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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심해 광합성, 어디까지 가능할까?
종합 여원 (2022-03-08)

지구의 거의 모든 생물은 태양빛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바닥에는 대부분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고정하는 광영양생물(phototroph)이 깔려 있지요.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심해 열수분출공과 같은 환경에서는 황화수소 등의 화학물질을 활용하는 화학영양생물(chemotroph)도 드물게 존재하긴 하지만요.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햇빛이 필요하고, 당연히 일조량이 많을수록 광합성에 유리하지요. 대부분의 광영양생물들은 지표면에 주로 분포하며 가시광선 대역, 그중에서도 주로 적색 및 청색광을 사용합니다. 광합성하면 흔히 떠오르는, 햇빛 강한 곳에서 잘 자라는 녹색 식물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하지만 극한 환경에서 진화 압력에 내몰린 생물은 선뜻 생각하기 어려운 기능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광합성 역시 마찬가지라,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바닷속에 사는 미생물들은 부족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아주 효율적이고 특이한 광합성 방식을 진화시켰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두컴컴한 해저에서,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미생물 매트에서 세균들이 만들어낸 특이한 광합성 양상을 소개하겠습니다.

 

녹색황세균

녹색황세균.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kOchstudiO, Green d winogradsky.jpg, Public Domain.

 

녹색황세균(green sulfur bacteria)이라는 박테리아가 있습니다. 흑해와 태평양, 인도양 등 세계 각지의 바다에 분포하는데, 해저 100m 정도 깊이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물이 맑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유광층(euphotic zone)과 박광층(disphotic zone)의 경계를 이루는 깊이지요. 심해처럼 햇빛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 정도는 아니지만 지표면과 비할 바는 아니어서, 하루에 엽록소 분자 한 개가 광자 몇 개만 간신히 만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요. 이 정도 깊이에서 광합성으로 먹고살려면 효율이 대단히 높아야 합니다. 애초에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양이 많아서는 곤란할 것이고, 아주 적은 양의 빛이라도 잡아채어 에너지로 고정해야겠지요.

녹색황세균의 광합성은 진핵생물과는 상당히 다른 기관을 사용합니다. 진핵생물의 엽록체에는 광수집복합체(light-harvesting complex), 다르게는 안테나 복합체라고 불리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안테나 복합체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엽록소 분자를 지탱하는 제법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지요. 

 

녹색황세균의 클로로좀. 스케일바는 100 nm입니다

녹색황세균의 클로로좀. 스케일바는 100 nm입니다. 출처: Photosynth. Res. 104, 245 (2010), CC-BY-NC.

 

반면 녹색황세균은 클로로좀(chlorosome)[1]이라는 안테나 복합체를 사용하는데요, 클로로좀은 세균엽록소(bacteriochlorophyll) 분자와 카로티노이드 단백질 몇 종류가 자기조립된 형태라 구조가 훨씬 단순합니다. 빛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쓰이는 안테나인데도 더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겁니다.

크기도 훨씬 큽니다. 단위 구조가 단순하다 보니 생긴 현상 같은데, 일반적인 진핵생물의 안테나 복합체에는 엽록소 분자가 400개 정도 들어 있지만 클로로좀에는 최대 25만 개의 세균엽록소 분자가 들어간다고 해요. 세균엽록소 분자는 단백질 매트릭스의 보조 없이도 일정한 구조로 자기조립되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 덕분에 안정적으로 큰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클로로좀의 광합성 효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2005년에는 무려 해저 2,500미터 지점에서 녹색황세균이 관찰되었습니다. [2] 당연히 태양빛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인데, 놀랍게도 이곳의 녹색황세균은 뜨거운 열수분출공에서 발생하는 희미한 빛을 광원으로 삼아 광합성을 한다고 해요. 극단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환경에 적응한 사례입니다.

한편, 일부 미생물이 적외선 대역마저도 광합성에 사용한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호주 샤크베이의 스트로마톨라이트에서 채집한 남세균에서 새로운 형태의 엽록소 변종이 발견되었는데, 파장이 706 나노미터인 근적외선을 흡수해서 광합성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요. [3] 연구진은 이 분자를 엽록소 f (Chlorophyll f)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적외선 대역은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서 산소성 광합성을 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반례가 관찰된 겁니다. 근적외선을 사용할 수 없는 다른 광합성 생물에 비해 에너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유리해지는 거겠지요.

학문적인 흥미를 넘어서, 이런 발견은 인공 광합성이나 생명공학에도 응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생명공학적인 기법을 동원하여 엽록소 f를 식물이 합성할 수 있도록 만들면 같은 강도의 태양빛을 받고도 더 넓은 파장 영역을 흡수할 수 있으니 에너지 저장 효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적외선 영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최대 10% 정도 광합성 효율이 좋아질 거라고 추산하기도 하지요. [4]

둘째로, 세균엽록소의 자기조립 과정을 응용하여 인공광합성 기술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클로로좀은 세균엽록소와 한두 가지 단백질이 비교적 간단하게 자기조립된 구조여서, 이 구조를 모방해서 인공광합성 소자를 만들어 보려는 응용 연구가 일부 진행되고 있어요. 진핵생물의 안테나 복합체에 비해 훨씬 단순한 구조를 갖고도 광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공 광합성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진행생물의 광합성보다 모방하기가 쉬운 겁니다. 다만 세균엽록소나 클로로좀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라, 향후 많은 연구와 투자가 진행되어야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1] G. T. Oostergetel et al., Photosynth. Res. 104, 245 (2010).

[2] J. T. Beatty et al, Proc. Natl. Acad. Sci. U. S. A. 102, 9306 (2005).

[3] M. Chen et al., Science 329, 1318 (2010).

[4] Scientific American/Ferris Jabr, A new form of chlorophyll? (Aug.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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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 (필명) (화학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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