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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돌려놓고 한 장]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 -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종합 이지아 (2021-09-16)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언젠가 한 번 종이에 연필로 그린 만화를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노벨상’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저는 우리 부모님도 이름을 아는 유명한 교수와, 그의 연구실에서 일하는 친구가 떠오릅니다. 친구가 말하길, 연말만 되면 연구실 문 앞에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있답니다. 다음날 해가 뜨면 밤 샌 노력도 무색하게 그대로 돌아가고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게 든 감정은 냉소였습니다. 교수가 무슨 연구하는지는 알고 모이나? 과학에 아무 관심도 없다가 연말만 되면 연구실 앞에서 밤을 새우고, 매해 질리지도 않나?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알라딘: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 : 생리의학상편 (aladin.co.kr)


<교양인을 위한 노벨상 강의>는 일본의 야자와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낸 <노벨상의 과학>의 한국어 번역본입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받은 노벨 생리의학상 연구를 소개하며 연구자의 삶을 담았습니다. 30년 수상 내역 중 재미있는 열세 건을 골라 이야기합니다. 프랑스와 미국 중 어디에서 HIV를 먼저 발견했는지부터,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원인으로 프리온을 제시했다가 자기 이름이랑 비슷한 용어를 억지로 만들었다고 비난받은 프루지너까지. 노벨상을 받을 만큼 큰 생명과학 연구를 설명하지만, 짧은 분량에 재미있는 일화가 많아 배경지식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만합니다. 
 

야자와 사이언스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982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야자와 사이언스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1982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는 그전의 패러다임을 바꾼 연구, 당대에 받아들여지지 않던 가설을 입증한 연구가 많습니다. 주류 학설의 오류를 찾는 단계에서 시작해, 실험을 설계해서 동료 연구자들을 설득하는 큰 흐름을 해설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외면받던 주제로 몇 십 년만에 노벨상을 받은 이야기는 스포츠에 비유하면 짜릿한 역전승이겠지요. 물론 그중에는 위탁 연구소의 실수로 얻은 특별한 결과도 있고, 망망대해에 낚싯대 던지듯 시작한 연구가 대어를 낚아올린 경우도 있었고요. 
 

가설이 없으면 대어를 낚을 가능성이 생긴다

'가설이 없으면 대어를 낚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데이비드 허블 (왼쪽)
무작정 시작한 연구에서 '각도'에 반응하는 뉴런을 발견, 비셀(오른쪽)과 함께 1차 시각 피질의 정보 처리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이전에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소개하며,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실험 방법이나 개념도 몇 년 전 선배 연구자들이 밤을 새워 만든 데이터였다는 이야기로 글을 열었습니다. <노벨상 강의>를 읽으며 한 사람의 가설이 모두의 상식이 되는  현대 생명과학의 역사를 다시 음미했습니다. 어떤 연구가 노벨상을 받는다는 의미는 시간이 지나 연구의 견고함과 파급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니까요. 도파민이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조차 당대에는 무시당한 주장이었다는 내용을 보니 생경했습니다. 칼손이 이 연구를 발표한 시점은 1957년,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입니다. 오늘 당신이 떠올린 엉뚱한 질문이 60년 후 학생들의 상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노벨상 강의>를 읽으며 노벨상 자체보다 ‘노벨상을 받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연구를 읽으며 상에 가지던 막연한 냉소도 줄어들었고요. 아무것도 모르면 동경이라도 할 텐데, 어쭙잖게 안 결과로 냉소만 했던 저를 반성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노력이 무의미하게 보일 때마다, 내가 모르는 맥락과 전체를 찾자고 다짐합니다. 연말만 되면 노벨상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언론을 비웃는 대신, ‘오늘의 상식을 뒤엎을 실험’, ‘미래 생물학도의 기반이 될 지식’을 기대합니다.

글을 워낙 재미있게 쓴 덕에 쓰지 않은 부분이 아쉬운 책입니다. 책 말미에 1901년부터 2010년까지 역대 노벨상 수상 요약이 나옵니다. 리스트를 읽고 있으니 책에 나오지 않은 연구가 아쉬웠습니다. 드라마틱한 서사는 부족하더라도 성실하고 고된 실험 끝에 나온 결과며, 연구 방법론을 뒤바꾼 새로운 기술이었을 테니까요. 과학은 미래를 향해 달리지만 기록은 멈춰있다는 점도 책의 한계입니다. 2011년에 한국어판이 나온 책이라 2008년 이후 연구가 없습니다. 두 번째 책이 나오려면 아마 20년은 더 기다려야 할 테니 궁금한 연구는 직접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동시대 노벨 화학상에도 분자생물학 연구가 많은데 시리즈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원서 시리즈에는 화학상 소개도 있더라고요, 이 글을 읽고 한 분이라도 독자가 는다면 언젠가 노벨 화학상 편도 번역되리라 기대해봅니다. 한국인 이야기꾼이 소개하는 노벨상 이야기면 더 좋겠고요.

 

작년 노벨상은 한국인 저자들이 풀어 쓴 책이 있습니다

작년 노벨상은 한국인 저자들이 풀어쓴 책이 있습니다.
올해 노벨상이 들썩이기 전에 함께 읽어볼까요:)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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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서경배과학재단)

실험은 기계한테 시키고 우리는 재밌는 이야기나 읽자고요!
오늘도 연구실에서 야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기분 전환용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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