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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장비 이야기] 엑스선 기술로 중요한 생화학 물질의 구조결정을 한 도로시 호지킨(Dorothy Hodgkin)
Bio통신원(분석장비 탐험가)
“1901~2017년 사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 한 348건 중 분석기술/장비 분야 수상건수는 27건(8.2%)이다. 이 데이터에서 보듯 노벨 과학상에서 분석기술 연구장비 분야 수상비중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연구장비가 노벨과학상 수상에 미친 영향’ 중에서......
도로시 호지킨 (자료출처: nobelprize.org)
도로시 호지킨!! , 그녀는 단백질 결정학의 창시자 이다.
그녀의 멘토인 존 데스몬드 버널과 함께 소화 효소인 펩신의 소화 단백질 구조를 식별하기 위해 엑스선 사진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인물이다. 호지킨은 비교적 단순한 화합물에서 더 복잡한 생화학 물질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X선 기술의 사용을 몇 십 년에 걸쳐 확장했다. X 선 결정학에 의해 1945년 페니실린의 구조를 해결하였으며, 이는 결정학의 새로운 시대를 가져왔다. 이 기술을 사용하여 의학적으로 중요한 화합물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는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만드는 것에 도움을 줬다.
1956년에는 악성 빈혈을 예방하는 필수 비타민 B12의 구조를 밝히는 등의 업적으로 그녀는 1964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을 받은 후 기뻐하는 도로시 호지킨 (자료출처: nobelprize.org)
‘엑스레이(ray)’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누구나 거의 한번쯤은 엑스레이를 쬐어 받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한다. 농구하다가 발목이 겹질려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은 뼈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면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엑스레이로 촬영된 사진을 보니, 흰색 복숭아 뼈에 검은 실금이 보였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복숭아 뼈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해야 한다고......
이렇게 엑스레이를 처음 접해봤다. 깁스 때문에 걷기가 좀 불편했지만, 복숭아 뼈의 실금을 용케 찾아낸 엑스레이 가 마냥 신기했다.
분석장비 업종에 취직하고 나서 쓰임새가 다른 엑스레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엑스레이는 사람이 아니고 사물에 쬐어졌다. 사물에 사용되는 엑스레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되었는데, 하나는 XRD 라고 불리였고, 다른 하나는 XRF 라고 불리었다.
XRD는 X-ray Diffraction의 약자로, X선의 회절현상을 이용하여 측정물의 구조정보를 획득하는데 효과적인 분석장비다. XRF는 X-ray Fluorescence의 약자로 X 선을 측정 물에 쬐었을 때 측정 물로 부 터 나오는 형광을 분석함으로써, 측정 물에 포함된 성분(원소)을 알아내는 분석장비다.
벤치탑 XRD 분석기 (자료출처: thermofisher.com)
XRD 분석기의 광원과 검출기 구조 (자료출처: thermofisher.com)
벤치탑 XRD 분석기 (자료출처: thermofisher.com)
XRF의 발생원리에 대한 도식도 (자료출처: thermofisher.com)
억지스러운 감이 있지만, 하늘에서 멋있게 펑 하고 터지는 폭죽을 보면서 XRD와 XRF를 상상해본다. 엑스레이가 폭죽을 터트린다. 그리고 터진 폭죽은 고유의 색깔을 띠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때 XRD 는 점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폭죽들의 분포를 폭넓게 측정하여 폭죽이 어떤 구조로 생겼는지를 측정한다. 반면 XRF는 일부분에서 폭죽의 색깔을 측정하여 폭죽에 어떤 것들이 포함되었는지를 측정한다.
이중에서 도로시 호지킨은 XRD를 사용해서 페니실린과 비타민 B12의 구조를 알아냈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일부분만 보면서 전체의 윤곽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시상연설문에서 이러한 도로시 호지킨의 노고를 엿볼 수 있다.
전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 이유로 오늘날까지 기억에 남는 노벨상이 정확히 50년 전에 수여되었습니다. 막스 폰 라우에는 ‘결정에 의한 엑스선 회절의 발견’으로 191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여기서 발견된 현상은 도로시 메리 크로풋 호지킨 부인이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였습니다.
