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G-WINDOW 처리영역 보기]
즐겨찾기  |  뉴스레터  |  오늘의 정보 회원가입   로그인
BRIC홈 동향
검색광고안내
라이카코리아
배너광고안내
이전
다음
스폰서배너광고 안내  배너1 배너2 배너3 배너4
전체보기 Bio통신원 Bio통계 BRIC View BRIC이만난사람들 웹진(BioWave)
목록
조회 393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바이오통신원   
[아주 사적인 책 편지] 드라마에 나온 그 시, 어디에서 왔을까?
종합 예린 (2022-01-12)

최근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셨나요? 조선 중기 왕인 정조와 그 후궁이었던 의빈 성씨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은 동명의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작가가 첫 시작부터 완성까지 7년여간 공을 들이며 실제 사료를 반영하려 애썼다는 원작은 고증이 제법 잘 되어 있으며 실제 사건에 기반한 각색이 잘 녹아있다는 평을 받았지요. 드라마 역시 장르물 나름의 재미를 잘 녹여내 호평을 얻으며 시청률도 잡았습니다. 왕과 궁인의 사랑을 보여주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책 읽기인데요. 장지문을 사이에 두고 실제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담은 구절들을 읽어내리는 장면이 아름답게 연출되어 애틋함을 더했습니다. 둘이 읽어내리는 시의 원전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 중 패풍 편에 있는 ‘북풍’입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옷소매 붉은 끝동(2021)1)
 


북풍(北風), 패풍 편

北風其涼(북풍기량)이어늘 : 북풍은 싸늘하게 불고
雨雪其雱(우설기방)이로다 : 눈비가 추적추적 내리네.

惠而好我(혜이호아)하야 :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시니
攜手同行(휴수동행)호라 : 손 잡고 함께 떠날지라.
其虛其邪(기허기사)니 : 어찌 늦장을 부릴텐가
旣亟只且(기극지차)로다 : 어서 빨리 떠나리라.

… (중략)

莫赤匪狐(막적비호)요 : 붉게 보이는 건 모두 여우고
莫黑匪烏(막흑비오)아 : 검게 보이는 건 모두 까마귀일세
惠而好我(혜이호아)하여 : 온화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
攜手同車(휴수동차)로다 : 손잡고 같이 수레타고 가리라
其虛其邪(기허기사)니 : 어찌 늦장을 부릴텐가
旣亟只且(기극지차)로다 : 어서 빨리 떠나리라.



찬 바람이 불고 눈비가 내리는 궂은날, 나를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함께 떠나겠다는 마음이 사뭇 애틋하지요. 추운 겨울바람이 느껴져서 그런지 이 애틋함이 더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시경언해

시경언해2)


시경은 유가의 대표적 경전인 사서삼경 중 하나로, 서주의 건국에서 춘추 전국 시대 중기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널리 불리던 시들 중 305편을 엄선해 정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의예지로 대표되는, 고루함의 극치일 것만 같은 유가의 경전에 이렇게 절절한 사랑 시들로 엮인 경전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시경에 담긴 시들은 남녀 간의 사랑뿐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 혈육의 정, 민족이나 역사에 대한 감정 등 다양한 형태의 ‘정’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그 내용 역시 당대 사람들의 생활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것부터 국가적인 의식이나 전쟁까지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지요. 이에 어떤 이들은 이 시들은 순수하게 감정을 노래한 민간 가요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도덕적, 사회적 함의를 담은 시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위의 애틋한 '북풍' 역시 여우나 까마귀 같은 간신과 소인배 때문에 나라가 더 어지러워지기 전 빨리 다른 나라로 피해야겠다는 위나라 백성들의 노래라고 해석되기도 하지요.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은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노래입니다.

시경은 본디는 공자가 편집했다고 전해져 왔었지만, 현대에는 논어에서 공자가 시경을 일컫던 명칭이나, 공자 이전 시경을 언급한 평론 기록을 보아 공자 이전 이미 삼백여 편의 시가 정리되어 있던 것으로 여깁니다. 즉, 한 명이 의도를 갖고 모아 편집한 책이 아니라, 시대가 지나면서도 계속 불리던 노래들이 모이고 쌓여 전해진 노래집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각 나라별로 불리던 ‘국풍’ 편에는 짧지만 강렬한 시들이 가득합니다. 위와 같이 절절한 사랑 노래부터, 사람 같지도 않게 무례한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듯한 위정자들을 비판하는 노래들도 있습니다. 제가 위정자라면 등골이 서늘하겠어요.
 


