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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임상1상에 실패했는데 블록버스터로 출시! 약물투여방법 만 바꿔도 약을 살릴 수 있다.
Bio통신원(Mr. S)
임상시험 1상을 실패했다는 의미
바이오 신약은 기본적으로 시장 규모를 몇 조원 대로 예측하곤 한다. 이에 따라 투자되는 금액도 기하급수적이다. 그렇다면 내가 고른 약물이 정말 10년 후에는 매년 7조 원씩 벌어들이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인가?[1] 아니면 10년 후에 임상시험에 실패하는 투자비 환수가 어려운 약물이 될 것인가 (NEJM/PNAS 등에 출판되어 수백 회가 인용된 약물이지만 최종적으로 FDA 승인을 받지 못한 예도 있다. 안타까운 예이다[2-4])
현재 시점에서도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약 80%에 해당하는 약물들이 “물성이나 독성 (이후 물성/독성)” 등이 좋지 않아서 실패하게 된다.[5, 6] 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물성/독성”을 고려한다면 약물이 실패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 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뇌에 작용하는 약물을 만들었는데 정말로 뇌까지 들어가는 것을 만들었을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놀랍게도 이 많은 것들을 구조만 알면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 상용화 약물들은 이미 구조를 Pubchem이라는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는데, 여기서 2차원 구조나 3차원 구조를 통해서 약물이 어떻게 흡수되고 작용할지 예측이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약물의 구조만 알아도 투자비의 환수 가능성을 알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렇다면 약물이 임상 1상을 실패했다는 것은 약물이 만들어지는 1상에서 3상가는 과정에서 가장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독성”과 “농도”가 최적화가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약물에서 위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면 약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임상 1상을 실패했지만 별이 된 약 이야기
지금부터는 실제로 블록버스터 중 1개의 예를 통해서 임상시험 1상을 실패한 약물이 블록버스터가 된 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1978년 영국의 버밍험의 아스톤 대학교에 말콤 스티븐스 교수는 한 명의 대학원생 로버트 스톤을 만났다. 그리고 하나의 가르침을 주었다.
말콤 스티븐스: “뭔가 재미있는 약을 만들어봐!”
그리고 1980년 로버트 스톤이 처음 만들어낸 약물 분자는 특허를 1981년을 우선일로 신청하였고 1993년에 등록을 받게 된다.[7] 이 약물의 이름은 “테모졸로마이드 (또는 테모달, Temodal)”라는 명칭으로 유명하며 현재는 2014년 기준 특허가 만료되어 누구나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선도물질 (Lead)에서 약이 되기 까지
테모달이 발견되기 전에, 처음 합성된 약은 아졸라스톤(Azolastone; 이후 미토졸로마이드로 약물 명을 변경, Mitozolomide)이었다. 이 약물은 당시 알려진 대부분의 세포/동물모델에서 종양을 죽이는데 매우 탁월한 효과가 있었고, Cancer research campaign(CRC, 영국, 1923 설립)에 의해 임상 1상시험에 들어갔다.[8]
1983년 앞서 개발된 미토졸로마이드(아졸라스톤)은 임상 1상에 들어간다. DMSO라는 용매에 섞어서 환자에게 정맥주사로 주입되었다. 약물은 골수억제 부작용을 포함하여 여러 문제가 계속 확인되었고, 1상에서 난소암 환자에서 약물 효과의 힌트가 발견되었다.[9] 이후 약물은 2상으로 넘어갔는데, 난소암을 포함하여 약 5개 암종의 수십 명 환자가 연구에 포함되었다. 안타깝지만 골수억제 부작용 외에는 목표한 질환에서는 명확한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1983년 약물 개발을 주도하던 May & Baker 회사는 미토졸로마이드와 여러 약물 등이 포함된 미국 특허를 출원하였으나 거절당했다. 동물실험 결과만 가지고 출원해서 거절되었다고 한다.[8] 이후 10번이나 출원하였으나 모두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출원하였으며, 이는 이후 특허 분쟁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러던 특허 등록이 안되던 문제 중에 결국 May & Baker는 약물 개발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미토졸로마이드의 1986년 진행된 임상 2상 시험에서는, 21명 환자 피부흑색종 환자 중에서 2명의 환자에서 부분적 치료 효과 (부분 관해, partial response)가 확인되었었다. 그러나 이는 심한 부작용과 비교할 때, 문제가 있는 결과였다.[10]
미토졸로마이드 외에도 May& Baker라는 화학회사는 이후 해당 연구자들이 개발한 항암효과가 낮은 약 개발을 지원하였고, 이 약 중에 하나가 테모달이다. 이 약물 역시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항종양성능이 확인되었다.[11] 1987년 시작한 테모달 임상 1상은 앞의 미토졸로마이드처럼 DMSO에 섞어서 정맥주사로 시작되었다. 이미 항암효과가 낮은 것으로 예상하였기도 했지만 환자에서 효과가 전혀 없었다. May & Baker 회사는 기업 차원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고, 결국 이 약물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하고 영국의 “Cancer Research Campaign Technology (이전 CRC와 Imperial Cancer Research Fund가 합쳐져 만들어진 연구 재단, 현재는 Cancer Research UK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로 다시 특허를 넘기게 되었다.