폰 라우에의 발견 직후에 영국의 과학자인 브래그 부자가 화합물의 원자들이 결정에서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위치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엑스선 회절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달리 마하면 그들은 보통 화합물의 ‘구조’로 알려진 것을 밝히려 하였습니다. 브래그 부자는 이 분야에서 성공하여 1915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습니다.
화합물 구조에 관한 지식은 화합물의 특성과 반응을 해석하고 더 단순한 화합물로부터 어떻게 합성할지를 결정하는 데 필수 적입니다. 우선 아주 단순한 구조적 문제들은 엑스선 회절로 해결할 수 있고 이 문제들 대부분 무기화학분야에 속합니다. 탄소를 포함하는 유기화합물 등 보통 아주 복잡한 구조를 가지며 현 단계에서는 구조를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기화합물의 원자들이 서로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를 순수한 화학적 방법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는 정도 가능하였습니다. 이때는 대개 19세기 후반에 발견된 탄소원자의 결합구조와 관련된 지식에 기초를 둡니다. 큰 분자들을 이미 구조가 알려진 성분분자들로 나누고 어떻게 이 성분분자들이 큰 분자 내에서 결합되어 있는지 아이디어를 얻었을 때 분자를 합성하여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크고 복잡한 분자들은 위의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구조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것은 살아 있는 유기체의 일부를 형성하고, 특히 생명 과정에 참여하는 수많은 부자들의 구조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같은 경우에는 물리학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맨 먼저 화합물 결정에 엑스선 회절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엑스선 회절 발견 이후 이 구조결정 방법은 1940년에 들어 고전적인 방법으로 불가능하였던 유기화합물 구조를 밝히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발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조차 엑스선 방법에 의한 구조결정이 실험 자료로부터 곧바로 구조를 밝히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복잡한 경우에 과학자들은 화학적인 지식, 상상력, 직관력과 같은 정신적인 노력으로 결과를 얻습니다. 게다가 시험자료는 흔히 상황에 따라 변하는 수학적 처리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거기다 구조가 더욱 복잡해지면 처리해야 하는 실험자료의 크기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가 필요한데, 컴퓨터는 구조결절을 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실험자료를 단순히 집어넣고 최종 구조를 분석해 그림을 뽑아내는 능력이 여전히 아주 중요합니다. 이 관점에서 호지킨 부인은 특별한 기술을 보였습니다.
호지킨 부인은 주로 생화학 및 의학적으로 중요한 물질들의 수많은 구조결정을 행하였는데, 이 중 두 가지는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있습니다. 페니실린과 비타민 B12인데 호지킨 교수의 노력으로 구조가 완벽하게 밝혀졌습니다.
중략~
교수님은 여러 해 동안 엑스선 회절 기술로 결정구조를 결정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였습니다. 교수님은 주로 생화학과 의학에 매우 중요한 수많은 구조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눈에 띄는 역사적 발견이 두 개 있습니다. 처음 것은 결정학의 새로운 연대에 장대한 시작을 알리는 페니실린의 구조결정입니다. 두 번째, 비타민B12의 구조결정은 화학적, 생물학적인 결과의 중요성이라는 측면과 함께 구조의 엄청난 복잡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두 엑스선 결정분석의 개가입니다.
엑스선 결정학, 화학, 의학 등 많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항상 교수님의 연구에 나타나 있던 타고난 직관력으로 얻어진 위대한 결정과 기술에 감탄합니다.
도로시 호지킨에 시상연설문을 보고 있자니, 또 한 명의 엑스레이 결정학 여성과학자가 떠올랐다. 그녀의 이름은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다.
도로시 호지킨과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모두 버날 (John Desmond Bernal)교수의 제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도로시 호지킨은 노벨상을 받았지만,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받지 못했다. 그녀가 촬영한 DNA의 엑스선 회절 사진은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노벨상은 왓슨과 크릭에게 돌아갔다. 항간에는 왓슨과 크릭이 그녀의 동의없이 DNA 엑스선 회절 사진을 보고 관련 논문을 썼다고 한다.
아무튼 로잘린드 프랭클린 입장에서 보면 많이 억울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가 허락없이 자기가 찍은 사진을 이용하여 노벨상을 탔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요즘과 같이 생화학이 대세인 시대에 DNA의 아버지로 칭송 받고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의구심이 생겼다.
노벨상을 받은 호지킨과 받지 못한 프랭클린 사이에 다른 점은 뭘까?
