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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돌려놓고 한 장] 선웅 -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종합 이지아 (2021-08-20)

브릭에 오는 연구자 중에서는 연구로 책을 쓰고 싶은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제안서나 논문을 쓰며 갈고닦았을 테고, 연구가 업이니 글쓰기 주제도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런 분들께 요새 과학책 쓰기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를 공유하니, 과학책 독자는 ‘최신 연구 내용을 전공자가 알기 쉽게 풀어주는 책’에 목이 말라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선웅 교수 저)>는 ‘전공자가 알려주는 최신 연구’의 모범입니다. 2021년 6월에 출판되어, 2021년 초에 게재된 논문을 한국어로 해설해 주는 귀중한 책입니다.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알라딘: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 (aladin.co.kr))


저자는 왜 연구를 하기도 벅찰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책을 썼을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오가노이드를 알리고, 오가노이드 연구의 저변이 커지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한국인 과학자의 연구를 소개할 정도입니다. 저자가 키우고 싶은 연구의 ‘저변’에는 기초 과학 연구뿐 아니라 연구를 가능케 하는 산업 기술도 포함됩니다. 오가노이드 연구에는 비용이 많이 드니, 한국에서 외국 못지않은 시약과 배양 기기가 나오면 연구하기에 한결 편하겠지요. 요새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적은지 생각하면 책 한 권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저자의 노력이 순진하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일이 어렵다고 마냥 불평하는 대신 너머의 전망을 읽고, 당신이 이제껏 알던 내용과 생각을 책 한 권으로 모은 데에는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선웅 교수 연구실이 제작한 척수 오가노이드

선웅 교수 연구실이 제작한 척수 오가노이드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에서 저자가 만들고 싶은 ‘뇌’는 미니 장기라고도 불리는 오가노이드입니다. 저자는 독자를 고려해 어려운 오가노이드라는 용어 대신 ‘미니 뇌’라는 말로 주제를 쉽게 설명하려 합니다. 그럼에도 ‘뇌’는 항상 어렵고, 오가노이드도 최신 연구 산물답게 원리가 복잡합니다. 저자는 독자가 오가노이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책의 절반을 썼습니다. 뇌를 구성하는 세포와 신경 세포의 연결 원리인 커넥톰에 대해 설명하고, 세포 하나에서 뇌 같은 복잡한 기관이 생겨나는 발생 원리를 기술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오가노이드 연구를 소개합니다. 기초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이 지루하지 않도록 저자는 역사적 에피소드며 전공자가 아니면 모를 일화를 소개하며 흥미를 돋웁니다. 교세포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뇌를 훔친 병리학자를 소개하고(p65), 커넥톰과 앨런 뇌 연구소(112p)를 함께 언급하는 식입니다.

 

뇌 아틀라스로 유명한 앨런 뇌 연구소

뇌 아틀라스로 유명한 앨런 뇌 연구소
(About | 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

 

제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손상 연구(lesion study)나 역유전학적 방법(reverse genetics)으로는 뇌의 작동 원리를 완전히 알아낼 수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역유전학은 분자생물학의 주 연구 방법 중 하나로, 특정 유전자를 불활성화한 후 동물의 행동 등의 표현형이 바뀌는지 살펴보고, 유전자의 기능을 복구시킨 후 표현형이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유전자 수준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신경과학 연구의 역사에서는 뇌 특정 부분이 손상된 환자의 장애를 보며 역으로 뇌 부위의 기능을 추정한 사례는 많았지요. 하지만 마이크로칩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씩 없애 보고서 프로그램이 작동되는지 확인한다고 칩의 작동 원리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30p). 손상 연구 없이도 인간은 마이크로칩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뇌를 만들며 뇌의 생성 과정을 단계별로 보는 방향으로도 뇌의 기능과 원리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역시 완벽한 연구 방법은 아니겠지만요.

 

마이크로칩의 손상 부위와 오류의 매치
(DK:동키콩, SI: 스페이스 인베이더, PF: 피트폴)

 

1848년 피니어스 게이지가 철봉에 뇌를 관통한 후 성격이 바뀌었다고 하죠

1848년 피니어스 게이지가 철봉에 뇌를 관통한 후 성격이 바뀌었다고 하죠. 연구자들은 게이지의 두개골에서 손상된 뇌 부분을 역추적합니다.

