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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S-17 다이어리] #07. 주니어 연구자와 시니어 연구자 그사이 어딘가
종합 만다린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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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https://pixabay.com/images/id-6919493/)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어느덧, 내가 연구실에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 것도 벌써 여섯 해째이다. 매해의 시작에는 지나온 한 해를 회고하는 묵직한 자아 성찰과 원대한 다음 해의 계획이 만드는 약간의 설렘이 공존한다. 시작이라는 희망에 취한 채 새해를 위한 계획을 정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마저도 벌써 1월의 마지막 주를 지나는 중이다. 시간은 어쩜 이렇게도 부지런하고 성실히도 지나가는지, 나는 언제쯤 저 앞을 달려가는 시간을 따라잡을 만큼 부지런해질 수 있을까 싶다. 올해의 끝에는 작년보다는 조금 덜 묵직한 회고를 남기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다이어리를 편다.

어김없이 올해에도 많은 목표들이 새 다이어리를 한가득 채웠다. 건강하게 연구 생활을 이어 나가기 위한 여러 목표 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올해에는 ‘시니어 연구자’에 한 발 더 다가가자는 것"이다.  


< 주니어와 시니어의 정의와 기준 >

흔히 주니어와 시니어는 회사에서 직급 체계 중 일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주니어(Junior)는 보통, ‘하급의’, ‘부하의’, ‘후배’ 등으로 해석되고, 시니어 (Senior)는 ‘상급의’, 연장자’라는 의미가 있다. 직급 체계로 존재하더라도, 회사마다 주니어와 시니어에 대한 기준과 형태가 각기 다르므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주니어와 시니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분야에 따라, 회사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관습적으로 대략 5년에서 10년 사이의 경력을 가지게 되면 시니어 급으로 대우받기도 한다. 더군다나 주니어와 시니어를 직급 체계로 나누어 두지 않은 곳에서는, 연차가 쌓였다고 해서 모두 시니어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은 오늘부터 시니어입니다.”라고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역시 없다. 하지만 회사는 직원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시니어 수준’으로 일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주니어와 시니어의 비공식적 구분은 회사뿐만이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적용이 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면, 대학원생들도 ‘시니어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펼치기를 기대받게 된다. 나도 이제 연구실 안에서 나보다 낮은 연차를 가진 사람들이 높은 연차를 가지신 분들보다 많아졌으니, 시니어 연구자로서, 역량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떠올리듯, 나의 신입생 시절과 그 시절의 연구실에서 시니어 연구자로 인정받으시던 선배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학원에서 시니어 연구자가 가진 차별점을 고민해 보았다. 


< 주니어와 시니어 연구자의 차별점 > 

1. 나무를 심는 주니어, 숲을 그리는 시니어 

주니어 시절 흔히 하는 실수는 나무만 보고 ‘그냥 하는 것’이다. 내 연구 주제의 큰 그림을 그리지 않은 채, 일단, 그냥, 시작하는 것은 열정이 넘치는 주니어 시절에 저지르는 대부분의 실수 원인이 된다. 당장 다음 주에 발표할 데이터를 위해 실험 일정을 짜고 실험을 하는 행위에만 매몰되기 쉽고, 실험을 위한 실험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 ‘나중에 살펴보니 초깃값 설정에 오류가 있었다’던가, ‘standard를 함께 관찰하지 않았다’던가, ‘나의 가설을 증명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문제들이 발견되어, 어렵게 모아 온 데이터들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실험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시니어 연구자들은 연구를 진척시키기 전에 먼저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 숲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튼튼한 가설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탄탄하게 세워진 가설은 숲의 형상이 되고,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일련의 실험 계획과 수행은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데이터로 심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멋진 숲을 완성한다.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시니어의 차별점을 가지고 온다. 

