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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23, No.12 (2021년 12월)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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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책 편지] 환하게 밝힌 밤, 그리고 그 대가
종합 예린 (2021-11-24)

책이었는지 인터넷의 글 타래였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귀농해 농촌에서 시간을 보냈던 이의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불편함을 느낄 마을 분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열심히 발로 뛰어 조명 설치 허가를 받아내고, 이제 마을의 치안도 더 좋아지고 편리해질 것이라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을 때, 마을에 사시는 한 할머니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보소, 우리 집 쪽에는 절대로 조명을 설치하면 안 돼. 지금 가로등을 설치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펜션인가 뭔가 하고 있는 외지인들이야. 깨가 밤에 빛을 보면 다 죽어버려. 살 수가 없단 말이오.” 도시의 생활방식으로, 인간의 사고방식으로 생활을 재단하려던 작가의 머리를 한 대 치는 듯한 이야기였지요.1) 그 글을 보며 저 역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을까? 환한 밤은 생명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걸. 도시에 계속 살아왔지만, 나도 우리 시골집에 명절마다 내려가 있는데. 그리고 생물에게 생체 리듬이 존재하고 이를 동기화하기 위해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열심히 배운 생명과학 전공자인데! 환하게 밝은 도시의 밤은, 별이 잘 안 보인다는 걸 빼고 다른 영향은 없는 걸까?
 

참깨는 단일식물입니다

참깨는 단일식물입니다.
일정 시간 이상의 어둠이 지속되어야 화성이 유도되고 촉진되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빛 공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인간에 의해 발생된, 과잉 또는 필요 이상의 빛에 의한 공해라고 합니다. 밤하늘이 밝아지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건강에 해를 주며, 도시인들이 보는 별빛을 흐리고 천문대의 관측을 방해한다고 하네요. 아네테 크롭베네슈의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는 우리의 밤이 이렇게 밝아지기까지 거쳐온 날들과, 밤이 너무 밝아지면서 우리와 우리 주변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분들 계신가요? 아마 찾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불을 끄고서도 환하게 빛나는 화면 덕분에, 그리고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 때문에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디지털 문화와 관계 맺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이 빈도는 더 높을 거예요. 아이패드 화면으로 전자책을 읽은 사람은 동일 시간 동안 종이책을 읽은 사람보다 훨씬 더 각성된 기분을 느끼고 30분 늦게 깊은 잠에 빠졌으며, 숙면 상태에서 뇌의 활성 정도도 확실히 달랐다는 실험 결과는 내가 평소에 어렴풋이 느끼던 것과 같아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청색 비율이 높은 광원, 이를테면 스마트폰, 아이패드,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화면들에 밤늦게까지 노출되어 멜라토닌 수치가 감소했기 때문인데, 이는 같은 환경에서 성인보다 청소년에게 훨씬 큰 영향을 보입니다.

창밖으로는 불빛이 들고, 잠들기 직전까지 화면을 보다 잠드는 환경에서 수면 장애가 늘어나는 추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테지요. 이를 단순히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에 일어나는 일만으로 넘기기에는 실제로 우리의 생체 리듬이 교란되고 있다는 경각심이 듭니다. 그렇게 열심히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 SCN)과 멜라토닌의 중요도에 대해 배우고 빛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공부했으면서, 심지어 잠을 잘 자기 위해 멜라토닌을 먹기도 하면서 내 주변을 둘러싸는 빛들을 면밀하게 조절해야만 제대로 수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는 생각이 진지하게 미치지 않는 걸 보면, 역시 몸으로 배우지 못한 건 와닿지 않나 봐요. 그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은 불여일행인가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수면장애에서 끝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뒤집히고 조절되지 못한 광주기와 생체 리듬이 보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더 작고 환경 영향에 민감하며, 원래 자신들이 이용하던 빛의 주기가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양의 빛에 노출된 생물체들에게는 더 극적인 영향이 있겠죠. 달의 주기에 맞춰 번식 주기나 생활사를 맞췄던 야행성 동물들은 한 달 내내 원래보다 훨씬 밝은 보름달이 떠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 장님이 되어버린 것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빛을 이용해 짝을 찾지 못해 번식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철새들의 이동은 어려워지고, 경험이 없는 어린 새들의 경우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에너지 절약, 천적을 피하기 등등 다양한 이유로 밤에 이동하는 철새들이 상당히 많다고 하네요.) 바다거북들은 산란할 장소를 찾지 못하고 갓 부화한 새끼들은 방향 감각을 잃어버려 해변을 방황하다 죽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여름철 불빛이 환한 곳에 몰려들어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곤충들은 사실 본인들이 원하지 않았던 낮에 강제로 노출되어 어찌할 바를 몰랐던 거지요.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개체들은 괜찮을까요? 이들의 뒤틀린 생체주기와 스트레스는 아마 우리가 계속해서 밝혀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이들이 고통받고 있고, 아마 인간 역시 유사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을 테니까요. 식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청색광과 적색광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광색소를 변환시키며 생체 리듬을 조절하고 번식하는 생물체이니 당연하겠지요. 한국에서 진행된 포플러 나무의 야간 광 노출 정도에 따른 차이가 보여주는 나무들의 생존 결과는, 식물도 번아웃에 빠지며 과한 광합성과 활성화는 생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노화를 연구하는 이들이 동물 모델에서 제시하던 가설을 동일하게 보여줍니다. 이쯤 되면 환하게 밝히는 야간 조명에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었나, 왜 여기에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까 되려 의아해집니다.