왜 프랭클린이 아닌 왓슨과 크릭에게 노벨상을 주었을까?
난 그 답을 ‘상상과 직관에 의한 창조력’에서 찾아본다.
도로시 호지킨의 노벨상 시상연설문을 살펴보자.
“오늘날조차 엑스선 방법에 의한 구조결정이 실험 자료로부터 곧바로 구조를 밝히는 직접적인 경로를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복잡한 경우에 과학자들은 화학적인 지식, 상상력, 직관력과 같은 정신적인 노력으로 결과를 얻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 상상력, 직관력과 같은 정신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것은 뭘까?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찍은 DNA 엑스선 회절 사진을 살펴보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촬영한 DNA 엑스선 회절 사진과 DNA 이중나선구조 (자료출처: https://www.quora.com)
이 사진을 보고 과연 누가 DNA가 이중나선 구조일거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난 아무리 봐도 손목시계만 보이는데 말이다. 정말 대단한 통찰력이다.
호지킨 도로시, 왓슨, 크릭은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 이러한 결과를 창조한 데 반해, 프랭크린은 거기까진 못했던 것 같다.
각고의 노력 끝에 DNA의 엑스레이 회절 사진을 얻었는데....
아쉽게도 노벨상은 그녀의 땀 대신 왓슨과 크릭의 해몽 같은 상상력을 선택했다.
앞으로 실험을 마친 후에 데이터만 얻는 것에 절대 만족하지 말아야겠다. 항상 그 데이터 뒤에 숨겨진 본질을 상상해봐야겠다. 비록 그것이 좀 유치하더라도 말이다.
요즘 스마트 랩이란 신조어를 심심찮게 본다. 요즘 기술속도로 볼 때 조만간 웬만한 실험은 로봇이 담당할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능력을 첫 번째로 배양해야 할까?
난 ‘창조력’ 이라고 말하고 싶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연히 떠오르는 “착상의 힘”의 위력을 믿고 싶다.
창조력은 잠재의식(무의식)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기 때문에 의도적(의식적)으로 발현시키기가 쉽지 않다. 정교하게 잠재의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기에 인간의 의식의 흐름에 기원한 코딩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 결코 가질 수 없는 힘일 것이다.
아무튼 잠재의식(무의식)을 잘 다스려 창조력을 배가시켜야겠다.
며칠 전 리처드 코치가 지은 ‘80/20 법칙’이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의 10장 ‘당신의 숨겨진 친구’ 에서는 창조력의 기원인 잠재의식(무의식)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 동안 간과했던 잠재의식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는 잠재의식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단계를 시행 해볼 것을 권장한다.
1단계에서 말하는 ‘의식적으로 생각하기’는 잠재의식이 우리를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을 아는 것, 즉 잠재의식으로부터 그런 일을 수행하도록 과제를 제공하는 방법을 인식하는 일이다. 우리가 삶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는 삶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이에 해당 될 것이다.
2단계에서 말하는 ‘잠재의식에 입력하기’는 우리의 생각을 잠재의식에 전하는 것이다. 입력하는 방법으로는 긴장을 풀고 꿈을 꾸는 것, 반복적인 운동을 하며 꿈을 꾸는 것이 있다.
3단계인 ‘잠재의식으로부터 산출물 얻기’는 잠재의식으로부터 해답이다 결과물을 수확하는 일이다. 꿈에서 깨어날 때 얻어지는 착상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이다.
발명왕 에디슨은 평소 잠재의식 상태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고 한다.
어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손에 쇠구슬을 쥔 채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히 잠이 들 때까지 그 문제를 떠올렸고, 잠이 들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느슨하게 긴장이 풀리면 쇠구슬이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 아래에 금속제 냄비를 두어서 땡그랑!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나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하였다. 바로 그때 에디슨은 잠재의식에서 순간 빠져 나오면서 생각난 것을 마구 기록을 했다고 한다.
이런 것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잘 이해 되지는 않지만, 케쿨레가 꿈에서 벤젠구조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는 일화도 결코 잠재의식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에디슨처럼 해봐야겠다.
혹시 좋은 해결책이 신기하게 펑~하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연구장비가 노벨과학상 수상에 미친 영향’
-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노벨화학상, 바다출판사, 2007
- www.nobelprize.org
- 80/20법칙_리처드 코치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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