테모달은 일회 투여로는 약물 효과가 없었다. Charing cross hospital의 Edward Stewart Newlands라는 연구자는 약물 투여 스케줄을 바꿔보자고 하였다 (한 번만 투여하던 약을 5일에 나눠서 한 것이다).[9] 놀랍게도 이전에 효과가 없었던 약이 특히 뇌암 환자에서 엄청난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있던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회사일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기적이었다![12]
1992년 약물 임상시험 1상이 무사히 종료되었고, 최대허용용량(Maximum tolerated dose)과 독성자료가 확보되었다. 영국의 CRC는 이 약을 1상에서 2상으로 옮겼고, 뇌암과 피부흑색종을 타겟으로 하였다.[13] 미국의 새로운 특허사무소의 심사관은 약물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게 되었고 특허 출원은 등록된다 (이 특허의 등록에는 약물 효과를 발견해낸 Edward Stewart Newlands의 역할이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7] 이후 약은 Schering-Plough라는 제약회사에 라이센스 아웃되었다. 결국 이 약물은 2008년 기준으로 10억 달러 (약 1조원) 매출을 넘기게 되었다.[14]
만들어진 약은 사실 약물 전구물질
테모달은 오렌지 주스와 함께 삼키기도 하는 약물이다. 왜냐하면 이 약물은 산성에서는 약물의 구조가 일정하게 유지되다가, 체내에 들어오면 고리 구조가 열리면서 약물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이다.[15]
이제 우리는 테모달이라는 약물을 통해 2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째, 임상 1상에 실패하더라도 투여방법이나 약물의 구조를 바꾸면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이 남아있다. 둘째, 약물 중에 어떤 특성을 가진 약물은 체내로 들어오면 구조가 바뀐다. 그리고 그 구조를 통해서 약물이 타겟약물로 들어가는지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구조가 바뀌는 것은 테모달과 같이 약물 자체의 화학적 특성일 수도 있지만,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와 같이 체내의 효소 작용에 의한 경우도 있다.
결론: 임상시험 1상에서 너무 빠른 좌절은 금물!
테모졸이라는 단일약제, 지금은 블록버스터이지만 임상 1상 처음에는 효과가 없었다. 결정했던 투여 스케줄로는 효과가 없던 약이, 약물의 투여 스케줄 조절을 통해서 약이 효과 있는 질환으로 뇌암을 발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약은 임상 1-3상을 통과하고, 다양한 치료법과 조합이 연구되는 3상 연구가 추가로 진행되었다.
테모졸은 처음에도 스케줄을 조정해서 약효를 확인했었는데, 이후로도 스케줄을 변경하여 추가적인 효과를 알게 된다. 이것이 유명한 스텁 레지멘 (Stupp regimen)이고, 현재 전 세계의 모든 병원에서는 이 스케줄을 응용하여 환자를 치료한다.[16]
모두 한번 자신이 연구하는 약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1. 현재 동물실험/인체 임상시험에서 약물의 효과가 있는지?
2. 현재 약물의 분자적인 속성에 의해 타겟 질환의 위치에 잘 들어가는지?
3. 약물이 효과적인 스케줄로 투여되는지?
4. 약물이 다양한 치료 조합에서도 효과적인지?
참고문헌
1. Mr.S. 망하기 직전 바이오테크가 5조원 가치가 된 이야기 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2020; Available from: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1541
2. Eichhorn, E.J., et al., A trial of the beta-blocker bucindolol in patients with advanced chronic heart failure. N Engl J Med, 2001. 344(22): p. 1659-67.
3. Liggett, S.B., et al., A polymorphism within a conserved beta(1)-adrenergic receptor motif alters cardiac function and beta-blocker response in human heart failure. Proc Natl Acad Sci U S A, 2006. 103(30): p. 11288-93.
4. Elvidge, S. Gencaro back from the brink as FDA gives Phase 3 go-ahead. 2018; Available from: https://www.biopharmadive.com/news/gencaro-back-from-the-brink-as-fda-gives-phase-3-go-ahead/529093/.
5. Li, A.P., Screening for human ADME/Tox drug properties in drug discovery. Drug Discov Today, 2001. 6(7): p. 357-366.
6. Faqi, A.S., A Comprehensive Guide to Toxicology in Preclinical Drug Development. 2012.
7. Lunt, E., et al., TETRAZINE DERIVATIVES. 1991.
8. Neidle, S., Cancer Drug Design and Discovery. 2014: Academic Press
9. E.S., N., et al., Experimental Background and Early Clinical Studies with Imidazotetrazine Derivatives. 1990.
10. Gundersen, S., S. Aamdal, and O. Fodstad, Mitozolomide (NSC 353451), a new active drug in the treatment of malignant melanoma. Phase II trial in patients with advanced disease. Br J Cancer, 1987. 55(4): p. 433-5.
11. Stevens, M.F., et al., Antitumor activity and pharmacokinetics in mice of 8-carbamoyl-3-methyl-imidazo[5,1-d]-1,2,3,5-tetrazin-4(3H)-one (CCRG 81045; M & B 39831), a novel drug with potential as an alternative to dacarbazine. Cancer Res, 1987. 47(22): p. 5846-52.
12. SANSOM, C. Temozolomide - birth of a blockbuster. 2009; Available from: https://www.chemistryworld.com/features/temozolomide-birth-of-a-blockbuster/3004811.article.
13. Newlands, E.S., et al., Phase I trial of temozolomide (CCRG 81045: M&B 39831: NSC 362856). Br J Cancer, 1992. 65(2): p. 287-91.
14. Temozolomide sales reach $1 billion, in Cancer Research UK. 2009.
15. Denny, B.J., et al., NMR and Molecular Modeling Investigation of the Mechanism of Activation of the Antitumor Drug Temozolomide and Its Interaction with DNA. Biochemistry, 1994. 33(31): p. 9045-9051.
16. Hegi, M.E., et al., MGMT gene silencing and benefit from temozolomide in glioblastoma. N Engl J Med, 2005. 352(10): p. 99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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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 필명으로 항상 궁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존재인 Mr. S를 사용하고 있다. 의학의 가장 재미있는 임상시험에 대해서 소개하기 위해 "BRIC 연재: 의학계의 Spectaculum"를 집필 중이다. 참고로 Spectaculum은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의미하는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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