 

책의 백미는 중반부 이후 ‘교수님이 설명하는 최신 연구’에 있습니다. 인간의 미니 뇌로 할 수 있는 연구를 떠올리자면, 일단 인간만이 걸리는 뇌 질환의 감염 기전을 확인하고 치료제를 시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p160-166). 하지만 아이들이 레고를 가지고 온갖 사물을 만들듯, 과학자들이 ‘실험실 뇌’로 하는 연구는 상상도 어려운 방향으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뇌-척수-근육 오가노이드를 합친 어셈블로이드 연구(p167)는 개구리 다리에 전극을 꽂았던 갈바니 실험의 21세기 재현처럼 읽혔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해독이 가능한 시대, 이제는 네안데르탈인의 뇌를 연구실에서 만들고 있고요(p181). (친절하고 자세한 해설은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개구리 다리에 전기를 흘려보내던 인류는 이제 뇌와 근육을 만든 후 연결해 전기 신호를 읽어냅니다

개구리 다리에 전기를 흘려보내던 인류는 이제 뇌와 근육을 만든 후 연결해 전기 신호를 읽어냅니다.
 

언젠가 전기 신호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뇌 신호를 읽을 수도 있을까요?

언젠가 전기 신호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네안데르탈인의 뇌 신호를 읽을 수도 있을까요?

 

저자는 본인의 오가노이드 연구도 소개합니다. 갑자기 오가노이드에 ‘꽂힌’ 계기와 후발 주자로서 연구 주제를 선택한 전략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연구는 항상 과정이 힘들지요. 졸업이 걱정인 학생을 타일러 간신히 특별한 발견을 했지만, 학술지에 투고한 원고가 거절당합니다. 논문을 보강하는 사이에 다른 논문이 나오며 ‘최초 타이틀’을 잃어버립니다.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직접 읽어보라며 doi 주소를 달아두었는데, 21년 8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지 biorxiv로 연결됩니다. 지금 이 순간의 연구를 보는 양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책이 2쇄에 들어갈 때에는 링크가 바뀌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2쇄에 들어갈 때에는 링크가 바뀌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전공자가 쉽게 풀어쓰는 최신 연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됩니다. 책은 하루 강연이라기에는 내용이 길고, 한 학기 전공 수업보다는 편했습니다(강의가 되기에는 오가노이드가 아직 많이 최신 기술이기도 하고요). 잘 쓴 과학책은 독자 각각의 지식수준과는 무관하게 재미있습니다. 훌륭한 작가는 모두가 알던 지식도 새로운 관점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공부를 깊이 하면 할수록 자신의 분야만 좁게 ‘들이파게’ 되니, 최전방 연구 이야기는 콕 찝어 자기 연구주제가 아닌 이상 얼마든지 새롭고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이웃 분야의 연구자라면 다른 독자들은 모를 비하인드스토리를 알 테니 더 많은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고요.

<나는 뇌를 만들고 싶다>는 만년 독자에게는 연구를 쉽게 읽는 재미를 주고, 마음속에 작가의 불씨를 지닌 연구자에게는 ‘연구 이야기도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습니다. 오가노이드 책을 재미있게 읽은 만큼 다른 연구 주제와 기법도 궁금해졌습니다. 브릭에 찾아오신 여러 연구자분들이 각자의 연구 이야기를 더 많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과학의 바탕을 넓히는 느리지만 우직한 방법일 테니까요.

 

논문 삽화 출처
(참고 문헌을 잘 써주셔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Jonas, E., & Kording, K. P. (2017). Could a neuroscientist understand a microprocessor?. PLoS computational biology13(1), e1005268.

Damasio, H., Grabowski, T., Frank, R., Galaburda, A. M., & Damasio, A. R. (1994). The return of Phineas Gage: clues about the brain from the skull of a famous patient. Science264(5162), 1102-1105.

Andersen, J., Revah, O., Miura, Y., Thom, N., Amin, N. D., Kelley, K. W., ... & Paşca, S. P. (2020). Generation of functional human 3D cortico-motor assembloids. Cell183(7), 1913-1929.

Trujillo, C. A., Rice, E. S., Schaefer, N. K., Chaim, I. A., Wheeler, E. C., Madrigal, A. A., ... & Muotri, A. R. (2021). Reintroduction of the archaic variant of NOVA1 in cortical organoids alters neurodevelopment. Science371(6530).

Lee, J. H., Shin, H., Shaker, M. R., Kim, H. J., Kim, J. H., Lee, N., ... & Sun, W. (2020). Human spinal cord organoids exhibiting neural tube morphogenesis for a quantifiable drug screening system of neural tube defects. bioRxiv.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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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서경배과학재단)

실험은 기계한테 시키고 우리는 재밌는 이야기나 읽자고요!
오늘도 연구실에서 야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기분 전환용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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