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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험실 이야기] "연구실의 위상이 많이 좋아졌네"
Bio통신원(hbond)
© Pixabay
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메일이 왔습니다. '논문을 투고해 주셔서 고맙다, 어쩌고~ 저쩌고~', '누가 나를 공저자로 넣어서 논문을 투고했나 보다.' 생각하고, 혹시 제가 승인을 해야 하는 게 있나 보니, 그런 건 없고, 그냥 일방적인 통지문입니다. '그렇구나~'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며칠 전, 그 논문의 주저자인 학생이 저에게 와서 데이터에 관해 묻습니다. "논문 심사위원이 제안한 게 있는데, 어쩌고~ 저쩌군~" 그래서 같이 데이터를 다시 확인하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느 저널에 넣었니?" 제가 물으니, Chemical Communications에 넣었는데,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Reviewer들의 보고서를 보니, 그냥 마이너 수정만 하면 나갈 것 같습니다. "잘 됐네, 축하해. 빨리 수정해서 보내라." 이야기해 주고 돌아서는데, ‘연구실이 위상이 많이 좋아졌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처음에 연구실에 왔을 때, 지도교수님은 새로 부임한 사람이었고, 1년 차 대학원생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논문을 제출하면, 온갖 말도 되지 않는 심사위원의 보고서를 받아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심사위원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절(리젝)이라는 보고서를 보면서 어이가 없어 잠시 정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는, '설마... 너무 과장된 거 아냐?' 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당시에 우리는 즉각 에디터에서 연락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승인을 얻었습니다. 또 한 번은 제출한 논문에 대해서 수정해서 다시 보냈는데, 심사위원이 수정에 데이터에 대해서 악평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다른 심사위원이 '과학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매우 편협한 행동'이라며 심사위원들끼리 논쟁을 벌인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논문은 2명의 심사위원으로 시작해서 승인과 거절로 의견이 갈려서 제3의 심사위원이 붙게 되고, 승인과 거절이 2대 1이 되니 거절 의견의 심사위원이 생길 때까지 총 5명의 심사위원이 붙어, 결국 거절당한 논문도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저널의 에디터가 기억에 남네요.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겪어봤을 만한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신생 그룹, 게다가 지도교수가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연구실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우실 것입니다. 심지어는 지도교수조차도, 유명한 교수의 연구실에서 포닥으로 일할 때는, 제출한 논문의 승인이 잘 되었는데, 본인이 교수가 되어 제출한 논문은 계속 거절되고, 낮은 임팩트팩터의 저널에 출판되는 것을 보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렇게 논문이 한 편, 두 편 쌓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논문을 제출해 달라고 초청이 왔고, 점점 사람들에게 인식이 되고, 학회에 가면 사람들이 논문을 통해서 알고 있다고 말해 주고, 그렇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제 딱 5년 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Chemical Communications는 현재 임팩트팩터가 6.222입니다. 이곳 브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별것 아닌 저널입니다. 하지만, 화학을 기본으로 하는 제 입장에서는, 화학의 전반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Royal Society of Chemistry에서 발행하는 저널로, 꽤 신뢰할 만한, 괜찮은 저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새롭게 넣은 논문은, 우리 연구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닌 데도 무난하게 승인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제출하는 논문마다 큰 어려움이 없이 승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몇 달 전에 넣었던 논문은 very important paper라고 타이틀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웃었습니다. '이게 뭐야?' 생각하면서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다른 실험을 하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나서, 그냥 후딱 실험하고 정리해서 썼던 논문이었습니다. 배는 고픈데, 부엌에 가보니 먹을 게 마땅치 않아, 손에 잡히는 라면에, 남아도는 야채를 넣어 끓인 것(?) 정도로 비유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복불복이라고 하는데,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확실히 최근에 제출하는 논문들의 심사위원 보고서를 보면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일하는 연구실은 유명한 곳도 아니고,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걸음마를 하기 위해서 넘어지고 부딪쳐야 했던 시간을 생각하니, '아, 그래도 잘 견디고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너무도 쉽게 하는 여러가지 화학 합성 실험들, 초반에는 그 실험을 해내기 위해서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우고, 여러 가지로 시도를 했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화학합성, 그러다가 생화학의 여러 가지 실험을 추가하고, 프로테오믹스, 동물실험을 추가하면서, 그런 것들이 쌓이게 되어 지금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 연구실의 일원으로서 참으로 뿌듯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 할 일은 어느 정도 한 것 같으니, 나는 이제 다른 일을 하러 가야 할 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험실을 둘러보면, 모든 실험 기구들이 연구실에 왔던 첫날들이 생각납니다. 어떤 녀석들은 새것으로 포장되어서 왔고, 또 다른 녀석들은 다른 연구실에서 인수받거나, 버려져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포닥이지만, 연구실의 매니저처럼 모든 기기의 설치와 실험 기법들의 개발을 위해서 쏟아 부었던 노력들이 있어서, 아마도 다시 연구실을 꾸리라고 해도, 별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상적인 생각은 여기까지만 하고, 가서 실험이나 해이겠습니다. 여름이라, 생각보다 할 일들이 많네요. 여러분 모두, 더운 여름에 건강 유의하시고, 하시는 모든 실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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