 너무 많으면 몸을 아끼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뭐 그런대로 살만하니 열심히 살아온 증표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허리 통증을, 이상화 선수가 무릎 통증을 직업병으로 삼고 것처럼 우리도 성실히 일하면서 얻은 훈장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은근히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성가신 요인이 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오늘도 틈틈이 스트레칭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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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맨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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