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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가 같은데 다른 종이 된 이유
생명과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04-08)

수컷 황갈색 배 파종기(왼쪽)와 수컷 이베라 파종기(오른쪽)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와 보노보는 대략 6백만 년 전에 분기되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상이 같던 집단들이 어느 순간부터 서로 다른 종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종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 서로 지리적으로 멀어져 서로 교배하지 않게 되고 각 집단이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거나 집단에 따라 서로 다른 자연선택이나 성선택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여러 이론이 있을 뿐이다. 더욱 수수께끼 같은 것은 간혹 서식지가 겹치는 집단들 사이에서 종분화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연구는, 아르헨티나의 이베라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두 종의 새 ‘이베라 파종기 (Sporophila iberaensis)’와 ‘황갈색 배 파종기 (Sporophila hypoxantha)’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같은 서식지에서 일어나는 종분화가 생식 이전 단계에서 먼저 격리를 하고, 이후 수백만 년씩의 시간에 걸쳐 유전체 상에 고유의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생식 이후의 격리를 하는 두 개의 격리 단계를 걸쳐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베라 파종기와 황갈색 배 파종기는 모두 ‘남부 카푸치노 파종기 (Southern capuchino seedeater) 계열’에 속한다. 남부 카푸치노 파종기는 가장 빠르게 종분화를 한 조류 계열의 하나로 지난 백만 년 동안 10개 이상의 종들이 같은 서식지 안에서 분기했다. 분기한 종들 사이에는 생태학상 혹은 유전체학상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수컷의 깃털 색깔이나 노랫소리로 구별할 수 있다. 그리고 종간 번식이 가능한 잡종도 쉽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두 번의 번식기 동안 두 종의 128개 둥지를 모니터링했다. 또한, 갓 부화한 아기새들 80 마리와 성체 126마리에 대해 유전체 분석을 하고, 행동학 실험을 진행했다. 이 두 종의 선택적 교배가 종을 유지하는데 미치는 영향과 자기와 동종을 알아보는데 단서가 되는 표현형적 특징과 그 배후가 되는 유전체학상의 정보, 그리고 그 유전 정보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를 분석했다.

수컷들과 달리, 이 두 종의 암컷들은 생김이 비슷해서 육안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연구진은 새들의 경우 인간의 가시영역을 벗어난 자외선 영역에서 색을 볼 수 있는 데에 착안했다. 그리고 새들의 가시영역에서 암컷들의 깃털 색이 다른지를 확인했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편, 짝을 이룬 암컷과 수컷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새들이 같은 종끼리 짝을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들은 짝을 이루지 않은 개체와 번식을 하는 일도 흔하므로 연구진은 부화한 새끼들의 부성 검사도 했다. 짝이 아닌 수컷이 아빠인 경우가 52%에 달했지만, 모두 동종의 수컷이 아빠인 경우였다. 이 결과들은 모두 이들이 동종을 선택해 짝짓기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이 두 종의 새는 서식지가 일치하고, 번식기도 일치하며, 같은 풀 위에서 함께 먹이를 쪼는데 선택적 짝짓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베라 파종기와 황갈색 배 파종기가 다른 점은 수컷의 깃털 색과 이들이 부르는 종 고유의 노래다. 이 특징들이 선택적 짝짓기의 신호가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두 종의 수컷들에게 다양한 깃털 색과 여러 종의 노랫소리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수컷들은 동종의 수컷 깃털과 노랫소리가 들릴 때 가장 공격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짝짓기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 동종의 다른 수컷들이고, 그들의 깃털과 발성이 그들을 구분하는 단서가 된다는 것을 암시했다. 깃털 색이 다른 것은 유전적 차이를 바탕으로 할 가능성이 높고, 종 고유의 발성은 직접적으로는 문화적으로 자라면서 배우는 것이지만, 이에 더해 유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연구진은 이들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먼저 연구진은 예상했듯이 이들의 유전체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두 종 사이에서 큰 유전적 차이를 보인 열두 개의 유전자를 확인했는데, 여기에는 멜라닌 색소와 관련된 유전자 TYRP1, OCA2, HERC2가 있었다. 종 특유의 수컷의 깃털 색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들이다.

이 결과들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같은 서식지 내에서 종분화를 하는 데에는 먼저 짝짓기 전 단계에 작용하는 깃털의 색이나 노랫소리 등의 특징에 변화가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적인 짝짓기가 오랜 시간 이어지면 차츰 각 집단 내에서 유전적 변화가 누적되면서 유전체 상의 분화가 따라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수께끼 같던 것 같은 서식지 내에서 일어나는 종분화를 설명하는 두 개의 단계를 제시한 연구다.
 

한소정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1.04.08 ⓒ ScienceTimes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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