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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나빠지고 정자 수 준다... 시상하부 염증이 원인?
Bio통신원(김재호 기자)
대기오염이 정자 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쥐 실험으로 밝혀졌다. 대기오염이 수컷 번식력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게 더욱 명확해진 셈이다. 초미세 먼지에 해당하는 2.5㎛(PM 2.5) 이하 미세입자를 호흡하면 뇌의 염증 및 정자 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이미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구체적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환경보건 전망>에 「정자 형성에서 쥐의 PM 2.5 노출: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뉴런에서 억제제 κB 키네이스 2의 역할(PM2.5 Exposure of Mice during Spermatogenesis: A Role of Inhibitor κB Kinase 2 in Pro-Opiomelanocortin Neurons)」로 게재됐다.[3]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는 뇌하수체에서 합성되는 단백질로 엔도르핀 등 자극호르몬을 분비한다.
대기오염의 수컷의 정자 수와 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모른다. 사진=픽사베이
기존 연구에서는 PM 2.5 노출이 정자 형성을 방해하지만 고환염을 유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고환염을 유발하는 독립 메커니즘이 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대기오염은 호흡기 감염, 유전자 손상, 뇌졸증, 폐암과 더불어 인지 장애, 우울증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을 위협한다. 특히 포유류한테는 번식의 문제까지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서구 국가에서 남성의 정자 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잘 모르고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1%가 공기역학적 지름 2.5㎛(PM2.5) 이하 미세먼지 농도 아래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를 초과한다.
건강한 쥐는 대기 중 2.5㎛ 이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뇌의 시상하부에서 유의미한 염증을 나타냈다. 미세먼지 노출이 시상하부의 전염증성(proinflammatory. 항염증성의 반대) 사이토카인을 더 많이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와 임질샘을 연결하는 전뇌의 한 영역이다. 호르몬 생산과 생식계에 영향을 미치는 축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결과는 이전 연구와 비슷하다.
뇌의 시상하부에 염증을 초래하는 미세먼지
연구진은 시상하부 염증이 정자 생성을 감소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염증을 일으키는 저해제(inhibitor)를 제거했다. Kappa B Kinase 2(IKK2)라고 불리는 이 저해제는 다양한 염증 반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IKK2를 삭제하면 PM 2.5 노출이 야기하는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염증의 주요 원인인 IKK2를 없애고 번식을 시켰더니, 동물들이 대기 오염의 생리학적 영향에 훨씬 더 잘 대처한다는 걸 알아냈다. 즉, 정상 쥐에서 나타났던 정자 형성의 장애가 멈춘 것처럼 보였다.
이 과정을 간단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① 대기 중 2.5㎛ 이하 미세먼지에 노출 → ② 전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 → ③ IKK2 삭제로 대기오염으로 발현되는 전염증성 사이토카이 억제 → ④ 정자 형성의 장애 해소.
이번의 쥐 실험으로 미세먼지 노출과 시상하부의 염증에 의한 정자 형성의 관계가 밝혀졌다. 사진=픽사베이
연구진은 이번 쥐에 대한 연구에 대해 대기 오염이 포유류의 번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로써 대기오염이 자손 번식에 끼치는 해로운 영향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치료법을 개발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인간과의 상관성을 알아내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대기오염은 동물의 모든 면에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연구진은 정자 수뿐만 아니라 심장과 폐 건강 관련해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손 번식에 도움 주는 치료법 개발도 기대
하지만 대기오염과 정자의 질적 수준 관련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영국 세필드대 앨런 페이시 교수(남성병학)는 "정자 크기와 모양에 대한 연구는 수행하기 가장 어려운 테스트 중 하나이기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며 "많은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정자 형태학(Sperm morphology)만으로는 임상적으로 관련이 없을 거라 믿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영국 에딘버러대에서 남성의 생식 건강 전문가인 리차드 샤프 교수는 "정자 형태학은 사람 간 그리고 개별 남성 간 매우 가변적"이라며 정자의 형태와 번식력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흡연이나 음주, 나이, 체중 등을 고려하면 대기오염의 변수 역시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기오염과 정자 수 관련한 연구 역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다만 중금속과 같은 미세먼지들이 정자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친다는 건 다수의 연구가 밝혀내고 있다.
미국에선 8쌍의 부부들 중 1쌍이 불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직접 밝히듯, 30∼50%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다. 여러 환경적 요인들이 문제점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분명한 건 나쁜 공기는 그 요인들 중 하나라는 점이다. 대기오염은 내분비 교란 등 생리적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이번 연구는 그 구체적인 모습을 일부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참고사이트>
1. https://www.sciencealert.com/2-california-condors-had-virgin-births-even-though-they-had-access-to-fertile-mates
2. https://en.wikipedia.org/wiki/Air_pollution
3. https://ehp.niehs.nih.gov/doi/full/10.1289/EHP8868
4.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842588&cid=63057&categoryId=63057
5.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7/nov/22/air-pollution-linked-to-poor-sperm-quality
6. https://theconversation.com/male-fertility-is-declining-studies-show-that-environmental-toxins-could-be-a-reason-163795
7.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186/s12940-017-0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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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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