상서(相鼠: 쥐를 보아라) / 용풍 편

(전략)
相鼠有體(상서유체)하니 : 쥐를 보아도 몸이 있는데
人而無禮(인이무례)아 : 사람이 되어 예의가 없다니.
人而無禮(인이무례)면 : 사람이 되어 예의가 없다면
胡不遄死(호불천사)오 : 어찌 빨리 죽지 않는가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들은 어찌 시를 배우지 않는가? 시는 순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며, 사람들과 조화로이 어울릴 수 있게 하고, 마음속 원망도 풀어낼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가까이는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고, 멀리는 군주를 잘 모실 수 있다.’ 비록 남녀 간의 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빠져 있지만,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는 대학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지요. 우리가 현대에 문학을 배우는 이유와도 통하는 바가 있고요.

하지만 단순히 사회를 비판하거나 사람 사는 도리에 대한 올바름을 가르치고자 하는 시만 엮였다면, 시경이 이렇게 오랫동안 노래되었을까요? 시집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의 모음 아니겠어요? 아래는 시경에서 제가 제일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시입니다.
 


건상(褰裳: 치마를 걷고), 정풍 편

子惠思我(자혜사아)인대 : 당신이 나를 생각한다면
褰裳涉溱(건상섭진)이어니와 : 치마를 걷고 진수라도 건너가련만
子不我思(자불아사)인대 :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豈無他人(기무타인)이리오 : 어찌 다른 사람이 없으오리까?
狂童之狂也且(광동지광야차)로다 : 에이, 미친 사람, 미친 짓이로다.

(후략)



진수는 정나라 성 밖을 흐르던 강의 이름입니다. 화자는 여성임이 확실한데, 구애의 태도가 다른 시의 화자들보다도 더 대담합니다. 이 정도 기상이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시경에는 고대 중국이나 유가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다르게, 솔직하고 대담한 여성들이 화자로 등장하는 상열가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서로 간의 마음이 통했음을 알 수 있는, 아래처럼 다정한 시도 있지요.
 


모과(木瓜), 위풍 편

(전략)

投我以木桃(투아이목도)에 : 내게 복숭아를 던져 주기에
報之以瓊瑤(보지이경요)로다 : 고운 옥으로 대답하였네
匪報也(비보야)라 : 꼭 복숭아의 답례여서가 아니라
永以爲好也(영이위호야)로다 : 길이길이 좋은 짝이 되자고.
(후략)

*과일을 던지는 것: 고대 중국에서 여성들이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행하던 구애의 풍속.



한 해가 지나가고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전히 우리를 둘러싼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새로운 일상에 적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지만, 또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마음이기도 하겠지요. 한 해의 시작에, 예쁜 시집을 펴고 수천 년 간 불려 왔던 시를 읽어 보고, 그 속에 있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니까요. 옛날 사람들이 시험공부하듯 달달 외워야 한다면 절대로 펼쳐보지 않을 시경이지만, 손에 닿는 시집을 읽듯 마음 가는 시를 한 편씩 찾아보는 것도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지요. 내 마음에 맞는 다정한 시를 한 편씩 품고, 모두들 그 시만큼 따뜻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1) 옷소매 붉은 끝동(2021), 5화, MBC
2) 시경언해: 조선 중기 선조 시절 교정청에서 『시경』에 토를 달고 풀이하여 1613년에 간행한 언해서.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추천 0
  
인쇄하기 주소복사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예린 (필명)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연구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몸속 도구들이 생명을 만들어내고 삶을 조절하는 것에 매료되어 생명과학 연구의 길을 걷게 됐고, 연구를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어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발을...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보기 >
[아주 사적인 책 편지] 대항해시대 연구편 (극지연구소 제작)
갖춰진 실험실과 구축된 장비를 이용해서 대부분의 실험을 진행하는 분야를 전공했기에, 현장을 찾아다니며 실험하는 분야는 제게 동경과 흥미의 대상이었습니다. 소위 ‘필드 트립’을 간다...
[아주 사적인 책 편지] 환하게 밝힌 밤, 그리고 그 대가
책이었는지 인터넷의 글 타래였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귀농해 농촌에서 시간을 보냈던 이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에 불편함을 느낄 마을 분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열...
[아주 사적인 책 편지] 어느 날 외계인이 전했다, "너희는 벌레다!"
로버트 하인라인, 로저 젤라즈니, 어슐러 르 귄 ……. 모두 SF나 판타지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쯤 들어보셨을,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작가들의 이름입니다. 주 장르는 조금씩 달랐...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댓글 0 댓글작성: 회원 + SNS 연동  
첫 댓글을 달아주세요.
 
위로가기
동향 홈  |  동향FAQ
 |  BRIC소개  |  이용안내  |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BRIC. All rights reserved.  |  문의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유튜브 유튜브    RSS서비스 RSS
엘앤씨바이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