“거의 모두가 빛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빛을 위해서라면 야간 휴식과 자연 보호는 포기해도 되거나 적어도 양보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더 나아가 야간 조명을 끈다면 그 결과로 사고 건수와 범죄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이끌리게 되기에, 빛은 정서적으로 예민한 주제다.”라는 작가의 주장은 타당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둠을 두려워하고, 빛을 긍정적인 상징으로 받아들이지요. 지금 같은 조명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도시의 치안 수준을 높이고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빛을 갈구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촛불이나 석유등에서 가스등, 전기 등으로, 그리고 백열등과 강한 청색의 LED를 등장시켰지요. 보다 저렴하고 폭넓게 어둠을 밝혀 범죄의 위협에서 몸을 지키고, 어둠 때문에 강제되는 행동의 제약을 벗어나 밤에도 활동하려 했던 사람들의 오랜 연구와 노력의 결과이지요. 이제 조명은 도시를 꾸미는 장치이며, 예술성을 띠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밤은 노동이나 유흥의 장애물이 아니며,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편입되었습니다. 저 같은 야행성 개체들에게는 더없이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정말 우리의 밤은 낮을 방불케 하는 환하고 밝은 조명들로 가득 차야만 할까요? 지구를 함께 쓰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이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고, 그 불을 쓰는 주체인 우리 역시 알게 모르게 넘쳐나는 빛 때문에 영향을 받고 있는데도요. 그리고 이보다 더 적은 양의 빛으로도 우리가 원했던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면, 우리는 굳이 이만큼의 자원을 밤을 밝히는 데 써야만 할까요?

빛 공해는 다른 환경 오염 문제나 사회적 문제보다 그 악영향이 아직 와닿지 않습니다. 이 공해의 주범인 ‘환한 빛’ 이 나쁘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혹은 이 책이 이렇게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았다면 이렇게 순순히 수긍하기는 어려웠겠지요. 작가는 생물학을 전공, 사육 동물과 야생 동물의 생체리듬을 연구했으며, ‘밤의 상실’이라는 연구 단체에 소속되어 빛 공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이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아직 덜 친숙한 개념이고, 환한 빛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기란 다른 유해 물질들보다 더 어려울 것 같기에 작가의 노력이 이렇게 지면으로 나온 것이 반갑습니다. ‘진짜 어둠을 아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날로 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번 떠난 자리로 되돌아가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우리 세계에서 어둠이 사라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도 없다.

모든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빛과 어둠의 교차가 필요하다. 우리는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살고, 별빛 아래에서 자란다.’ 마지막 문장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철저히 과학적이기도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환한 어둠 아래에서 자랐던 저는 진짜 어둠이 조금 두렵고, 가로등 없는 밤거리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어두워진 밤을 보내더라도 여전히 안전할 것이며, 지금처럼 환한 어둠은 결국 우리 모두의 생태적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너무 환한 가로등을 볼 때마다 이 문제들이 생각날 거예요. 이런 생각들이 조금씩 커져간다면, 다른 환경 문제들처럼 빛 공해 역시 모두가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비록 그 속도가 우리가 공해를 일으키는 속도보다 미약해 소용없어 보일지라도, 우리는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새로운 문제들을 인식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으니까요. 그 느리지만 함께 나아가는 걸음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또다른 힘이겠지요.
 

지역별 밤 시간 대 불빛 세기를 보여주는 빛 공해 지도

지역별 밤 시간대 불빛 세기를 보여주는 빛 공해 지도.2)


1) 글 원전이 기억나지 않아 부득이하게 reference를 달지 못했습니다. 혹 원본 글의 출처를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https://www.lightpollutionmap.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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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 (필명)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연구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몸속 도구들이 생명을 만들어내고 삶을 조절하는 것에 매료되어 생명과학 연구의 길을 걷게 됐고, 연구를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들을 전하고 싶어 과학커뮤니케이션에 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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