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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돌려놓고 한 장] 기초과학연구원 -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Bio통신원(이지아)
코로나보다 폐렴이라는 말이 익숙하던 2020년 초, 연구실의 주요 대화 주제는 ‘이 사태는 대체 언제 끝날까’였습니다. 다들 연구실에서 몇 년 일했다고 온갖 아는 척을 하며 여러 가지 예측을 내놓았지만, 2년이 지나고 보니 제대로 맞춘 것은 없었습니다. 연구개발에만 2년, 임상에는 수년은 걸릴 것이라는 백신은 모두가 세 번째 접종을 기다리는 지점에 다다랐습니다. 백신이 생겼는데도 코로나 사태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고요. 과학기술도, 바이러스도 생물학 연구실 경험 몇 년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사이언스>와 후속작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는 IBS(기초과학연구원) 소속 과학자들이 홈페이지에서 연재한 ‘코로나 19 과학 리포트’를 엮어서 출판한 책입니다. 시국을 달리는 책입니다. <코로나 사이언스>는 20년 10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는 21년 11월에 나왔으니까요. <코로나 사이언스>에서는 IBS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없어 아쉽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에는 2021년 7월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담았습니다. IBS 연구원 분들도 스스로 쓴 글만큼이나 빠르게 세상에 대처하는 듯합니다.
IBS에서는 코로나19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https://www.ibs.re.kr/
책은 코로나19에 대한 과학 지식과 성과를 충실하게 담았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저자가 직접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 바이러스에 최초로 감염되는 세포와 그 기전, 감염 후 면역 반응에서 나타나는 사이토카인의 종류를 읊어줍니다. 이 시국에 이만큼 귀한 책이 없습니다. 지질 나노입자로 둘러싸인 mRNA 백신의 자세한 구조나 개발 과정도 언론 기사만으로는 자세히 알기 어려운 내용이고요. 모든 삽화가 한국어로 되어있어 보기에도 편했습니다.
브릭에 방문하는 연구자 대부분은 책의 내용을 직접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두 책이 최전선의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지는 않습니다. 연구자로서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요. 저자들은 코로나 19를 직접 연구하며 하루에도 수십 편씩 나오는 코로나19 논문을 소화했을 것입니다. 거기에 새로운 발견을 보태고서 국문으로 정리했으니, 코로나19 정보를 얻기에 이렇게 좋은 소스는 없을 것입니다.
인터넷 조각 글이 아니라 책만이 지니는 장점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궁금해서 논문을 찾더라도, 자신이 관심 있는 연구 외의 정보를 곁들어 알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여러 주제가 엮인 책을 읽으면 있는지도 몰랐던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인터넷으로 단어를 검색하면 모르는 단어의 뜻만 알게 되지만, 종이사전을 뒤지다 보면 찾던 단어 위아래로 새로운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코로나 사이언스>에는 크리스퍼 카스13로 코로나바이러스 RNA를 절단하는 치료제 후보를 소개합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에는 천연물에서 찾은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를 소개하는 내용이 나오고요. 둘 다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익숙한 주제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어 신선했습니다.
똑같은 논문도 하드 카피 저널에서 새로운 맥락이 생기기도 합니다. © https://www.nature.com/
아쉬운 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여러 저자들이 함께 쓴 책이다 보니 공저한 전공 교과서가 주던 괴로움을 희미하게 느꼈습니다. 글마다 다루는 내용의 수준이 달라, 어떤 글은 한국어 음차가 어색한 전문 용어를 남발하는 반면 어떤 글에서는 기초 개념만 훑기도 합니다. 비슷한 그림이나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기도 하고, 단락끼리 용어가 충돌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전공 교재에 비하기에는 미안할 만큼 편집에 신경 쓴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편집자 분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겠다고 느꼈습니다. 서로 다른 과학자의 글을 완전히 이해하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수정하고 배치를 조정해야 했을 테니까요.
매일매일 달라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시의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이 나오기 이전 시점에서 바이러스의 구조나 감염 경로, 치료 전망에 대해서 논합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에서는 델타 변이를 설명하는 글과 ‘위드 코로나’를 주제로 모은 글이 나옵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가 출간한 시점이 올해 11월인데, 12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오미크론 변이가 퍼졌고, ‘위드 코로나’는 시작하기도 전에 주춤대고 있죠.
바이러스 정보를 뉴스가 아니라 지식으로 받아들인다면 두 책은 해가 지나도 남을 훌륭한 과학책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코로나 사태가 막 터졌을 때 찾아보았던 지식을 다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덕분에 껍데기만 알았던 mRNA 백신을 깊이 알게 되기도 했고요. 코로나19 백신이 1년 만에 나온 건 40년 축적된 mRNA 백신 연구 덕이지요. 두 책도 SARS-Cov-2를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노력한 초창기 기록으로 오래 남을 것입니다.
한국인이 쓴 한국어 과학책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전에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를 소개할 때도 그런 바람을 넣어 글을 썼고요. 한국의 과학책 시장은 작습니다. 2020년에 출간한 6만여 종의 신간 중 자연과학 관련 도서는 13%에 불과합니다. 불모지인 과학책 시장에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새로운 독자가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전인류에 닥친 불행이지만, 지금만큼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이 많을 때도 없을 테니까요. 두 책을 시작으로 대중이 과학에 관심을 더욱 많이 두고, 전공자들도 연구를 책으로 엮는 데 익숙해지며, 읽을거리로서 과학책이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2020년 출판시장 통계, 대한출판문화협회 (kpa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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