2. 주니어의 No-How와, 시니어의 Know-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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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https://pixabay.com/images/id-1966448/)


하지만, 주니어 시절 겪게 되는 실수의 과정들이 모두 쓸모없는 일은 아니다. 실수를 경험하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다 보면, 시니어들처럼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게 된다. 주니어는 ‘방식 (How)’이 아직 체계화되어있지 않아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되지만, 시니어 급은 오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노하우 (Know-How)라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는 그들이 실험을 수행하고, 분석하고 결과를 내는 과정에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가져와, 중요한 과제나 실험을 맡아 수행하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3. 수동적으로 연구하는 주니어와, 능동적으로 연구하는 시니어

시니어 연구자들은 능동적인 연구 자세를 가지고 있다. 주니어 시절에는 교수님께서 질문을 던져 주시는 때가 많지만, 시니어가 되면, 연구 주제에 대하여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단계별로 연구를 진척시킨다. 물론, 주니어에게 시니어 수준의 능동적인 연구 역량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주니어들은 아직 연구실의 경험이 적고, 배워 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실에서 시니어 연구자를 사수로, 주니어 연구자를 부사수로 배정하여 연구를 수행하도록 한다. 사수와 부사수 제도는 군대에서 중화기를 다룰 때, 사수가 주 업무를 맡고, 부사수가 보조 업무를 맡으며 함께 하나의 장비를 운용하는 제도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연구 과정에서도 사수인 시니어 연구자의 주 업무를 부사수인 주니어 연구자가 보조하면서, 일련의 연구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때문에, 주니어 시절에는 사수의 업무를 곁에서 함께 수행하면서, 부사수로서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며, 전체적인 연구 과정을 끝까지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조금 더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 나가, 후에 스스로 연구를 주도하게 되었을 때 다른 주니어 연구자의 사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4. 혼자 연구하는 주니어와, 함께 협력하는 시니어 

흔히 시니어가 되면 독립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게 되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주니어 시절에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만, 시니어는 많은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이는 다른 연구실의 연구자들과의 협력이 늘어나는 이유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니어가 ‘사수의 역할’을 맡게 되며 자신에게 배정된 부사수인 주니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시니어 입장에서 볼 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주니어와 함께 협력하며 연구 결과를 만들어 가면서도, 주니어들이 발전할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니어들은 타인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주니어의 능력을 파악하고 그 능력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종종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를 상사와 부하 관계로만 생각하는 오해 때문에, 사수가 부사수에게 발전의 기회를 주지 못하고, 부사수는 사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닮고 싶은 시니어로서 연구 과정에서 주니어와의 소통을 통해 협력하며 부사수를 시니어로 성장시키고, 부사수는 사수에게 능동적으로 배우며 시니어로 성장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좋은 연구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5. 질문을 대하는 주니어와 시니어의 자세 

마지막으로, 주니어와 시니어는 질문을 하거나 질문을 받는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는 경우, 시니어는 질문자가 궁금해하는 점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일에 비교적 능숙하지만, 주니어 연구자들은 질문의 요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답을 하는 것에 서툰 부분이 많다. 때로는 교수님께 받은 질문에 요점을 잘못 파악하여 전혀 다른 답을 하다가 혼이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편, 누군가에게 질문해야 하는 경우, 시니어는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확실히 알고, 적재적소에 요점이 명확한 질문을 한다. 꼭 필요한 질문은 연구의 질을 높여준다. 한편 주니어 연구자들은 질문의 요점을 정리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요점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니어로서의 기본 역량은 명확하고 간결하게 질문에 답하고,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 연차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연차를 쌓아가는 힘 > 

앞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연차의 쌓임은 시니어로의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차별점들을 주니어 시절에 모두 갖춘 사람도 있지만, 시니어이지만 주니어 시절의 습관을 아직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직원 또는 대학원생에게, ‘시니어 급’의 업무 및 연구 역량을 기대한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직원, 그리고 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같은 시간을 “어떤 퀄리티로 보낼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실에 오랜 시간 머무르는 것이 곧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만큼의 양질의 집중과 몰입을 했는지가, 시니어로서 역량을 쌓을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에서, 내가 연구실에서 지내온 시간을 돌아본다. 시니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고, 주니어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이 능숙해진 나는, 지금 시니어와 주니어 사이 그 어딘가에 서 있다. 남은 한 해 동안, 연차가 그저 쌓이도록 두지 않고 능동적으로 연차를 쌓아 나가서, 진정한 시니어 연구자로 발전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한 해를 보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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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 (필명)

어린 시절 <아깨비의 과학 여행>을 수없이 돌려보고, 과학 시간을 제일 좋아하던 아이는, 정신을 차려보니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다. 대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생명을 전공하고 있지만, 인생을 더 많이 배워가고 있는, 5년 차 대학원생의 대학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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