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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된 김박사] 좋은 상사, 좋은 실무자
Bio통신원(-탐구생활-)
연구든 일이든 결국 끝에 가서는 사람이라는 요인이 남게 된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나를 떠나게 못하는 것도 고마운 사람이 있기 때문이고 평탄한 환경에서도 진절머리가 나게 싫게 만들어 떠나게 만드는 것도 미운 사람 때문이다.
경력직 직원들에게 왜 이직을 했는지 물어보면 회사의 비전이나 경력개발의 이유를 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주변 사람(대부분 상사)들 때문에 힘들어서였다.
개인적인 관계의 좋고 나쁨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둘러싼 동료들, 상사들이 일의 목적과 회사의 가치 그리고 회사의 문화를 만들고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조직의 구조 특히 나와 상사(혹은 지도교수)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두 번째 포닥이 끝날 무렵이었다. 그전에는 사이언스를 하는 사람은 데이터와 논리로 무장한 독립적인 연구자라고 생각했기에 그 누구와도 사이언스에 관해선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친 것은 상사(혹은 교수)는 나를 사용하는 사용자이고 리더이며 나는 리더가 그리는 큰 그림을 위한 도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든 후에는, 특히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더 촘촘한 수직적 단계 그리고 명확한 목적으로 맺어진 수평적 관계를 경험하기 시작한 후로는 더 많은 고민을 했었다.
더욱이 첫 회사에서 비정상적 조직운영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회사 내 조직과 조직을 이루는 사람의 관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어진 업무 자체를 잘하는 것 이외에도 조직을 이해하고 때로는 이용하여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보탬이 되는 것이 직장 생활의 핵심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잘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었고 여러 책들도 읽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관찰하고 또 나에게 적용하는 연습을 하다. 읽은 책들의 내용은 막연한 생각들을 하나로 정리해 주었다.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는 나였지만 예전의 나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고 잘해보려고 하는 나에게 책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였고 지침서였고 선생님이었다.
현실에서 마주한 사람들 역시 좋은 선생님이었다. 인품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았고 자신이 미꾸라지임을 증명이나 하듯 온 물을 휘저어 흙탕물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혹자는 실력이 좋으면 인성이 삐뚤어져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이 말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으나 결론은 '아니다'였다. 동료들을 괴롭히는 게 용서가 될 정도로 초절정의 두뇌나 실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어찌 보면 다들 고만 고마 한 사람들이다. 실력이 아주 뛰어난다 한들 결국 조직이 성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사람은 결국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린다. 다만 이런 사람들이 조직에서 승승장구하는 경우는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런 것들을 묵인하는 리더가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리더(상사)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경력이 오래되었으니 파이펫을 놓고 자리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다 머리 회전도 빠르고 손도 좋은 실무진 각각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하나로 모으는 것이 역할일 것이다.
1. 실무진을 헷갈리게 하는 상사
종잡을 수 없는 상사가 있다. 예측할 수 있는 건 그분이 언제 다시 바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결정을 번복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번복의 무게는 결정권자와 실무자가 다르게 느끼기 마련이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머릿속에서 온갖 것을 그려 결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결정을 내리더라도 머릿속에서 정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무자는 바뀐 결정에 따라 몸을 다르게 움직여야 하고 심지어 처음부터 다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자주 바뀌는 결정은 프로젝트의 방향성이나 비전마저 흔들리게 느껴진다.
비단 프로젝트뿐 아니라 구성원의 역할과 커리어 개발을 이끌 때도 획일성은 필요하다. 이런 계획도 있고 저런 계획도 있는데 아직은 모르며 너 하기 달렸다는 식의 디렉션은 곤란하다. 50:50의 가능성을 제시할 게 아니라 70:30 이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70프로의 확률을 100까지 가져갈 수 있는 방향도 제시해 되면 팀원들의 동기부여는 더 확실해질 것이다.
2. 총알받이로 쓰지 말고 본인이 방패가 되자.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자질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보호막과 방패가 될 수 있는가이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리더 스스로가 구성원들을 갉아먹는 것인데 구성원의 실적과 아이디어를 본인 것인 양 가로채서 이익을 취하고 일이 잘 안될 경우 그 책임을 직원에게 지게 하여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리더가 팀장이라면 팀원과 유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하는데 팀원에게 갑질 하고 팀원을 자양분 삼아 커가는 암세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다른 팀 혹은 다른 회사와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 프로젝트를 하니 같은 목표 의식을 갖고 일할 것 같지만 각자의 속사정이 있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 의견 마찰은 당연하게 일어나고 불만도 쌓이게 된다. 보통은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원성을 듣거나 괴롭힘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들이 잦다 보면 일에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데 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피곤함과 좌절감도 상당하다. 나 역시 이런 고충이 있었고 상사에게 고민을 털어놨었다. 그분은 내가 곤란해하는 부분을 직접 나서서 해결을 하려 하셨고 나는 내일에만 신경을 쓸 수 있었다. 또 다른 상사는 막무가내인 대표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치켜세우느라 뒤에서 아주 애썼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이러한 감사가 되는 노력들 덕분에 되찾은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내게 맡겨진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상사의 역할을 다양하지만 제일 큰 것은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줄 일선 업무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해주는 일일 것이다. 팀원을 쓰고 버리는 카트리지처럼 여기는 사람은 좋은 팀을 만들 수 없다.
3. 몸이 되길 거부하는 팀원
좋은 리더가 잘 활동하려면 함께하는 좋은 직원이 있어야 한다. 좋은 직원이란 프로젝트의 목표 혹은 팀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그 목표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려면 서로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론을 내기는 어렵고 누군가의 의견을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보통은 경험이 많아 좀 더 나은 성찰을 할 수 있는 리더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 하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팀원은 자신의 시야에서 판단할 때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좋은 상사를 만났다면 설득의 과정을 계속하겠지만 그럼에도 팀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리더가 직접 일을 나서게 되고 팀원은 할 일이 없어진다. 사람은 자신의 시야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벗어나는 의견을 받아 들기는 어려워한다. 나 역시 상사 혹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의견 안 맞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 고집이 틀릴 때도 있었고 결국 맞을 때도 있었다. 크게 보면 대부분 어느 결정이든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합을 우선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와 팀원이 가치를 공유한다'라는 가정하에는 가는 길이 구불거리더라도 방향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 일 잘하는 직원이 되는 방법 등 원활한 조직 생활을 도와주는 팁들을 쉽게 많이 얻을 수 있다. 그 모든 것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람을 소모하지 않고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일 것이다. 회사는 성과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 목표이고 리더든 실무자든 구성원들은 활용되어야 하지 소모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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