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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부터 10까지] 파이펫
Bio통신원(워킹맘닥터리)
그 사람의 위치가 되어보아야만 아는 것
4-1.
파이펫을 손에 쥐고 하루를 시작하여 파이펫을 내려놓는 것으로 하루를 마쳤던 시기가 있었다.
현미경을 비롯한 각종 실험 장비들은 필요하면 예약을 해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었고,
Antibody 등 각종 시약들은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없는 것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구매 가능했다.
필요한 시약을 구매할 때에는 가격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잘 나오는 것, 논문에서 많이 사용된 것, reference의 citation rate가 높은 것,
혹은 유명하고 좋은 회사의 비싼 제품들을 사용했다.
4-2.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실험실에서의 생활은 과거일 뿐이다.
지금부터는 아무것도 없는 無에서 시작하여 내 둥지를 가꿔나가야 하는 시기이다.
부족한 것은 환경만은 아니었다. 교수의 삶에 연구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해왔던 연구는, 사실은 지도교수님의 관심 분야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해왔던 실험들은, 연구실 선배가 다져놓았던 지름길이었고
내 실험의 설계도는 나 혼자 작성한 것이 아니었으며
내 논문의 논리성과 타당성은 랩미팅을 통해 만들어진 연구실 가족들의 도움 덕이었다.
지도 교수님을 찾아가 하던 연구를 계속했어도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구는 평생 해야 할 일인데, 언제까지나 지도교수님의 둥지 하에 있을 수는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시간은 걸리더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연구 분야를 찾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구축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4-3.
Pubmed, RISS, google scholar 등을 키고 무작정 키워드를 조합하여 검색해나갔다.
키워드는, 내 전공 분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실험 스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샘플링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야 한다.
원본을 다운로드하거나 원문 복사 신청을 무료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시간이 날 때마다 읽어나갔다.
재미있는 연구분야가 있을까?
필요한 실험 장비가 있다면, 가까운 곳에 대여가 가능한 곳이 있을까?
내가 잘 할 줄 아는 실험 방법을 이용할 수 있나?
기존의 연구와 차이가 있는 새로운 것인가?
연구의 결과를 통해 얻어지는 것은 가치가 있는 것인가?
고민할 때마다 지도교수님이 생각났다.
내 교수님 또한 연구 주제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시간이 있으셨겠지?
그간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셨을까?
학생일 땐 몰랐던, 아니 관심 없었던 것을
이젠 내가 교수가 되어 보니 알겠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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