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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부터 10까지] 모든 학생들은 예쁘다
Bio통신원(워킹맘닥터리)
6-1.
항상 학생들을 만나면 새롭고, 활기차며, 나 또한 활력을 얻는다.
혹은 어쩔 때는 철부지 같기도, 야생동물 같기도 하다.
대학의 특성상, 나는 나이가 들어가지만 매년 만나는 학생의 나이는 그대로 어리다.
이는 세월이 갈수록 학생과 나 사이의 현실적 거리감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예전의 나도 어른들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 철부지였을 것이다. 지금의 학생들은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다른 세대의 아이들이다. 내 자식이 커서 후에 대학생이 될 때면, 우리 아이 또한 누군가에겐 성에 차지 않을 철부지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에겐 귀하고 소중한 아들딸이다. 그러므로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며 대해야 한다. 특히 그게 우리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유에서든) 더욱 눈이 가는 학생들은 있기 마련이다. 아마도 나는 그 자리 그대로 나이가 들어가는데, 학생들은 항상 20대 초반에 머물러있어 그런가 보다.
6-2. 수업 시간에 만나는 다양한 학생 유형
앞머리 구르프를 말고 있다. 앞머리 볼륨의 중요성은 나도 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계속 사용하고 있으면 신경 쓰여 집중이 잘 안 된다. 꼰대 같지만... 구르프를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수업 시작을 고지해도 눈썹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한창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이해는 하지만, 수업이 시작하면 집중해주었으면 좋겠다.
수업 듣는 척하며 자고 있다.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후드티 안의 양손을 겹친 채, 가운데 담요를 돌돌 말아 턱을 지지하고는 앞에 책을 펴두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앉아서 자고 있다. 차라리 엎드려 자거나, 나가서 한 바퀴를 돌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각했는데 당당히 앞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물론 지각을 할 수는 있다. 이제는 미성년자도 아니고, 지각을 하면 못 들었던 수업 내용에 대한 책임도 본인 것이다. 지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 문을 벌컥 열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갑자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잊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게임을 한다. 롤체(?)라는 게 유행인가 보다. 실습수업을 하면, 1조를 봐주는 동안 2,3,4조는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된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 동안 공부를 하거나, 조별과제에 집중해주면 좋겠지만,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게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수업에 참관한다. 사실 이건, 예전처럼 종이 노트에 펜으로 필기하던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나 전자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문제는 딴짓을 하는지 수업을 듣는 건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책 PDF 파일을 열어 필기하고 있다. 이건 어디서 구했지? 저작권 문제는 안 생기나?
몰래 과자를 먹는다. 과자 봉지를 쫙 찢어 의자 아래에 숨긴 채 오른 손가락으로 하나를 살짝 들어 왼손으로 마스크 아래를 살짝 벌린 후 밑으로 넣어 침으로 녹여 먹는다. 배고팠겠지, 방해되지 않으려 나름 노력한 거라고 생각해야 할까?
수업을 영상으로 실시간 촬영한다. 짧게는 1~2분, 혹은 길게 대놓고 촬영한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설명을 놓치고 싶지 않아 촬영한 뒤 반복하여 복습하고 싶은 거겠지...' 만 '진짜 복습은 하는가?'라는 의문과 '촬영 중인 카메라 렌즈를 보고 나도 모르게 놀라 헛 말을 하진 않았을까?'의 걱정과 '저 촬영한 자료가 이상한 곳에 쓰이진 않겠지?'라는 쓸데없는 불안감이 생긴다.
6-3. 연락 유형
새벽 1시 정도였다. 카톡이 왔다. 연달아 전화가 온다. 과제가 저녁 12시까지 제출이었는데, 그걸 넘겨버렸다고 한다. LMS 시스템이 닫혀 과제 제출 못하니 열아달라고 한다. 물론 제출하지 못한 과제가 걱정되어 바로 연락을 한 것이겠지만은, 과제 제출 기한이 넉넉했고, 그간 추가 공지를 포함하여 3번의 공지 전달이 있었고, 본인의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타인의 시간은 배려하지 않는 모습이 싫었다.
늦은 저녁, 주말 상관없이 필요하면 바로 연락한다. 전화하여 누군지 밝히지 않고 바로 목적을 이야기한다. 수업마다 학년이 다르고, 한 학년에 학생이 많아, 자신의 용건을 바로 이야기하면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다.
잠수 탄다.
상담 시간을 미리 공지하고 기다렸는데, 아예 오질 않고 연락도 안된다. 나중에 연락이 와서는, 깜빡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 학생을 위해 준비했던 핫초코는 미지근한 초코가 되고, 준비했던 빵은 덕분에 모두 내 차지가 된다.
상담을 하고 싶어 연구실로 찾아왔는데, 내가 없으면 미리 들어가 앉아있는다. 맛있는 것도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어서 알아서 챙겨 먹고 있다. 친밀한 관계임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나,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놀란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6-4. 그 외
프린트물 안 해왔으니 연구실에서 출력해달라고 한다. 정말 급한 한 번이 아니라, 출력을 깜빡하는 학생은 매번 깜빡하는 것 같다.
같은 과 다른 교수님께 제출하거나 반납해야 하는 재료인데, 지금 안 계시니 대신 맡았다가 전달해달라고 한다. 학과 사무실이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도, 내가 더 좋은가보다.
컵라면 먹어야 되는데 뜨거운 물을 못 구한다. 커피포트로 물 끓여달라고 온다. 전자레인지로 데워먹고 싶은데 없어서 찾아온다. 데워달라고 한다. 이런 건 귀엽다. 언제든지 해줄 수 있다.
6-5.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은 다 예쁘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순간 미워지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혹시 꼰대 아닐까? 걱정된다.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라 해서, 지금도 안된다는 법은 없다.
세상은 항상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그에 맞추어 변하니까.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면, 나 또한 그에 맞추어 변화시켜야 하니까.
'왜 그러는 거지?' 말고,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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